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급소와 해우소
경봉 스님은 극락선원 조실로 있으면서 많은 일들을 이루어 놓았다. 그중에 하나는 절간 풍습을 바꾼 것이었다.
오늘날 절에 가면 변소에 해우소(解憂所)라는 글씨를 써 놓은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 해우소라는 말을 절간에 등장시킨 사람이 바로 경봉 스님이다.
육이오 전쟁이 끝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경봉 스님은 나무토막에 붓으로 글씨를 써서 시자에게 내밀었다.
“스님,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놈아 변소도 모르느냐? 하나는 소변보는데, 또 이것은 큰일 보는데 갖다 걸어라.”
경봉 스님이 내민 팻말에는 휴급소(休急所)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중에 휴급소는 소변보는 곳에, 해우소는 큰일 보는 데 내 걸라는 소리였다.
시자는 그것을 스님 말대로 갖다 걸었다. 극락선원을 찾는 신자와 수좌들은 그것을 볼 때마다 모두 한소리씩 했다.
“어, 해우소. 참 좋은 이름이네. 몸속에 들어 있는 큰 걱정 떨어버리는 곳이 이곳임에는 틀림없지.”
“휴급소. 급한 것을 쉬어가라. 하기야 오줌 마려울 때는 급하지.”
사람들 마다 한마디씩 평을 하고 가자 어느 날 경봉 스님이 그것을 내건 참뜻을 법문으로 했다. 스님의 법문은 재미있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었다.
“우리 극락선원 정랑에 갔다가 사람들이 휴급소, 해우소라는 팻말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려.
그리고 저마다 한소리를 해.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이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들은 화급한 일은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은 바쁘다고 그래.
내가 소변보는 곳에 휴급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뭐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해. 근심 걱정이 생겨.
그것을 그곳에다 다 버리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다급한 마음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 닦는 거야.”
경봉 스님이 만든 이 휴급소와 해우소는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중에 휴급소는 차츰 잊혀 졌지만 해우소는 절간은 물론 민간에게까지 퍼져서 어떤 식당에서는 그대로 써 붙이는 곳도 생겼다.
생활 하나 하나에서 불교의 세계를 알게 하려는 경봉의 지혜가 속가까지 싹이 튼 것이다.
★ 해우소에서 만남 큰스님 경봉편 41쪽에서 ★ 박 희 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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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우소는 많이 들었는데 휴급소 이야기는 처음 들었네. 경봉 스님 창작이라는 것도 처음 들었고,,,,경봉스님 글씨가 유명해서 나도 옛날에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휴급소와 해우소를 논하는것을 보니 희석이가 완전히 마음을 비웠는가 보다. 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