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 자오온천4 - 오래된 거리를 걸어 목욕탕을 지나 골목식당에서 저녁을!
11월 5일 야마가타역 광장 1번 정류소에서 자오온천행 버스를 타니 시내를 벗어나 들판
을 달리더니 산으로 올라가는데, 경사가 완만하니 산자락에는 많은 집들이
들어셨는데.... 40분 후에 버스가 도착하니 자오온천 (藏王溫泉) 관광 안내소가 보입니다.
호텔 이름을 말하고 위치를 물으니 근처는 아니고 산을 구불구불 올라가야 할 모양이라 지도를 들고 산길을
15분 가량 걸어 료칸 旅館 르 베르트 자오 Le Vert Zao 호텔에 도착해 방에 배낭을 풀고는 온천욕을 합니다.
그러고는 호텔을 나와 걸어서 “上湯共同浴場(상탕공동욕장)” 을 보고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언덕
스카와온천신사 를 구경하고 계단을 내려와 공동탕을 지나 아랫 마을로 내려가며 거리를 구경합니다.
여기 자오온센 (藏王溫泉 장왕온천) 의 좁은 골목길 거리에는 오래되어 중후한 노포(老鋪) 들이
많으니...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시간이 만든 뜨거움이 머무는 공간 이라고 말합니다.
마을은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아담하며 겨울에는 흰 눈
으로 덮여 동화 같은 풍경 을 선사하는데.... 호텔이나 관광안내소에서 한글로
된 자오온천 지도 가 제공되기 때문에 지도를 들고 온천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좋습니다.
길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온천수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로 야마가타현의 여러
온천은 강한 산성을 띠고 유황 냄새 가 강한 것이 특징이라 유황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자오온천 거리에는 다양한 료칸과 공동탕, 족욕탕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숍들이
많아서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거리 곳곳에 아시유
(足湯 족탕) 가 보이니 여행자들은 누구나 잠깐 발을 담그고 쉴수 있어 좋습니다.
야마가타현의 주요 관광지라 할수 있는 자오온천은 자오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으니 오래전 서기 110년경 에
발견되어 1900년 동안이나 이어져 내려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유서 깊은 온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오온천은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미백 효과가 좋아서 '미인온천' 으로도 알려져 있으니 산성 유황온천수
가 체내 수분량을 증가시켜 혈관을 젊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또한 만성피부염 에 효과가 좋아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온천' 으로 인기를 얻고 있답니다.
거대한 자오 대노천 온천 은 자오산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여름부터 눈이 내리기 전 가을까지
운영한다는데.... 198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대형 노천탕은 규모에서부터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하니 깊은 산 속에 커다란 노천탕이 자리 잡은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라나요?
욕탕은 남녀를 구분하여 각 두 단으로 되어 있고, 열탕이 분당 820ℓ씩 탕으로 흘러내리는데.... 남녀 합해
200명이 동시에 탕에 들어 갈수 있다고 하며 물이 좋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오산
대자연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으며 주변에는 이보다 작은 대중탕이 두 군데 정도
더 있으니 온천 시즌이 되면 가운만을 걸친 투숙객들이 계곡 근처로 모여들어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온천후 '모가미강' 을 찾는 것도 좋으니 후지강, 구마강과 일본 3대 급류 로 알려진 곳으로 총 길이
229㎞에 이르며....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단풍이 강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니 모가미강
에서 '뱃놀이' 가 절정이라는데, 일본에서는 단풍놀이를‘단풍 사냥(모미지가리)’이라고
부르니 그림 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여행‘단풍 사냥’이 가을을 상징하는 레저라고 합니다.
배를 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중국의 강남수향에서 나룻배의 노젓는 여인들
처럼 선장이 뱃노래 를 부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즐겁게 뱃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맛있는 도시락 이 제공되기도 한답니다.
조금 전에 저 위쪽에서 “上湯共同浴場(상탕공동욕장)”을 보았는데 여기 아래쪽 거리를
걷다보니 “下湯共同浴場(하탕공동욕장)” 이 또 보이니.... 여기 자오온천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치기 여행자도 여기 공동탕에 들러 온천욕을 즐길수 있겠습니다.
저 위쪽 상탕 앞에는 아시유(足湯 족탕) 만 하나 뿐이었는데 여기 하탕 앞에는 아시유(足湯 족탕)
말고도 또 하나가 더 있으니..... 벳푸역전에 있는 것 처럼 떼유(手湯 수탕) 인가 합니다.
온천에는 다양한 화학 성분 이 들어있으니 입욕을 하기 전에는 수분을 보충하고,
성분이 진한 온천에서는 장시간 입욕을 피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일본에서는 온천수를 직접 마시는 '음천' 을 즐겨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땀을 낸 뒤에는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체온을 평소대로 유지한 다음 탕에 들어가는 것이
좋으며 25~35도 정도의 온천에는 원천을 즐기는 냉탕을 갖춘 곳도 있는데 냉탕
부터 시작해 뜨거운 탕 으로 옮기면서 입욕을 하는 것도 피로를 풀기에 적합한 방법이랍니다.
아래로 내려가 큰 도로에 이르러 동쪽으로 가니 큰 식당이 있으니.... 자오 중앙로프웨이(케이블카)온천역
식당으로 들어가려니 오후 6시에야 문을 연다는데, 40분을 기다릴수는 없는지라 망설이다가 포기합니다.
도로 건너편에 불이 엄청 화려한 곳이 있어 찾아가니 여긴 新五衛文湯(신오위문탕)
이라는 상호인데..... 공동탕인지 아님 온천료칸 인지 얼른 구분이 어렵습니다?
다시 되돌아 서서는 골목길을 걸어서 올라가면서 살펴보니 아주 오래된 골목 식당 이
보이기로 들어가는데..... 작은 식당이지만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는 오래된 집입니다.
여기 식당에는 “湯の花 탕노화” 라는 것을 파는데 한포에 800엔으로.... 가정집에서 화장식 욕조
에 물을 데운후 한포씩 풀어 넣으면 그 향기가 마치 온천욕을 하는 기분 을 느낄수 있다나요?
이 식당의 명물은 “징기스칸 요리” 로 건너편 손님이 먹고 있는데 1인분이 1천엔이니 2천엔이면 괜찮다
싶어 시키려니, 울 마눌은 날이 추운 탓인지 한사코 따끈한 오뎅탕 을 먹고 싶다기에 1인분
은 안되니 포기하고는 오뎅 정식과 소고기 덮밥 텐동을 시키면서 맥주 한병을 드니 1,600엔이 나옵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작은 홀을 둘러보노라니.... 이 좁은 식당에 만들어진 선반에는 여러 종류의 사케
들이 진열되어 있고 벽에는 빽빽이 그림 들이 걸려 있으니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고는 식당을 나와 이미 어두워진 거리를 걸어 올라가면서 보니 사람들이 작은 바구니
하나씩 을 들고 간혹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목욕을 하려는 것인 모양인데,
시간으로 보건대 료칸에 묵는 사람들로 공동탕의 다른 온천수 를 즐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년 2월 상순에 여기 자오온천에서는 “수빙축제” 가 벌어지며 스키스쿨, 인스트랙트의
퍼포먼스와 불꽃 축제 그리고 가위바위보 대회가 펼쳐진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는 료칸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한번 온천탕으로 내려가 피곤한 몸을 담급니다.
온천욕을 하면서 생각하니 내일 온천여관에서는 우리를 저 아래 버스터미널 까지 봉고차로 실어다 준다는
데, 그때 직원이 어떤 인사를 할까 궁금한데.... 동아일보에 이병률 시인이 올린 "게스트하우스인
모리노키와 민타로 헛 에서는 손님을 배웅할 때 “다녀오세요” 라고 말한다’는 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김민희씨의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라는 글 중에 나오는 구절이라는데.... 무슨 말인가?
게스트하우스 라면 여행 가서 숙박하는 곳인데 헤어지면서 저렇게 인사하다니.....
분명한 것은 저 인사말에는 ‘곧 또 보자’ 라는 의미와 함께 내가 기다리고 있겠다는 마음 이 들어 있다.
세상의 인사에는 ‘또 만나요’ 라는 개념이 일반적이고 대부분이 빈말 에 해당된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하는 “다녀오세요” 라는 인사에는 사람 내부로 몇 발자국
걸어 들어간 온기 가 느껴진다. 마치 패딩 점퍼 안에 양손을 넣어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는 기분이라고 할까.
김민희 작가는 일본의 여러 게스트하우스 를 돌며 일하고 배우고 사람들 안에서
인생의 지도를 넓혀 가는 여행자 다. 이 인사를 듣고는 세상에는 집이
여럿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의 많은 대문을 두드리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차갑다 못해 살짝 얼음이 낀 듯한 세상 을 나서는 아침에, 그리고 여전히 춥고 서러운 바깥을 두고
문을 걸어 잠그는 저녁 에 나는 이 인사를 떠올릴 것만 같다. 가을은 이례적으로 짧았고
손난로와 전자레인지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계절로 넘어왔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이른 인사를 건네고 있건만 이제 우리는 사람 안쪽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팬데믹 이후로 얼마쯤은 식어버린 마음의 상태 를 애써 들여다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써봤자 머리가 아프니 별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 어떤 이득도 없을 테니 다정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넬 필요 따윈 없다고 믿는다.
나는 세상의 따뜻한 인사를 받을 준비 가 되어 있거나 자격이 있는가. 인사의 힘 하나만으로
성큼 성큼 밖으로 걸어나가 세상을 조금 더 데우겠다는 의지 를 가질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오래도록 알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