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된 EBS TV 다큐멘터리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은 아이의 기질과 성향 속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효율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으로 좋은 성격이라고 불리는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기보다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맞춤 교육법’은 엄마들이 메모해두어야 할 정보.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은 어떨까? 그리고 어떤 재능이 있는 걸까?
chapter 1 좋은 성격, 나쁜 성격?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의 기준은 무엇일까? 예컨대 유치원생을 바라볼 때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잘 웃고, 얌전한 아이가 긍정적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고쳐야 할 ‘나쁜’ 성격으로 분류돼 꾸중을 듣게 된다. 과연 올바른 기준일까?
미국의 헌터스쿨 킴 자일 교장은 이런 기준은 아이의 장점을 파괴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헌터스쿨은 주의력결핍장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로 오랜 교육 결과, 산만한 행동 속에서 오히려 다중집중력(multi-focus)을 발견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져 일 처리도 완벽하고 빨라진다는 것. 사회 부적응적 행동으로 비춰지며 나쁜 성격으로 보일 수 있는 아이들의 몇몇 기질과 행동특성, 그 이면에 또 다른 능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chapter 2 인류의 시초, 농사꾼 vs 사냥꾼 기질
그렇다면 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쁜 성격이라고 평가되는 산만함, 수줍음, 낮은 활동성이 나타나는 걸까? 본래 인류는 사냥꾼 기질과 농사꾼 기질의 사람이 공존했는데, 점차 농경사회가 정착되면서 농사꾼 기질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냥을 하고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냥꾼들의 행동이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쁜 행동’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기질과 성격이 좋고 나쁘다는 기준은 인류 시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의 숨은 능력을 찾아주는 것이 훌륭한 교육법인 것이다.
Tip 외향형 아이 vs 내향형 아이의 재능
발표하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외향형 아이는 삶의 에너지를 바깥에서 얻고,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내향형 아이는 내부에서 얻는다. 외향형은 글로 쓰는 것보다는 말로 하는 게 편하고, 내향형은 말보다는 문자를 보내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외향형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풀지만, 내향형은 혼자서 목욕을 하거나 잠을 자면서 다독인다. 외향형 아이는 말과 대화에 능한 반면, 내향형 아이는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에 소질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chapter 3 아이의 기질과 성향 파악하기
아이의 숨은 재능과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성향과 기질을 갖고 있는 아이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천재소년이라 불리는 영재아동들을 봐도 성격발달과정에서 발견된 과흥분성과 산만함이 오히려 재능이 되어 초등학생임에도 석사학위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부모들은 아이의 기이한 행동을 나쁘다고 규정하지 않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시하면서 영재성을 키워줬다. 그러므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어떤 재능을 키워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면 믿을 수 있는 검사 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심되는 아이의 행동, 과연 재능일까?
검사 리스트
case 1 전반적으로 산만한 아이
□수업 시간에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쉴 새 없이 떠든다.
□선생님이나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빈번히 친구의 공부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매번 놀이나 공부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포기한다.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감정 변화가 급격하다.
주의집중검사 아이의 주의력 정도를 알아보는 검사로 산만성, 주의력 지속 시간, 충동성 여부를 체크한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서 과잉행동증후군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case 2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분리불안 증세가 있다.
□늘 긴장하고 사소한 걱정이 많다.
□특정 상황이나 장소 등을 무서워한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
□또래와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없다.
□동기 유발이 되지 않고 무기력해 보인다.
심리행동발달검사 전반적인 인지 능력, 정서 상태, 성격 특성, 학습, 언어, 주의력 등 개별적인 문제 영역을 탐색해 평가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적합하고 효율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림검사카드를 보면서 답을 말하게 하는 그림투사검사로 이루어진다.
case 3 또래보다 늦되어 보이는 아이
□말이나 행동이 또래에 비해 느리다.
□자기감정에 대한 표현력이 부족하다.
□남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이다.
□공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공부하는 양에 비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매사에 똑 떨어지게 행동하지 못한다.
기초학습기능검사 학습을 위한 기초적인 기능인 언어 활용, 읽기, 수리 계산, 쓰기, 사고 능력 등 일반적인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능력을 검사한다. 인지기능검사, 지각·시각 검사, 언어발달검사, 학습 방법진단검사 등을 함께 시행한다.
chapter 4 아이와 부모의 성격 궁합 맞추기
학교는 다양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의 선생님도 존재한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의 수업태도. 서울 오창초등학교에서 실험해본 결과, 활동 범위가 큰 수업 방식을 선호하는 외향형 교사와 외향형 학생의 수업은 높은 학습 효과를 얻었지만, 반면 조용하고 정돈된 수업 방식을 선호하는 내향형 학생은 수업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강의하듯 수업을 진행하는 내향형 교사와 내향형 아이들은 잘 맞는다. 이렇듯 성격 형성 과정 및 교육 과정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사람과 아이의 성향이 부딪치게 되면 오히려 재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 아이에게 가장 큰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부모의 성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와 내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MBTI(성격유형검사)다. 각 성격 유형에 대입해보면서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면 관계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원인 및 서로의 장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chapter 5 아이와 감정 공유하기- ▲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 교수
“성격 형성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감정 공유입니다. 양분이 풍부한 땅에서 식물이 더 잘 자라듯,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들의 재능과 장점은 배가 되기 때문이죠.”
Q1 아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아이가 스스로 표현하지 않으면 성격이나 기질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전문 테스트를 자주 받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부모와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아이는 자기감정에 무뎌질 뿐만 아니라 남의 기분과 처지를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해요. 오랫동안 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통제 불가능한 ‘공격성’으로 표출되기 마련이죠.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아이 스스로 복잡한 자기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어요. 아이의 기본 기질과 성향 속에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방법은 간단해요. 자주 대화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시간이 없다면 아이와 교환 일기를 쓰거나 자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주는 식이죠.
Q2 부모와 아이의 성향이 다를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 부모 자식 관계라고 하지만 기질과 성향이 전혀 반대일 수도 있어요. 그럴 때 부모의 조정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마찰이 가장 심한 판단형과 인식형을 예로 들어볼게요. 판단형은 예정된 계획 안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를 좋아하고 인식형은 시간이 닥쳤을 때 순발력을 발휘해 최선을 다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판단형 부모라면 아이가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해나가는 것을 도와 안정감을 주지만, 자율성을 중시하는 인식형 아이라면 마찰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무질서, 소란스러움 등으로부터 평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식형 부모는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허용하고 지지해주어 여유 있는 성품을 길러줄 수 있지만 자칫 우유부단한 부모로 인식될 수도 있어요. 아이의 자율성은 인정해주되, 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분명히 그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Q3 말도 늘고 자기주장을 시작하는 아이, 하지만 짜증이 늘고 화를 자주 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성격 형성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기분과 행동을 야기할 것인지를 스스로 이야기하게 하세요. 화를 자주 내거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자기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시간을 주고 그에 대한 묘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가 슬플 땐 슬프다, 아플 땐 아프다, 속상할 땐 속상하다고 감정을 말로 표출하게 하는 것이에요. 자기 상태가 어떤지조차 모르는 나이에는 표현하면서 ‘분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