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fm-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아침공감 - 자연달력 제철밥상/장영란]
가지·오이·풋고추 주렁주렁 하니 따서 한 바구니
가지 쪄서 쭉쭉 찢은 뒤, 잣을 갈아 넣어 가지냉국
오이 채 썰고 식초 물에 된장 풀어 된장냉국.
장맛비에 어쩌다 열린 귀한 애호박, 그대로 살짝 쪄서 먹고,
새우젓에 마늘 다져 넣고 지져 먹고,
납작납작 썰어 부쳐서 양념장에 졸여 먹고
넉넉한 호박 곁순 질러 호박잎쌈, 호박꽃과 순 된장국
박잎 따다가 밀가루 옷 입혀 박잎 적
장마에도 잘 자라는 근대로 된장국.
감자, 양파와 마늘 당근은 음식마다 듬뿍 넣어 먹고
논우렁이 잡아다 해금시켜 우렁이 볶음
김매다가 쇠비름, 참비름 모아 나물해 먹고,
장맛비 오면 지글지글 부추전이 생각난다.
들깨 윗순 지른 뒤 들깻잎 따로 모아 양념장에 재워놓기만 해도
밥 한 그릇 뚝딱.
봄에 심은 양배추 속이 차니 양배추 실컷 먹고
콩 윗순 지르고 순으로는 콩순 물김치.
자두가 한창이니 자두 따 먹고 벌레 먹은 자두로는 잼 만들고
방울토마토 하나 둘 익어가니 들며 나며 따 먹고
참외가 한창이고 수박도 익어간다.
산길에는 곰딸기가 익어가고
매실 장아찌 갈아 넣어 매실 고추장 담글까?
그리고 가끔씩 고요히
홍화꽃 따서 차로 우려내 마시자.
*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