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는 아예 땅 거래가 `꽉` 막혔는데 이제 숨통이 트일 계기는 마련됐다고 봅니다." 국토교통부가 분당 신도시 면적의 30배가 넘는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총 616.3㎢를 일괄 해제한 24일. 하남시 풍산지구 인근 중개업소에는 간만에 자신이 보유한 땅을 매물로 내놓거나 땅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간간이 걸려 왔다.
하남에서는 인근 위례신도시와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 개발 등으로 개발 기대감이 몇 해 전부터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시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날부터 거래가 자유로워진 토지는 총 32㎢에 달한다. 하남시 덕풍동 망월동 풍산동 선동 천현동 창우동 일대 1만1375필지로 전체 지정면적의 54%가 대거 풀린다.
일선 현장에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뚝` 끊어진 토지거래가 조금이나마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남시 땅값은 현재 1종 일반주거지 내 대지가 3.3㎡당 500만~1000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풍산동 고태일 부동산친구 공인 대표는 "허가구역일 때는 여기 주소가 없는 사람은 땅을 살 수 없고 혹여 조건을 갖춰도 실제 땅을 토지대장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일일이 해야 했다"면서 "이런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지니 외지인들도 좀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이 선반영돼서인지 지난달 하남시 땅값은 0.44% 상승했다.
한때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소문이 돌았던 세종시 일대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현재 세종시는 금남면을 제외한 조치원읍 연기면 부강면 장군면 연서면 연동면 전의면 전동면 소정면 등 9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다. 세종시 땅값은 지난달에도 0.624% 급등하며 14개월째 전국 1위를 지켰다. 작년 한 해 상승률도 5.98%로 역시 전국 최고였다. 연서면 부강면 등 세종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는 전원주택 펜션 원룸용지 등이 특히 인기다. 조치원읍 내 H공인 관계자는 "기획부동산들이 판을 치는 바람에 야산 땅값도 터무니없이 3.3㎡당 200만~300만원을 호가했다"며 "이번에는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다행히 그냥 넘어가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허가구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썰렁한 곳들도 있다. 마천ㆍ거여 등 5개동에서 총 1193필지 1.35㎞가 풀린 송파 마천뉴타운 인근 지역이 대표적이다. 서울 뉴타운 후보지 가운데 유일하게 강남 3구에 위치해 기대를 잔뜩 모았던 지역이다. 애초 계획으로는 8개 구역에 총 1만25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계획을 접자는 기류까지 강해져 지금은 개발 기대감이 크게 꺾인 상황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대상 지역도 2009년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20㎡ 이상에서 180㎡ 이상으로 완화됐고 작년 2월부터는 아예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제가 풀렸다"며 "뉴타운 구역 내 토지도 거래가 끊긴 지 오래인데 인근 지역을 거래허가 대상에서 푼다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속도가 빠른 축에 속하는 거여 2-2구역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지분 23㎡ 정도면 아파트를 공짜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지금은 추가 분담금을 꽤 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기 전까지는 토지거래도 당분간 활기를 띠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지용 기자 / 우제윤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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