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염기, 그리고 중화 반응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산성, 염기성 또는 알칼리성 같은 단어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산과 염기란 무엇일까? 식초나 레모네이드처럼 신맛이 나면 산(酸, acid) 또는 산성(酸性, acidic) 물질이라고 한다. 청소나 세탁에 사용하는 살균 표백제인 락스처럼 손에 묻었을 때 미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물질을 염기(鹽基, base) 또는 염기성(鹽基性, basic) 물질이라고 한다.
산과 염기의 주된 특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산
1) 신맛을 나타낸다.
2) 철이나 아연 등의 금속과 반응해(부식시켜) 수소 기체를 발생시킨다.
3) 염기와 반응해(중화 반응) 물과 염이라는 화학 물질을 만든다.
염기
1) 쓴맛을 나타낸다.
2)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다(만졌을 때 미끈거린다.).
3) 산과 반응해(중화 반응) 물과 염이라는 화학 물질을 만든다.
초등학교 때 리트머스 종이 실험을 한 기억을 떠올려보자. 리트머스 시약(산과 염기를 구별하는 여러 지시약 중의 하나)을 이용해 파란색 리트머스 시험지를 빨갛게 바꾸면 ‘산’, 빨간색 리트머스 시험지를 파랗게 바꾸면 ‘염기’가 된다는 이 실험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두 물질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산과 염기의 정의는 1887년 스웨덴의 과학자 아레니우스가 발표한 개념이다.1) 산이란 ‘물에 녹았을 때 수소 이온(H+)을 내놓는 물질’이고 염기란 ‘물에 녹았을 때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간단한 정의가 갖는 화학적인 파급력은 사실 어마어마하다.
산성의 원인이 되는 수소 이온은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간단한 수소 원자에서 양성자 주변을 돌고 있던 전자 하나가 빠져서 플러스 전하(+)를 갖게 된 화학종이다. 하지만 원자의 크기와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원래 수소 원자 하나의 크기를 야구장만하다고 가정할 때 중심의 양성자는 단지 완두콩만한 크기이고 나머지 야구장 영역을 전자가 돌아다니면서 가운데의 양성자를 안정화 시키고 있는 구조이다.
수소 이온이 되었다는 것은 야구장 크기의 전자구름으로 둘러싸여야 안정하게 있을 수 있는 양성자에서 전자구름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수소 이온은 주변에 전자가 있는 어떤 물질이 있더라도 달려가서 붙으려는 특성을 갖는다.
사실 수소 이온(H+)는 물속에서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가진 전자에 달라붙어서 H3O+라고 하는 하이드로늄 이온(hydronium ion)으로 존재하지만, 편의상 일반적인 화학책에는 수소 이온(H+)으로 표시한다. 이런 수소 이온의 성질을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이 주방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리코타 치즈’다.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살짝 가열하면서 수소 이온(산)이 들어 있는 레몬즙을 넣어 수소 이온이 우유의 단백질과 결합해 구조를 바꾸게 만들어 고체 상태의 치즈가 완성된다.
염기성의 원인이 되는 수산화 이온은 산소와 수소 원자,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전자 이렇게 세 종류의 입자가 뭉쳐서 된 화학종으로 마이너스 전하(-)를 띠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염기인 암모니아는 사실 분자 자체에 수산화 이온을 갖고 있는 화학 물질이 아니라 물에 녹였을 때 물에 있는 수소 이온을 빼앗는 반응을 하여 결과적으로 수산화 이온을 발생시키므로 염기라고 한다.
암모니아(NH3)를 기본으로 하는 화학 물질 중에서 수소 원자 하나를 다른 원자단2)Mg(OH)2) 같은 염기를 사용한 의약품이다.
산과 염기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화학 물질이다. 산과 염기의 반응을 ‘중화 반응(中和 反應, neutralization reaction)’이라고 한다. 중화 반응은 산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소 이온과 염기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산화 이온이 서로 만나 물이 되는 반응으로, 중화 반응이 완결된, 즉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이 모두 반응하여 없어진, 후에는 더 이상 산의 성질도 염기의 성질도 찾기 어렵게 된다.
강한 산으로 알고 있는 염산과 강한 염기로 알고 있는 수산화나트륨이 만나면, 물과 염화나트륨 수용액, 즉 소금물이 된다. 이를 증발시키면 남는 염화나트륨(소금, NaCl)처럼 산의 수소 이온을 제외한 음이온과 염기의 수산화 이온을 제외한 양이온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염(salt)라고 한다.
집에서 생선을 구울 때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생선을 굽고 난 뒤 프라이팬의 처리일 것이다. 주방세제로 두세 번 닦아도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의 비린내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생선을 구워먹었던 어느 날 저녁 프라이팬을 닦다가 화학자인 내가 스스로 화학 지식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 같음을 깨닫고 나서야 요즘은 세제로 한 번 닦은 프라이팬을 식촛물로 헹궈 비린내를 없애고 있다. 중화 반응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산과 염기의 세기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약속된 기준이 있다. 산과 염기를 각각 나타내는 것보다는 산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소 이온을 이용해 특정 기준보다 수소 이온이 많으면 산, 적으면 염기로 나타내 산과 염기의 세기를 모두 아우르는 척도로 pH를 사용한다.
물은 중성으로 수소 이온(H+)과 수산화 이온(OH-)의 농도가 10-7으로 똑같고, 매우 작다.3) 중성인 물의 두 이온 농도를 곱하면 10-14이 된다. 산성이 된다는 것은 이 균형이 깨지면서 수소 이온의 농도가 커지고 수산화 이온의 농도는 작아진다는 것을, 염기성이 된다는 것은 수소 이온의 농도가 작어지고 그만큼 수산화 이온의 농도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적으로 보면 로그(log) 기호의 정의에 따라 pH가 6에서 5로 1만큼 작아진다는 것은 수소 이온(H+)의 농도가 10-6에서 10-5으로 10배 커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이라 하더라도 강산인지 약산인지에 따라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정도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산과 염기의 강함과 약함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화학 평형’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물에서 생성물로 변하는 정반응과 생성물에서 다시 반응물로 돌아오는 역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화학 평형이란 이때 두 반응의 속도가 같아서 더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약산이 강산과 다른 점은 평형 상태에 도달했을 때 나오는 수소 이온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강산인 염산은 물에서 90%이상이 쪼개져서 100개의 분자를 물에 녹인 상태라면, 90개 이상의 수소 이온이 나온다.4)
같은 수의 분자를 물에 넣어 수용액을 만든 상황이라도 실제 산성을 나타내는 수소 이온의 수는 확연히 차이가 나 약산과 강산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염기도 마찬가지로 구별한다.
옛말에 “공짜면 양잿물도 먹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때 나오는 양잿물은 수산화나트륨(NaOH) 수용액으로 대표적인 강염기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누군가 마시게 된다면 입에 닿는 순간부터 혀, 식도, 위, 소장 등의 단백질로 구성된 모든 소화기관을 녹여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다.
만약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염기를 중화시키려고 산을 섭취하게 해야 할까? 강염기를 중화시키겠다며 염산 같은 강산을 이용한다면 산과 염기의 중화 반응에서 나오는 중화열, 염기가 안 닿은 곳에 닿은 산의 부식작용 같은 이차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 물질에 접촉해서 생긴 사고의 경우라면 다량의 물로 희석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실행되어야 하고, 물로 희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앞서 예로 든 강염기에 의한 사고라면 피부에 접촉한 경우 다량의 물로 씻어내면서 약한 산성 용액으로 중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섭취한 경우라면 다량의 물로 희석하면서 빨리 몸 밖으로 빼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산과 염기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아서 모든 화학 물질의 이름을 알고 어떤 물질이 강한지 또는 약한지를 외울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대표적인 강산과 강염기를 간단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강산의 경우, 가장 유명한 3대 산인 염산(HCl 수용액), 황산(H2SO4 수용액), 질산(HNO3) 수용액이 강산이라는 것과 한 가지 공식만 알면 된다. 그 공식은 다음과 같다. “산을 구성하는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2 이면 강산이다”. 물론 이 공식을 설명하려면 공명 구조, 산화수 등의 화학적인 내용을 장황하게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런 건 화학 전공자들에게 양보하기로 하자.
이 공식을 알고 있다면 과염소산, 인산, 탄산, 아황산, 그리고 락스에 사용되는 성분중 하나인 차아염소산(하이포아염소산) 등의 화학물질이 강산인지 약산인지를 화학식을 통해서 바로 알 수 있다.
* 공식: 산을 구성하는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2 이면 강산이다.
과염소산 (HClO4) :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3 (강산)
인산 (H3PO4) :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1 (약산)
탄산 (H2CO3) :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1 (약산)
아황산 (H2SO3) :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1 (약산)
차아염소산 (HClO) : 산소 원자 수 – 수소 원자 수 = 0 (약산)
이렇게 강산과 강염기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이 외의 나머지 산과 염기는 대부분 약산과 약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약염기로는 암모니아(NH3)나 암모니아가 살짝 바뀐 아민(-NH2, -NH, -N) 계열 화학 물질, 그리고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 있다.
어떤 화학 물질이 산인지 염기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항상 pH척도를 이용한 계산을 해만 한다면 매우 번거로울 것이다. 우리는 물질의 액성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 주로 산-염기 지시약(acid-base indicator)을 사용한다. 지시약이라고 하면 아주 대단한 화학 물질 같지만, 흔하게 마실 수 있는 포도 주스나 적양배추, 블루베리나 진한색 꽃잎에 들어 있는 천연 색소도 산-염기 지시약으로 사용 가능하다.
만약 집에서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다면, 적양배추를 사용하면 된다. 적양배추 반통을 가늘게 채썰어 뜨거운 물을 붓고 10분간 두었다가 걸러내 물을 사용한다. 이 적양배추 지시약은 pH 2에서 붉은색, pH 4에서 보라색, pH 8에서 푸른색, 그리고 pH 10에서는 푸른 녹색을 띤다.
이 지시약을 이용하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초나 베이킹소다, 비눗물 등의 대략적인 pH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천연 색소를 가진 식물들의 경우엔 심어진 토양의 산성과 염기성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지는 특징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리지어 소담스럽게 피는 예쁜 꽃으로 유명한 수국은 약한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색의 꽃을 약한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 색의 꽃을 피운다.
아레니우스의 산-염기 정의는 반드시 수용액에서 수소 이온(H+)을 내놓거나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 물질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액이 아닌 기체의 반응이나 화학식에 수산화 이온이 없는 물질에 적용할 때에는 물과의 반응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23년 덴마크의 화학자 요하네스 브뢴스테드(Johannes Brønsted)와 영국의 화학자 토머스 로우리(Thomas Lowry)가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산염기 이론’을 발표했다. 화학적으로 보면 아레니우스의 정의 보다는 좀 더 확대된 영역의 브뢴스테드-로우리 이론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 브뢴스테드-로우리의 산 염기 정의
산 : 다른 화학물질에 수소 이온(H+)를 줄 수 있는 화학종
염기 : 다른 화학 물질로부터 수소 이온(H+)를 받을 수 있는 화학종
이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어떤 산이 있을 때 그 산에서 수소 이온을 내놓은 후의 남은 음이온은 역반응이나 다른 반응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어지는 수소 이온을 받는 짝염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화학물질이 약산(HA)이라면, 수소 이온을 내놓고 난 이후에 생기는 음이온(A-)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소 이온을 받는 짝염기이다.
물론 화학 물질이 강산이라면 수소 이온을 내놓는 반응이 워낙 잘 이루어지므로 강산의 짝염기는 수소 이온을 받는 특성이 매우 약한 약염기이다. 화학 물질이 약산이라면 처음부터 수소 이온을 내놓는 반응이 약하게 일어나고 즉,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약산의 짝염기는 내놓기 싫은 전자를 억지로 내놓은 상황이므로 오히려 수소 이온을 잘 받아서 원래 상태가 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강한 염기성을 갖는다.
이러한 짝산-짝염기 개념을 바탕으로 약산과 짝염기의 조합을 이용하여 산성도(pH)의 변화를 거의 나타나지 않도록 설계한 용액을 ‘완충 용액(Buffer solution)’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용액에 산이나 염기를 소량 첨가하면 pH가 엄청나게 바뀐다(물 한 잔에 강산 한 방울을 첨가하면 pH는 7에서 2로 떨어질 정도이다.). 하지만 보통 약한산과 그 짝염기가 비슷한 양으로 들어 있는 완충 용액 한 잔에 강산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pH는 약 0.02정도만 바뀔 뿐이다.
이 놀라운 완충 용액의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사람의 혈액은 pH 7.4의 약한 염기성인데 pH 7.35~7.45이상의 범위를 벗어나면 폐에서 세포로 산소를 운반하는 과정이나 세포 내에서 우리를 살 수 있게 하는 대부분의 화학 작용이 정상적인 반응을 하기 어려워져서 생명에 이상이 생긴다.
만약 혈액이 완충 용액이 아니라면, 약한 산인 탄산음료 한 잔을 마셔도 혈액이 산성화되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흥분 상태나 불안한 상태에서 호흡이 너무 가빠지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과하게 배출해 혈액의 pH가 정상 범위보다 커지게 되어 온몸이 저리고 어지러우며 손발 경련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게 된다. 게다가 심할 경우 이런 과호흡 증후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혈액이 알칼리화(염기화)되어 바로 사망하게 될 것이다.
혈액의 완충 작용은 약산인 탄산(H2CO3)과 탄산의 짝염기인 탄산수소 이온(HCO3-)에 의해 일어난다. 만약 혈액에 산(수소 이온)이 들어오면 곧바로 탄산수소 이온과 결합해 탄산으로 바뀌게 되어 pH의 변화가 미미하게 된다. 염기(수산화 이온)가 들어오게 되면 바로 탄산과 중화 반응하여 물을 생성하면서 pH의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완충 용액의 놀라운 화학 반응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아주 깨끗한 빗물의 pH는 얼마일까? 대부분 pH7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깨끗한 빗물이니 당연히 중성인 물일 거라고. 하지만 우리가 숨 쉬는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약 0.037%5)pH는 약 5.6이다.
산성비는 pH가 5.6 미만의 비를 의미한다. 최근 서울에 내리는 빗물의 pH를 조사한 결과, 강수량이 적고 편서풍에 황 산화물과 질소 산화물의 양이 많아지는 11월에는 평균 pH가 약 4정도로 산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이 되면 더 촉각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우산을 꼭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오랫동안 약한 산성인 비가 계속 내리는 자연환경에서도 바닷물의 pH는 약 8.2로 유지되고 있었다.6) 바닷물을 효과적인 완충 용액으로 만들어 pH를 유지하는 화학 물질은 탄산(H2CO3), 탄산수소 이온(HCO3-), 탄산 이온(CO32-)이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지난 200년 동안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많아진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녹아 1800년대 이후로 바닷물의 pH가 약 0.1만큼 떨어졌다.
고작 0.1 떨어진 걸로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pH가 1 작아지면 수소 이온의 농도가 10배 늘어난다는 걸 떠올려보자. pH가 0.1 떨어졌다는 것은 바닷물에 있던 수소 이온 농도가 약 26%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여 바닷물의 pH가 낮아지는 현상을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라고 하는데 이로 인한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탄산에서 나오는 수소 이온이 탄산 이온과 반응해 바닷물속의 탄산 이온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반응 1), 바닷물의 탄산 이온을 유지하기 위해 산호초나 조개 같은 바다 생명체 껍데기의 탄산칼슘이 녹아서 탄산 이온을 만드는 반응(반응 2)이 일어나게 된다.
산호초는 물속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하는데, 그 양은 실로 엄청나서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를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중요한 터전이기도 하다. 해양 산성화로 인해 산호초의 성장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산호초가 녹아 죽어갈 수도 있다.
레몬과 생선 비린내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산과 염기가 사실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 물질이라는 사실까지, 사소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너무 커져버렸다. 화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적정한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적정한 균형이 무너지면 처음에는 사소한 문제로 보이던 현상이 결국 파국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화학적으로 보면 세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아레니우스의 정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알킬기로 R로 나타낸다.
약 5억 5,500만 개의 물 분자 중 하나만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으로 쪼개진다는 뜻이다.
이때는 평형이라고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역반응이 미미하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0.03%로 수천 년간 유지되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고도의 산업화로 인한 인간 활동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위도와 지역에 따라 ±0.3정도의 차이가 난다.
발행일 : 2018. 06. 04.
저자 김민경 화학자,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 화학과 부교수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화학환경공학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2009년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 매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생들이 뽑은 Best Teacher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한양대학교 저명강의교수상을, 2016년에는 ‘생활 속의 화학’ 강의가 교육부 KMOOC 강의에 선정되었다. 산업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온라인강의 <안전 365! 화학안전강의>를 진행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실버버그의 일반화학》 (2판, 3판), Burdge의 《일반화학》(4판), 《일반화학의 기초》(1판), McMurry 《일반화학》(7판), 《핵심일반화학》(7판), Bauer의 《화학의 기초》(4판), Brown의 《유기화학입문》(6판)이 있다.
2018 파워라이터ON은 임지현, 이상욱, 박종기, 양지열, 진중권, 김민경, 전중환, 이택광, 정종현, 주영하 등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유명한 분야 전문가 10인의 지식 콘텐츠를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연재 프로그램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레모네이드와 생선 비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