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혁이 처음 집에 찾아온 날.
김 선생이 창혁의 쪽지를 찢고, 창혁이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그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경.
인경: 잠깐만요. 우리해요 그거.
김 선생: 시끄러 너는.
창혁은 의외라는 듯, 인경을 바라보더니 웃는다.
씬 90. 인경 회상/전도사 집/교회 앞/인경 차 안.
인경: 전도사님! 오늘 말씀 좋았어요.
전도사: 고맙습니다. 첨 나오셨어요?
인경: 아녜요. 저 두 달 됐어요.
전도사: 아멘! 다음 주에 봐요.
전도사가 멀리 걸어가자.
인경: 나에 대해서 보여 달라고 했지?
창혁: 무리하진 마.
장면 바뀌면, 전도사 집.
전도사: (전화) 누구시라고요? 아까 교회에서? 아~ 그 아가씨구나. 청년부예요?
인경: 아뇨 청년부 활동은 안 해서 전도사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제가 너무 괴로운 일이 많아요.
인경 차안.
창혁. 키득거리며 인경에게 “제법인데”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인경이 발로 창혁의 사타구니를 간질인다.
전도사: 편하게 말해 봐요……. 회사에서? 괴롭히는 과장이 있다구요? 예 그러다가 (깜짝) 강간을 당했어요? (물 한잔 마시며) 울지 말아요. 울지 말고 차근차근 얘길 해봐요. 여관에서?
인경: (울먹이며) 여관에서 제가 좀 취했었는데 과장님이 강제로……. 물론 마음은 반항 해야겠다. 하는데 몸이 이상하게……. 예~ 넥타이를 풀어서 제 손을 침대에 묶고는 천천히 치마를 벗기는 거예요. 귀에다 이상한 말을 하면서……. (흐느낌으로 변한다)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저도…….
연기에 도취되어가는 인경.
장난기 어린 눈으로 인경을 바라보던 창혁도 인경의 연기에 도취되어간다.
더불어 그녀의 발놀림에도 반응을 나타내는 창혁.
전도사: 옷을 벗겨서? ……. 여자로서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은 빼고 얘기해도 되는데 그러니까 피상적으로 개요만 얘기하는 게……. 손을 침대에 묶고? 입으로?
전화를 듣는 전도사.
호기심이 일며 흥분한다.
전도사: 그렇게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다섯 번이나? 다섯 번이나 했다고? 그 사람 나이가 몇인데……. 휴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건데 다 주님의 건사하심에 따라…….
인경: 저 임신했어요. 전도사님 저 어떻게 해요? 네? 자살도 생각해보구요…….
인경의 손에 키스하면서 인경에게서 눈을 못 때는 창혁.
전도사: 자살이라니? 힘들겠지만 축복받지 못한 애는 떼야죠. 주님도 용서하실 거예요……. 돈이 얼마나 드는데? 지금 어디예요?
인경: 교회 앞에 사거리예요. 네. 네.
인경, 전화 끊고, 숨 한번 들이쉬더니, 눈물 닦고, 화장 고치면, 순식간에 요염한 표정의 인경으로 돌아간다.
인경: 나 후루꾸 아냐. 이정도면 파트너 해도 되겠어?
창혁: 오라이 오라이 연기력 좋은데.
씬 91. 인경 회상/산부인과 앞.
임신중절 비를 들고 나온 전도사.
인경의 손에 쥐어주고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랍시고 인경을 안아주자, 전도사 보내고 병원으로 들어온 인경.
병원 로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창혁에게 돈을 들어 보이는 인경.
씬 92. 인경 회상/여관.
노래가 흘러나오는 창혁 여관.
벽에 기댄 채, 격한 몸동작으로 인경의 스커트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벗기는 창혁.
인경: 그 속에서 뭘 찾는데?
창혁: 찾을 게 있어서.
인경: 천천히……. 속옷 찢어져.
창혁: 하나 새로 사지 뭐.
블라우스만 입은 인경.
가볍게 창혁을 밀치고 사뿐거리며 침대주위를 맴돈다.
장난 같으면서도 먹이를 잡아먹는 맹수와 같은 여유가 있다.
창혁.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경을 바라본다.
인경 그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춘다.
창혁이 다시 인경을 잡아 벽으로 밀어 붙이려 하자 깔깔대며 도망가는 인경.
창혁이 인경을 침대에 눕힌다.
씬 93. 인경 회상/김 선생 집/낮.
김 선생: 뭐해?
인경: (꿈에서 깬 듯) 아니예요. 그거……. 나도 할래요.
김 선생: 여자 역할이 없어.
인경: 당신은 언제나 그랬어요. 날 못 믿어요?
김 선생: 너는 영화배우 타입이 아니라고 그랬잖아.
인경: 우리 헤어져요.
갑자기 김 선생이 인경의 뺨을 때리고, 인경은 소파에 나뒹군다.
김 선생: 내가 니 맘은 잘 아는데, 좀 더 배워. 응?
뽀뽀하려는 김 선생을 밀치는 인경.
씬 94. 인경 회상/여관/낮.
벌거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인경과 창혁.
인경은 발만 까딱 까딱거리고, 담배 두 개에 한꺼번에 불을 붙여, 인경에게 주는 창혁.
창혁: (엉덩이 찰싹~) 너 냄비 좋다. 꽤 하는데.
인경: 너도 좀 하는데.
창혁: 쫙 읊어봐. 어떤 놈들이랑 했는지.
인경: 이러지 마. 나는 내 과거를 오려내고 싶은 여자야.
창혁: 김 선생은 어떻게 해주냐?
인경: 훨씬 낫지. 두 시간은 해.
창혁: 무슨 기계야? 침 발르는데 두 시간이겠지. 그럼 너 나랑 왜 붙어 먹냐?
인경: 사랑해서 그런 줄 아나봐? 남자들이 사랑을 알아? 당신 나 사랑해?
창혁: 그냥 냄비지. 쪽팔리게 사랑은 무슨…….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인데.
인경: 그러니까 이 냄비랑 같이 보석상 한군데 사기 치잔말야. 봐둔데도 있고 구상도 괜찮거든.
창혁: 어디?
인경: 종로.
창혁: 종로 좋지. 이번 일 끝나고 지도를 그려보자고.
인경을 간질이다가, 배에 있는 제왕절개수술자국을 발견한 창혁.
상처자국과 배꼽 주위를 입술로 핥는 창혁.
창혁: 애 난적 있어?
인경: 오려내고 싶대니까 과거를.
창혁: 김 선생 애야?
인경: (놀리며) 질투하네? 응? 최창혁 질투해?
창혁: 이런 말이 있지. 질투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거는……. 같이 있는 거는…….
창혁에게 몸을 맡기고 몽롱한 표정을 짓는 인경.
씬 95. 창호집/밤.
몽롱한 표정의 인경.
야기를 시작할 때 어깨에 파묻었던 인경의 얼굴은 어느새, 창호 뺨에 붙어있다.
창호: 질투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건 힘들다. 죽은 코끼리랑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인경: (귓가에 속삭이며) 나 이런 여잔데 그래도 날 좋아해요? 응? 말해봐요.
창호: 첨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인경이 창호의 입술을 훔친다.
그 키스를 신호로 서로의 몸을 탐하는 둘.
둘은 절정을 향해 가는데, 인경의 손은 창호의 그의 어깨, 엉덩이, 등을 훑어간다.
어느 순간, 인경은 창호가 창혁이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경과.
잠든 창호 곁에 누워 눈을 빤히 뜨고 창호를 바라보는 인경.
경과.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창호를 벽에 기대서서 바라보는 인경.
거실로 나가 장식대 서랍을 열어보면 통장이 놓여있다.
서랍을 닫고 달력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인기척에 놀라 뒤돌아보면 어느새 인경 뒤에 서있는 창호.
인경을 가볍게 안아준다.
창호: 왜 이렇게 놀래요?
인경: 자는 줄 알았어요.
창호: 일찍 일어났어요?
인경: 한숨도 못 잤어요.
창호: 모닝커피?
인경: 좋아요.
창호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인경은 음악을 튼다.
눈을 마주치지 않다가, 때론 빤히 바라보며, 떠보는 듯 대화하는 둘.
둘은 이미 서로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말속엔 뼈가 숨어있다.
창호: 왜 잠을 못 잤어요?
인경: 우리 문제를 생각하느라고요.
창호: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인경: 창호씨는 실제로 창혁씨……. 형이잖아요?
창호: 응.
인경: 아무래도……. 내가 이집에 있는 게……. 좀…….
창호: 프림 없이 설탕만 둘?
인경: 응? 어떻게 알았어요?
창호: 얘기해주지 않았나요?
인경: 그런 기억이 없는데.
창호: 했으니까 알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인경을 빤히 바라보는 창호.
뭔가를 떠보려는 듯.
인경도 이에 지지 않고 미소로 화답한다.
인경: 그럼 했나보죠 뭐.
창호: 그래서 떠나고 싶어요?
인경: 모르겠어요.
창호: 인경씨만 괜찮다면 나는 괜찮은데…….
인경: 그럼 나도 괜찮아요. (커피 마시며) 커피 맛있네요.
창호: 음악도 좋은데요.
인경: 창혁씨가 좋아하는 음악이잖아요.
그냥 웃으며 인경을 바라보는 창호.
씬 96. 00읍/낮.
창혁의 방에 있던 사진과 똑같은 바닷가.
지적도 들고 언덕위에 서있는 김 선생과 서사장.
서사장: 이천 평 정도 되겠네. 시세는……. 가만있어보자 평당 삼십오만 원. 칠억 나오겠다.
김 선생: 여기다 사무실 내고 저길 매입해. 중간에 바지 하나 집어 너서. 계약하면 중도금은 바로 준다고 하고 잔금날짜는 최대한 늦게 잡으라고.
서사장: 잔금 주기 전에 팔자는 말인데……. 나 돈 없어.
김 선생: 중도금은 내가 줄게. 16억까지 올려봐.
서사장: 가만있어보자. 계약서 두 번 긁어서……. 16억까지…….
김 선생: 할 수 있겠어?
서사장: 걱정하지 마. 내 전공이야. 여긴 바닥이 좁으니까 노인네들 막걸리 몇 잔 받아주 면 삼일 안에 소문이 쫙 퍼진다고. 문제는……. 그놈이 땅을 사러 오느냐가 문제지.
김 선생: 올 거야.
서사장: 만일 안 산다. 그러면 꼼짝없이 이거 우리가 사야 되는 거야.
김 선생: 기다리기만 하라니까. 다 방법이 있어.
씬 97. 창호집 근처 길가/오후.
거리를 뛰어오던 인경.
숨을 헉헉대며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어린것들 몇이 담배 피는 인경을 꼬라본다.
인경: 안 꺼져? 이 새끼들아. 언니 담배 피는 거 첨 봐?
마저 담배를 피던 인경 앞에 갑자기 차 한 대가 나타나 멈춘다.
김 선생이다.
인경은 김 선생을 무시하고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천천히 차로 따라가는 김 선생.
김 선생: 잘 지냈어? (대답 없자) 우리 이쁜이 화났냐?
인경: 일본으로 안 갔어요?
김 선생: 타. (대답 없자) 니 사업 얘기할려는거야. 저 새끼 보험금 5억.
인경: 내가 자빠트릴 거예요.
김 선생: 그렇게 안 된 대니까.
경과.
한적한 골목에 세워진 차.
인경: (과장된 거짓말) 정말요?
김 선생: 그러니까 내가 너보고 3류라고 그러는 거야. 저 새낀 창혁이야.
인경: 정말 몰랐어요. 어떻게 해야 되죠?
김 선생: 보험금 언제 나오냐?
인경: 일주일안에.
김 선생: 저 새끼가 땅 산다는 얘기 안하디?
인경: 했었어요.
김 선생: 여기?
바닷가 사진 보여주며.
인경: 네.
김 선생: 좋아. 니가 옆에서 빨리 사자고 살살 사발을 풀어봐. 옆에서 이빨만 까주면 20프로 줄게.
인경: 30프로.
김 선생: 으허허. 니가 보험금 빼켜먹을라고 왔다는 걸 저 새끼가 모르겠냐? 널 갖고 놀고 있는데. 내 방식대로 해. 20프로도 너니까 주는 거야.
인경: 좋아요.
김 선생. 인경을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의 턱살을 만지작거리다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김 선생: 인경아! 오랜만에 샤워나 한번 같이 하자.
인경: 이러지 말아요. 땀이 많이 났어요.
김 선생: 그래 비즈니스가 우선이지. (툭 치며) 가서 시작해.
인경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 선생 차가 출발한다.
씬 98. 창호집/밤.
늦은 밤.
생각에 잠긴 진지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인경.
깨어있었던지, 창호.
인경을 안아준다.
창호: 무슨 생각해요?
인경: 그 땅 말이예요……. 진짜 살 거예요?
창호: 사야 돼요.
인경: 쓸모없는 시골 땅인데 괜히 애물단지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서울에 좋은 다세대 주택 같은 거 나오면 그걸 사서 월세 꼬박꼬박 받으면서 편하게…….
창호: (안아주며) 그 돈은 내 돈이 아니고 죽은 창혁이 돈이잖아요.
인경: 창혁씨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창호: 창혁이라면 땅을 샀겠죠.
인경: (실망) 샤워 좀 하고 올게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바닷가 사진과 지적도.
인경이 힐끔 그걸 보면, 카메라는 지적도로 천천히 다가간다.
지적도와 00읍 실재거리가 합쳐지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씬 99. 00읍/낮/서사장 사무실.
00읍에 모습을 드러낸 창호.
서사장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김 선생: 준비해 서사장. 물건 떴어.
서사장: 걱정하지 마.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창호.
김 선생: 평상시처럼 행동하는데 조금 세게 나가도 괜찮아.
서사장: 아 예. 요즘 여기 경기 괜찮아요.
김 선생: 5분후에 다시 전화해줄까?
서사장: 그렇게 해주세요. 예 예.
창호: 땅 좀 보러왔는데요. 매물 있는데가 여기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서사장: 앉으세요.
경과.
지적도를 펼치고 탁자에 마주앉은 서사장과 창호.
창호는 창혁처럼 굴고 있다.
서사장: 가만 있어보자. 매물이 나왔는데……. 이천평……. 여기가 좀 세요. 평당 칠십 만원이니까 14억정도 되네요.
창호: 뭐 이렇게 비싸?
서사장: 난리예요 지금. SBS인가 MBC인가 촬영세트장이 들어온다고. 매물이 없어. 여긴 무조건 사면 돈 버는 데예요.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전화소리) 실례하겠습니다. (전화) 여보세요. 아 사모님. 건강하시죠? 음……. 거기 14억짜리~ 찾는 사람 많죠. 그럼 빨리 내려오셔야지 서울에서 전화로 됩니까. 땅이 사람 기다리는 거 아니고. (끊고) 어떻게? 생각 좀 해보시게요?
창호: 오라이 오라이. 계약합시다.
서사장: 시원시원하시네. 지금 할까요? 계약금은 1억4천으로 하고.
창호: 지금 은행 닫았으니까 내일 아침 9시에 하죠.
서사장: 에……. 땅이라는 게 무조건 계약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잔데 오늘 저녁에라도 서울에서 돈 싸들고 오면 그 사람이 임자지.
창호: 하 나 이거 참……. 사장님만 믿어야지 뭐.
서사장: 나야 얼굴보고 파나? 돈 보고 팔지. 아홉시? 내가 믿고 기다려야지.
창호가 나가고, 서사장.
여유 있게 전화 건다.
서사장: 게임 오바야
김 선생: 깜이 와?
서사장: 그럼~ 우리한테 걸리면 죽지. 크허허
김 선생: 수고했어.
씬 100. 서 사장 사무실.
계약서 보고 있는 창호.
볼펜을 내미는 서사장.
창호가 볼펜을 집으려는 듯 몸을 숙이지만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빼어 문다.
창호: 계약을 하기가 좀 껄끄럽네요.
서사장: 무슨 말씀이세요?
창호: 사장님 이빨 까는 거 들어보니까 살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난 비싸서 못 사겠어요.
서사장: 내 이럴 줄 알았어. 잘 모르실텐데, 이 땅이 어떤 땅이냐면……. 에……. 80년대 부동산투기가 한창일 때 알짜배기는 다 나갔지. 그런데 고 사이에 틈새가 있다고. 고걸 찾아내는 게 현재 부동산업계에 당면과제라고 볼 때, 남들이 미처 모르는 정보! 이런 숨어있는 땅! (창호가 일어서자) 내 말을 들어보래니까 젊은 사람이……. 꼭 사고 싶던 땅이라면서요?
창호: 내가 꼭 사고 싶던 땅이라고 그랬습니까?
서사장: 허허 그런 얘긴 하신 적 없죠.
서사장과 창호. 선수처럼 웃기만하면서 기 싸움.
서사장 패배를 직감하고 허탈하게 웃는다.
경과.
무심하게 앉아서 사과만 깎고 있는 서사장.
그 머리위로 날아가는 잔.
잔뜩 성난 김 선생이 안절부절 서성댄다.
서사장: 늘그막에 내가 그런 똥땅을 사서 얻다 쓰나? 마빡에 도끼날이 박혀버렸으니…….
김 선생: (나직하게) 그 새끼. 처음부터 땅 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더란 말이지?
서사장: 요즘 젊은 놈들 인정사정없어. 무서워.
김 선생. 갑자기 사무실 한 켠에 숨겨놓았던 엽총가방을 들고 나가려한다.
서사장: 김 선생! 그거 약간 추하다.
김 선생: (비장하게) 사람이 나이 먹으면 약간 추해져도 괜찮아.
서사장: 어떻게 할려고?
대답 대신, 김 선생. 사과 깎던 칼을 벽에 던진다.
서사장이 걱정된 눈으로 사무실을 나가는 김 선생을 바라본다. 때마침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
김 선생이 던진 칼은 아직도 여전히 잔잔한 파동을 그리면서 벽에 매달려있다.
서서히 디졸브 되면.
씬 101. 창호집 건너편 옥상.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창호위로 칼이 디졸브 되며 겹쳐진다.
창호가 서서히 몸을 움직여 밑을 내려다보면,
김 선생 차에서 내려, 엽총가방을 들고 서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웃고 있는 창호.
씬 102. 창호집/저녁.
짐을 다 챙긴 인경.
갑작스런 김 선생 등장에 깜짝 놀란다.
김 선생: 창혁이는?
인경: 아직 안 왔어요. 땅은 어떻게 됐어요?
김 선생: 여기로 오는 거지? 맞지?
인경: 흥분하지 말고 앉아 봐요. 그 사람이 여기로 오지 어디로 가겠어요?
김 선생: 그 사람? (피식) 너 잤구나? 그 새끼랑.
인경: 이러지 말아요.
김 선생: (툭툭 건들며) 어때? 좋드냐? 응? 어딜 가? 여기 있어. 그 새끼 올 때까지.
김 선생이 인경을 밀자,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소파에 스스로 앉는 인경.
씬 103. 창호집 밖에서 집까지/저녁.
전화 하면서, 천천히 자기 집으로 걸어오는 창호.
창호: 기억하세요? 차 반장님! 저 최창홉니다. 예……. 저번에 반장님이 사진 보여준 적 있잖습니까? 그중에 나이 좀 드신 분……. 예. 김 선생……. 아무래도 이 근처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15분정도 걸리신다고요?
담배 한가치를 꺼내 입에 물고, 어깨 근육을 살살 풀더니, 2층으로 올라가는 창호.
엽총을 손에 든 김 선생이 기다리고 있다.
김 선생: 오랜만이야 최창혁!
담배에 불을 붙여 얌전하게 재떨이 위에 걸쳐놓는 창호.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창호: (창호답게) 무슨 얘긴지?
김 선생: 왜 이러시나 선수끼리.
창호: (창혁답게) 하 나 이거 참……. 실망인데. 그런 것까지 들고 오고. 이건 당신이 진거야. 나는 질 패에는 돈 안건다고 했잖아.
같잖다는 듯 웃는 김 선생.
갑자기 엽총으로 창호를 까면 의자와 함께 넘어지는 창호.
화면 암전되자마자, 자동차 사운드 크게 들리며, 창호의 기억이 흘러나온다.
1. 해안 길로 향하는 창혁의 차.
쭉 뻗은 도로를 달리는 창혁.
그 얼굴이 창호로 변한다.
창호가 뒤를 돌아보면 사복경찰차와 순찰차들이 맹렬히 달려오고 있는데, 창호는 여유 있는 미소를 띄우고, 창고 문을 막아놓은 지지대를 겨냥해 차를 충돌시켜 창고 문을 닫히게 한다.
2. 창고 안으로 들어온 창호차가 급정거하면, 60대신사 나타나 창혁과 똑같은 옷과 시계를 찬 남자시체(수의를 입은 상태)를 운전석에 앉히고 쳐진 머리를 핸들위에 얹어놓아 핸들을 고정시킨다.
액셀에 가방이 올려지고 차가 출발하면, 곧장 앞을 향해 돌진하는 차는 열려진 창고 뒷문 밖으로 달리다 기름통에 부딪쳐 폭발한다.
창고 옆 쪽문 열고 나가는 60대신사와 창혁.
두 명의 발자국이 찍히고, 뒤돌아보는 창혁.
그 얼굴위로 박수소리 들린다.
김 선생: (박수치며) 대단해 대단해. 그 의사가 누군지 맞춰볼까? 바로 자살한 수학선생 아버지지? 그렇지? 성형외과 원장이고? 크크크
창호: 잘 아시네.
스탠드 불빛 하나만 밝혀진 거실.
창호는 묶여있고, 김 선생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재떨이에는 아까 창호가 놔둔 생담배가 반쯤 타고 있고, 인경은 소파에 치마를 여미고 앉아서 둘을 번갈아 바라본다.
창호: 조사도 많이 했고.
김 선생: 내 전공이지. 그래서 그 늙은이가 니 얼굴 좀 손봐주고.
3. 병원. 수술침대에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는 창호.
의사부인(60대)이 들어와, 여러 각도에서 찍은 창호 사진을 붙이면, 의사가 장갑을 팽팽하게 낀다.
의사: 시작할까?
의사부인: (걱정스럽게) 여보!
의사: 괜찮아. 걱정하지 마.
창호: (쪽지 주며) 사모님. 전화 한통화만 더 해주시겠어요?
수술실 밖.
전화기를 집어 드는 의사 부인.
의사부인: (쪽지 읽으면서) 조 경란씨? 박형식씨라고 아시나요? 당신이 결혼하려고 했던 그 남자……. 제가 누군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요.
인경: 전화한 게 그 여자야?
김 선생: 너는 조용히 해. 자 최 선수! 그러면 당신 형 최창호는 어디 갔어?
창호: 우리 형이라? 우리형도 자살했어. 사망신고는 내가 안했고.
김 선생: 이 나이쯤 되니까 사람 사는 게 말이야. 오해는 풀고 상처야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 돼. 근데 돈이란 건 안그런거거든. (창호 통장과 도장을 챙기며) 내가 말야 당신 가슴속에 원한. 이런 거 다 인정하는 사람이야. 사람인0계 두식: (술을 닦으며 저런 띱때끼가뀛 하는 표정) …….
대가리: (천지도 모르고 술잔을 두목에게 건네며) 자~~~ 형님!
계 두식: (이 새끼가 미쳤나?) …….
대가리: (혀가 꼬여) 아이, 한잔 받으시라니깐~~~
술을 넘치게 따르는 대가리.
대가리: (상황파악을 못하고) 자, 완샷! 완샷! 완샷!
계 두식: (대가리를 빤히 쳐다본다) …….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가리의 뒤통수를 몇 대 때린다.
계 두식: (빡! 빡! 빡!) 넌 열정은 있는데 (빡!)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그때 두식의 핸드폰 벨이 울리고.
계 두식: (또 때리며) 응, 이 기본이 안 된 새끼야! (폴더를 열며) 여보세요? (놀람) 뭐?
씬 2. 시골 양옥 안방.
시골 한가운데 잘 지은 양옥의 전경이 보이고 두식이 뒷받침을 해주었음을 암시.
낡은 방안에 다 죽어가는 70대 노인이 된 두식부가 누워있고, 두식의 여동생 지영은 두 눈이 팅팅 부어 꿇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두식이 고개를 숙이고 꿇어 앉아 있다.
두식부: (사경을 헤맨다) 두식이 왔나?
계 두식: 예, 아버지, 저 두식입니다.
두식부: (두식의 손을 잡고) 와, 인자 왔노?
계 두식: 죄송합니다, 아버지.
두식부: 잘 사나?
계 두식: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두식부: 니, 고등학교 졸업은 했나?
계 두식: …….
두식부: 아직 못했나?
계 두식: 예.
두식부: 니, 아버지 되게 밉제?
계 두식: 아닙니다.
두식부: 미안하다, 두식아.
계 두식: 아닙니다, 아버지.
두식부: 두식아.
계 두식: 예, 아버지.
두식부: 니, 아버지가 부탁하나 해도 되겠나?
계 두식: 예, 말씀하십시오.
두식부: 니.
계 두식: 예.
두식부: 고등학교는 졸업해라.
계 두식: …….
두식부: 내가 그게 한이 되서 눈을 몬 감겠다.
계 두식: …….
두식부: 와, 학교 댕기기 싫나?
계 두식: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식부: 그래 우리 아들은 효자 아이가 아버지 말도 잘 듣고.
고개를 떨구는 두식부,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는 두식과 윤주.
계 두식: 아버지! 아버지!
화면 어두워진다.
씬 3. 대로변 자동차 안.
운전수가 백미러로 뒷자리를 힐긋 훔쳐보면, 두식이 상념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승용차가 버스 옆에 같이 멈춰 서면 버스 안에 남녀 고등학생들이 서서 밝은 모습으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한 남학생은 차창 자리에 앉아 책을 들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식의 얼굴이 겹치면서.
씬 4. 단칸방/회상.
고등학생의 두식이 술에 쩔은 듯 한 아버지 앞에 고개를 푹 처박고 꿇어 앉아있다.
두식부: 뭐, 참고서?
계 두식: 예.
두식부: 야, 니는 텔레비전도 안보나?
계 두식: …….
두식부: 학교 수업 충실하고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서울대 가는 놈은 다 가는기라! 니 텔레비전 봤나? 안 봤나?
계 두식: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는 다 가짭니다. 요새 참고서 안보고 공부하는 애들 없습니다.
두식부: 미친 자식! 이기 돈 타내려고 별 지랄을 다하네! 내 친구 아들! 그. 그 누고! 그래 영식이! 금마가 뭐 어디 돈이 많아서 참고서보고 서울대 간줄 아나! 네가 열심히 안하니까네 성적이 안 오르는기지, 뭐 참고서 사주면 성적이 오를 줄 아나! 니 내하고 내기 하까?
계 두식: 그래서 그냥 중고책 살려고 중고책은 2천원도 안합니다.
두식부: 이천 원? 이천 원은 돈 아이가 자쓰가! 니가 새끼야 하루 종일 나가서 땅을 파봐라 돈 10원 나오는가! 이기 세상에 돈 귀한 줄 모르고!
그때,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
두식모: (아버지에게 고함) 아, 그만해요! 애가 공부한다고 책 사달라는 게 그게 뭐가 그래 잘못이야! 애 책 사줄 돈은 없고 술 퍼마실 돈은 어디서 그렇게 맨날 생겨! 애비가 애비 노릇도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애는 구박이야, 구박이! (두식의 손을 잡고 방에서 끌고 나오며) 두식아, 어서 나와!
두식부: 아니, 저 여편네가 죽을라고 환장을 했나!
두식의 손을 잡고 문을 쾅 닫고 나오는 두식의 어머니.
안에서는 아버지의 욕설이 계속되고.
두식의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이천 원을 꺼내 두식에게 건네 주며 빨리 나가라 손짓한다. 두식이 이천 원을 손에 꼭 쥐고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어머니는 빨리 가라고 손짓하고 다시 방문을 쾅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함소리.
그릇이며 집기며 마구 깨지는 소리.
화면 겹치며.
씬 5. 대로변 자동차 안.
승용차가 학교 앞을 지나면 야간자습을 마친 남녀 고등학생들이 수다를 떨며 우르르 교문을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승용차가 학교 앞 대로변을 지나다가 학교 앞 신호등에 멈춰 선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의 전경.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두식.
카메라, 불이 켜진 교실로 서서히 줌인 화면.
씬 6. 낡은 교실 회상.
80년대 초 전형적인 고등학교 교실.
약간은 어두침침한 교실 형광등 아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두식이 고개를 선생님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선생님: 뭐? 자퇴?
계 두식: 예.
선생님: …….
계 두식: …….
선생님: 아니 학력고사 며칠 남았다고 자퇴를 해. 너 정도면 4년제는 충분히 갈 수 있는데.
계 두식: …….
선생님: 이유가 뭐냐?
계 두식: …….
선생님: 이유가 뭐냐니까!
계 두식: 아버지가 대학 가지마라고 합니다.
선생님: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 할 것 아냐! 사회 나가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계 두식: 저, 취직 했습니다.
선생님: 뭐?
계 두식: 죄송합니다.
자리를 일어서는 두식.
씬 7. 몽타주.
두식이 폭력조직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는 장면들.
뮤직비디오처럼 짧지만 임팩트 있게.
까까머리 고등학생 두식이 상대방 행동대장과의 1:1 맞장 뜨는 장면.
서로의 조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두식은 상대방 행동대장을 아작을 낸다.
청년으로 성장한 두식을 선두로 나이트클럽을 기습하는 장면.
각목과 사시미 칼이 난무하는 나이트클럽.
두식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상황이 종료된 듯 상대방 조직원들이 나이트클럽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숨을 몰아쉬는 두식의 눈에서는 살기가 돈다.
조직의 보스로 보이는 남자 앞에서 두식이 꾸벅 절을 하고, 보스가 두식에게 잔을 권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잔을 받는 두식.
한잔 쭈욱 들이키고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 이미 조직의 보스가 된 듯 올백 머리에 검은 정장을 한 두식의 모습으로 변해있고, 그의 앞에는 수많은 조직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화면 어두워진다.
씬 8. 계 두식의 집 거실.
두식이 아무런 미동도 없이, 창문 너머 먼 곳을 응시하며 찻잔을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고, 두목 옆에 앉은 똑똑한 부두목 상두가 두목의 표정에서 뭔가 고민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김상두: 형님,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십니다.
계 두식: …….
김상두: 이번 아버님일은 저도.
계 두식: 괜찮다.
김상두: 형님, 어디 사이판이나 한 며칠 다녀오십시오. 제가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계 두식: 그래, 좀 쉬어야겠지.
김상두: 예, 너무 지치신 것 같습니다.
계 두식: 그래.
김상두: 사이판 괜찮으시겠습니까?
계 두식: 상두야.
김상두: 예, 형님.
계 두식: 어디 쉴만한 고등학교 있으면 한번 알아봐라.
김상두: 예, 고등학교요?
두식을 빤히 쳐다보며 특유의 무표정한 시선을 보내는 상두.
씬 9. 대회의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頭師父一體 라고 쓰여진 액자.
그 밑에 앉아있는 두식이 일장연설을 하고 있고, 영동의 행동대원들은 좌우로 일렬로 길게 나뉘어져 각을 잡고 앉아있다.
계 두식: 지금부터 하는 얘기 잘 들어라.
일동: …….
계 두식: 그제 영동 나이트 사건으로 인해 잡새들이 움직인다는 정보가 포착되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우리 모두 좀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고, 나도 잠시 잠수를 타야할 것 같다.
충격을 받은 듯 놀란 눈으로 두식을 바라보는 대가리.
계 두식: 그리고 어제 접수한 실비아 나이트는 당분간 상두가 관리할 것이다.
기분 졸라게 나쁜 표정으로 상두를 바라보는 대가리.
계 두식: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상두와 대가리는 아우들 잘 챙기고 너희들도 형님들 도와서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바란다. 알겠나?
일동: 예!
계 두식: 됐다. 상두와 대가리는 남고 너희들은 나가봐라.
조직원들이 우르르 나가고, 홀에는 두식, 상두, 대가리 세 사람만 남는다.
대가리: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짭새가 뜨다니요? 이미 약 다 쳐 발라 놓았는데 그것 손쓴다고 제가 얼마나.
계 두식: (대가리의 말을 끊으며) 종팔아.
대가리: 예, 형님.
계 두식: 나, 학교에 간다.
어이가 없어 하는 대가리가 상두를 쳐다보지만 상두는 이미 알고 있은 듯 아무런 미동도 없이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
씬 10. 대가리 사무실.
대가리 패거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대가리꼬붕1: 학교요?
대가리: 아, 몰라~ 씨발 자기 아버지가 가라고 했단다. 형님 성질 알잖아. 두사부일체! 아버지가 가라했으면 가야지.
씬 11. 계 두식 집무실.
계 두식의 책상위에 각종 서류가 놓여있고, 상두가 이에 대해 설명.
김상두: 아무래도 검정고시 학원보다는 마지막 학창생활도 누리실 겸 학교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학교로 알아봤습니다.
계 두식: (상기된 표정으로 상두를 바라본다) 그래? 근데 내 나이가.
김상두: (책상 위에 서류를 내보이며) 호적의 나이를 조금 낮췄습니다. (호적등본의 생년월일을 가리키며) 1981년생 20살입니다.
계 두식: 스무살?
김상두: 아, 술집가면 다 형님보고 20대 초반 같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계 두식: 맞아, 하기야 내가 약간 동안은 동안이지.
김상두: (특유의 무표정으로 두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공립은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사립을 알아봤는데, 대학 진학율도 높고, 선생님들의 실력도 좋은 명문이 하나 있습니다.
계 두식: 그래?
김상두: 예, 강남 8학군에 있는 상춘고입니다.
계 두식: 상춘고?
김상두: 예, 재단 이사장이 상진만이라는 사람인데, 저희 쪽하고 같이 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의외로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