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를 집에서 먹는 남편

[pondlane]

배앓아 낳은 아들이 아니라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생긴 아들~^

* 울 남편이다. 진짜 "아들같으면 한방

탁 때려주고 싶은데 그럴수도 없고 어휴~"하고  허기진 한숨을 내쉬면 울 남편은 그저 허허~ 웃기만 한다.

어제 그제  이틀밤 연타로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왔다.  정상적인 상태로라면 이해할 일이지만 새끼발가락과

뒤꿈치를 연결해주는 관절이 부러져 수술한지 3주가 되었고, 통깁스를 해야하는데 아직 부기가 내려지 않아

반깁스 상태인데 그것도 그저께 부터는 귀찮다고 목발도 짚지 않은체로 삐딱삐딱 술에 취해 들어오는데

내가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지않은가!  그래도 남편은 고등학생인 딸에게 "우리 예쁜딸 아빠 뽀~"를 연거푸 해

댈 뿐만 아니라 역정을 내는 마눌한테도 시침을 떼며 걸어온다. 걱정된 마음으로 기다리다 지쳐 인터넷 바둑

이라도 두고있을때 귀가하는 남편은 더더욱 그렇게 반갑지않다. ( 이 기분 아시는 분도 있으리라) 

  지난 달 15일 포항에 친구 네 가족이 함께 운동하러 갔다.  마눌들과 같이가서 재미있게 게임을 한다고 핸디

몇개 접어주며 너스레를 떨던 남편이 헛발을 디디면서 발목을 곱쳤는데 그 지경에도 18홀을 마무리하고 샤워

하고 나오더니 발등이 불그스레 퉁퉁 부어올랐다.  그냥 쉬어라고 하는데도 "내 발 내가 알지"하고 고집피우더니

결국은 뼈가 부러져 틈이 생기고 몇조각 가루까지 생겼다.

  포항기독병원 야간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회포도 풀지 못한 체로 숙소로 들어

와야 했고 다음날 아침에 서울까지 환자(후~)이송을 해야했다. 나는 장거리 운전할때 휴게소에 쉬지않고 단숨에

오는 습관이 있다. 줄곧 포항에서만 살아서인지 서울까지 장거리 운전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중간에 쉬면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아 그저 한번만에  도착해 버린다.

  그날로 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저녁 남편 출퇴근 시키는 기사가 되었다. 아침마다 남편은 "이기사, 운전잘해"

하며 자기는 조간신문을 탐독한다.  그리고 이슈가 되는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하고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며 친구이야기, 애들과 세상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거의 늦게 퇴근하는 남편 그리고

지극히 사무적인 남편인데  반해 딸과의 관계만은 타에 추종을 불허할 만큼 고슴도치사랑을 추구하는 남편이다.

주말에 산에 가는날이나 운동가는 날외엔 따사로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잘 없다. 그런데 사고이후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서 자연스레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다.

  다친 일는 좋지 않지만 제법 괜찮은 점도 많다,  다치던 날 친구가 삼식(三食)이 이야기를 했었다.  이야기 줄거리를

자세히 옮길 수는 없지만 핵심은 알 것 같다.  요즘 아줌마들 하루 세끼 모두 집에서 먹는 남편은 좋아하지않고 구박

한다는 그런 뜻의 우스개 소리였던 것 같다. 우습개도 그날 이후 울 남편이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하루 세끼 집에서 밥 먹는 울 남편이 그런데로 괜찮다. 그런데로 괜찮은게 아니라 사는 맛이 나는 것 같아서

좋다.

  나는 작은 정성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하는 것이 즐겁고 상차리는 일이 기쁘다. 해물과 젓갈종류를 유난히 좋아

하는 울남편은 반찬투정이 심한 남자이다. 요즘 시샛말로 간이 큰 남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편이 밥상에서 한마다하면

거기에 맞추어 나도 요즘은 가끔 반격을 한다. "그냥, 내가 해 주는데로 맛있게 먹어요. 이것도 안해주면 당신 어쩔거야" 

그래도 먹거리에 관한한 나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수술한다고 병원에 입원 몇날, 퇴원해서 일주일 집에 있는 동안  다리 높혀 놓고 있는 남편 앞에 빨래를 걷어다 준다.

그러면 남편은 성격만큼 가지런하게 빨래를 갠다. 그리고  딸애가 좋아하는 마늘 장아찌를 담구기위해 사둔 마늘 2접을

혼자서 다듬었다. 겉껍질만 다듬어야 마늘이 단단하고 맛있다고 했는데도 고집스레 흰껍질까지 벗겨내 마늘장아찌맛이

떨어지겠지만 눈감아주기로 햇다. 덕분에 남편과 살림을 같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전에는 마늘쫑도 사서 간장에

담궈놓았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에는 매실 장아찌를 담그기 위해 청매실을 씨와 분리하는 작업까지 했다.  내 일손을

반이나 덜어주었다. 물기를  제거한 매실을 항아리 가득 설탕과 1대1 비율로 담았다.  매실장아찌도 매실청에서 분리해서

담궜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청매실 살을 분리해서 설탕에 재웠다. 일년 양식준비를 위해 초여름에 해야하는 큰일 2가지를

남편 덕에 쉽게 해 치웠다. 뿌듯하다.

그런 남편이 오늘 (벌써 어제가 되었다 시간이) 깁스를 하고 포항 출장을 갔다.  덕분에 이시간 컴앞에 앉아 글을 쓴다.

반깁스에서 통깁스를 하고는 걷기가 더 불편하다면서도 자기가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출장을 갔다. 오늘밤도 술

취해서 자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해본다. 앞으로 한달은 더 기사로 충실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며칠에 한번 업무상 피

할 수 없는 일이다며 취해서 들어오는 남편을 위해 잔소리 할일도 있을  것 같다.

[유성]

단란한 가정사를 진지하게 읽어 봅니다. 허지만 이야기 속에 매실짱아지 같은 짭짤하고 상큼함이 마음에 군침을 돌게 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가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pondlane]

쑥스럽네요. 집집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로 같은 모습일진데 이렇게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 유성님 갑자기 새벽 빈하늘에 무심코 날아가는 별똥별이 생각나네요.

[산우지간]

재미가 쏠쏠 하겟네요, 내용이 저하고 처한 입장이 비슷해서요. 이글 올리는 사람도 등산 갇다가 발목을 다쳐 기브스를 하고,현재삼식이 신세가 되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재미 있게 보았네요,행복 하세요,다른때 보다 세배 정도 잘해주세요.......

[pondlane]

그러셔요.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울남편은 음주하지말라고했는데 몇번 위반하더니만 지난밤에는 이상하다 찌릿찌릿하고 아프다하더라구요. 즐거운 산행 하루 속히 재개되시기를 기원드려요

[송이]

pondlane님...아휴~~집집마다의 가장 행복한 밑그림을 정말 멋지게 그려놓으셨군요^^ㅎ 수채화같은 그림을 예쁜 액자에 담아서,, 가장 눈에 잘 띄이는 벽면을 선택하여,, 음~이왕이면 벽 못걸이도 예쁘고 단단한 것으로 골라서,, 한 사람은 뒤에서 위치를 봐 주시고~,, 또 한 사람은 열심히 액자를 걸어본답니다,, 이 액자 속의 예쁜 주인공이,, 바로 우리 pondlane님의 부부이시랍니다^^ 아무튼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도드리면서,, 예쁜 글, 감사드린답니다^^

[pondlane]

송이 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참 예쁜 이름입니다. 상큼한 앵두가 생각나는데요.^^* 감사해요.예쁜액자에 걸어두고 이쁘게 봐주셔서요. 행복하셔요.

[현암샘]

pondlane<李技師>님 ! 늠 행복하세요. 샘은 밥도 잘 하고, 혼자 밥도 잘 차려 먹는 耳順의 삼식이 입니다. 그런데 설거지는 죽어도 안 해요. 그래서 왕비마마께서 설거지 안 하는 것은 울 아버지<장인>을 닮았다<욕인가 ?>고 해요. 요새 소일 꺼리는 쫄쫄<마트, 시장, 신장 개업 할인점 등>이로 女必從夫하시는 마마를 도와 三從之道<친정,남편,아들>의 참 뜻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고 있습니다. 왕비마마는 계모임 가시고 밥차려 먹다가 글 잘 읽었습니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