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서림
詩는 가시 같은 것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스스로 가시가 되는 사람
목구멍으로 가시를 토해내다 막혀
눈알이 불거지도록
온몸으로 가시가 삐죽삐죽 비집고 나온다
시는 밥통 속에 식은 음식물 같은 것
복통 때문에
게워낸 토사물 같은 것
애써 빙 둘러서 피해 가고픈 것
불편한 진실 같은 것
때론 오물을 씻어내고 삭여주는 비와 바람
때론 가시를 밟고 가게 하는 부드러운 힘
말랑말랑한 말의 혀
순한 피를 가진 것
무수히 찔리며
구멍을 키워온 말
말의 푸른 이파리를 뜯어먹으며
둥근 구멍의 힘으로
가시를 뭉그러뜨리는 사람이 있다
―최서림 시집 『버들치』(문학동네, 2014) 중에서
* 최서림
1956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1993년 『현대시』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구멍』 『물금』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말의 혀』가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처: 시에/시에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양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