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때 왼쪽엔 고물상, 오른쪽엔 최근 개업한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화원과 잡초가 난 공터뿐인 인적 드문 길의 끝에 살고 있었어 어느날 야자 끝나고 혼자 그 길을 걷고 있을 때 뒤에서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거야 내가 걸음이 꽤 느린 편인데도 계속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신경쓰였지만 취해서 빨리 못 걷나보다, 나랑 집 방향이 같은가보다하고 그냥 걷는데 갑자기 뒤로 확 다가와 큰 손으로 입을 막더니 나를 끌고가려고 했어 아무리.. 아무리 힘을 써도 그 팔을 떼어낼 수가 없더라 그 순간 아 오늘 내가 정말 나쁜 일을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필사적으로 매달려 온 힘을 다해 손가락 하나를 겨우 치우고 그 틈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평소라면 아무도 없을 화원에서 야간 작업을 하던 한 남자분이 몽둥이 같은 걸 들고 어떤 새끼야!하면서 달려나오셔서 그 놈이 도망을 갔고 나는 살았다.
2. 직장 생활을 하며 자취를 하던 나는 문 잠그는 걸 자꾸 까먹어서 아침 출근때 열린 문을 열고나가며 당황한 적이 많았어 전세 싼 곳을 찾다보니 요즘은 보기도 힘든 열쇠로 문을 여는 집을 구하게 되었는데 보통은 닫기만 하면 자동으로 잠기는 디지털도어락을 쓰니까 자꾸 잠그는 걸 잊은거지
그날도 문을 잠궜는지 안 잠궜는지 모르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쯤에 이상한 소리에 확 잠을 깨게 되었어. 누군가 우리집 현관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리고 있더라고. 방문은 잠금장치가 고장났기때문에 조심히 핸드폰을 챙겨 화장실 쪽으로 도망가서 신고하려고 했는데 몇번을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리던 그 사람이 내가 깬 걸 눈치챘는지 갑자기 문고리를 막 흔들어가며 열려고 난리를 치더라 첨엔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는데 자다깨서 그런가 확 짜증이 나더라고? 그래서 '야 이 ㅆㅂ. 어떤 새끼야. 죽을래?'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니 도망갔어.
3. 나는 고등학교때 밴드를 했었어 보컬만 남자고 나머지 멤버는 다 여자인 혼성밴드였는데 고3때까지 활동을 하고 내가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가게되어 멤버들과는 멀어지게 되었어
몇년 후, 보컬 친구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가면서 드럼 친구랑 기타 친구한테도 오랜만에 연락을 했거든 드럼치는 친구는 비보에 놀라며 늦게라도 가겠다했는데 기타치는 애는 깔깔거리며 웃더니 "너 걔랑 아직 연락해? ㅋㅋㅋㅋ 둘이 사귀니? ㅋㅋ 근데 왜 죽었대? ㅋㅋㅋㅋㅋㅋ " 그러는데 소름끼쳐서 바로 전화 끊고 차단했어
4. 나는 이십대때 절친이 죽었어
내 절친은 꽤 오랫동안 아팠는데 그 아이가 아픈 동안 그 애를 돕느라 나는 바쁜 와중에도 이 아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어 퇴근 후 학원가는 길에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확인을 하고.. 장례를 위해 그 다음날 연차신청서를 내러 회사에 잠깐 들렀는데 사정 얘기를 했더니 팀장이 이렇게 말하더라 "오 잘됐다. 그럼 시간씨 이제 업무 시간에 전화통화하러 안 나가도 되겠네.ㅋㅋㅋ"
5. 내가 소개시켜줘서 결혼한 부부가 몇 쌍 있어 이건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닌데 그 중 한 커플이 연애할 때 있었던 일이야 대학동기 여자애랑 회사동기 남자애를 소개시켜줬는데 우리 회사가 진짜 야근이 너무 많은 회사였다보니 데이트를 거의 밤늦은 시간에 했어 남친이 퇴근하며 출발한다고 전화를 하고와서 여친 집 앞에서 문을 똑똑 두드리면 여친이 집 밖으로 나와서 짧은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곤 했는데 어느날 남친이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똑똑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처음엔 멈칫하고 조용히 있었대 그런데 또 똑똑.. 잠시 후 또 똑똑.. 하길래 친구가 누구...세요?하고 물으니까 또 똑똑... 친구는 혹시나 남친이 장난치는 건가해서 남친에게 전화를 했는데 여전히 회사에 있더래 친구 이야길 듣더니 자기가 금방 갈테니 문 열지말고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리라고 한거야 그순간 밖에 있던 사람이 막 문을 발로 차면서 "문 열어 문 열어 (+욕) 나는 왜 문 안 열어줘!!!"이러면서 난동을 부림 그래서 얘가 "그만하세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하니까 갑자기 후다닥 발소리가 들리더니 옆집 문이 쾅!하고 닫혔대 친구의 남친이랑 가까이 살던 나랑 경찰까지 다 모여서 옆집 문을 두드렸더니 남자가 처음엔 몇번 발뺌을 하다가 CCTV가 있다는 말에 자백하며 덧붙인 말이 '문을 두드리면 남자한테 문을 열어주길래 자기도 재미로 해봤다'였어 근데 그 남자는 경고만 받고 바로 풀려났고 그 곳에 계속 살기 너무 무서웠던 친구는 다른 집을 구해서 이사갈 때까지 나랑 같이 살았어
내가 왜 사람이 더 소름끼치고 무섭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어? 우리 고나도 항상 사람 조심하고 내 사람들에겐 후회없이 잘 해주자
글 읽어줘서 고마워!
사고편은... 내용이 더 어두워서 쓸까말까 고민되네 일단 써보긴 할건데 안 올릴 수도 있어 혹시 안 올라오면 그냥 이게 끝인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