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중요' 구호만 요란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성적 비관 자살 등 교육 현장의 병리현상이 불거질 때면 언제나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교육부도 교사들에게 ‘연구점수’라는 당근까지 제시하며, 해마다 ‘인성교육 실천사례 연구 발표대회’를 열어 인성교육을 독려하고 있다. 교사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한다. 문제는 그런데도 교육 현장의 인성교육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입시교육에 치여 부실최근 프로그램 개발 활기
충남 논산 대건중 조한일 교사는 “필요성은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지만, 인성교육이 내실있게 이뤄지는 곳은 많지 않다”고 했다.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인성교육을 할 물리적인 시간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는 데다, 막상 하려고 해도 당장 활용할 만한 정교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지산중 전종호 학생부장은 “그러나 7차교육과정의 시행으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고, 학생 지도를 위해 인성교육을 하려는 교사도 늘고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맞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보급과 교사 연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인성교육이 지금보다는 활기를 띨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인성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육부는 창의적 재량활동 및 특별활동 시간에 활용 가능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사단법인 교육전략21(new3r.net)에 연구용역을 맡겨 중학교용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11월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될 예정인 이 프로그램은 △자아 탐색 및 발견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는 학생문화이해 증진 △성공적인 삶을 위한 신념 형성 △청소년의 건강 증진 △즐거운 학교 만들기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 등 6개로 구성돼 있다. 한 프로그램 당 15시간씩, 모두 90시간에 걸쳐 사용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초등학교 4·5·6학년용, 그 다음해에는 고등학생용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교육전략21이 지난 2001년 말 개발해 전국 초·중·고교에 무료로 보급하고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New 3R’도 일선 학교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3R는 믿을 만한 사람(Reliable), 책임지는 사람(Responsible), 존경받는 사람(Respectable)의 머릿글자를 딴 말로, 이 프로그램은 나에 대한 탐색, 미디어 수용능력 함양, 관용성 향상, 의사소통, 진로선택 등 9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66시간 분량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kyci.or.kr)도 지난 2000년부터 청소년과 초등학생에게 정직과 배려, 자기통제 등 3가지 덕목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 품성교육 프로그램 ‘멋진 우리’를 학교와 전국 청소년상담실 등에 보급하고 있다. 이밖에 교육부가 실시하는 인성교육 연구 발표대회에서 뽑힌 우수 사례는 에듀넷의 현장교원 참여마당(madang.edunet4u.net)에서 볼 수 있으며, 포스코교육재단에 딸린 14개 유치원·초·중·고교도 지난 5월부터 자체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