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선
“연간 집에 실을 동시 세 편 좀 보내주세요.”
“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요?”
여기저기 단체 일이며, 글 청탁받은 일까지 얼마나 바쁘실까?
선생님 원고 기다리다가 우리 회 ‘문예 창작 지원금 신청 접수 기일 놓치겠다.’
포기하려던 밤, ‘감자’랑 ‘피노키오 동생’이랑 ‘옷’까지 보내주셨다.
'보관문회훈장'까지 받으신 선생님이 자랑스럽다.
“연간 집에 실을 동화 한 편 좀 보내주세요.”
“지금 김포공항에 나와 있어요. 원고 기한이 언제까지지요?"
“그럼, 이번 주 일요일 밤까지 보내 주실수 있나요?"
그 주, 달 없는 일요일 밤에, 메일 창을 열었더니
'호랑이 잡은 머슴'이 잡혀와 들어 앉아있다.
옛이야기 다시 쓰기의 일인자 선생님이 자랑스럽다.
원고 부탁 문자에 묵묵부답이거나
“회에서 탈퇴하고 싶다는 저의 생각도 좀 존중해주세요.”
“탈퇴씩이나요? 죄송합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가슴에 화상 입은 듯 화끈거림으로 카톡방 나오기 창을 허겁지겁 찾아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원고 모으고 3년간 회원들 실적
- 책 출간, 문학상 및 공로상 수상 실적, 출간 견적서. 사업자 등록증, 각종 서약서, 단체가 문학에 기여한 활동 소개 등을 인터넷 창에 들어가 휘젓고 다니며 자료 모아 →홈페이지에 링크 걸어 정리해 →문화 재단에 신청서 접수해도, 운 나쁘면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회원들의 출생지, 생년월일까지 다 적어 보내어도. 하긴 단체는 많고 책정된 보조금도 한정이 있으니….
선정에 제외되면 당장 책을 낼 수 없다.
회원들 회비로는 책 출간비에만 보태고
회의 때마다 점심값은 각자 내며 아끼지만….
정호승 시인의 ‘시인’ 시를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해야 할 날도 있다.
<고무함지 속에 꽁꽁 얼어붙은 미꾸라지들/
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
꼬리지느러미 흔들고 허리 구부리며/
기역자로, 이응자로 진흙 토해내며
절명 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축약함)>
하지만, 머리 위에 희끗희끗 눈발 날리는 나이에도
꽃눈 틔우는 봄날의 온기를 가다리며 심장이 뛰고 있다. 아직은 살아있음에...
(10쪽)
2024년 3월 20일 수요일20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