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조 투고작품(수필 1편)
파타야 모래해안
신강우
배가 방콕 강 입구에서 남동으로 2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시암 시포트 일반부두에 접안한 시간이 오전 7시다. 부두가 허허벌판에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육지로부터 긴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끝에 긴 직사각형으로 부두가 만들어져 있다. 부두의 길이가 900미터 정도고, 폭이 30미터 정도다. 다리길이를 디바이더로 재어보니 3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대부분의 부두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렇게 긴 다리를 만들어 다리 끝에 부두를 만든 것은 수심 때문인 것 같다. 육지에 부두를 만든다면 수심이 얕은 바다를 준설해야 한다. 부두는 좌우로 8척의 배가 접안하게 되어 있다. 부두 가운데는 컨베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원당을 배에 싣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4척의 배들이 철제코일을 하역하고 있고 1척의 대형선이 원당을 컨베이어로 싣고 있다. 컨베이어가 육지로부터 연결된 게 아니고, 트럭이 원당을 부두까지 싣고 와 상자처럼 생긴 조그만 집에 퍼놓으면 컨베이어가 돌아가면서 거기에 있는 원당을 끌어올린다. 부두 한쪽에는 많은 트럭들이 원당을 가득 싣고 줄을 길게 서 있고, 다른 쪽에는 많은 빈 트레일러들이 철제코일을 싣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
대리점직원이 바로 승선한다. 먼저 언제 출항하느냐고 물으니. 밤 10시에 출항한다고 한다. 그에게 입항수속에 대한 여러 서류를 다 주고, 나는 바로 방콕에 대한 말을 꺼낸다. 방콕한국대사관으로 가는 택시가 필요하니, 택시를 하나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10개월 전에 방콕한국대사관에 여권을 신청했다. 배가 일본에서 방콕으로 계속 9개월간을 다녔다. 그래서 배가 다음에도 방콕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여권이 발급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 항로가 바꿔버렸다. 새 항로는 일본에서 싱가포르다. 나는 몇 번 싱가포르에서 방콕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해보았다. 대사관직원은 내가 여권을 가지고 와 새로 발급된 여권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나는 대리점직원에게 이러한 내 사정도 말한다. 이번에 방콕대사관에서 여권을 찾지 못하면 언제 다시 찾게 될지 알 수 없다. 대리점직원이 나에게 방콕을 갔다 오는 조건으로 미화 150불을 주겠느냐고 묻는다. 택시운전수가 요구한 금액이라고 한다. 이제 나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나는 대리점직원에게 미화 150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 덧붙인다. 그게 방콕한국대사관에서 여권을 찾고 방콕에 있는 왕궁을 구경하겠다는 것이다. 대리점직원이 택시운전수에게 다시 전화로 물으니,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택시가 배 현문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다. 택시가 방콕을 향해 최고의 속력으로 달린다. 방콕까지 가는 고속도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6차선 고속도로인데 차들이 띄엄띄엄 지난다. 운전수가 새로 만든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비싸 대부분의 차들이 아직 구 도로를 이용한다고 한다. 택시가 최고속력으로 달리니 40분 후에 방콕에 도착한다. 택시운전수가 한국대사관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마침 내가 가지고 있는 여권에 여권신청서가 붙어 있다. 그 여권신청서에 방콕한국대사관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내가 여권을 내미니, 운전수가 한국대사관에 어디에 한국대사관이 있는지 전화로 묻는다. 이리저리 돌아 한국대사관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10시 30분이 되어 있다. 부두에서 한국대사관까지 오는 시간이 2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콕시내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내버렸다.
방콕한국대사관은 민원담당건물이 주차장 바로 옆에 있고 대사관의 건물은 안에 따로 있다. 대사관 정문의 건물이 청기와로 덮어져 있다. 민원창구로 들어서니, 경비원이 나와 여권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민원실 안 대기의자에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나는 끝에 있는 민원창구로 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여권을 주고 새 여권을 찾는다. 담담여직원이 눈을 크게 뜬다. 10개월이 지나버린 여권을 찾으려 왔으니 그런 것 같다. 대사관에서 머문 시간이 10분이다.
대사관 민원담당사무실을 나와 나는 바로 운전수에게 왕궁으로 가자고 했다. 방콕왕궁을 다녀온 것을 조건으로 하여 미화150불을 주겠다고 했다. 운전수가 왕궁을 잘 모르니, 악어농장으로 가자고 한다. 방콕의 악어농장도 유명하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왕궁을 구경한 바가 있다. 그러나 악어농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대사관에서 20분 달리니, 방콕 주변에 악어농장이 있다. 입구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 여러 종류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운전수가 택시를 주차시키고 앞장선다. 운전수가 이미 몇 번 악어농장에 와본 모양이다. 악어농장 입구에 표를 파는 곳이 있다. 입장료가 개인당 미화 10불이다. 표를 파는 창구 바로 위에 악어 쇼를 오후 1시에 한다고 적혀 있다. 시간이 정오다.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1시가 될 것 같다. 모처럼 왔으니 악어 쇼도 보면 될 것 같다. 악어농장입구 옆에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으로 가니, 한 식탁에서 젊은 여자가 점심을 먹고 있다. 그게 맛있을 것 같다. 나는 운전수에게 물어 그녀가 먹는 것으로 주문했다. 점심을 먹고 맥주를 한잔씩 마시니, 시간이 12시 40분이다. 나는 일어나 표를 샀다. 운전수가 자기는 표가 필요 없다고 한다.
악어 쇼를 하는 곳이 입구에서 가깝다. 이미 1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정시에 악어 쇼를 시작한다. 빨간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자들이 풀장 같이 생긴 곳으로 내려간다. 그들이 처음에 관람객들에게 이리저리 고개를 들려고 인사를 한다. 조그만 풀장 같은 가운데가 섬처럼 되어 있다. 그곳이 악어 쇼를 하는 곳이다. 이리저리 봐도 악어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나는 악어를 밖에서 끌고 와 악어 쇼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빨강 옷을 입은 조련사 한 명이 물에 잠겨있는 악어들을 손으로 끌어낸다. 자세히 보니, 많은 악어가 물속에 있다. 조련사가 손으로 끌어내면 악어는 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조련사가 악어 한 마리를 끌어내 손으로 악어 입을 크게 벌린다. 악어는 순한 양처럼 조련사의 지시에 따르는 듯 입만 크게 벌리고 있다. 처음에 한 조련사가 자기의 머리를 악어 입에 넣는다. 그의 머리가 악어 입에 들어가 있어도 악어는 계속 입을 벌리고만 있다. 이것은 위험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지폐를 동전에 싸서 던져준다. 다른 조련사가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주워 한 곳에 모아둔다. 조련사는 머리를 한동안 악어 입에 넣고 있다. 악어가 입을 다물면 그의 머리는 절단 날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관람객이 던져준 지폐를 한 손에 다 모아들고 벌리고 있는 악어 입에 모든 지폐를 넣는다. 그리고는 그 지폐를 하나씩 악어 입에서 손으로 꺼낸다. 마지막에는 두 마리의 악어를 허리에 두르고 이리저리 돌며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게 한다. 그가 허리에 악어를 두르고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사진을 찍은 사람이 몇 명이 안 된다.
악어쇼가 끝나, 방콕을 벗어나 택시가 이제 구 도로를 달린다. 아마 운전수가 통행료를 절약하기 위하여 그런 것 같다. 구 도로 옆에 있는 태국의 가난한 시골이 다 보인다. 길가에 있는 여러 상점들이 너무나 더럽다. 상점들이 오랫동안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 그렇게 보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나는 택시운전수에게 30불을 더 주겠으니 파타야로 가자고 했다. 운전수가 좋다고 했다.
이제 택시는 파타야로 가고 있다. 나는 운전수에게 파타야 모래해안으로 가자고 했다. 아름다운 모래해안 때문에 파타야가 세계적인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모래해안 입구에 여러 꽃이 피어 있다. 모래밭 위에 폭이 거의 20미터 되는 공원 같은 데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건너편에는 관광객을 위한 조그만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대부분 조그만 카페들이다. 그 가운데 조그만 길이 있다. 나는 운전수에게 모래밭 입구에서 택시를 멈추어라 했다. 나는 혼자 1시간 동안 모래밭에 놓인 한 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본다. 여러 유람선이 지난 게 보인다.
이제 차는 배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운전수에게 미화 180불을 내민다. 운전수가 고맙다고 여러 번 고개를 숙인다. 택시가 정문초소 앞에서 멈춘다. 이때 대리점 차가 와서 내 앞에 멈춘다. 차에서 대리점직원이 나오더니, 배에 화물사고가 났다고 하며 같이 배로 가자고 한다. 저녁노을이 붉게 서녘하늘에 물들어 있다. 저녁노을에 잠겨 빨갛게 출렁이는 부두가 조금씩 가까이 보인다. 여러 배 가운데 있는 우리 배도 조금씩 가까이 보인다. 부두에 여러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게 보인다. 화물사고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마 여러 검사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화주나 용선회사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어떻게 든 선주에게 손해가 적게 해야 한다.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꼭 싸움터로 가는 기분이다.
약력
전남 고흥 출생
<문학과 의식> 소설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현대시인협회, 열린시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협회, 성암문학회 회원
열린문학상, 조선시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대통령표창 수상
주소 : 11318 경기도 동두천시 장고갯로 116번지 105동 506호
전화 : 010-6344-6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