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 12,800원
꼬불꼬불 시나브로 들어가는 강원도 고갯길 여행
고갯길 위에 문명의 속도를 내려놓으면 새로운 추억이 동행한다!
소설가 임동헌이 전하는 강원도 여행기. 유독 고갯길이 많은 강원도의 고개들 중 특별히 행정구역이 갈라지는 지역, 예컨대 정선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고개, 횡성에서 홍천으로 이어지는 고개 등 30곳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내륙과 바다 혹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고갯길, 사북 탄광 지대 등 산업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지역의 고갯길을 둘러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을 어루만진다.
이 책은 '느림의 여행'을 강조한다. 문명의 속도를 내려놓고 느리게 가면 많은 것을 그것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속도전이 만연한 시대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산소 같은 여행을 제안한다. 구비구비 강원도 고갯길 속으로 떠나는 느림의 여행.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이 동행한다.
저자 : 임동헌
소설가이다. 1957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강원도 철원에서 성장했으며 강원대학교 낙농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묘약을 지으며'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후 소설집 『편지를 읽는 시간』, 『별』, 장편소설 『민통선 사람들』, 『섬강에 그대가 있다』, 『숨쉬는 사랑』, 『앨범』, 『기억의 집』, 산문집 『가족 식사』, 『여행의 재발견』, 『디카 씨 디카 See』, 동화 『우리 아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행기 『길에서 시와 소설을 만나다』, 『한국의 길, 가슴을 흔들다』 등을 냈다. 내외경제신문, 세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으며 「출판저널」 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저자의 말 _ 여행은 충전이다
첫 번째 고개 _ 백운산 화절령 운탄길 - 정선군에서 영월군으로
석회기 시대 웅변하는 아날로그 길의 황홀경
두 번째 고개 _ 동강 줄기 문희마을과 칠족령 - 영월군에서 평창군으로
산과 강이 만나는 곳에 사람이 산다
세 번째 고개 _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방태산 아침가리 - 인제군에서 홍천군으로
뒤로 가는 시계, 혹은 느림의 향기가 주는 평화
네 번째 고개 _ 가리산 늘목고개와 품걸리마을 - 홍천군에서 춘천시로
거기, 산빛 물빛 닮은 사람들이 사는 곳
다섯 번째 고개 _ 영월 노루목과 베틀재 - 경북·충북·강원도의 접경지
소백산과 태백산의 양백지간, 김삿갓의 눈물을 만나는 길
여섯 번째 고개 _ 건의령 - 태백시에서 삼척시로
백두대간 줄기에서 고려시대의 바람소리를 듣다
일곱 번째 고개 _ 수피령 - 철원군에서 화천군으로
얼룩무늬 길 위에 뚝뚝뚝, 청춘남녀의 눈물
여덟 번째 고개 _ 도경고개 - 삼척시에서 동해시로
칙칙폭폭, 고개 너머에서 해오름이 기다린다
아홉 번째 고개 _ 선자령과 대관령 - 평창군에서 강릉시로
‘해피 700’에서 해발 0으로 다가가는 내리막의 진경
열 번째 고개 _ 진부령과 소똥령 - 인제군에서 고성군으로
지남과 머뭄의 길, 삶을 잇고 이념을 잇는다
열한 번째 고개 _ 창남이 고개 - 충청북도·경기도·강원도 접경 지역
‘우리가 남이냐?’ 3도(三道)를 허무는 3수(三水)의 힘
열두 번째 고개 _ 해산령 - 화천군에서 양구군으로
아흔아홉 굽이, 규격화를 넘어 예술가를 만나는 길
열세 번째 고개 _ 곧은치 - 원주시에서 횡성군으로
‘인생은 요철’ 귀띔하는 치악의 가파름과 완만함
열네 번째 고개 _ 구룡령과 달하치 - 홍천군에서 양양군으로
고개 너머, 세상에서 가장 작고 큰 마을의 향기
열다섯 번째 고개 _ 미시령 옛길과 장사고개 - 고성군에서 속초시로
가장 높거나 가장 낮은, 현재진행형 슬픔의 길
열여섯 번째 고개 _ 화방치 - 횡성군에서 홍천군으로
권력의 길을 지나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배움터에 서서
열일곱 번째 고개 _ 봉산재 - 평창군에서 정선군으로
길을 잃고 길의 소중함 깨닫는 원시림에서의 좌충우돌
열여덟 번째 고개 _ 두문동재와 금대봉 - 정선군에서 태백시로
두문불출한 사람들의 삶을 지켜본 고개, 그 위 천상의 화원
열아홉 번째 고개 _ 광치령 - 양양군에서 인제군으로
지상에 사람의 발길, 하늘 아래 용의 발길
스무 번째 고개 _ 백봉령과 너그니재 - 동해시에서 정선군으로
이쪽과 저쪽의 고개, 떠나간 사람들의 운명을 기억하다
스물한 번째 고개 _ 석개재와 덕풍계곡 - 강원 삼척시와 경북 봉화군의 경계
가을볕도 비켜 앉아 쉬고 가는 비경(秘境)의 길과 소(沼)
스물두 번째 고개 _ 추곡령 - 춘천시에서 화천군으로
가깝고도 먼, 그러나 같은 삶을 빚는 산의 외경(畏敬)
스물세 번째 고개 _ 피덕령 - 평창군에서 강릉시로
고랭지, 혹은 우공(牛公)의 까미노를 역설하는 삶터와 쉼터
스물네 번째 고개 _ 만항재 -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의 경계
석탄을 버리고 생명을 키우는 태백의 정기
스물다섯 번째 고개 _ 도마치 - 경기 가평군과 강원 화천군 경계
이쪽과 저쪽, 늦가을 바람에 묻어오는 역사의 향기
스물여섯 번째 고개 _ 태기산 양구두미재 - 횡성군에서 평창군으로
늦가을 고갯마루에서 듣는 화두, ‘작은 것도 힘이 세다’
스물일곱 번째 고개 _ 넛재 - 강원 태백시와 경북 봉화군 경계
몇 가지 추억, 사람 냄새 나는 거리에서의 시간들
스물여덟 번째 고개 _ 운두령 - 홍천군에서 평창군으로
생명을 실어 나르는 구름의 길, 인간의 길
스물아홉 번째 고개 _ 진고개와 전후치 - 평창군에서 강릉시로
행복지수 높이는 느림, 고갯길의 힘
서른 번째 고개 _ 한계령 - 양양군에서 인제군으로
상처를 위무하는 길 - 역사를 낳고, 노래를 낳고……
화절령 운탄길에는 이제 석탄차가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선의 꽃씨가 화절령을 넘어 영월로 오고, 영월의 풀씨가 정선으로 간다. 휘어지고 휘어진 길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화절령 운탄길은 생명과 생명을 잇는 길, 겸손을 배우는 길이다. 또한 디지털의 잭팟과 아날로그의 잭팟이 공존하는 길이다. --- '백운산 화절령 운탄길' 중에서
고갯길의 매력은 ‘의외의 방향성’에 있다. 표지판의 화살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고갯길은 새로운 풍경, 새로운 감각의 무대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춘천시와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56번 국도(일명 잼버리 길)의 가락재가 그렇다. 표지판의 지시에 순종하면 강원도의 내륙 중심 홍천이나 춘천으로 스며들지만, 잠시 일탈하면 또 하나의 진경(珍景)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물길과 산길이 병존하는 곳이다. --- '가리산 늘목고개와 품걸리마을' 중에서
고개를 넘지 않는 한 바다를 만날 수 없는 것은 바다 쪽 사람들과 고개 너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다리를 반드시 건너야 한다는 것, 그 다리가 곧 이곳에서는 선자령과 대관령이다. 두 고개는 지리적으로 영서와 영동을 잇고 내륙과 바다를 잇지만 정서적으로는 환경이 다른 삶을 동경했던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해준다. 해발이 낮고 높음에 주목할 일이 아니다. 해발이 낮은 곳에서 사는 법과 높은 곳에서 사는 법에 주목하는 것이 오히려 여행의 눈뜸에 익숙해지는 비결이다. --- '선자령과 대관령' 중에서
청미천을 뒤로하고 창남이 고개를 넘는 일은 호젓함과 벗하는 시간이다. 교통 표지판도 없고, 차선도 구분돼 있지 않은 고갯길 옆으로는 듬성듬성 전신주만 서 있을 뿐 고즈넉한 길의 여유가 살갑게 다가온다. 차선 없는 아스팔트 길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행운인 것이다. 왜냐하면 도리 없이 느린 속도로 주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느리게 간다는 것은 곧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창남이 고개' 중에서
아흔아홉 굽이, 알고 보면 박수근을 알고 박수근미술관의 건축정신을 만나는 길이다. 해산령을 넘는 길이 위험하다고? 아니다. 모든 고개는, 그 고개의 의미망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규격화해놓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수입천 줄기 따라 박수근의 미술 정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 어찌 위험할 수 있을까. ‘최북단 최고봉 최장 터널’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만나면 해산령은 따뜻한 고개이고, 아름다운 고개이며, 그래서 우리가 넘어야 할 진짜 고개가 된다.
--- '해산령' 중에서
느림의 미덕으로 가는 강원도 고갯길,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다
강원도의 지형은 한없이 험하다. 지독하게 험준한 그 산세 속에는 그래서 유난히 고갯길이 많다. 고갯길은 섣부른 문명의 속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겸허한 마음으로 천천히 나아갈 때 비로소 길을 열어준다. 더디고 힘들고 위험할 것만 같은 낯선 길, 그러나 이 고갯길은 느림의 미덕으로 천천히 순응하기만 하면 가는 길마다 새로운 추억을 선사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 속에서 미처 갖지 못했던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느림의 미덕, 바로 이 점을 직시하며 소설가 임동헌은 강원도의 비경 속에 숨어 있는 30곳의 고개들로부터 아주 특별한 추억들을 담아 왔다. 그는 넌지시 우리에게 충고한다. ‘곧은길을 달리면 목적지에 빠르게 닿을 수 있지만 추억을 담보할 수 없다. 굽은 길을 달리면 좀 더디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풍성한 추억이 생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앞을 바라보고 옆을 돌려보고 뒤를 돌아보며 천천히 가는 고갯길 여행. 요컨대 고갯길 여정 위로 문명을 내려놓으면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난다.
고개 위의 까미노, 고개마다 펼쳐지는 인간의 길 그리고 사유의 길
이 책은 느림의 호흡으로 강원도 고갯길들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꿰어낸 여행 에세이집이다. 따라서 고속도로를 따라 ‘바닷바람 쐬고 오자’며 휭 하고 달려갈 때, 산 너머 바다를 찾을 때 도움이 되는 여행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바다 보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강원도의 자연미를 음미하는 데 보탬이 되는 여행책이다.
소설가 임동헌은 우리 삶과 직결된 고갯길 위에 여러 가지 사유를 펼쳐놓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생생한 여정을 떠난다. 언뜻 보면 평범한 길, 그러나 삶의 총체를 밝혀주는 비범한 길을 따라가며 그는 자연과 인간을 보듬으려는 따스한 시선을 한바탕 드러낸다. 이러한 눈길과 함께하자면 강원도 고개 위에 저마다 스며든 지난날의 사연 그리고 여전히 아날로그식 삶의 방식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과 마주치게 된다. 이 사연들은 문명에 찌들어 무디어진 우리의 감성을 흔들며 우리에게 소통의 여행길을 열어준다.
이제 고갯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강원도 고개를 넘어보자. 소설가의 눈에 잡힌 300여 개의 피사체와 함께 일필휘지로 서른 폭의 강원도 고개를 빚어낸 풍경 속에는 익히 알려진 길과 더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길도 그려져 있다. 이 길들마다 꼬리를 물고 윤회하는 강원도의 고개가 서로 다른 삶을, 그리고 같은 삶을 보여주며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이다. 아주 특별한 여행지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백운산 화절령 운탄길에서부터 한계령까지 삶터와 쉼터로 굽이도는 강원도의 고개들이 우리가 지금 꼭 넘어야 할 고갯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