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 엄세원
달 속에 집을 짓고 싶다
서울에서 올려다본 달은 항상 같다
이사에 이사를 하면서 속으로 읊조렸던 말들
코발트블루 실크로 미장한 집
빛이 몰려드는 집
미소가 마주 배치되는 집
그 상상의 방에 창문을 들인다
달 속의 집 그 안의 달 속의 집
내가 집을 품고 아이가 나를 품고 집이 우주를 품고
꿈이 질량을 방출할 때
그 에너지로 방, 방, 방, 방들이 태어난다
이사를 간다는 건
문채가 뒤따라 오는 것이니
그동안 얼마의 주소가 달 속에 있을까
왕십리, 청량리, 제기동, 용두동, 답십리 회전하면서
중력을 얻는다
달 속의 방들은 저들끼리 묻는다
체리 두 알이 그려진 식탁보 위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
오렌지빛 조명
기명절지처럼 내게 걸린다
보름달을 얽동여 덧싣는
이사 전날 밤이다
출처 : 문학인신문(http://www.munhak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