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車首)를 북북동으로 돌려라! 계룡산산행
(충남 공주시, 논산시,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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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행이사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는데 하동 성제峰산행을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날씨는 화창하고 햇빛은 너무 좋았다.
이런 날 산행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여서 내일아침에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천자문(千字文)에는 봄(春)자가 없다고 한다.
天, 地, 玄, 黃- 1,000字나 되는 글자 중에 왜 새뜻하고 아련한
춘(春)이 없을까?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만 있는 “이 빠진 천자문”처럼 그렇다.
봄은 보이지 않는다.
은근슬쩍 두루뭉술하고 뭉근한 바람이 “봄”하고 가만히 읊조리면
위 아랫입술이 오므려지며 새어나오는 “풋 소리”다.
사방으로 넘실넘실 벙벙한 연못이나,
새벽녘 한결 순해진 방안 웃풍처럼.
봄은 보이지 않게 우리 곁에 은근슬쩍 와 있는지도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멀쩡한데,
TV기상뉴스에서는
“제주와 해안지역부터 시작 된 비가 점차 내륙으로 확대되어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며 일부 남해안지방에서는 천둥, 번개, 돌풍이 부는 곳도
있겠다.”는 기상발표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광주역으로 갔다.
비는 오지 않아도 하늘은 구름이 끼여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산행버스가 도착했는데 역시나 회원들이 많이 불참했다.
송 국장이 돌풍이야기를 꺼내고, 산행이사는 비가 많이 온다는 지리산
자락인 하동을 피해 비가 늦게 내린다는 계룡산으로 산행地 변경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오늘 날씨는 얼마짜리일까?
날씨에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규모는 연 80조원에 이른다 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본떠 한 달 뒤 날씨를 예상하는
파생상품을 도입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다면 변덕심한 봄날에 웃고 우는 투자자들이 생겨나는 것도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요즘 꽃샘추위에 편의점의 어묵과 찐빵매출이 크게 늘었다한다.
철 지났다고 여겼던 두꺼운 스타킹도 반짝 호황을 누렸다니
예전 같으면 주문을 끊거나 창고 한쪽으로 치워두었을 것들이다.
날씨정보를 활용한 구매시스템 덕분에 당당하게 자기자리를 지킨
것이다.
오늘은 29명의 회원만 산행에 참여했다.
참여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대전 계룡산으로 향했다.
몸을 움츠리게 했던 추위가 누그러졌지만 아침기온은 다음 주까지
영하권을 기웃거릴 것으로 전망된다니 봄나들이에 앞서 옷깃 단단히
여미는 것 잊어버리면 안 되겠지요!
어린 새싹들도 목도리 해줘야겠네요.
지난주에는 김영순여성회원이 15만원을,
오늘은 김정래여성회원이 20만원의 발전기금을 내주었다.
계룡산(鷄龍山)은
차령산맥의 연봉으로서 충남 공주시, 논산시,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845m이고 주봉은 천황峰이다.
주봉인 천황峰을 비롯해 연천봉, 삼불峰, 관음봉, 형제봉 등 20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으며,
전체 능선의 모양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계룡산이라고 한다. 신라 5악(五嶽)의 하나로 백제 때 이미 계룡 또는
계람山, 옹산, 중악 등의 이름으로 바다 건너 당나라까지 알려졌으며,
풍수지리상으로도 한국의 4대 명산으로 꼽혀
조선시대에는 이 산 기슭에 새로이 도읍지를 건설하려 했을 정도였다.
정감록(鄭鑑錄)에는,
이곳을 십승지지(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 했으며,
이러한 도참사상으로 인해 한때 신흥종교 및 유사종교가 성행했으나
종교 정화운동으로 1984년 이후 모두 정리되었다.
각 봉우리 사이에는 7개의 계곡과 3개의 폭포가 있어 운치를 더해주며,
자연경관이 빼어나 1968년 12월 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계룡팔경은 대표적인 관광명소인데,
제1경 천황봉의 일출, 제2경 삼불봉의 설화(雪花),
제3경 연천봉의 낙조(落照), 제4경 관음봉의 한운(閑雲),
제5경 동학寺 계곡의 숲, 제6경 갑사계곡의 단풍,
제7경 은선폭포, 제8경 오누이탑의 명월(明月)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기상관측수준도 상당한 정확도를 나타내고 있다.
비를 피해 북북동으로 달려가는데 뒤 쫒아오던 비가 앞장을 서려고
차창을 건드린다.
광주로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니 비가 오고 있단다.
송원 장 관식詩人이 금광산악회를 칭송하는 자작시 “금광에서 살리라”
을 낭송해주었다.
산이여, 내 몸을 불태워 어둠을 밝혀주고
아침햇살처럼 밝고 명랑한 꿈에 궁전에서
무아지경에 바람소리는 그리움 젖어들고
금광은 자연과 입맞춤하며 영혼을 깨우네. (1, 2연, 8행 생략)
동학사주차장에 도착하고 산행을 시작할 때 가지는 하늘은 흐렸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가는데 문수암, 관음庵, 길상庵, 미타庵 등
암자들이 많이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산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동학사매표소에서 회원들의 입장료를 계산하고 나니 모두가 앞장 서
가버리고 회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가다보니 산행2팀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동학사(東鶴寺)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에 있는 절로 724년(신라, 성덕왕 23년)
상원조사가 조그만 암자를 지어 수도하였으며 그가 입적한 후
그해 상원조사의 제자인 회의화상이 쌍 탑을 건립하였다고 전해지며
도량을 짓고 이름을 청량寺라 하였다.
고려시대인 920년 도선국사가 사찰을 중창하고 국사가 원당을 건립하여
국운융창을 기원하였다고 하여 태조의 원당이라고 불렀다.
937년(고려, 태조20년) 신라가 망하자 대승관(大承官) 유차달이 이 절에
와서 신라 시조(始祖)와 충신 박제상의 초혼제(招魂祭)를 지낼 때,
동계사東鷄祠)를 건축하니 참선승려들이 운집하여 사찰이 커지게 되었고
후에 동학사로 고쳤다고 한다. 현재는 비구니 사찰로 계룡산국립공원구역이다.
계룡山산행은 금광에서, 그리고 우정산악회로 한 번씩 다녀본 곳으로
오늘은 세 번째 산행이 된다.
산행1팀은 매표소에서 세진정 -동학사 -은선 폭포 -관음봉삼거리
-관음봉 -묘지 -삼불峰 -삼불峰삼거리 -남매 탑 -세진정 -매표소
-주차장으로 하산을 했다한다.
산행1팀의 행방을 놓쳐버린 산행2팀 9명은 산행1팀의 역코스방향인
삼불峰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 후 상원 암이 있는 남매 탑에 도착했다.
계룡산 연천봉 중턱에 두 개의 탑이 있는데 이를 남매 탑이라고 한다.
옛날 이 곳에 한 스님이 기도하던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한 밤중에 범이 찾아와 으르렁거렸다.
스님이 자세히 보니 범의 목에 비녀가 걸려 있어 목구멍에 손을 넣어
걸려 있는 비녀를 빼주었다.
그러자 범은 이내 사라졌고 그 이튿날 범이 다시 나타나 스님을 등에
태우고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곳에는 기절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스님은 여자를 암자로 데리고 와 치료를 해주었고 깨어난 여인이
스님과의 인연이 부처님이 만들어준 인연인 것 같다고 스님과 함께
불도를 닦겠다고 결심하였다.
결국 두 사람은 오누이의 연을 맺고 일생을 더불어 이 암자에서
수행하였는데 뒷날 사람들은 이 두 오누이의 인연을 기려 탑을 세우고
탑의 이름을 남매 탑, 또는 오누이 탑이라고 불렀다한다.
남매 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삼불峰을 오르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며 눈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변에 잔설이 많이 남아 있고 길은 꽁꽁 얼어있었다.
능선을 지날 때는 세찬바람이 불어 장갑 낀 손이 시렸다.
싸락눈이 비가 되고, 다시 싸락눈이 되고, 비는 반복하고 있다.
삼불峰을지나 점심을 먹었는데 관음봉으로 가는 일주코스를 포기하고
원점 회기하기로 했다.
삼불峰은
높이가 775m이며 계룡산의 연봉 중 하나로 남쪽의 천황峰(845.1m),
쌀개峰(828m)으로부터 시작되는 계룡산 주능선에 해당하는데
동학사나 천황峰에서 올려다보면 세 개의 봉우리로 된 산의 형상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하여 삼불峰이라 불린다.
삼불峰의 동쪽에는 신선봉, 장군봉이 있으며 서쪽에는 갑사가 자리
잡고 있다.
남쪽으로는 능선이 이어지며 남동쪽에는 동학사가 있고 북쪽으로는
수정봉을 지나 금강에 이른다.
비는 오후 내내 내리고 있다.
주차장부근 전주 집에 들려 파전에 막걸리를 한 잔씩 했다.
오늘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문 순례 양동매씨가 단 호박팥죽을
하산주로 보내줘 추위에 떨던 회원들의 체온을 업(up)시켜주었다.
우천관계상 갑작스런 산행地 변경으로 당황하기도 했지만 악천후
속에 안전사고 없이 산행을 마쳐준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2012년 3월 16일)
첫댓글 천사
천사 Y 2012.03.19 14:20 수정 | 답글 | 삭제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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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같은 산행기가 흥미롭군요, 오랬만에 들렸습니다.
정말, 오래만이군요. 자주 들려주세요.
예고된 산행지변경은 가능한 하지않는게 좋지만, 회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하동 성제봉 산행이 갑자기 대전 계룡산으로 바뀐 점 이해와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