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출발할 때는 운이 좋은 건지는 몰라도 비를 맞지 안은 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잘 갔다. 충남 홍성으로 가는 도중 비는 차츰 내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버스 앞면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세게 몰아친다. 행담도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비는 소강상태였고 서산을 경유할 때는 다시 비가 약간 뿌렸다. 홍성의 천북굴단지에 도착할 때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일기예보상으로 버스 도착 예상 시간(오전 10시)에 홍성군 서부면의 날씨는 햇살이 약간 비추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오늘은 16Km를 걸어야 하는데 빗님이 서해안보다는 동쪽으로 비껴 가기를 기대해본다.
주변을 살핀다. 야외 무대에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 않다. 당분간은 이곳에서 뭔가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굴단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어가기에는 적당하다. 굴 유래비 앞에서 단체 사진을 남기고 I ♡ You 조형물과 멀리 있는 풍력발전기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63코스 안내판에서 다시 QR 인증을 마치고 출발하려는데 옆에 있는 시설물이 눈길을 잡는다. 영상을 보내는 전광판 같은데' 알고보니혼수상태' 작곡가의 노래비라고 안내되어 있다. 화면은 꺼져 있고 다른 안내 내용이 없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보령시 안내도에는 보령9경 플러스와 보령 9미의 내용만 적혀 있을 뿐이다.
산자락 아래의 건물에는 식당이 있다. 안내도에는 굴단지 대신에 보령시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라고 적혀있다. 거점단지라고 하니 보령시에서 야심차게 육성하려는 의지가 무척이도 커 보인다. 야외무대 좌우로 주차장이 있고 산기슭 좌우에는 10개동의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각 건물 동마다 식당들이 몇 개씩 자리잡고 있다. 주차장 앞에 있는 5동내에 있는 식당의 영업 실적이 가장 뛰어날 것 같다. 아니면 천북굴따라길을 트레킹하고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한다면 10동의 식당이 좀 더 전망이 좋을 것 같은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6동 앞을 지나며 식당 이름을 보니 하니네와 소현네만 사람의 이름을 사용했다. 7동 앞의 축대 아래로 돌아가기 전에 바다를 바라본다. 남당항의 방파제와 접안 시설을 공사중인 크레인도 보인다. 그 우측으로는 지난 코스 때 걸었던 해안과 홍성방조제 그리고 모산도 풍력발전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뿐이랴. 바다로 고개를 돌리면 좌측면에는 바다에 둥실 떠있는 안면도와 지난 코스 때 여유시간에 탐방했던 죽도도 알아본다. 그래도 최근에 한번 걷고 본 곳이니 기억에 남아 있다. 9동 건물 뒤 야산 중턱에 흰색의 건물 벽면에 본정이라 쓴 글씨가 보인다. 굴단지와는 별개로 생각되는데 어딜까.
잠시 후에 해안을 따라가는 길과 굴단지 9동 뒤에 있는 산기슭을 따라가는 길로 나누어 진다. 오늘의 간조시간은 오전 11시 30분으로 되어 있으니 지금도 바닷물은 안면도 방향으로 물러나고 있는 중이다. 해안길 입구에는 펜스가 열려 있지만 두루누비앱은 산기슭을 이용하라고 하니 굴단지 9동 뒤에 있는 산길을 따른다. 이정표는 굴따라길로 표시하고 있고 비탈길에 세워진 안내판은 '음악으로 걸어가는 서해랑길62코스' 라고 써 있다. 천북굴따라길은 해안가의 굴을 따러 다니던 길을 둘레길로 조성했다고 한다. 1구간은 하파동까지 약 2.5Km이고 2구간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는 학성리의 맨삽지까지 약 5.3Km다. 그래서 총 거리는 약 8Km 가 된다. 이 중 서해랑길은 2구간에 있는 사호3리 마을회관 인근까지 함께 하면서 좌측 내륙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래서 경관이 좋은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는 맨삽지는 아쉽게도 못보게 된다.
경사면을 약간 오르면 하트가 있는 전망대를 지나고 야자매트가 깔린 길을 편하게 따르면 좌측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도 전광판이 있다. 위쪽의 길이 가깝고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올라가 본다. 파인트리와 시월애 카페가 있고 반대편에는 굴단지에서 보았던 하얀 건물도 있다. 그것은 본정 가든이라는 식당이다. 마당과 경사지에는 금계국꽃이 바람에 잔물결을 치고 있다. 주차장인 듯 열린 공간에서 보니 남당항에서 부터 홍성방조제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날이 조금만 더 개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카페 길을 이용하지 않고 다시 갈림길로 내려온다. 전광판에서 노래가 나온다.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다. 보령시는 이 굴따라길을 조성하면서 트로트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인데 해안길 입구에 설치되었던 전광판도 이해가 간다. 그 전광판은 작곡가 정의송의 영상노래길이라는 글이 새겨 있다. 전광판에서는 '보령에 가자'와 '서해랑길에서' 라는 노래도 나오는데 모두 보령과 관련있고 작곡 및 작사가는 히트곡 제조기인 정의송이다. 보령시에서 관광 홍보용으로 음원도 발매했고 뮤직비디오도 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별도로 들어보니 배우 문희경이 부른 '서해랑길에서' 라는 노래가 가슴에 폭 안긴다. 아마도 간월도부터 지금까지 천수만 해변을 걸어왔고 오늘 62코스를 걸으며 굴따라길도 걸었기에 가사가 마음을 적시었나 보다.
그 사람이 그리울 땐
가고픈 천수만
추억어린 굴따던 길을
나 오늘 찾아왔네
밤섬에 지는 저 노을에
그리움을 가득 실어
소리쳐 부른다. 그리운 이름을
천수만 서해랑길에서
길을 내려가면 해안가가 나온다. 길가에는 금계국이 활짝 반기고 있고 해변 쪽에는 작은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그냥 지나치는데 해안가에 어떤 물체가 눈길을 잡는다. 기단 위에 용이 앉아 있는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얼굴은 귀엽고 온순하며 뿔은 쫑긋 서 있는 듯 보이는 것이 근엄한 용왕의 느낌은 없고 용궁 갔다 온 토끼가 자라를 보고 놀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근처에 안내문이 없으니 무슨 의미로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서로 비슷하게 보고 느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러니 제방에 활짝판 금계국꽃들이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얇게 자른 암석이 곱게 단정된 길에는 민들레 홀씨를 형상화한 가로등이 서 있고 그곳에도 노래하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소리를 줄여 났는지 들릴 듯 말 듯하다. 뒤를 돌아보니 해안가에는 용 조각상이 서 있고 야산 중턱에는 카페, 펜션 및 흰 호텔뷰 건물까지 빼곡히 모여 있는 것이 펜션단지같이 보인다. 서해랑길을 하루 이상 걷는 사람들이 편하게 묶고 갈만한 곳으로 보이는데 가족 단위로 와서 굴따라길을 걸으며 갯벌체험할 때 쉬고 가도 좋을 듯하다.
해안가를 잠시 걷다 보면 해안 산자락에 만들어진 나무 계단이 나온다. 서해랑길 정규 코스는 이곳으로 가라고 하지만 간조 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시간이 남아 있어서 해안가로 곧장 이어간다. 해안가는 모래 해변이 아니고 암석과 바위조각들이 많은 곳이라서 걷기 불편하지만 명사포님과 무을님도 숲길로 가지 않으므로 함께 해변길을 따른다. 갯벌에는 나무막대기가 무수히 세워져 있다. 바닷물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잠겨 있고 물이 빠져 나간 곳은 막대기가 온전히 드러나 있다. 용도는 무엇일까. 굴 양식용이다. 굴은 잔잔한 수면과 간조대가 있어야 잘 자란다. 그래서 갯벌에 나무를 세워 줄을 가로지르고 조개껍질을 연결한 후 굴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법이다.
해안가의 산자락을 돌아 나간다. 암벽들이 들쑥날쑥하지만 태안 어은돌 해변같은 해식동굴은 없다. 그렇지만 약간 패인 곳을 들어가 해변을 바라보며 벽면이 양옆으로 살짝 보이게 사진을 찍으면 해식동굴같은 모습은 볼 수 있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이런 사진을 남기고 있으니 그들의 경험이 존경스럽다. 날이 흐리지만 미세먼지는 좋은 상황이라서 여전히 남당항부터 펜션단지가 보이는 편이지만 좀 멀어져간다. 해안길은 암석 위에 잔돌들이 널려 있어 걷기에 불편하다. 작은 짐차가 달린 트렉터가 갯벌에 서 있고 몇 사람들이 앉아서 무엇인가를 캐고 있다. 모퉁이를 도니 출렁다리가 보인다.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다가간다. 두 사람은 출렁다리로 올라가지만 그대로 맞은 편 내려 오는 곳으로 간다. 산자락 사이에 갯벌이 드러난 곳에 설치되어 있고 만조시에는 이 다리를 사용하여 야산을 넘어 우회하도록 하고 있다. 서해랑길의 우회용으로만 사용한다면 이 다리가 없어도 제방따라 숲길로 들어가면 문제가 없지만 이는 굴따라길을 좀 더 멋있게 꾸미고 즐길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다리는 현수교 형식을 사용했고 주탑은 굴을 형상화해서 청색과 흰색을 배합하여 은은한 멋을 내고 있다.
산기슭에서 시작한 다리의 끝은 제방과 연결되는데 그곳에는 아담한 2층 펜션이 있다. 차량들은 보이는데 아이들은 안 보인다. 아마도 갯벌에 나가 조개를 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펜션은 나무들이 가리고 있지만 갯벌과 바다가 바로 보이고 죽도가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다.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덮고 있지만 가시거리는 깨끗하다. 서해랑길 이정표와 함께 만조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만조시에는 해안길은 통행이 불가하므로 현 위치에서 사호2리회관을 지나 전망데크B가 있는 하파동까지 마을길을 이용하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아직 간조 시간대도 아니므로 계속 해안길을 따라 가기로 하는데 계속 천북굴따라길과 동행한다. 물가에는 파란 해초가 사각형의 격자 줄에 걸려 있다. 이것이 파래일까? 다른 곳은 나무막대기가 일렬로 꽂혀 있는데 여기만 격자로 되어있고 파래가 걸려 있다. 해안가는 산자락에서 깎여나온 암석과 작은 돌들로 뒤범벅이다. 해안가의 산자락을 돌아가는데 농경지에서 보았던 농로 시멘트길이 나온다. 오호라, 잘 되었다. 걷기에 너무 편한다.
여전히 남당항부터 모산도의 풍력발전기가 보여진다. 길은 남진하더라도 해안가는 서쪽으로 약간 벌어지고 있어서 북쪽이 계속 보이는 것이다. 산자락 끝에 걸려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조금전에 보았던 안내도에 표기된 전망데크A로 생각된다. 그 아래는 움푹 패인 암석들이 있지만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해식동굴답게 보이는 사진을 건질 수 없는 것이다. 전망대도 올라가지 않는다. 그냥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걸로 한다. 시간이 바빠서 그럴까. 갯벌은 다시 산자락 사이로 넓게 형성되어 있고 몇 사람들만 모여 해무질하는 것이 보일 뿐 자갈밭이 멀리 펼쳐진다. 해안가에 이렇게 돌들이 무한히 깔려 있으니 이곳 주민들이 바다에 돌을 던져 굴의 포자가 붙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도 일리가 있다. 전망대에서 해안가로 내려오는 곳에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무단으로 양식장에 출입하여 패류를 채취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늘 보던 그런 문구다.
그 앞에 승용차 두 대가 주차중이다. 해안가 길가에 펜스가 열려 있으니 여기로 들어왔나 보다. 지금 갯벌에서 해무질하는 사람들이 이 차량을 타고 온 듯하다. 마을주민들이 아니니까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패류채취를 허가 해 주었을지 모른다. 천북굴따라 길 안내판을 보면 만조와 물때 시간을 확인하여 통행하기를 권장하고 기상악회 시에는 출입을 금한다고 써 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만조 때나 폭풍이 불 때는 무척이도 위험한 곳으로 생각되는데 현재는 주변을 자세히 둘러 보아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시멘트길은 산자락 아래를 따라 간다. 갯벌은 너무도 한산하다. 모래 해변이 아니라서 사람들의 방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막상 지나가다 보면 모래해변보다는 이런 바위돌 많은 곳이 조개나 소라 그리고 굴들을 채취하는데 재미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체험의 가성비가 높을 듯하다. 시멘트길은 갯벌을 가로질러 맞은편 산자락으로 이어간다. 길은 반듯하게만 나아가지 않는다. 굵은 모래와 자갈이 시멘트길 위 일부 구간을 덮고 있다. 바닷물에 휩쓸려 그리된 듯 하다. 자동차 바퀴 자국이 선명한 것을 보면 제법 쌓여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바닷물에 의해 이 정도로 쌓일까. 파래가 붙어 있어 연녹색으로 보이는 시멘트길도 나오는 길을 걷다보면 우측의 갯벌에는 자갈을 쌓아서 구획 정리한 듯한 직사각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의 개인별 양식장을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확인할 길은 없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나온다. 안내도에 전망데크B로 표시된 곳이다. 이번에는 전망대를 올라간다. 액자모양의 포토존이 있는데 나르샤길이 적혀있다. 여기서 날아 올라 바다 건너 안면도로 간다는 희망이 담긴 것으로 생각해본다. 명사포님, 무을님과 함께 쉼터에 앉아 바다를 보며 막걸리 한잔을 마셔본다. 조금 높다 보니 갯벌이 멀리 잘 보인다. 전망대 앞의 갯벌은 구획 정리가 더욱 뚜렷하다. 자갈이나 작은 돌들을 갯벌에 직선으로 쌓아서 줄을 만들고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 나갔다. 그중 한 구역에 마을 주민 두 명이 쪼그리고 앉아서 갯벌에서 무언가를 채취하고 있다. 우측 한쪽에는 막대기가 수없이 꽂혀 있는 구역이 만들어져 있는데 굴 양식장으로 보인다. 좌측면에는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어린 아이 둘이 부모와 떨어져서 장난치고 있다. 안면도는 바다 건너 편에서 쪽 빠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보이는 바다는 안면도와 보령사이에 들어와 있는 천수만이다.
계단을 내려오니 승용차 3대가 갯벌에 주차 중이다. 제방에서 갯벌로 진입하는 길에는 펜스가 열려 있다. 좌측의 제방으로 가면 하파동이다. 여기서 굴따라길 1코스가 끝나고 공룡화석발자국이 있다는 맨삽지(곰섬)까지 2코스를 이어가는데 서해랑길도 계속 함께 한다. 제방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시멘트길로 이어간다. 빈듯하게 앞에 있는 산자락까지 이어진다. 잠시 후에 뒤를 보면 산기슭에 길이 보인다. 만조 때 우회하는 숲길이다. 여기까지 숲길을 오르락내리락 거리지 않고 시멘트 길이 있는 해안길을 따라 편히 왔다. 제방 위로 파란색 지붕의 집과 서양풍의 집이 보이는데 펜션으로 생각해 본다. 다른 마을 주민들의 집도 있겠지만 제방에서 좀 떨어진 갯벌에서 바라보니 저층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바라보는 멋은 지금이 더 멋있다. 산자락 아래에서 흐럴내린 암석 위로 길은 이어 나간다. 녹색의 해초류는 시멘트 길에 조금씩 자리잡고 따라오고 있다. 갯벌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막대기가 설치되고 그물까지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굴을 양식하는 것인지 아니면 파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른다. 주민 한 분이 그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일 뿐이다. 갯벌 일부는 좀 깨끗한 편이다. 암석이나 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 조그만한 모래알갱이들만 모여 있다.
시멘트길은 산자락 아래에 조성되어서 해안가로 걷는다. 갯벌에는 다시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양식장이 나타난다. 산자락 아래의 암석들에서 깨져 나온 작은 돌들을 차곡차곡 포개 얹어 구획 줄을 만들었다. 산자락 아래 시멘트 길 위에 승용차 2대가 주차 중이다. 어디서 들어 왔는지 궁금한 차에 마침 주인장이 있어서 물으니 사호리 마을 제방쪽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여기는 갯벌 중간이 아니라 산자락 아래에 있어서 마을 주민들 채취 작업에 민폐를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멘트길 위로 해초류가 보이고 물까지 흐르는 곳을 지나는 순간 휘청한다. 너무도 발이 미끄럽다. 조심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스틱이라도 있으면 문제 없겠지만 할 수 없이 보폭을 작게해서 해초류가 없거나 적은 곳을 밟으며 헤쳐 나온다. 무심결에 걷다가 넘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얼어 있는 길 같이 매우 미끄럽다.
산기슭을 정리하고 커다란 돌로 축대를 쌓고 목책을 두른 곳으로 길은 지나간다. 마을 집들이 있어서 정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갯벌은 드넓고 안면도는 바다 건너에 떠 있다. 여기의 갯벌은 구획된 곳이 더 많다. 채취작업하는 곳에는 부근에 트렉터를 세우고 작업하는 주민 곁에는 한발짜리 작은 운반선이 보인다. 작업자가 작업을 마치면 작은 운반선으로 트렉터로 옯겨 싣고 작업자 모두 트렉터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모양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작업하는 주민이 있어서 채취하는 것을 물으니 바지락이라고 한다.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으니 조개류인 것이다. 굴을 채취한다면 바위에서 떼어 내던가 아니면 나무막대기 사이의 줄에서 건져 내어야 한다. 그리고 굴은 보통 봄과 가을에 수확하기 때문에 요즘은 굴 채취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선착장이 나온다. 사호리포구다. 제방에 올라서니 그린수산이라는 양식업 업체가 바로 보인다. 양식장도 있다. 선착장 제방에 소라껍질을 밧줄로 꿰어 쌓아 놓은 것이 상당수 보인다. 얼마전에 어사항 인근에서도 소라껍질을 적재한 것을 보았던 터라 궁금해서 선장으로 보이는 분에게 묻는다. 쭈꾸미 소라 통발이라고 한다. 통발을 바다에 던지면 쭈꾸미가 비어 있는 소라껍데기로 들어와 있을 때 통발을 들어올려 잡는 구조다. 선장이 어려운 얘기도 전한다. 소라 한개를 사려면 몇 천원 주어야 한다.그래서 쇼핑몰을 확인해 보니 실제로 소라 50개에 15만원이다. 개당 3천원 꼴이다. 어쩐일인지 선착장과 인근 갯벌에는 20여 척의 소형 어선들이 묶여 있다. 주말이라 쉬는 중인가. 서해랑길은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꺽어 그린수산 건물을 끼고 내륙으로 들어가 사호3리마을회관을 경유한 후 다시 마을 길을 따라 해변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해안가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마을 주변을 우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만조가 되려면 아직 멀었으므로 가까운 해변길을 두고 굳이 마을을 경유하여 합류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막독팀장이 한국관광공사에 길 오류를 신고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제방을 걸으며 산자락 아래의 나무데크로 가는 중에 앞쪽 멀리 작은 섬이 눈에 띄고 섬 좌우로 희미하게 건물과 굴뚝들이 보인다. 무얼까 생각해 보니 보령화력발전소가 조망된 것이다. 태안발전소에서 보았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다음 61코스에서 발전소 부근을 지날 예정이다. 국가기간시설이라 발전소가 있는 해변쪽으로는 걸을 수 없으니 내륙쪽으로 길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면 굴뚝 정도는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순간 작은 섬 내륙쪽 해변에 뭔가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공룡 조형물이다. 그렇다면 저 작은 섬이 공룡화석발자국이 있다는 맨삽지(곰섬)다. 조금 전 데크 전망대의 안내판에 의하면 머리가 긴 프로박트로사우르스와 목과 꼬리가 긴 루양고사우르스라는 공룡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큰 녀석의 실루엣이 눈에 잡힌 것이다.
개천 위의 작은 다리를 지나고 양식장에서 몇 대의 수차가 포말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굴따라길에서 이용하는 나무데크로 들어선다. 포구답게 제방 위에는 상당량의 원형통발 어구가 적재되어 있다. 산자락 아래를 몇 번 돌아 나가면 나무데크 길은 제방으로 연결되고 다시 넓다란 갯벌이 펼쳐진다. 여기가 내륙으로 우회했던 서해랑길과 다시 조우하는 곳이다. 제방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맨삽지(곰섬)와 보령화력발전소가 여전히 보이고 안면도는 계속 뻗어나가지 못하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다. 서쪽 바깥으로 육지가 꺾어 나갔다면 저쯤이 안면도의 끝인 영목항 부근일지 모른다. 보령화력발전소의 맞은 편에 안목항이 있으니 이 두 지역의 사이에 있는 저 바다가 천수만이 시작되는 곳이다. 실제 지도를 보면 안목항과 보령발전소 사이의 바다에 섬들이 몇 개 있는데 육안으로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 설명이 맞는다에 한 표를 던진다.
제방을 걷는다. 갯벌은 내륙 안쪽으로 약간 들어왔다. 제방 가까이 붙은 어느 집 마당에 나무 한그루가 당당하여 단연 돋보이고 그 아래 화단에도 보랏빛 송엽국이 군락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이름도 예쁘다. 잎은 솔잎을 닮고 꽃은 국화와 비슷하여 송엽국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니 말이다. 길은 제방으로 계속 가지 않고 좌측의 내륙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굴따라길 2구간과 헤어진다. 이정표에 의하면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는 맨삽지까지는 2.8Km 남았다.
시계는 12시 3분을 보여준다. 간조가 끝난지 30분이 지나고 있다. 지금도 해안가까지 바닷물이 다시 올라 오려면 멀었다. 오늘은 운이 따라준다. 이곳까지 해안가를 따라 오면서 바닷물이 밀려오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조망을 즐겼으니 그게 다 함께한 일행분들의 조상 공덕 덕분이다. 마을에 포장된 길을 따라 간다. 하늘은 조금 더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약한 바람이 부는 것이 비가 내릴 전조같다. 비는 맞지말아야 하는데 하면서 누군가에게 빌어본다. 수차 10여개가 작동중인 커다란 양식장을 돌아가면 정류장 앞에 사호3리짓개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짓개마을로 불리는가 보다. 주변의 농경지에는 모내기때 심은 벼 모종이 땅에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줄기가 굵어지면서 잿빛이었던 땅을 연녹색으로 물들어 놓았다. 올 봄에는 비가 자주내려 논에는 물도 가득하다.
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한다. 산비탈에 만든 태양광발전소 앞을 지나는데 좁은 입구에 일단정지 후에 차량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 축산업을 하는 것 같은 데 차단되어서 보이는 것이 없지만 냄새가 좀 고약해진다. 두 개의 야산 사이에는 대부분 논이다.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는 차량들이 가끔 지나간다. 사람은 도로 좌우 끝에서 걷고 운전자의 운전 상식과 실력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기점 저수지를 지날 즈음에 가는 방향의 하늘은 푸른 창공이 일부 보이고 흰구름을 가득 안고 있다. 이것도 운이 좋은 징조인가. 사호축산영농조합법인 입구를 지나간다. 고봉산 아래 중턱에 산을 깍아 축사를 만들었고 산자락에는 더 많은 건물과 시설물이 보인다. 대단히 큰 규모로 생각되고 냄새는 계속 전달된다. 이렇게 이 부근에는 축산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더 있다. 길가 가까운 곳에 축사가 있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어떤 가축을 육성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나 사호법인의 업종은 양돈업이다. 국내 최대의 양돈단지는 충청남도 보령과 홍성에 있으니 이 부근에서 축사가 자주 보이는 것이정상이다.
사호1리 절골마을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사호교를 넘게되고 곧바로 나오는 사호회전교차로에서 좌측의 도로를 따라간다. 햇빛이 차차 강해지고 푸른 하늘은 점점 넓어진다. 이번엔 농업회사법인 앞을 지나간다. 1톤백이 창고앞에 수북히 놓여 있다. 명사포님은 이것이 옥수수 배합사료라고 한다. 업종과 맞아 떨어진다. 햇빛에 의해 뜨거워진 도로를 계속 걷다가 하만4리 정류장 의자에 앉아 세 명이 휴식을 취한다. 멀지 않은 도로상에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후미의 마지막 일행을 중간에 태우기 위해 대기중이다. 무을님이 준 막걸리 한잔을 명사포님과 함께 마시고 금방 출발한다. 버스로 다가간다. 명사포님이 계속 걸어가겠다고 하여 버스를 출발시키고 도로를 버리고 우측의 농로길을 따라 간다. 도로를 따라 500m가면 남당항과 오천항을 지나는 40번 국도가 있다.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주택 앞을 지나는데 화단에 노란 꽃들이 유혹한다. 금계국으로 생각했으나 아니다. 큰달맞이꽃이 화려한 노란꽃을 피우며 마당을 장식했다. 마을 길을 좀 더 올라가니 어느 주택 앞의 논두렁에 군락으로 핀 꽃에 눈이 고정된다. 주황색으로 방긋 웃고 있는 아시아틱 백합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화단도 아닌 논두렁에 심었을까. 주택 마당에 핀 둥그스름한 노란 꽃도 강렬한 인상이 간다. 캘리포니아 양귀비라는 금영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집에서 나오던 어르신이 한 말씀 한다. 조금 전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모두들 이 꽃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누구든 이쁜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가 보다. 수많은 눈꽃송이가 모여 환상적인 꽃 모양을 보여주는 왜당귀는 곁눈질만하고 지나친다. 예전부터 산에서 너무 많이 보았던 꽃이라서 그런 것일 뿐 너를 결코 홀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 줄 것으로 믿는다.
마을 길이 언덕으로 차츰 올라가다 보니 주변은 논보다는 밭이 주로 보인다. 고추 줄기가 지지대를 의지하며 많이 올라 왔고 완두콩도 지지대를 덮을 만큼 자라면서 열매도 덩쿨에 상당수 걸려 있다. 지지대가 없는 듯 보이는 강낭콩에는 보랏빛의 꽃이 잎사귀 사이로 보인다. 6월로 넘어오면서 식물은 재빠르게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뜸금맞게 오리솟대를 세워 놓은 주택도 지나면서 마을길을 이어간다. 언덕에 올라와서 살짝 돌아가면 40번 국도를 만나고 좌측 인근에 하만교차로가 있다. 여기서 서해랑길은 직진하는데 선두대장이 준비해 놓은 방향 표지도 같은 방향으로 표기하고 있다. 명사포님과 협의하여 직진 대신에 우측의 40번 국도로 걷기로 한다. 어차피 보령방조제 부근에서 다시 만나는데 걷는 시간을 조금라도 단축하기로 한다. 정규 코스도 대부분 농경지를 지나가므로 특별히 조망이 뛰어난 곳은 없다. 농경지 대신에 약 2Km정도를 국도로 걷는 것 뿐이다.
도로는 살며시 내려간다.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도이기 때문에 약간씩 오고간다. 도로 끝편의 흰선을 따라 움직인다. 도로 양쪽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무척 큰 밤나무에는 꽃이 아직 남아 있어서 노르스름하게 비쳐진다. 바다가 집안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긴 해가인(海家人) 카페가 나온다. 해가인은 멸치와 강정 등의 가공식품 업체인데 이를 기반으로 카페에서는 커피, 라떼, 스무디 뿐만이 아니라 맥주와 멸치 안주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한국농협김치 충남지사의 공장이 나온다. 농협김치가 궁금해진다. 김치문화 계승을 위해 김치공장을 설립하였고 전국의 있는 8개의 농협이 각자 운영하던 것을 2022년도에 통합하여 한국농협김치라는 법인으로 새출발하였다. 농민에게는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김치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하나로마트에 가면 관심을 갖고 확인해 봐야겠다.
공장 정문 옆 한쪽에 자리잡은 하만3리마을회관을 지나면 길은 가로수가 거의없는 도로를 걷는다. 구름이 점차 물러가고 있어서 햇빛이 따갑지만 묵묵히 빨리 걷는다. 좌측 농경지 뒤로 둑방이 보인다. 그곳이 서해랑길 정규코스에 있는 하만저수지 제방이다. 고막골 정류장을 지난다. 도로 아래에 논이 있는데 여느 논과는 달리 물이 가득 차 있어서 벼줄기가 수면 위로 적게 올라 있다. 두 명의 남자가 플라스틱통을 들고 뭔가를 논에 던지고 있다. 그 폼이 물수제비하고 비슷하다. 그래서 논물에 튀어 나가는 것을 보고 붕어 같은 작은 물고기임을 알게된다. 이런 것이 논 생태 양시장으로 생각한다. 논에 있던 물고기들이 잡초를 제거하거나 해충을 잡아먹으므로 농약이나 비료가 불필요하니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하늘은 뭉게구름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가시거리도 좋은 편이다. 오디열매가 무르익고 있다. 열매가 검게 변해가고 있고 도로변에도 상당수 떨어지고 있다. 천북보령자원을 지나면서 점차 길은 오르막이다. 도로 양쪽은 다시 나무들이 무성하다. 단풍나무가 주로 심어져 있어서 가을에 단풍들면 드라이브하기 좋겠다. 단풍나무의 꽃은 4~5월 중에 개화한다. 지금 녹색의 잎사귀 아래에 달린 부메랑 같은 것은 씨앗이다. 이것은 연녹색에서 시작하여 차츰 붉은색으로 변한다. 길가에 있는 씨앗은 연녹색보다는 붉은 색깔이 좀더 많은 편이다. 도로 언덕을 올라서면 방조제에 갇힌 담수호가 보인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방조제를 만날 것이다. 도로상의 이정표에는 보령충청수영성과 갈매못순교성지가 1.3Km 가면 우회전 한다고 적혀있다. 드디어 종점인 충청수영성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어느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좌측으로 샛길이 나온다. 여기가 서해랑길 정류 코스와 만나느 곳이다. 대형 태양광발전소가 산비탈에 만들어져 있다. DS하만태양광발전소라는 곳이다. 야산에 있던 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조성했다. 잠시 호수를 바라본다. 멀리 하천이 갈라진 곳이 보인다. 그곳에 빙도라는 섬이 있어서 상류지역에서 흘러온 광천천이 여기서 좌우로 나누어지고 있고 인근의 고수부지에는 초지가 뿌리내리면서 초원지대로 변해있다. 빙도 뒤로 정상 부근에 구름이 덮고 있는 산은 오서산이다. 충남 서해안과 가까운 산 중에서는 제일 높은 산답게 어디서든 잘 보인다. 2년전에 다녀 갔을 때도 구름이 가리고 있어서 강이 흐르는 가까운 곳만 보았는데 여기서 바라보니 그때 본 것이 빙도 부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방을 들어가기 전에 도로 끝에는 굴식당 몇 채가 모여 있다. 굴단지에 비하면 규모는 아주 작은 편이다. 거대한 배수갑문 옆에는 홍성호와 마찬가지로 유지관리사무소가 있고 그 맞은 편에 표지석이 있다. 쉼터가 있으나 제초작업을 안해서 잡초들이 너무도 무성하다. 보령호를 온전히 보기 위해 안전 난간까지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아 표지석에만 눈도장 찍는다. 거대한 자연석에 보령호라고 적혀있고 보령방조제 준공 기념비 현판이 기단에 부착되어 있다. 지난 코스 때 지나간 모산도공원에 설치된 것은 홍성보령방조제 준공탑이다. 준공탑이나 기념비가 같은 의미인 것 같은데 명칭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보령방조제를 도로 좌측보다는 우측에서 걷는다. 오천항이 멋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배들이 모여 있는 오천항의 절벽 위 끝에는 정자보다는 큰 건물이 있는데 풍광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방조제를 걷는다. 중간 부근에 선착장과 부교가 있는데 부교에만 작은배가 붙어 있다. 낚시배로 생각되는데 그러면 선착장에는 유람선이 이용하나? 횡단보도가 있어서 호수쪽으로 넘어간다. 보령호가 너무도 잘 보인다. 호수 중앙에 빙도가 있고 좌우의 고수부지는 초원이 펼쳐진다. 제방 위에는 개망초꽃들이 흐르러지게 피어 올라 지난 코스때 보았던 홍성호에서의 노란 금계국꽃들은 어쩐 일인지 거의 안보인다. 금계국꽃이 대부분 진것인가. 제방 끝에 있는 소성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길을 이어간다. 앞산 위에 스카이워크 같은 시설물이 보인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서 용도가 궁금하지만 금방 풀린다. 도로변에 충청수영성 해안경관 전망대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천수만의 낙조, 오천항, 보령방조제 그리고 갈매못성지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안보이는 이유가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해본다.
오천119안전센터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살짝 돌아가면 도로에서 벗어나 좌측의 좁은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른다. 소성2리경로당을 끼고 계속 오르면 금방 충청수영성 발굴안내문을 보게된다. 동쪽에 있던 성문터, 성벽 그리고 성문 방어시설이었던 적대를 발굴조사했다는 내용이다. 성벽을 타고 가면 우측으로 보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조제에 구분된 바다와 보령호 그리고 멀리 오서산이 보인다. 너무도 멋진 풍광이다. 성벽을 더 타고 가면 덩쿨식물이 점령한 석축을 만나는데 이곳이 제일 높은 곳이다. 가는 방향으로 절벽 끝에 영보정이 오천항을 바라보고 있고 방조제사이에는 요트와 작은 선박들이 떠 있다. 오늘은 너무도 복을 받았다. 아침에는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듯 하였지만 경관이 제일 좋은 충청수영성에 와서는 푸른 하늘에 뭉게 구름까지 떠가고 있으니 오천항과 보령호가 너무도 아름답다. 이런 풍광을 보여주려고 오전에는 꼭꼭 숨기고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영보정이 좀 더 크게 보이고 절벽 한켠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이 영보정의 격을 더 높여 주고 있고 바다에는 많은 배들이 떠 있으니 이런 경관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오. 오천항과 보령호 그리고 절벽위의 영보정은 다시 볼 수 없는 자연풍의 그림이다. 이건 꿈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몽유도원도같은 풍광이다. 영보정으로 가면서 오천의 관아였던 곳을 경유하면 도로 건너 영보정을 알현하러 간다. 영보정은 작은 정자가 아니다. 정면 6칸이 있으니 제법 큰 편이다. 보령방조제가 막고 있지만 예전 사람들은 어떤 풍광을 보았을지를 생각하며 방조제를 눈에서 지운다. 그 당시에는 지금같이 폭이 넓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 영보정 앞에는1842년에 그린 충청수영성 일대 그림이 있다. 수영성 관아와 거북선 1척은 보이지만 유람선은 보이지 않고 어선과 민생용 고기잡이 배만 보인다 .영보정 뒤편에서 보령호와 오천항의 잊을 수 없는 경관을 보다가 QR 코드를 인증하기 위해 입구로 간다.
진휼청 옆으로 언덕 위에 영보정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려가면 아치형 문이 기다린다. 수영성의 서문이었던 망화문이다. 돌 계단 옆으로 두 그루의 동백나무가 호위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수영성 안내판은 있는데 서해랑길 코스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둘러본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마침 근처에 있던 선배님이 확인해 준다. 그동안 보았던 안내판하고는 너무도 상이하고 크기도 작은 편이다. 대충보면 지역 관광지를 안내하는듯한 느낌을 주기에 금방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62코스를 QR 인증받고 망화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망화문에는 동백나무 말고도 커다란 팽나무가 문 입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오천항은 1996년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선상낚시하러 왔던 적이 있다. 한여름이라서 그랬는지 우럭을 잡으로 왔지만 백조기만 잡혀서 선상에서 기막힌 우럭 회맛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오천항 포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로 우럭매운탕을 먹었는데 그 맛있는 맛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찍은 유일한 사진 한 장을 지금 다시 본다. 갯벌이 있고 바다 건너 산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천항 포구에서 찍은 것이다. 포구 가까이에 수영성같은 경관좋은 곳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약간 시간을 내어 방문할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아는 만큼 관심이 가고 그 관심만큼 찾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