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사는 법>
도시출신 귀농부부 장길연, 박범준 부부를 아시는 지요?
재작년엔가 KBS 인간극장의 방영으로 더욱더 유명해진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마음이 맞는 남녀가 만나 자연 속에서 토닥이며 살아가는 모습이 당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허덕였던 제게는 부러움을 떠나 참으로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저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자연과 푸르른 젊음으로 가득한 이들 부부의 산중생활은 분명 방송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알고, 느끼고,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에
개인적으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들 부부의 삶에서, 미국에서 엘리트 지식층의 삶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연의 삶으로 돌아가
철저히 자연주의적 삶과 사랑을 실천한 스콧니어링, 헬렌니어링 부부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소박하면서도 친자연주의적인 니어링 부부의 삶과 가치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저는 장길연 부부의 삶의 모습에 진심으로 공감을 하면서 TV를 시청하였습니다.
오늘 우연히 장길연 부부의 글을 찾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우리 홈피에도 올려봅니다.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누구라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니, 간혹 계시기도 하시겠지만요. 항상 1%의 오류가능성은 남겨둬야 하는법! ^^)
헬렌 니어링은 “노동, 독서와 사색, 타인과의 교류”로 하루를 3등분하였다고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다"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3등분이 가능한 삶이라고 하네요.
도우님들의 하루는 어떻게 등분되나요?
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인 것 같습니다. ^^
황사가 어느 정도 지나간 푸르른 오후입니다.
도우님들 나날이 즐거운 봄날 되세요.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을 선택한 것”
1. 아내는 나와 한 집 사는 아주 특별한 사람
1999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과를 졸업하면서 엉뚱하게도 무선인터넷 업체(주식회사
인포허브)의 창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작은 아이디어를 하나의 반듯한 사업으로
엮어내고, 서너 명이 시작한 벤처업체(start-up company)를 50명이 넘는 소기업으로 키워내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던 공동체 기업문화가 무한
경쟁이라는 현실 앞에 무력해지는 것을 보며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한시를 다투는 급박한 벤처업체
생활 중에, 역설적이게도 함께 산으로 돌아갈 사람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나와 한 집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하는 아내 장길연은 아주 특별한 사람입니다.
과학기술원 석사과정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면서 정작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반적인 마케팅이 아닌 그린마케팅(green marketing)을 연구분야로 택했습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다니면서도, 항상 그것이 진정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을 키우는 대신에 천연염색과
전통바느질을 배우고,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2. 손수 준비한 특별한 결혼식
항상 엉뚱하다는 말만 듣던 두 사람은 2001년 회사에서 서로를 만나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이해해주고 함께해줄 반려자를 만나면서 막연한 바람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북악산 자락의 미술관을 빌려서 그 뒤뜰을 손수 식장으로 꾸몄습니다. 남들에게 다 맡겨도 정신없을
결혼식 준비. 청첩장은 물론 예식장의 장식과 앰프, 마이크, 부케, 심지어 안내표지판까지 신랑, 신부가
직접 준비하고, 식장 주변에 두 사람의 사진과 글을 전시해놓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세상은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편하고 좋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무척 힘든 준비과정
이었지만 좋은 연습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정말 두 사람의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3. 끝없는 의문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자. 글을 써 보자. 나를 표현해 보자. 나의 몸이 나에게 하는 말을,
나의 마음이 나에게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 보자. 세상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제대로 이해해 보자.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제대로 이해를 받아 보자. 태양의 움직임을,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며 살아 보자.
이런 공감 속에서 살아가면서 두 사람은 많은 질문들을 서로에게 또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는 어떨 때 화를 내는가? 왜 화를 내는가? 어떻게 화를 내는가? 나의 몸은 어떨 때 병이 나는가?
나에게는 어떤 음식이 맞고, 어떤 환경이 맞는가? 나와 성별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고,
체질과 성격이 다른 사람은 어떤 차이를 갖는가?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처음으로 이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사람들은 모두 같다, 그러나 또 모두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사실조차 모르던 저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공부에 뜻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4. 마음으로 돌아가기
산으로 돌아가자. 먹을거리는 스스로 일구고, 살림집을 스스로 가꾸고, 도시에서 마음껏 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 천연염색을 맘껏 하면서, 함께 공부하며 살자.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 머리를
쓰며 살기보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몸을 쓰면서 살아가자. 가장 뒤늦은 곳, 가장 어두운 곳에
가장 빠른 길, 가장 환한 빛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갈 길은 보다 뚜렷해졌습니다.
산에 돌아가면 맑은 환경과 그곳에서 키워낸 농작물, 해발 500m 정도의 고도, 적당한 육체적인
노동과 좋은 이웃이 저희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할 것입니다. 태어나고 자란 도시,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떠나가는 길이지만 저는 이제 이것을 ‘돌아가기’라고 부릅니다.
바로 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라고 있는 곳, 한 동안 잊고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5. 치밀한 준비과정
돌아가는 길의 중간기착지로 살만한 터전을 찾으러 여기저기 다니기 편한 대전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초에는 산에서 함께 살아갈 풍산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시골 생활에 동반자로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강아지들이 송아지만큼 크게 자라나면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날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대전에서 살면서 살만한 곳들을 찾아다니던 중에
무주의 산촌마을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주위에서 대책이 없다고 걱정하지만 저희들 나름대로는
너무나도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필요한 것과 없애야
할 것들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도시와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동과,
그 노동의 대가로 얻을 수입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강아지들은 든든하게 자라주었습니다.
건강 유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함께 민간요법을 익혔습니다.
목공일을 배우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심지어 빵이 먹고 싶어질까 함께 제빵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이사갈 집을 정하고, 트럭을 사고, 연장을 사고, 이제 정말 이사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6.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웰빙
‘부유하게’가 아니라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조건은 다양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저희처럼 시골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산에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들에서, 바다에서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리를 잡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떠돌아서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법 돈이 많이 드는 행복이 있을 것이고, 돈을 버는 노력이 번거로운 행복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이 어떤 모습이건 간에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
그리고 나를 둘러 싼 환경과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오해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외제차와 고급 전자제품의 광고에 고급스러운 소비의 동의어인양
등장하는 현실에서 ‘건강, 깨달음, 행복’이라는 진정한 웰빙의 삶을 비추어 오신 정신세계사의
부단한 노력에 감사드리며, 저희들도 멀리서나마 그 길을 함께 걷도록 하겠습니다.
글 | 박범준 1973년 서울 생.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벤처회사의 창업멤버로 일하며
숨돌릴 틈도 없는 삶을 살았다. 덕분에 그곳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의 관심사는 항상 ‘만남’ 이었으며, 완전한 만남을 위해 정신세계 전반에 걸쳐 두루 관심을 넓혀왔다.
첫댓글 몇 등분 인지는 정리는 안해 봤지만.. 매일매일 충실히.. 열심히 사는게 저는 행복합니다. 도우님들도 풍요로운 삶 가꾸시길..
이 부부처럼 살고픈데.. 그러러면..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게 젤 어려울듯.. ㅜㅜㅋ 그치만 바라고 또 바라면 이루어진다니.. 불끈~ 바래봐야죠 ㅎㅎ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 복이 많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에구구~~~ 저는 왠 업이 이렇게 많아서리 ........나도 저렇게 살려면 한참 공덕을 쌓아야 하겠지? ㅜㅠ 근데 나이도 한창 젊은 사람들이 벌써 세상살이의 참 재미를 알아가는군요 ^^
근데요 가만히 생각하니 되게 기분나쁘네! 시골로 갔으면 조용히 살 일이지 왜 테레비에는 나오고 난리야! 사람 배아프게..... 이런게 한두번이어야지 말이지....
원장님은 저희 도우들을 가르치시는 복(?)을.... ^^
저는 복을 받는 게 아니고 짓고 있는 것이지요. 업이 많다 보니....^^
언젠가는 저도 이 부부처럼 시골의 한가한 산속에 집을 짓고, 직접 텃밭을 일구어 하루 찬거리를 마련하고, 내손으로 장도 담그고, 지인들도 퍼주고, 또 수련도 하며 그렇게 살겠습니다 ^^ 도우님들 저희집에 자주 놀러 오세요.. 꼭 이루겠습니다~!! ^^
장 맛 기대 됩니다. 좀 나눠 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