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설희" 역을 맡은 배우는 김고은이다.
나는 배우들의 이름들을 거의 알지 못하는데 김고은도 역시 모르는 배우였다.
예전에 많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공유"와 함께
출연해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배우라는 것도 영웅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바로 그 김고은이 설희 역을 맡았다.
물론,"설희"라는 캐릭터는 가상인물이기 때문에 픽션이지만 오리지널 뮤지컬에서도 설희는 등장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영화나 뮤지컬은 재미를 더 하기 위해 양념처럼 종종 픽션을 추가하는데
설희도 바로 그런 역할이지만 영웅에서는 꽤 상당한 부분을 설희가 역을 맡아서 영화의 재미를 높혔다.
영웅에서 설희는 조선의 마지막 궁녀 역할로 명성황후와는 마치 엄마와 딸처럼 상당히 친밀하게 보여진다.
영웅을 본 일부 관객들은"명성황후"을 너무 미화시켰다고 실망하는데 물론,명성황후의 과오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은 당시 조선인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지 감히 조선과는 전혀 관계 없는 왜놈들이
경복궁까지 쳐 들어와서 조선의 국모를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한다는 것은 국제법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조선이란 나라를 우습게 알았으면 일개 깡패 집단들이 와서 그런 행패를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서 받지 못 할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은 그것에 대해 지금도 어떤 사과 조차도 없다.
만약,조선이 일본으로 쳐들어가서 일왕의 왕비를 그런식으로 처참하게 살해했다면 과연 일본이 우리처럼
가만 있었겠는가?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영웅을 본다면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명성황후의 과오 보다는
왜놈들의 만행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설희는 그렇게 가까이서 모셨던 명성황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대신 죽음을 각오한 궁녀였다.
그런 설희를 말리는 것도 역시 명성황후다.
영웅에서 명성황후는 무척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픽션이란 사실을 알고 보면 좋겠다.
궁녀로 변신한 명성황후를 찾지 못하자 낭인들이 앞에 있는 궁녀부터 하나씩 살해하자 결국은 궁녀들을 살리기
위해 명성황후가 나서게 되고,명성황후는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살해 당하고 만다.
그것도 모자라 왜놈들은 명성황후의 펄떡이는 심장까지 도려내서 들고 웃고 있는 장면은 마치 살아 있는 악마들을
보는 것 처럼 소름이 끼쳤다.
명성황후의 시신에 기름을 끼 얹어서 불태우는 장면은 비록 영화이지만 그것은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이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주체없이 끓어 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명성황후의 죽음과 불태워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았던 설희는 같이 있는 궁녀들과 함께 울부짖으며 명성황후를
목이 터져라 부르지만 힘 없는 나라의 백성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너져 내린다.
그런 일본에게 복수하고자 설희는 일본까지 가서 독립군의 정보원이 되기 위해 게이사로 신분을 바꾼 후,
이토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이토의 총애를 받는 것에 성공한다.
설희는 어느 날 밤에 이토가 살고 있는 정원에 홀로 나와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장면을 그리며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부르는데 얼마나 애틋하고 절절하게 잘 부르는지 정말 와!~하고 입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립싱크가 아닌 실제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하는 한국의 뮤지컬 영화는 영웅이 최초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김고은이는 뮤지컬배우도 아닌 일반배우에 불과한데 이렇게까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윤제균 감독이 설희역을 맡기기 위해 이쁘고 연기도 잘 하면서 노래까지 잘 부르는 배우를 수소문 한 결과
모두들 김고은이를 추천했다던데 정말로 그녀는 감독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
어쩜 그렇게 듣는이의 가슴을 후벼파게 노래를 애절하게 잘 부르는지 지금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김고은이는 세 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명성황후를 그리며 부르는"당신을 기억합니다" 이토의 야망 앞에서
부르는 "당신을 향한 나의꿈"이토 살해에 실패한 뒤 기차 마지막 칸에 갇혀 있다 자살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 내릴때 부르는 곡"내 마음 왜 이럴까"이렇게 세 곡이나 영웅에서 불렀다.
나중에 이토역을 맡은 김승락이라는 뮤지컬배우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정말로 이토를 보는 것 같은 완벽한 연기와 특히 노래실력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훌륭했다.
일본어를 너무도 유창하게 구사해서 일본배우였나 보았더니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로 현재도 일본에서 뮤지컬배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단다.
그가 이토역을 맡아 파티장에서 많은 군중 앞에 중국까지 일본 영토로 만들겠다는 이토의 야망을 부르고 난 뒤
정지 화면이 되자 파티복을 이쁘게 차려 입은 설희가 답가로 이토를 재로 만들겠다는 "당신을 향한 나의꿈"을 부른다.
노래를 부르며 이토에게 다가가 손으로 한번 휘 젓자 이토는 한 순간에 종이가 타는 것처럼 재가 되는 모습에
전율이 돋을 정도로 통쾌하면서 그의 앞에 닥칠 운명을 예고해 주는듯한 장면이었다.
설희의 마지막 노래는 이토 살해에 실패하고 난 뒤,기차 마지막 칸에 갇혀 있다가 자살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부르는 노래"내 마음 왜 이럴까"이다.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하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부르는 노래지만 다시 태어나도
조선의 딸이 되겠다며 기차에서 강으로 뛰어 내리는 장면은 설희가 너무도 불쌍해서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고은이를 보면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또 다시 느끼게 한다.
이쁘지,연기 잘 하지,노래 또한 가수 뺨치게 잘 부르지,도대체 못하는게 있는지 모를 정도니 말이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때는 딸네미와 함께 감정이 북받혀 눈물 흘리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두번째 보고 나서야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하나하나는 물론,노래를 더 집중해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하겠지만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깊은 감동을 받은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 할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최소 두번은 봐야 더 진가를 알수 있을 것 같다.
영화관에서 10번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동네는 사람들이 적어서 볼 사람은 다 보았는지 몰라도 돌아오는 17일 화요일을 마지막으로
상영관에서 내려진다.
더 오래토록 상영되지 않는게 많이 아쉽지만 그 웅장한 사운드와 배우들의 노래,연기에 매료되어서
17일 마지막으로 3번째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예매했다.
3번을 보아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이고 나중에 유튜브로 구입해서 오랫토록 소장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