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8월 19일(금)*
▲정재일의 음악 세계 ⑶
◼오징어 게임(Squid Game)ost
◀Way Back Then(엣날 옛적에)
◀Pink Soldiers(분홍 병사들)
‘23’(김성수)
◀Fly me to the Moon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
◀The Blue Danube
*2020 빈 신년음악회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차이코프스키
◉여름의 산행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듯하지만
여전히 뒤끝 있는 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비가 잦으면
여러 위험 요소가 여기저기
늘려있어 산을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기예보도 잘 챙겨보고
비상장비도 잘 준비해야 합니다.
◉비탈길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그래도 오르고 보면
후회하지 않고 뿌듯함이 남는 게
여름 산행입니다.
이 더위 속에서도 쉬지 않고
동기 산행 모임인 ‘산타래’는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내일은 청계산 이수봉이나
계곡 산행을 통해
폭염과 장마로 얼룩진
8월을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산행 때도 여섯 명이
청계산에 오르고
아홉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는
산행 후기를 올렸습니다.
때맞춰 미대학장을 지낸 친구가
산에 가면 느끼는 일이라며
‘산타래’에 증정하는 병풍 액자를
찍어 올렸습니다.
◉靑山不墨萬古屛
(청산불묵만고병)
流水無絃千年琴
(유수무현천년금)
‘푸른 산은 그리지 않아도
만고의 병풍이고
흐르는 물은 줄이 없지만
천년의 거문고라네’
조선 시대 영조와 정조 때
문인 이지영(李之榮)의 시는
그때나 지금이나 숲이 주는
느낌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여기에 이 시의 뒷부분도
함께 들어보면
산을 자주 찾는 이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山中好友林間鳥
(산중호우임간조)
世外淸音石上泉
(세외청음석상천)
‘산속에서 좋은 친구는
숲속의 새들이며
세상 밖 맑은소리는
돌에 솟는 물소리라네’
최근 비가 많았던 터라
불어난 계곡물 흘러내리는 소리는
이 시에 적격입니다.
◉새뿐 아니라 더 많은
좋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
여름 산입니다.
지금은 늦여름의 야생화들이
더위를 식히고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라고
곳곳에서 걸음을 붙잡습니다.
노루오줌과 범부채, 기린초,
구절초, 쑥부쟁이, 동자꽃, 메꽃
어수리, 산수국 같은 친구들입니다.
산나물로 인기 있는 여러 취들도
한창 꽃을 피우는 때입니다.
참취, 미역취, 단풍취 같은
여러 취나물입니다.
이제 물봉선과 사위질빵,
고마리, 용담 등도 서서히
모습을 나타낼 때입니다.
이처럼 많은 생명의 친구들이
있는 곳이니 힘들어도
오르면 기분 좋은 여름 산입니다.
◉상생의 숲 이야기에서
잔인한 인간의 이야기로
돌아가려니 별로이긴 합니다.
하지만 뮤지션 정재일의
음악을 들여다보기 위해
세상 사람에게 관심거리가 됐던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산을 열심히 다니는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돈에 고리가 걸려
생사 게임에 발을 담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겨봅니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역대급
흥행성적을 거둔 ‘오징어 게임’입니다
관심은 여전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할리우드 비평가협회(HCA)로부터
최우수 국제 시리즈상을 받았습니다.
주연을 맡았던 이정재는
스트리밍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미 세 차례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다음 달 에미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있습니다.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이자
비영어권 작품 최초의 사례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HMMA상을 받았던 음악감독
정재일은 에미상에서 음악상과
메인테마곡상 후보에 올라있습니다.
9개 에피소드, 485분 길이 드라마에
20여 곡이 넘는 음악이 등장합니다.
음악감독 정재일과 그의 친구
작곡가 ‘23’(김성수), 박민주가
그 대부분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소환된 클래식과 재즈도
상황에 맞는 음악을 펼칩니다.
주요 음악으로 만나보는
‘오징어 게임’입니다.
◉먼저 정재일이 만든 추억의 음악
‘Way Back Then’입니다.
‘그때로 돌아가는 길’이니
‘옛날 옛적에’라는 제목을
달아도 될만합니다.
드라마의 오프닝과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할 때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3.3.7 박수의 추억의 리듬을
가져와서 아이들 놀이 같은
곡을 만들었습니다.
악기도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등장했던 리코다와 소고,
캐스터네츠를 사용해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youtu.be/Q0MFwvkq4SA
◉길이는 짧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임펙트 있는
음악이 ‘Pink Soldiers’입니다.
분홍색 점프슈트를 입은
진행요원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배경음악입니다.
이 음악은 정재일 감독의 친구인
예명 ‘23’의 작곡가 김성수가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이름난
뮤지션입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쥬크 박스 ‘광화문 연가’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불길한 숫자
‘23’을 예명으로 내세운
색깔 있는 뮤지션입니다.
길고도 유기적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스코어링을
원했던 정재일에게
‘23’은 이 음악으로 화답했습니다.
원래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에
삽입하려고 만들어 두었던 곡이
‘오징어 게암’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16일 들었던 라퀴엠의
‘Dies Irae’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곡입니다.
장면 속에 흐르는 곡을 만나봅니다.
https://youtu.be/YTebTvlG9I4
◉‘오징어 게임’ 속에는
네 곡의 재즈와 클래식이 등장합니다.
유일한 재즈는 바로
1954년 재즈 피아니스트
바트 하워드(Bart Howard)가 만든
‘Fly Me to the Moon’입니다.
선곡은 황동혁 감독이 했습니다.
이 음악은 살육과 죽음의 테마로
두 번 사용됩니다.
정재일은 감독의 뜻을 받아들여 ‘
이 곡의 편곡부터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이 가장 먼저 들었던
지구인의 노래가 바로
프랑크 시나트라의 이 노래였습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고상하고 우아한 이 노래를
들어야 했습니다.
https://youtu.be/fZeGmmCsGeM
◉사람들에게 익숙한 클래식으로
상황을 설명하기위해
우선 ’장학퀴즈‘의 오프닝곡으로
잘 알려진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을 가져왔습니다.
이 음악은 숙소의 기상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힘차고 밝은 음악으로
앞으로 펼쳐질 잔인하고 무서운
상황을 예고하는 반전의 선곡입니다.
https://youtu.be/0O_wAXmZUbY
◉매회 죽음의 게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포와 무력감을
달래는 음악으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등장합니다.
전쟁에서 패한 오스트리아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입니다.
2020년 비엔나 신년 음악회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7CNETjdkFgU
◉삶은 계란. 감자, 양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참가자들 뒤로
고급 경양식 집에서나 나올법한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왈츠’가 흐릅니다.
https://youtu.be/A8gV3C290E4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지난 6월부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2년 뒤에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욱 새로운 게임,
놀라운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또 어떤 모양으로
등장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시즌 1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정재일은 호흡이 간 드라마의
음악을 맡는 알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라마 상황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고르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합니다.
◉아주 단순한 게임을 통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친구가 적이 되고
자신도 몰랐던 교활함과
잔혹함을 알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바라보며 음악을 고르고
만들었다고 정재일은 얘기합니다.
장면과 어긋나는 모순적인
클래식의 선곡도 그 과정에서
나온 곳으로 보입니다.
시즌 2에서는 어떤 선택으로
놀라움을 가져다줄지
기다려지는 결과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