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7월 첫 날부터 은행에 가봐야 하니...... 하는 짜증과 함께 나는 아침을 먹자마자 샤워를 해야만 했다.
그나마 내가 하루 중 가장 느긋하게(여유롭게 음악도 듣고 '멍때리기'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침시간을 빼앗기는 것에 따른 짜증이기도 했다.
그 전 날 군산의 형수님께 돈 몇 만원을 송금해야 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보안카드 오류로(알고 보니 이미 기한이 지나서 재발급받아야 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 오류가 나서,
가까운 은행 지점에 직접 가서 그걸 갱신하고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던 것이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보안카드' 오류를 '공인 인증서 비밀번호' 기입을 잘 못한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놈의 비밀번호는 '대소문자 섞인 알파벳에 특수문자까지 10자 넘은 번호 사용'이란 복잡함에 궁시렁대고 있었다.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기억력도 감퇴되는데, 이런저런 비밀번호 외우는 것도 언젠간 커다란 문제점이 될 수 있을 건데...... (만약 '치매'가 걸린다면? 그래서 내 아파트 자물쇠 비밀번호마저 기억을 못한다면? 하는 우려가 언제부턴가 들기도 했던 나다.) 하면서.
더구나 이번 달은 더욱 쪼달려, '아파트 관리비'며 '통신비' 등이 미납된 상태라 은행에 가는 발걸음이 더더욱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나가는 길에 운동도 할 겸) 공릉동 대로에 가, 은행에 들어갔다.
일찍 서둘러 가서였는지 내가 두세 번째 손님이었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하는 직원 앞에 앉으며,
아이, 나는 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때문에 귀찮아 죽겠네요! 은행에 올 일도 거의 없는 사람인데, 매번 그것 땜에 이렇게 와야만 하니...... 하고 여전히 짜증스럽게 한 마디 하며, 주민등록증과 '필요도 없었던 구 보안카드'까지 건넸더니,
이 카드가 만기가 지나서 새로 하셔야 했네요! 했음에도, 나는,
어쨌거나, 은행에 오는 일이 귀찮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객님은 인터넷 뱅킹을 집에서만 하시나요? 하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모바일 뱅킹은 안 하시나요? 하고 다시 물어서,
그런 건 별 관심도 없다오! 했더니,
모바일로 하시면 이렇게 은행에 자주 오시지 않아도 될 텐데요. 하기에,
난, 그런 거 할 줄도 모르는데요. 하자,
제가 깔아드릴까요? 하고 물어,
해주면 좋지요!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여직원은 보안카드를 새로 발급해주었고, 내 핸드폰을 요구하기에 넘겼더니, 본인이 알아서 핸드폰에 '어플'을 깔고 설치하나 보았다.
화면에 성함 쓰시고, 서명하세요! 하는 절차를 서너 번 하고 있는데,
다른 은행도 이용하시나요? 하고 물어서,
그럼요. 하자,
모바일 뱅킹은 다른 은행하고도 연결이 돼서 함께 사용하실 수 있는데... 근데, 여기 나오는 세 군데 타 은행에 가셔서 한 번 정리하시는 게 좋겠어요. 하기에,
글쎄요, 은행갈 일이 별로 없어서...... 하는데,
00 은행에는 잔금이 70 만원 정도 있는데요? 하는 거 아닌가.
예? 나, 그 은행 거래하지 않은 게 몇 년은 될 걸요? 하자,
다른 은행 잔고도 '2 천..', '350' 잔고가 남아 있으니, 정리 한 번 하시는 게 좋겠어요. 하기에,
그래요? 난 그런 통장이 어딨는지, 카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하면서도 속으론, 00은행에 70 만원 정도의 잔고가 있다는 말에,
그런 거금이? 하며 반색하고 있는데,
그냥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가셔도 되니까, 일단 그렇게 해 보세요. 하기에,
그래야겠네요. 기왕에 나온 김에......
그렇게 일 처리를 한 뒤 은행에서 나오면서, 나는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는 또 그 부근에 있던 00은행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중간의 한 '채소 과일 가게'가 있었는데, 그 앞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5,000 원'이라 써붙인 참외 바구니가, 다른 곳의 두 배는 더 담겨 있어서,
왜 이리 싸지? 하면서도,
일단 은행에 들어갔다.
내가 모바일 뱅킹을 한답시고 발견했는데, 이 은행의 내 잔고가 좀 남아 있다고 해서, 확인차 들렀는데요...... 하자,
예, 맞습니다. 하면서 70 만원 정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걸 어떡하실 건데요? 하기에,
다른 은행에 이체해 줄 수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계좌번호만 있으면 됩니다. 하는데,
사실 나는 내가 자주 쓰는 은행의 계좌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만 있어라! 내 계좌번호가, 여기 핸드폰(모바일 뱅킹)에 들어있을 텐데...... 하는데,
그러면 어차피 수수료도 붙으니, 그리고 그 은행이 가까이에 있으니 현금으로 찾아서 입금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하기에,
그건 맞는 말이네요! 하며, 속으론,
이거, 생각지도 않았던 거금이(?) 생긴 거잖아? 아니, 횡재했는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원래 그렇다.
'돈을 모르고 사니', 아니 내 수중에 얼마의 돈이 있는 줄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니(돈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그건, 말도 안 돼. 돈 관심 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 이따금 한 번씩(돈이 궁할 땐) 장롱에 걸려있는 옷을 뒤지다 보면, 모르고 있던 돈이 적잖이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몇 년동안 사용하지도 않던 은행계좌에 잔금이 남아 있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렇게 70 만원 정도의 현금을 들고 은행을 나오던 나는, 부자가 돼 있는 기분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렇잖아도 지난번 '코로나 긴급재난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이 신경통 때문에 MRI검사까지 받느라 목돈이 들어간 이래 더욱 쪼들린 생활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돈이(그것도 거금이) 생겼으니, '횡재'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근데, 내가 왜 그 00은행 통장에 그 만 한 잔고를 남겼는지는 전혀 기억할 수 없는데......)
그러니, 조금 전 지나왔던 '과일집'에 들러, 참외만 산 게 아니라 '천도복숭하'도 한 무더기를 산 뒤,
자전거에 싣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
사실 어젯밤 첫잠에서 깨어나자마자(11시 경에 일어났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는 중,
'와삽' 문자 신호음이 들려서 받아 보니,
스페인 마드릳의 '산티아고'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자기 장인(독일에 '하노버'에 있는 '마야'의 친정아버지(96세던가?))이 돌아가셨다는 문자였다. 그런데 거기에 찍힌 날짜가(그저, 눈이 그 쪽으로 갔는데) '7월 1일'이기에,
이거, 7월 1일로 막 넘어오자마자 받은 문자가, 하필이면 '사망' 소식이네...... 하면서,
7월도 날샜군! 했었는데,
이건 횡재도 보통 횡재가 아니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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