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이론상 三期作 가능… 인프라 없어 현실성 낮아
⊙ MH에탄올, 초기 투자비용 많이 들어 아직 赤子 못 면해
⊙ (주)에이퍼플, 30만평에 옥수수 키워도 남는 건 3300만원뿐
⊙ 한화, 캄보디아 쌀 수출 부문 1위 업체와 손잡고 유통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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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에탄올의 캄보디아 현지 영농법인 MH아그로가 운영하는 카사바 농장이다. MH아그로는 2013년 종로구 면적의 1.5배 되는 부지에 카사바를 심었다. |
정부가 본격적인 ‘해외농업 개발 지원’을 한 지 5년이 지났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외농업 개발로 2021년까지 국내 곡물 소비량의 35%를 확보한다는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기본계 획>을 수립·추진했다. 연간 국내 곡물 소비량이 2000만t임을 감안하면 700만t을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을 제정해 해외농업자원 개발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해외농업자원’이란, 국외(國外)의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 바이오원료 작물 등을 말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런 목적으로 해외 24개국에 119개 업체가 진출해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농업 개발’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2013년 10월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이완구, 김승남, 홍문표 의원 등은 ▲해외농업 생산성 ▲국내 곡물반입 실적 저조 등을 지적하며 ‘해외농업’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농어촌공사는 “민간기업의 해외농업 개발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2021년까지 해외 곡물 195만t을 확보토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선 이조차도 제대로 실현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2년 기준 해외농업에 따른 곡물 확보량은 21만t이다. 이 중 국내로 반입된 물량은 1만500t으로, 2021년 목표치의 0.5%에 불과하다. 19만여t은 현지에 판매됐다.
2009~2012년에 정부가 농어촌공사를 통해 해외농업 개발 업체에 ‘연리 2%·5년 거치·10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한 자금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그런데도 해외농업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월간조선》은 우리 기업의 농업 진출이 가장 활발한 캄보디아를 찾았다.
캄보디아 농지, 韓國보다 2.5배 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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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알맞은 기후, 풍부한 수자원, 넓은 농지, 저렴한 인건비 등 농업 진출에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가 거의 없는 게 큰 단점이다. |
2013년 11월 30일 오전 2시(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내렸다. 한국에서 챙겨 간 점퍼를 입고 밖으로 나섰다. 온기를 느낀 지 얼마 안 돼 땀이 흘렀다.
캄보디아는 열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아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4월부터 시작한 우기는 11월 초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에는 ‘스콜’이라 불리는 열대성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1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건기는 우리 늦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이 기간 한낮 최고기온은 33℃ 이상이다. 새벽에도 기온은 22~23℃를 보인다. 이런 기후조건에 따라 캄보디아 농촌은 현재 수확이 한창이다.
캄보디아는 전통적인 농업국가다.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 이전에는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이었다. 이후 내전으로 인해 전답, 수리시설 등이 파괴돼 생산량이 급감했다. 1990년대 들어 농업 관련 인프라를 복구해 자급자족(쌀 기준)을 달성했다. 2012년에는 쌀만 700만t을 생산했는데, 이 중 300만t은 초과 물량이다. 2013년 생산 목표치는 800만t이다. 이는 국내 쌀 생산량 420만t(2013년)의 약 2배에 해당한다.
현재 캄보디아는 전체 노동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쌀을 생산한다. 전체 경작지의 80%가 논이다. 캄보디아인들은 1일 섭취 열량의 75%를 쌀로 보충한다.
캄보디아는 여러 면에서 농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캄보디아 국토 면적은 18만1035km²로, 남한의 1.8배 수준이다.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남한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꿔 말하면 남한보다 2배 넓은 땅에서 경인지역 인구가 흩어져 사는 셈이다. 비교적 넓은 국토에 적은 인구가 살고 있으니 유휴 농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 국토에서 경작지는 약 20%를 차지한다. 그 크기는 4만3700km²로, 2012년 기준 국내 전답 면적 1만7300km²의 2.5배다.
입지조건도 좋다. 캄보디아 국토는 대부분 평원이다. 태국과 맞닿은 북서부 일대, 베트남·라오스와 접하는 북동부 일대에서만 산악지형을 볼 수 있다.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밖에 ▲낮은 자연재해 발생 빈도 ▲3기작(三期作)이 가능한 기후 ▲메콩강, 삽 호수 등 풍부한 수자원 ▲저렴한 인건비 등이 캄보디아 농업의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총 30개 업체가 캄보디아에 진출해 농업개발을 하고 있다. 해외농업개발협회 신고 업체는 13개인데, 이들은 수도 프놈펜과 수출항 시아누크빌의 중간 지대에서 주로 ▲옥수수 ▲콩 ▲카사바 등을 재배한다.
곡물 생산성(쌀 기준)은 韓國의 절반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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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바 뿌리는 전분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각종 식품과 사료, 공업용 접착제,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쓰인다. |
12월 2일 국내 기업의 캄보디아 투자 진출을 지원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프놈펜무역관을 방문했다. 전미호 관장은 캄보디아 농업 경쟁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캄보디아는 전 세계에서 미국 미시시피 다음으로 평원 지대가 넓은 곳입니다. 넓은 평야, 열대 몬순 기후, 풍부한 수자원, 저렴한 인건비와 농지 임대료 등은 캄보디아 농업의 강점입니다.”
—열악한 인프라 등 단점도 있지 않습니까.
“예, 인프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전체 농지 중 관개시설이 갖춰진 곳은 12%에 불과합니다. 자체적으로 수로를 만들어야 해요.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농장에 자가 발전기를 가동해야 합니다. 저장·가공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고, 도로가 안 좋으니까 물류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렇다면 생산성이 꽤 낮을 텐데요.
“벼를 기준으로 국제 평균 생산량은 4.3t/ha이고, 한국은 7.5t/ha입니다. 기후조건이 비슷한 태국·베트남은 5t/ha인데, 캄보디아는 3t/ha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이유는 뭘까요.
“일단 넓은 농지를 싸게 구할 수 있으니까 ‘생산’ 부분만 보고 들어온 측면이 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농업은 ▲생산 ▲저장 ▲가공 ▲유통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부가가치가 창출됩니다. 이런 ‘체인’이 구축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업 전망을 낙관할 만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진출한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 이곳의 농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도 해외자본의 농업투자에 대한 세금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도로·전기·관개시설 등 부족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외국의 공적개발원조(ODA)도 계속되고 있고요.”
MH, 부지 2420만평 확보… 카사바 경작지는 1120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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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바이오에너지 공장은 부지 10만㎡에 ▲연간 처리 규모가 6만5000kL인 에탄올 생산 설비 ▲자체 전력 공급이 가능한 대용량 발전기 등을 갖추고 있다. |
다음 날 기자는 프놈펜 남서부 깜퐁스푸주(州)에 있는 MH아그로 농장을 찾았다. 이곳은 MH에탄올(구 무학주정)이 캄보디아에 설립한 영농법인이다. MH아그로는 MH에탄올이 1999년 CJ가 전분 원료인 카사바를 재배할 목적으로 70년간 임차한 3000ha(908만평) 규모의 농장에서 시작됐다.
CJ는 2001년 캄보디아에 카사바를 경작하는 CJ캄보디아를 설립했다. 하지만 운영 미숙으로 설립 7년 만인 2008년 정리 수순을 밟았고, CJ캄보디아의 자본금인 520억 대부분을 손해 봤다. 임차한 땅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MH아그로에 따르면 당시 카사바 생산량은 캄보디아 평균 18t/ha의 절반도 안 되는 7t/ha이다. CJ가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임차한 농지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MH에탄올은 CJ 농장에 공동투자자로 참여했다가, 2008년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MH아그로를 설립했다. 부지도 추가 확보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카사바 재배에 들어갔다.
MH아그로의 확보 부지 면적은 8000ha(2420만평), 현재 개간이 완료된 농지는 6720ha다. MH아그로는 올해 종로구(23.9km²)의 1.5배에 달하는 3700ha(37km²) 부지에 카사바를 심었다.
남미(南美)가 원산지인 카사바는 주로 열대지방에서 재배된다. 물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남미와 아프리카에선 주요 식량자원으로 꼽히는 작물이다.
카사바는 생장속도가 빨라 보통 1년에 1.5~3m까지 자라는데, 정작 필요한 부분은 덩이뿌리다. 고구마처럼 생긴 카사바 뿌리는 지름이 20cm 안팎이고, 길이는 30~50cm다. 바깥 껍질은 갈색 빛이 돌지만, 속살은 희뿌연 색이다. 뿌리 부분은 약 20%의 녹말을 포함하고 있어 아프리카 지역에선 이를 감자처럼 쪄서 식량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카사바 뿌리에서 채취한 전분질을 타피오카(tapioca)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전분을 함유한 각종 식품, 사료 등에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 있는 버블티에 들어간 까맣고 탱탱한 경단도 타피오카로 만든 것이다.
이 밖에 타피오카는 공업용 전분, 접착제, 약품, 바이오에탄올 등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MH아그로가 생산한 카사바 뿌리는 얇게 썰어 건조한 카사바 칩 형태로 같은 계열의 MH바이오에너지 공장으로 넘어가 전량 에탄올 원료로 이용된다. 공장에선 ▲가수분해 ▲증류 ▲탈수 등의 과정을 거쳐 카사바 칩에서 에탄올을 추출한다.
카사바 심을 때는 인부 2000명 동원해야
프놈펜에서 농장까지의 거리는 약 90km로 짧은 편이었지만, 실제 이동시간은 만만치 않았다. 도로가 왕복 2차선이라 차량 최고 속도는 30km/h에 그쳤다. 오전 9시에 출발해 12시15분쯤 농장 본부에 도착했다. 점심때라서 그런지 인적은 없었다. 낡은 건물 몇 동과 흙먼지가 기자 일행을 맞았다. ‘이런 곳에서 농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황량했다. 첫인상은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폐허가 된 마을과 비슷했다.
그러나 MH아그로 이동준 부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며 본 농장의 풍경은 황갈색 먼지가 일던 본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1분쯤 달렸을 때 짙푸른 카사바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 부장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곳에서 카사바가 자라고 있다”며 “차량을 이용해도 농장 전체를 돌아보려면 평균 8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넓은 농장에 카사바를 심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인력’ 덕분이었다. 다음은 이 부장의 설명이다.
“30~40cm 길이로 자른 카사바 줄기를 일일이 심어야 하는데, 이건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식재기나 수확기 같은 농번기엔 일용직 인부들이 많이 필요하죠. 그럴 때는 보통 2000명 정도가 필요해요. 새벽마다 각 마을에 덤프트럭을 보내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관리하는 게 큰 일이죠.”
—그렇게 많은 인력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차츰 이 지역에서도 프놈펜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인구는 줄고 있지만, 아직 인력 충원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인부 모집도 직접 하지 않고, 한국으로 말하면 ‘십장(什長)’들이 동네를 돌며 사람들을 모아 오니까, 우리는 경작계획에 따른 인력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인들의 노동생산성은 어떻습니까.
“더운 날씨 탓도 있고, 아무래도 한국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인건비가 저렴한 만큼 생산성도 낮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MH아그로 농장의 생산성은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밀림이었던 지역을 밭으로 일군 것이어서 지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밝혔듯 카사바는 토질과 기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력소모가 다른 작물에 비해 빠르다는 단점이 있다. 뿌리 부분이 다량의 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력을 보충해 주는 시비법이 중요하다.
MH아그로는 자체 생산한 퇴비와 비료 효과가 탁월한 주정막을 이용했다. 캄보디아에선 비료가 거의 없어, 시비란 개념 자체가 희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외부 조달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잡초 생장을 막고, 적정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로 농지 표면을 덮는 작업도 진행했는데, 이는 현지에서 잘 쓰지 않는 방법이다. 이 부장에 따르면 비닐도 제조기계를 사서 자체 조달했다. 캄보디아의 뜨거운 기후에 적합한 비닐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 따라 카사바 생산량은 2012년 20t/ha을 기록, 처음으로 캄보디아 평균치인 18t/ha을 넘겼다. 올해 목표는 1ha당 25t, 총 9만2500t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밖에 MH아그로는 현재 녹두를 600ha 규모 부지에 시험재배하고 있다. 이 부장은 “향후 농장 규모를 늘려 가면서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사바는 전분질 많아 식량자원으로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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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퍼플의 현지 영농법인 J&J Bora는 2013년 11월 말 기준 600ha의 밀림을 개간해 옥수수, 열대 과일 등을 심었다. |
다음 날 MH바이오에너지를 찾았다. 이곳은 프놈펜 시내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공단에 있다. MH바이오에너지는 농장에서 생산한 카사바 칩으로 에탄올을 생산한다. 부지 10만m²에 ▲연간 6만5000kL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자체 전력공급이 가능한 대용량 발전기 등이 있었는데, 생산현장의 소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MH바이오에너지와 MH아그로를 총괄하는 최현호 법인장에게 조용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1년에 한 달 정도 시설정비를 하는데, 지금이 그 기간이라 공장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답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문답이다.
—에탄올 원료로 카사바를 선택한 이유는 뭡니까.
“가장 대표적인 에탄올 원료가 옥수수인데, 이건 재배가 까다롭거든요. 가격이 높아 에탄올 제조원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전분을 함유한 작물이라면 다 원료로 쓸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수율이 높은 게 카사바입니다.”
—경험이 전무한 ‘농업’ 분야로 사업확장을 한 배경은요.
“원래 우리는 ‘식품’ 기업입니다. 농업과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죠. 국내에선 가장 내리막길을 걷는 산업이 ‘농업’이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유망한 분야입니다. 그런 점에 착안해서 농업으로 확장을 시도한 겁니다. 또 발상을 전환해 바이오에너지 시장에 뛰어든 것이고요.”
—지금 MH아그로에서 생산하는 카사바는 식용이 아닌 공업용이죠.
“예, 일부 생근(生根)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에탄올로 가공하고 있습니다.”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과 ‘식량자원 확보’는 거리가 먼 것 아닙니까.
“앞서 말했지만, 카사바는 전분질이 풍부한 작물입니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선 주요 식량 중 하나입니다. 아직 국내 식량의 해외수급에 큰 차질이 없기 때문에 굳이 카사바를 식용으로 쓸 필요는 없지만, 비상상황이 닥쳤을 때는 유용한 식량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료용으로는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패는 재무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데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그간 토지개간, 장비구입 등에 들어간 비용이 많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진 못했습니다.”
—그간의 해외영농 경험에 따라 향후 사업전망을 평가한다면요.
“카사바 재배는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생산량도 캄보디아 평균치를 넘어섰고요. 여기서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콩, 옥수수, 고구마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농업 활성화를 위해 뒷받침됐으면 하는 게 있습니까.
“▲생산 ▲가공 ▲유통을 개별 업체가 모두 감당하는 건 역부족이죠. ‘식량자원 확보’라는 해외농업 개발 취지에 부합하려면 유통·가공 전문 기업이 진출해야 합니다. 그러면 농장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산출량을 확대해 나가는 게 수월해지겠죠.”
J&J, 지역공헌활동으로 현지인들 反感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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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콤바인이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J&J는 옥수수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 1년 만에 생산성을 66% 증대시켰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CJ와 같은 대기업조차 고전하다 철수할 정도로 캄보디아 농업은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또 다른 대기업 대우인터내셔널이 3년 동안 준비했던 캄보디아 농장개발 사업에서 손을 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년부터 연간 14만t의 쌀과 콩을 생산하는 2만6000ha 규모의 농장개발을 추진했지만,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접게 됐다.
그런데 “‘명품 농장’을 만들겠다”며 캄보디아에 진출한 중소기업이 있다. 2009년 캄보디아 농업진출 목적에서 설립된 (주)에이퍼플은 현지 영농법인 ‘제이앤제이 보라(J&J Bora)’를 통해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12월 4일, 깜퐁스푸주에 위치한 J&J 농장을 찾았다. 이곳은 MH아그로 농장보다 접근성이 더 떨어졌다. 프놈펜 시내에서 2시간30분 동안 포장도로, 50분간은 비포장도로를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오지(奧地)’에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라, 농장 본부에선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J&J 농장에는 ▲사무실 ▲재래식·현대식 건조장 등으로 구성된 본부를 중심으로 목조주택 40여 채가 모여 있어 일종의 ‘마을 공동체’란 인상을 받았다.
(주)에이퍼플은 소수의 투자자가 ‘명품 농장 조성’에 의기투합해 만든 해외농업 투자업체다. 그러나 임원진은 농사 경험이 전혀 없다. 현지에서 J&J를 운영하는 정승배 법인장도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반도체 연구만 한 사람이다. 이에 따라 (주)에이퍼플은 진출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한국에서 농장을 방문한 박정삼 부사장은 “해외농업 하면 끝이 안 보이는 지평선을 생각하고 왔는데, 현실은 수풀이 우거진 밀림이라 이걸 밭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이곳은 전문가들도 고개를 내젓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J&J 농장부지를 본 토양 전문가들은 “토양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화강·편마암 지대이지만, 개간해서 농지로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J&J는 2010년 당초 계획대로 이 지역에 농장부지를 확보하고 개간작업을 시작했다.
박 부사장은 “자금이 풍부했다면 이미 조성된 농장을 인수해 진출했겠지만,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밀림을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단신으로 캄보디아로 간 정 법인장은 농장부지에 천막 하나를 쳐 놓고, 인부들의 개간작업을 지휘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현지 주민들은 “우리 땅을 빼앗으려고 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정 법인장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무장 군인 2명을 고용해 보초를 세울 정도였다. 캄보디아에선 현역 군인도 ‘돈’만 주면 데려다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J&J가 주변 초등학교에 ▲노트북 20대 기증 ▲운영비 지원 ▲전기공급 등 공헌활동을 하고, 농장 옆 11ha(3만3000평) 부지에 농업기술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반감은 많이 해소됐다.
1년 만에 옥수수 생산성 66% 증대
농지개간은 처음에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이후 차츰 장비를 늘려 가면서 개간속도가 빨라졌다. 이와 함께 옥수수 재배면적도 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지력이었다. 막 개간한 땅이라 생산성이 낮았던 것이다. 진출 초기 옥수수 생산량은 캄보디아 평균 3.5t을 밑돌았다. 정 법인장은 “한국에서 1년6개월 정도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현지 실태나 적용 가능 기술이 국내에서 배운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J&J가 확보한 부지는 서울 동대문구(14.2km²)보다 넓은 1700ha(17km²), 실제 경작면적은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ha다.
정승배 법인장에 따르면 J&J는 2011~2013년에 매년 2회씩 총 6회에 걸쳐 옥수수를 심었다. 면적은 2012년 기준 300ha였지만, 올해 상·하반기에는 각각 180ha, 100ha로 줄였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수익 대비 비용 측면에서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가 옥수수를 기르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고 장비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기계로 하는 건 다 ‘돈’이잖아요. 우리 입장에선 땅을 마련하고, 개간하는 데 대부분의 투자금을 썼으니까 ‘옥수수 농사’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거죠.”
—장비 비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까.
“장비가 많이 필요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죠. 농사에 경험이 많았다면 처음부터 예산을 효율적으로 썼겠죠. 막상 농사를 해 보니 땅값, 장비값, 운영비 등이 비슷한 규모로 들어갔어요.”
J&J는 그동안 강원도 옥수수연구소, 서울대 농대와 함께 품종개량 시험포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시비법, 제초제 효과 등을 공부하며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 2012년까지 3t/ha이었던 옥수수 생산량이 올해는 5t/ha이 됐다. 1년 만에 생산성이 66%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옥수수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이유는 ‘국제시세 하락’ 때문이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1t당 170달러다. 이는 전년 대비 40% 폭락한 것이다. J&J 옥수수는 유전자재조합(GMO) 품종이 아닌 ‘Non—GMO’라서 200달러/t를 받는다.
따라서 J&J의 경우, 1ha당 1000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같은 면적에 투입되는 생산원가가 700달러여서 실제 이윤은 300달러에 불과하다. 2013년 하반기에 J&J가 100ha에 옥수수를 길러 번 돈이 3만 달러, 한화로 3300만원이란 얘기다. J&J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윤이 많이 남는 망고,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
金漢秀 駐 캄보디아 대사 “해외농업 진출은 철저하게 ‘사업성’으로 판단해야”
| 김한수 주 캄보디아 대사. | 김한수 대사는 1976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30여 년간 통상 분야를 전담했다. 농업과 관련해선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국 국장, FTA 추진단장을 맡았을 당시 국내 농업 현실과 경쟁력, 외국 농업 실태 등에 대해 견문을 넓혔었다. 그는 국내 기업의 해외농업 개발과 관련해 “기업들이 철저하게 사업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나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들의 캄보디아 농업 진출에 대해 평가한다면요. “농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면만 보고 뛰어든 측면이 강합니다. 우리는 땅에 한이 맺혀서 넓은 땅만 있으면 농사가 되는 줄 알거든요. 지자체들도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 무분별하게 진출하고 ‘식량기지 개발’이라고 선전들을 했었죠. 그렇게 무리한 투자를 해서 나중에는 재무관리가 안 돼 잘못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게 우리와 일본이 다른 점인데, 일본은 유통망 구축을 중시합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농업생산 증대를 장려하는데, 산업경쟁력이 있습니까.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제일 경쟁력 있는 품목이 쌀인데, 이것도 품종개량이 잘 안 되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니까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저장·건조 시설이 없어서 수확하자마자 벼 상태로 밀수출하니까 제값을 못 받죠. 그래서 캄보디아 정부는 관련 분야에 외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기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조한 해외농업 실적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현재 상태에선 캄보디아도 마찬가지인데요. “사람들은 ‘식량기지 구축’이라고 하니까 나가서 재배하면 바로 들여올 수 있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쌀의 경우엔 쿼터가 있기 때문에 우리 업체가 해외에 나가서 생산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수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농산물도 여러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농업에 진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농업 진출을 결정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까. “기업들이 철저하게 사업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진출해야죠. 그리고 현지에서 경쟁력을 키워 자체 생존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채산성이 없는 사업에 ‘식량기지 구축’이란 명분으로 자금을 계속 지원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
“해외농업 실적 저조한 건 맞지만, 비판은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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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퍼플이 기증한 노트북을 사용하는 농장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 에이퍼플(J&J)은 ▲노트북 기증 ▲유치원 설립 ▲농업기술학교 설립(추진 중) 등 다양한 지역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
정부의 해외농업 개발 지원은 곡물자원 확보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농어촌공사의 저리 융자금을 받고 외국에 진출한 업체들이 사업성만을 좇는 것은 지원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법인장에게 물었다.
—곡물을 생산해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수익만을 생각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작물로 종목을 바꾸는 것에 대해 국회 등에선 “정부 지원금으로 기업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돈을 집어넣으면 바로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농사는 올해 투자해서 내년부터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닙니다. 진짜 농토를 만드는 데는 보통 5년 이상 걸립니다. 우리를 비롯한 해외농업 진출 업체들의 짧은 경작기간을 감안하면 그런 비판은 이른 감이 있습니다.”
—국내 연간 곡물 수입량 1800만t 중 옥수수는 800만t일 정도로 수요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왜 국내 반입을 못하는 겁니까.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생산량을 늘려야 합니다. 컨테이너 운반은 물류비가 비싸 채산성이 낮기 때문에 벌크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벌크선 운반에 필요한 최소 물량이 2만t이에요. 2013년 생산성을 기준으로 하면 4000ha에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재 상태에선 경작면적 확대에 따른 ▲개간비용 ▲장비 구입비 ▲운영비 등의 비용증가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농어촌공사에서 해외농업 진출 업체에 대해 저리 융자를 해 주지 않습니까.
“그건 국내 자산만을 담보로 설정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엔 해당 사항이 거의 없습니다. 진출 당시 농어촌공사에서 3억원을 빌리긴 했는데, 3년 연속 적자가 나니까 상환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있으니까 적자를 내는 건 당연한 건데, 국내에선 현지 사정을 모르니까 갚으라고 하는 거죠. 그거 정말 어렵게 마련해서 갚았습니다.”
—앞으로 농기계, 건물 등 해외 자산도 담보로 설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 같던데요.
“대출을 받아 재배면적을 늘려도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이 높고, 검역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 반입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놔두고 ‘왜 국내 반입을 하지 않느냐’고 업체들만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현재 옥수수는 할당관세(원활한 수급을 위해 특정 품목의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 적용을 받으면 세율이 0%다. 해외진출 농업의 경우 농어촌공사 산하 해외농업개발협회가 업체를 추천해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이에 대해 박정삼 부사장은 “국내 소비처를 찾아서 할당관세 신청을 하고, 검역기준에 맞춰 수출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생산량을 늘려도 미국이나 브라질 등에서 대단위로 들어오는 곡물보다 운송비가 비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면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성으로만 보면 국내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캄보디아산(産) 곡물을 수입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주)에이퍼플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다음은 박정삼 부사장의 말이다.
“‘식량자원 확보’와 ‘사업성 제고’를 충족하려면 ‘정부 수매’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아니라도 대형 유통사가 들어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물량을 거둬 수출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사정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농어촌공사가 필리핀에 만드는 농공복합단지(MIC·Multi Industry Cluster) 같은 프로젝트가 해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MIC는 대규모 농장 ▲건조 시설 ▲관개 시설 ▲육종 시설 ▲식품가공 시설 등을 한곳에 모은 복합산단이다. 농어촌공사는 2009년 5월 ‘한국-필리핀 정상회담’ 이후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MI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우인터내셔널, 한진, 포천버섯개발 등 8개 업체가 참여한다.
한화, 캄보디아 쌀 유통시장 진출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월간조선》이 방문한 두 업체 모두 ‘유통사 진출’과 ‘농공산단 조성’을 해외농업 개발 활성화의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 진출 업체를 지원하는 주(駐) 캄보디아 대사관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주)한화가 캄보디아 업체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 쌀 유통 시장에 진출해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는 2012년 10월 식량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수차례에 걸쳐 현지실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캄보디아에선 ‘쌀’이 아니면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독자적으로 진출했을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암루라이스(Amru Rice)에 합작법인을 제안하고 6개월간 설득했다. 암루사(社)는 연 매출 2400만 달러를 올리는 캄보디아 쌀 수출 부문 1위 업체다.
한화 측에 따르면 이 같은 제안에 암루사 사장은 낯선 외국업체에 그간 쌓은 노하우, 시장점유율을 뺏기는 건 아닌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한화 본사를 방문하고선 “한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합작법인 ‘암루-한화’가 설립됐다. 다음은 최민기 ‘암루-한화’ 법인장과의 문답이다.
—합작법인 형태가 아니면 캄보디아에서 사업하기 어렵습니까.
“이곳의 농업 관련 사업자들은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 대다수가 영어를 모르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10~20년 거래하던 업체가 있는데,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이랑 하려고 하질 않죠.”
—그동안 느낀 합작법인의 이점이 있다면요.
“독자 진출했다면 2년 동안 일해도 쌓지 못할 경험을 4개월 만에 습득했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수출업무에 체계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문서가 필요한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등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인력관리 측면에서도 단기간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캄보디아 쌀, ‘세계 쌀 대회’에서 2년 연속 1등 수상
—현재 사업 분야는 쌀 유통에 국한된 겁니까.
“정확히 얘기하면 쌀 수출입니다.”
—1위 업체 매출이 2400만 달러라면, 전체 쌀 수출 시장 규모도 그리 큰 것 같진 않은데요.
“‘대기업이 더 큰 사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우리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이나 브라질같이 이미 갖춰진 곳은 파고들어갈 틈새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시장 규모는 비록 작지만, 성장은 매우 빠릅니다. 2012년 쌀 수출량은 20만t인데, 2013년 11월 말에는 31만t이 됐습니다.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거죠.”
—품질 면에서 캄보디아 쌀이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까.
“그건 우리가 먹는 단립종이 아니라서 그런 거지, 전체적으로 품질은 좋습니다. 특히 향미(재스민 쌀)는 쌀 수출국 40여 개 나라가 참가한 ‘세계 쌀 대회’에서 최근 2년간 1등을 수상할 정도로 평이 좋습니다.”
—다른 농산물 유통에 진출할 계획은 없습니까.
“식품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라면 단기간에 농작물 재배부터 가공, 유통 등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전체로 확장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한화는 아직 법인을 설립한 지 4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쌀 수출 사업을 안착시킨 다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일본의 미쓰비시나 마루베니도 유통부터 재배까지 내려가는 데 수십 년이 걸렸잖아요.”
현지 진출 업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영농업체와 유통업체가 상생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 전미호 관장은 “개별 기업이 가치사슬 전체를 구축하기보다는, 다른 기업과 큰 그림을 그리면서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아쇠, 핵심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는 업체와 공공기관이 함께 진출해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현재 코트라는 유관기관과 함께 관련 플랫폼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쌀을 대상으로 ▲생산 ▲수집·건조·저장·가공 ▲유통·수출 분야에 코트라를 비롯한 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공공기관과 관련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공동진출 계획’이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