방장산 (方丈山) 744.1m
방장산은 지리산. 무등산과 같이 호남의 삼신산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명산이다. 벽오봉과 별봉을 중심으로 반달 같이 펼쳐진 花心의 명당에 고창읍이 자리잡고 있다. 月谷 月岩 月山里 등 月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고, 이 고장에서 많은 인물이 배출된 것도 천혜의 환경을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다.
정상 서편 용추골에는 용추폭포가 있고, 정상 남쪽 장성군 죽청리에는 자연휴양림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하산지에는 게르마늄 천으로 유명한 石汀溫泉이 있어 피로회복에 더없이 좋고, 등산로 중 위험한 곳은 없고, 식수는 산에 오르기 전에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갈재를 기점으로 잡을 경우) |
전북 고창의 방장산으로 항로를 전격 수정한다. (고창의 비올 확율 30-30%)
6시 44분, 집을 나서는데 어제만 해도 끈질기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에
는 햇살 마저 보여 지리산행을 포기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 아내 역시 같은
마음인지 무척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
시내에 나가 충무김밥 2인분을 사고 남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섬진강휴게소에
서 김치냄비우동으로 아침을 먹고 조금 달리는데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진다.
순간 '역시 지리산행을 포기한 것이 잘했구나..' 싶다. ^^ 하지만 가면 갈수록
날씨가 좋아지더니 나중에는 햇볕이 쨍쨍 빛난다. 장성~담양간 고속도로를
경유 백양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우측 백양사쪽으로 2분 정도 달리다 보면
사거리가 나타나는데 좌측 9시 방향 정읍으로 가는 길(1번 국도)이 정방향이
다. 사거리에서 약 10분 정도 1번국도를 따라 올라오니 고개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인 장성갈재이다. (들머리) - 백양사
나들목에서 11~12분 거리, 갈재에는 차 한 대가 주차 되어있어 그 옆에 우리
차를 주차하는데 곧이어 웬 승용차 한 대가 뒤따라 주차를 한다. 그런데..
▷ 백양사 나들목에서 바라본 입암산 산줄기 <09:21>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산객이 내리는데 할아버지는 지팡이 대신 스틱을 쥐고 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시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이리로 가면 방장산으로 가는 길 맞느냐?" 며 물어온다.
그래서 우리도 초행이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고 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산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뒤따라 가는 남자 산객 역시 캠코더로 할아버지를 찍으며
주위를 설명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몇 마디 대화가 오가는데
할아버지는 이곳 정읍 분이었고 남자분은 대전에 사시는 분이라 한다.
그래서 "정읍에 사시는 할아버지와 대전에 사시는 분이 어떻게 만났습니까?" 하니
본인은 구한말 '강정산' 이라는 인물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이 할아버지께서 바로 강정산 님의 신앙인(추종자)이라 말한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존함을 여쭈어 보니 함승국(咸昇國) 옹이라 한다.
할아버지께서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92세라고 하여
"이렇게 나이 많은 분이 산 타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하니
얼마전에도 도시락 싸들고 장흥 천관산에 다녀오셨으며 젊었을 적에는
축지법까지 쓰셨다고 40대 산객이 말한다. 또한 나이 71살에 지리산을 타셨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결국 할아버지는 한 15분 오르시더니
쉬어 가야겠다고 하며 주저 앉는다. 아내가 수박화채와 밀감을 권하고
우리 먼저 올라가는데 물 한 병 달랑 들고 과연 방장산까지 가실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산행을 마치고 생각하니 아마도 734(쓰리봉)까지 올라 가시면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쓰리봉까지 올라가는 것도 결코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일행과 헤어진 후 17~18분 산길을 올라가니 폐헬기장이 나타난다.
폐헬기장에는 '큰줄흰나비' 들의 사랑 비행이 한창이다. ^^
큰줄흰나비의 사랑행위는 참으로 특이하다.
암컷이 발랑 들어 누워 꼬리 부분을 새북좆 처럼 추켜 새우면
그 위에 수컷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모르지만) 날아들어 순간적으로 교접을 하는 것 같았다.
큰줄흰나비들의 사랑행위를 보고 있는데 웬 남자 산객 두 분이 뒤따라 올라 온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일행이 벌써 뒤따라 오셨나? 하고 부부가 깜짝 놀랬는데
두 남자 산객이었고 그들은 산딸기를 보더니 산딸기 채취에 열을 올린다.
그들을 뒤로 하고 조금 올라오니 산성 같이 돌을 쌓은 곳이 나타나고
또 조금 걸어가니 산딸나무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곳이 나타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딸나무를 디카에 담는다.
산딸나무를 디카에 담고 조금 올라가니
오디 열매가 달린 오디나무가 보여 아내가 오디를 따 먹는다.
(나도 처음에는 안 먹었으나 오디 맛을 들이니 달작지근한 것이 맛이 참 좋다.)
오디를 따먹은 후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는데 비알이 무척 된비알이고 날씨마저 무더워
폿죽 같은 땀이 줄줄 흐른다. 설상가상 뒤에서 단체 등산객이 우리를 추격하니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덥다.
10시 55분.
고도계가 665m를 가리키는 지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쉬고 있으니
단체 등산객들이 속속 우리를 추월한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으니 진주 자유산악회에서
오셨다고 한다. (50여명) 우리 보고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 통영에서 왔다고 하니
무슨 산악회에서 오셨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두리 부부 산악회에서요.' 하니 킬킬 웃는다.
50여명이나 되는 진주 산님을 다 보내고 가자니 골이 아파 우리도 졸지에 진주 산악회 회원이 되어
끙끙거리며 오르니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타난다. (고흥 유씨 묘 고도 705m지점)
고흥 유씨 묘는 조망이 터지는 곳이지만
시계가 불량하여 어먼 진주 산님들이 모델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곳에 우찌 묘를 썼는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후손들 신체 단련 시키는 데는 그저 그만 일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
고흥 유씨 묘에서 약 4~5분 정도 올라가면 주능선 상 첫 봉우리인 734m봉이 나타난다.
쓰리봉에 오니 좁은 정상에는 진주 산님들로 만원이라
전일상호신용금고에서 세운 스텐 정상석만 찍는다. 정상석에는 (신월리3.2km-장성갈재1.8km)라 적혀 있다.
또 정상석 앞 바위에는 진주 산님 두 분이 무언가를 중얼 거리며 복식 호흡 같은 것을 하고 계셔서
방해할 수도 없어 그냥 진행방향으로 이동한다. (바위 길인데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잠시 후 조망이 터지는 전망바위(고도 700m지점)에서 파노라마사진을 디카에 담는다.
사진에다 대고 클릭한 후 다시 우하단 마크에 클릭하면 보다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11:25>
좌측 진주 산님들이 보이는 쪽이 입암산~백학산~내장산으로 이어지는 山群이고
호남고속국도와 터널이 보인다. 가운데 수도제(저수지)가 보이고 우측으로 보이는 산이 방장산이다.
전망바위에는 염소똥 냄새가 진동한다. 시계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비가 안 오니 그나마 다행이다. ^^
쓰리봉을 지나 675m봉으로 가는 길은 고도를 한껏 낮추었다가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아까 쓰리봉 오름길 만큼 힘들지는 않다. 675m봉은 아무런 표식이 없는 밋밋한 봉우리였고
12시 11분. 날개가 찢어진 왕자팔랑나비가 나무잎에 쉬고 있어 뒤따라 오는 아내를 기다리며 놈을 디카에 담는다.
675m봉을 지나 전망바위에는 멋진 나비가 날아다녀
놈을 담기 위해 잠시 지체하는데 후미로 보이는 진주 산님이 나타나더니
본인들의 날머리인 양고살재까지 도저히 못가겠다며 휴양림쪽 탈출로를 의론하기에
여기서 바라보면 725m봉이 무척 뾰족하고 방장산까지는 제법 멀어 보이지만 그리 멀지 않으니
충분히 가실 수 있다고 내가 말한다. 그런데 얄미운 나비는 앉을 듯 하다가 앉지 않고 훨훨 날아가 버린다. ㅠㅠ
695m봉 부근에서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안부삼거리를 거쳐 725m봉으로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터지는 725m봉에는 꿀풀이 만발하고
꿀풀사이로 벌과 왕팔랑나비가 날아다니고 있다.
잠시 후 붉은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겨맨
60대 후반의 노산객 한 분께서 반대편 방장산쪽에서 푯죽 같은 땀을 흘리며 올라오신다.
이 분께서 깜박 잊었던 파노라마사진을 찍게 만든다. "그 길다랗게 나오는 사진 한 번 찍어보슈." 하는 바람에 ^^
(이분의 얼굴은 맨 마지막 파노라마사진에 나옵니다.)
725m봉에서 바라보면 좌측에 보였던 큰바위의 멋진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725m봉을 바라보니 아까 붉은 수건을 동겨맨 노산객이 아직까지 725m봉에 앉아 계신다.
그분은 고창분이셨는데 쓰리봉이 정상인줄 아셨다고 한다. 뾰족한 쓰리봉(734m)이 펑퍼짐한 방장산(744.1m) 보다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방장산 오름길에서 우연히 딱새를 만나 운좋게 촬영에 성공하고 ^^
먼저 올라간 아내를 따라 올라가니 전일상호신용금고에서 건립한 긴 스텐 정상석이 보이는
방장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역시 돌로 만든 정상석에다가 한자명으로 쓰는 것이 품격이 있는 것 같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까와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가야할 능선이 더 뚜렷이 보일 뿐 뙤약볕이 내리쬐 곧 이동을 한다.
정상을 지나 능선길에는 많은 산객들이 점심을 자시고 계셨고 어느 한 산객이 우리를 보더니
"점심은 먹었습니까?" 하고 물어온다 -- 진주 산님 (그새 안면을 텄다고) ^^
(고도 555m - 좌측은 방장산자연휴양림, 우측은 용수골, 직진이 벽오봉 가는 길) <14:45>
방장산 하산길에서 아내 미꾸라지 한 번 잡고 (14시 00분 고도 680m지점)
내려 가는 길은 슬슬동풍 길인데 이 산에는 야생화 대신 오디나무가 많이 보인다.
뒤따라 내려오던 아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오디를 따먹고 있는 모양이다.
방장산 정상에서 약 30분 정도 내려오니 철탑이 나타나고 5분 후 안부사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이 고창고개 인가? 했지만 아니었고 조금 더 진행하니 좌측 사면길로 등로가 이어지는데
낙엽송 같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보인다. 잠시 후 임도길이 보이는 고개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고창고개다. 많은 산객들이 좌측으로 하산한다. 하지만 우리는 패러글라이딩장으로 직진한다.
패러글라이딩장에 올라 오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아내왈'
"용케도 알고 패러글라이딩장으로 만들었네" 한다. 서쪽 선운산을 바라보니 개스 때문에 뿌옇다.
한 컷 찍으려다 찍어봤자 별 볼일 없을 것 같아 포기한다. (망설이다기 결국 포기함.)
패러글라이딩장에도 한 분이 해골을 눕히고 계신다. (전주 이씨 묘)
사진에다 대고 클릭한 후 다시 우하단 마크에 클릭하면 보다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15:48>
벽오봉에서 아내가 오디를 따고 있는사이
패러글라이딩장으로 단체 등산객들이 우루루 몰려 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오신 단체 산님들과 동행이 된다.
약 50분 정도 내려가니 양고살재가 나타난다.
양고살재에서 택시를 불러 장성갈재로 이동하여
차를 회수하고 가까운 담양으로 이동 저녁을 먹은 후
아름다운 메타세타퀴이아의 길을 경유
신나게 달리는 귀가길 남해안 고속도로에서는
한차례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 진다. ^^ ^^*
<END>
첫댓글 산울림이 다녀온 길이군요. 녹음이 짙게 드리운 풍경이 새롭내요. 근데 방장굴의 오묘한 고드름 구경을 놓치셨네요. 덕분에 '이수영'씨 산행기 가끔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