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바실라] 공연장면
야트막한 동산 같은 거대 고분이 대로변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경주, 경주는 도시 곳곳에서 신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바실라]는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퍼포먼스 공연이다. 2015년 초연한 후 매해 발전, 보완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는 드라마의 디테일을 강조하고 스펙터클한 요소를 보강해 장기 공연을 선보인다.
<정동극장 [바실라] 공연 실황 생중계 안내>
4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공연 전막을 네이버TV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당일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바로 생중계 창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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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라]는 영상과 안무, 조명을 이용한 서사 전개가 밀도가 높고, 스펙터클한 무대 메커니즘이 장점이다. 이러한 넌버벌 퍼포먼스는 [난타]가 대표하듯이 우리 풍물 장단을 바탕으로 단순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쇼 중심의 퍼포먼스를 펼치거나, 드라마가 거의 없이 샌드 페인팅이나 비보이 댄스 등 특정한 퍼포먼스를 활용한 공연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형식을 취하는 이유는 언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노력이었다. [바실라] 역시 단순한 이야기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중심인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이와 다르지 않다. 언어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언어를 몰라도 극을 이해하고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바실라]의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춤이 다채롭고 세밀해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뿐 뮤지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제목인 ‘바실라’는 페르시아의 역사와 신화를 담은 대서사시 「쿠쉬나메」에서 신라를 가리키는 말로 ‘더 좋은 신라’, ‘아름다운 신라’라는 뜻이다. 천오백 년 전 신라와 페르시아가 교류했다는 증거는 천마총 유리잔 같은 페르시아 유물이나, 서역인 모습을 한 유물상 등에서 드러난다. 페르시아의 설화집인 「쿠쉬나메」에도 상당 부분이 신라와 관련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바실라]는 「쿠쉬나메」의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고증하는 한편, 상상력을 가미해 페르시아와 신라 문명의 만남을 화려하고 현대적인 퍼포먼스로 담아낸다.
2016년에는 한-이란 문화교류의 해를 앞두고 사전 문화사절단으로 선정돼 이란에서 공연을 올렸다. 여주인공 프라랑을 비롯 여배우들은 히잡(Hijab)을 써야 했다. 여주인공 이외에 다른 여자 배우의 경우는, 이란 문화의 특성상 남자 배우와 한 무대에 서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란의 공연장은 경주 공연장보다 작아 배 세트가 들어가지 않는 등 [바실라]을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란 공연만의 매력이라면, 도입부에 작품을 설명하는 부분을 이란 전통예술인 나칼리(Naqqali)를 통해 소개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판소리처럼 화자인 나칼이 청중들에게 노래와 동작을 곁들여 이야기를 전달했다. 나칼리을 활용했던 [바실라] 이란 공연은 현지인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나칼리 부분을 2017년 한국 공연에 적용했다. 프롤로그 부분에 작품 전체의 내용을 노래로 소개하는 부분을 추가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쇼, Performing Art [바실라]
정동극장 [바실라] 공연장면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향해 도중 풍랑에 휩쓸려 그가 탄 배가 좌초되고 만다. 그가 정신을 잃고 흘러간 곳은 신라. 신라의 공주 프라랑이 해변가에서 아비틴을 발견하고 구해준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아비틴은 페르시아로 돌아가야 한다. 페르시아에서 왕의 자리에 오른 아비틴은 자하크의 침입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프라랑은 아들 페리둔과 함께 남편의 복수를 위해 페르시아로 건너가 자하크를 물리친다.
사랑과 복수로 이어지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스펙터클하면서도 세밀하다. 아비틴이 폭풍우에 난파되는 장면은 실물 배와 폭풍우와 몰아치는 바다의 영상을 이용해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결국 배는 난파되고 바닷물에 빠진 아비틴이 물 위로 나오는 모습은 무대 가득 채우는 바닷속 영상을 배경으로 와이어 기술을 이용해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했다.
정동극장 [바실라] 공연장면
아비틴과 신라의 공주 프라랑이 알콩달콩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거대한 하얀 천을 활용해 그들의 무르익은 사랑을 로맨틱하게 표현했다. 인물의 성격도 생동감 있게 담아내 극에 몰입을 도왔다. 프라랑 공주는 쾌활하고 말괄량이 소녀에서 자상하면서도 엄한 어머니로, 또 용감한 전사로 변하는 모습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었다. 페리둔 왕자 역시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 소년에서 담대한 왕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비틴은 당당하고 용맹한 전형적인 왕의 모습을 보였다. 대화가 없는 퍼포먼스지만 입체적인 인물 구축으로 극에 좀 더 몰입하게 했다.
[바실라]의 춤은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상징적이면서 현대적으로 풀어가다가도, 극적 상황에 이르면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퍼포먼스가 중심인 [바실라]가 뚜렷한 서사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안무의 도움이 크다. 드라마가 강한 장면에서는 세밀한 안무로 풀어내다가도 전쟁 장면이나 훈련 장면에서는 선 굵은 역동적인 안무로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바실라]는 아기자기한 섬세한 연출과 화려한 조명과 영상, 그리고 서사를 세밀하게 이끌어가면서도 선 굵은 안무로 펼쳐내면서 지금까지 선보인 일반적인 넌버벌 퍼포먼스보다는 치밀한 서사와 스펙터클한 쇼를 보여준다. 이러한 효과는 국악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다채로운 정서를 만들어낸 음악이 있어 가능했다. 사랑 장면에서는 로맨틱하면서 이별의 안타까움을 암시하는 음악을, 전쟁 신에서는 가슴을 뛰게 하는 화려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음악을 통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사물놀이와 사자탈춤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강화한다. 다소 맥락이 약하기는 하지만 흥겨운 우리 장단의 신나는 군무는 한순간 놀이의 장을 만들어준다. 흥겨운 우리 가락에 맞춰 선보이는 상모돌림이나 장구춤은 국내 관객들은 물론 해외 관객들에게 특별한 퍼포먼스가 될 것 같다.
[바실라]에는 국내 최고 스태프가 참여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등 국내 대표 뮤지컬 작가 이희준, 전통연희와 뮤지컬 양식을 결합한 [인당수 사랑가]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가 최성신,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넘나드는 안무를 펼친 김윤수, 창극 [메디아], 뮤지컬 [이순신], [왕세자 실종사건] 등에서 국악을 기본으로 한 무대극 작업에 두각을 보인 황호준 등이 화려한 블록버스터 쇼 퍼포먼스 [바실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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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병성 | 월간 <더 뮤지컬> 편집장
- 열린 귀, 열린 마음, 열린 생각을 추구하지만 잘 안 된다. 머리는 해체주의, 행동은 구조주의자인 모순 덩어리. 뮤지컬 공연장보다 공연 이후 술집에서 더 생기발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