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20편 노을빛산하>②묘갈명-4
“아빤 안 자는데, 왜 아줌마만 혼자 자는데?”
“아하하, 내 딸 소연이 과연 정의롭구나! ...어서 책가방 갖다 두고, 나와 놀아라!”
“네!”
남자가 안고 서있던 소연을 내려놓자, 부리나케 책가방 속에서 비운 도시락을 꺼내놓더니, 제 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남자는 부리나케 채수진의 저고리를 벗기고, 뒤로 앉힌 뒤, 그녀를 검진하였다.
그녀는 이내 윗몸을 앞으로 숙이었다.
“임신이오!”
남자는 놀란 듯 격하게 그녀가 임신임을 알리었다.
“정말?”
채수진은 고개를 휙 돌리더니, 묻는 거였다.
“정말이오!”
그때 언제 방을 나왔는지, 소연이 저고리를 벗은 그녀가 정겹게 보이었는지, 불같이 달려들어 냉큼 그녀의 한쪽 젖통을 거머쥐고는 콩알만 한 유두를 물고, 오물거리며, 빠는 거였다.
“어머, 소연공주님? 간지러워... 오호호.”
“쩝쩝...”
채수진이 간지럽다고, 질겁하였으나, 젖어멈이 젖먹이 끌안듯, 젖을 빨리고 있었다.
소연은 정녕 젖먹이인양 쩝쩝 소리를 내면서 젖꼭지에서 입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채수진은 엉뚱하게 한 손을 뒤로 보내 집히는 대로 남자의 손목을 쥐고 끄는 거였다.
“이전 지 엄마 학교가면, 으레 울 소연공주가 나오지도 않는, 내 젖을 빨곤 했어요! 그때야 전 불임 수술한 걸 후회했어요... 그때 아길 가졌다면, 소연공주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리란 생각도 들었어유.”
“소연엄마가 아기 하나 더 났으면, 그때는 채수진 젖이 불났겠네?”
“이가 안 났을 땐 괜찮았는데, 이가 나면서 이빨로 물어뜯으니까, 아프더라고요. 오호호.”
“수진 씨도 머지않았네!”
“적적할 땐 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여보, 당신!”
그때 채수진의 말에 그녀의 젖을 빨던 소연이 젖꼭지에서 냉큼 입을 떼더니만, 그녀를 사뭇 노려보면서 꾸짖듯 묻는 거였다.
“아줌마가 왜, 울 아빠한테 여보 당신이라고 불러?”
소연의 눈꼴이 이상하게 틀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채수진이 계면쩍게 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여는 거였다.
“오호호, 울 소연공주님, 다름 아니라, 공주님 혼자 외롭잖아? 그래서 아빠한테 내가 빌어서 아기 가진 거야! 내년엔 소연공주 동생이 태어날 거야. 오호호, 소연공주님은 좋겠다!”
“....!”
소연은 말없이 그녀의 말에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의 표정을 훑고 있었으나, 어린 소연은 어쩐지 한 구석이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는지, 마냥 눈을 깜빡거리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눈치이었다.
어느새 열기를 동반하고 반짝거리던 햇살이 흐려지면서 짧은 해가 훨씬 기울어가고 있었다.
소연은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숙제공부를 하는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좀 있으려니, 해가 지고 곧바로 어둠이 엄습하고 있었다. 성희가 퇴근한다는 다섯 시 반도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채수진이 거실에 불을 밝히고, 좀 있으려니, 대문 여닫히는 소리가 들리어왔다.
‘덜컹’
대문이 여닫히는데, 천복이 창밖을 보자니, 침침한 어둠속에 희끄무레한 모습으로 대문을 지그리고 들어오는 성회가 어렴풋 보일 뿐이었다.
“엄마, 아빠 왔어!”
소연이 제 방 도어를 열어젖히고, 튀어나와서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성희에게 붙당기는 모습은 혈육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번지고 있었다.
모녀가 서로 마주치는 정경이 창밖으로 어렴풋 보이는데, 성희는 금세 소연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거였다.
“여보, 좀 자주 오세요! 소연이 가끔 아빠 말해요! 오호호.”
“자주 만나면, 시들하잖소?”
성희의 말에 천복이 역설하였으나, 그녀는 남자 옆에 다정히 붙어 앉으며 말하였다.
“내일은 강의 안 들었어요. 나가도 그만, 안 나가도 그만이에요!”
첫댓글 그 시절 하교하여 집에 오면 책가방 속에서 민 도시락을 꺼내놓는 것도 일이었죠
소연은 천복을 닮았나 봐요. 영리하고 똑똑해요.
저희엄마가 음대교수라 그런지, 유희도 잘 하고,
사리도 밝은 것 같고 다정다감하기도 하고 엄마
아빠를 의식적으로 잘 따르네요. 오죽이면 소연
공주라는데, 요즘 같으면, 자가용에 태워다주고
태워오고할텐데 소연은 선화초교를다니겠지만
혼자 걸어다니는 모양이네요. 이제 삼 학년이니,
아직은 도시락 넣은 책가방이 무거울 테지만 잘
다니나 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