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 김용택

[이혁]

사진은 빛과 어둠으로 만들어진다.

아무리 어둡다 해도 그 속에는 빛이 있고

아무리 밝다 해도 그 속에는 어둠이 있다.

그 누구의 인생이든 삶에는 명암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생도 사진으로 찍힌다.

어느 날 강가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에서 구름 한 장을 건진 그 속에 가족들이 담겨 있다.

가족 사진은 모두 기분 좋은 그 어느 날 한 때이다.

그 순간을 찍어 강물에 띄워 보냈다가 다시 건져 올린다.

그 해 그 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래 맞아. 그때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나에게, 너에게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러면서 사진을 들여다보며 각자 웃고 또 바라보며 같이 웃다가 울며 서로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섬진강 강 건너쪽 마을에

한 줄기 하얀 연기가 오른다.

그 어느 날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 김용택,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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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커가며 점차 떨어져 있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항상 함께 해 온 가족들인지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점차 익숙해지네요. 작년부터 둘째 해원이가 서울로 학교를 진학하면서 이제는 띄엄띄엄 집에 내려오게 되었고, 첫째 해인이도 늘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오느라 밤이나 아침에 잠깐 보는 정도입니다. 컬링대회가 있으면 1~2주 떨어져 있는 것이 이젠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캐나다 대회를 다녀오고는 하루 정도 잠시 집에 머물렀다가 주니어전국컬링대회를 위해 바로 강릉으로 올라갔습니다. 해인이도 내년에 대학교로 진학하면 해원이처럼 또 떨어져 있게 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도 모르게 더 애틋해집니다. 그래도 자기의 길을 나름의 방식으로 잘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할 뿐입니다. 애틋한 마음은 아내가 더 하겠지요. 떨어져 있는 딸들과 더욱 살가운 대화들이 오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자식들이 다 떠나고 나면 마음이 굉장히 허전하다는 주위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도 차차 익숙해지겠지요. 아내는 지난 추석 때 가족사진을 찍자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액자에 담아 식탁이 있는 벽면에 걸어두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멋있고 예쁘게 찍는 방법을 아이들이 코치해주더군요. 이젠 그럴 때가 된 겁니다. 환하게 찍은 가족사진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 느꼈습니다.

  해인이가 강릉으로 올라간 토요일, 저희 부부는 해원이 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사택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할 때 해원이는 기숙사를 쓰고 있었기에 방 하나를 옷이나 기타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창고방으로 사용해왔는데, 가끔씩 집에 오면 해원이가 자기 방은 없다고 아쉬워하더군요. 그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 겨울 방학에 내려오면 지낼 수 있는 방을 만들어주자 마음 먹고 몇 주에 걸쳐 짐을 옮기고 오늘(토요일) 비로소 해원이 방 정리를 마쳤습니다. 해원이에게 정리된 방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답장이 왔습니다.

  “오예~~~~~~~~~”

  해원이 방을 하나 마련해준 것 뿐인데 왜 그리 뿌듯한지요. 좋아할 해원의 얼굴을 떠올리며 또 다시 미소 짓게 됩니다.

김용택 시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시 <가족사진>을 만났습니다. 섬진강 강가에서 어린 자녀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던 어느 날의 흑백사진 한 장.. 가족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요? 아마 기억에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강가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가족들과 함께 무언가를 바라보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참 행복해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살면서 관계 맺고 겪어온 수많은 장면들을 담은 사진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는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어둠도 빛도 들었습니다. 오래된 가족사진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며 고생스럽고 아픈 그 때의 일을 이젠 웃으며 회고할 수 있는 건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가족들이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사진을 보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런 어둠과 빛의 시간을 함께 공유한 결과가 지금의 우리 가족이라 생각하니 더 애틋해질 수밖에요. 사진 속 가족들의 얼굴 하나 하나에는 서로에게 오간 사랑과 애정과 정성이 담겨 있음이 이젠 보입니다. 그냥 그렇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들이 생각난 한 주였습니다. <2023. 10. 21.>

[퍼플피플]

💌 참 단란하고 행복해 보이는 목사님의 가족 사진. "모두 기분 좋은 이 어느 날 한때"가 아주 오래, 영원히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혁]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