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마녀
-나도 마녀가 되고 싶어요
김민선
꼬마마녀는 옛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한껏 느껴지는 동화다. “옛날 옛날 아주 깊은 숲 속 외딴집에 마녀가 살았데.”라는 시작은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는 주문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 속에 호락호락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어디 얘기 해보라지!” “이 세상에 마녀가 어딨다고!” 등등 “에이~다 지은거잖아요!”라고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속을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팔짱 끼고 버텨본다. 하지만 127살 할머니가 막내인 세상에서 착한 마녀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읽다 보면(읽는데 꼭 듣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있다. 꼬마마녀의 천진하고 다정한 사랑스러움에 푹 빠져들어 나에게도 이 마녀가 와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처음 이 동화를 읽었을땐 설정의 재미에 빠졌었다. 꼬마마녀인데 인간이 보면 127살 할머니. 좋은 마녀가 되기 위해선 나쁜 짓을 했어야 한다는 말과 꼬마마녀의 복수.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감각이 살아나는 책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동화란 이런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하나 더 든 생각이 나도 이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이다.
꼬마마녀는 언제난 사람들을 돕는다. 그들이 희망을 갖고 행복할 수 있게 마법 주문을 걸어준다. 그들은 꼬마마녀가 진짜 마녀인지도 모르고 마법을 걸어준지도 모른다. 하지만 꼬마마녀는 알아주지 않음을 섭섭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빗자루를 타고 날아간다. 종이꽃 파는 소녀나 군밤 장수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내용과 새 둥지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 혼내주기, 눈사람 만든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등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런 할머니인지 생각이 든다. 동물들을 초대해 사육제 축제를 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서슴없이 마법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어린이 그 자체 같다. 할머니 품처럼 포근했다 함께하면 유쾌하고 즐거운 어린이 친구 같았다 하는 다채로운 매력의 꼬마마녀. 나도 저런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이들과 약자들을 보호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른. 나라는 존재가 외로운 누군가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한다는 것이 바로 이 꼬마마녀의 삶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착한 일 했더니 그게 아니라고 호통을 듣고 벌을 받게 되는 꼬마마녀의 마지막 진짜 마녀적인 행동은 정말 통쾌하고 유쾌했다.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을 동화와 만나는 것에 자신있다가도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좋다는 작품들은 사실 내가 시대를 너무 못 읽고 아이들과 동 떨어져 있는것 아닐까? 생각도 한 번씩 든다. 하지만 어쩌랴. 난 이게 좋은데. 난 이런 동화로 행복해졌는데. 그러니 한 번이라도 더 읽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만나야지라는 결론으로 닿게 된다.
그리고 좋았던 구절.
꼬마 마녀는 다짐하듯 말했어.
“앞으로도 늘 이렇게 해야지! 나쁜 사람들을 골려 주면 결국은 착한 사람을 돕는 거니까.”
하지만 아브라삭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어.
“꼭 그래야겠어? 다른 방법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장난치지 않고.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꼭 그렇지는 않아.“
아브라삭스가 조용히 타일렀단다.
pp.57~58
동화는 그 ‘다른 방법’을 찾아 재밌게 써야 하는 장르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