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67) - 충실하게 보낸 황금연휴
어느덧 들녘에 황금물결 일렁이고 가로수의 낙엽이 흩날리는 완연한 가을, 10월에 접어들었다. 떨어지는 낙엽은 다가오는 겨울추위를 이겨내고 이어서 찾아오는 새봄에 싹을 틔우려는 자연의 섭리, 우리네 삶도 계절의 흐름 따라 버리거나 내려놓을 것을 제대로 익히는 지혜가 뒤따르면 좋으리라.
10월의 황금들녘
9월 28일부터 엿새에 이르는 추석연휴가 어제(10월 3일)로 마무리되었다. 연휴기간을 아내와 함께 수도권에 머물며 손녀랑 문화탐방, 가까운 친척들과의 정담, 오랜 친우들과의 환담 등으로 알찬 일정을 보냈다. 격무에 파묻힌 둘째 아들네가 연휴를 이용하여 잠시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남은 손녀를 돌보며.
추석 다음날 손녀와 함께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성남에 사는 손녀는 중학교 3학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초행이라서 웅장한 규모의 전시실을 시종 흥미롭게 탐방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역사의 섭렵이 일목요연하고 그리스‧로마문명, 중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한눈에 살피는 시선이 세상을 아우른다. 더불어 추석연휴부터 10월 하순까지 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연시리즈 정보가 유익하고. 때마침 박물관 입구에서 펼쳐지는 강강술래 공연을 참관하기도. 박물관 경내에는 한글박물관도 있다. 그곳에 들러 한글의 창제와 보급에 관한 여러 자료와 전시물을 살펴본 것도 큰 수확, 연휴 첫 나들이가 충실한 문화탐방이어서 보람차다. 추석연휴에 함께 한 손녀의 소회,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하여서 즐거웠습니다. 방학 때 청주에 가고 싶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열린 강강술래 공연 모습
두 번째 일정은 가까운 친척들과의 회동, 10여명의 친척들이 정갈한 음식점에서 한데 모였다, 우리 가문은 할아버지 후손이 200명 훨씬 넘는 대가족, 보름 전에 1박2일의 고향나들이 행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우리 내외와 광주에 사는 사촌 동생 내외가 연휴에 수도권을 찾은 것을 기화로 또래의 사촌이 만남을 주선하였다. 기회 있을 때 화목과 우애를 다지는 것이 가문의 특장, 수십 년 이어온 옛정이 따사로워라. 명절을 맞아 다른 사촌이 보내온 메시지, ‘형님, 추석 잘 보내고 계시지요? 지난번 어머니추모행사(고향나들이) 후 제대로 감사인사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카톡에 올라온 형님의 글을 지인들한테 보내면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집안의 우애가 형님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일정은 오랜 친우들과의 정담, 청소년 때부터의 돈독한 교제가 60년 넘게 이어진 사이다. 부부가 함께 하기는 코로나 이후 처음, 적조했던 안부를 살피며 수십 년 이어온 정분이 도탑다. 고이 기른 자녀들 다 일가를 이루고 어느덧 황혼녘에 이른 삶의 궤적이 신산하여라. 귀한 자리를 마련한 벗에게 감사, 공직생활에 평생을 바친 은퇴 후의 삶에 심신의 강건함이 함께 하기를.
성남의 탄천과 중앙공원의 산책코스가 운치 있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아시안게임의 실황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음도 연휴의 또다른 재미,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단의 열정과 노고에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개선하라.
산책길의 탄천 모습
*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아토초(attosecond) 단위의 빛 펄스를 생성하는 방법을 시연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아토초는 100경분의 1초를 말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 피에르 아고스티니(70)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과학연구소 교수,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내부 전자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 실험으로 인정을 받았다.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움직이거나 에너지 량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하려면 극도로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들이 그 길을 열어보였다는 것이다. 아토초는 너무 짧아서 1초의 백만분의, 백만분의, 백만분의 1을 의미한다. 영겁과 찰나의 오묘한 구조를 일깨는 과학의 세계가 경이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