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도 모습을 감추고 정수리에 내리꽂히던 햇빛도 숨이 죽어 부드러워졌다. 어스름한 저녁이면 창밖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해 질 녘 하늘은 노을이 붉다. 괜스레 마음이 스산해지는 가을, 가을엔 무릎 덮개가 필요하다. 따스하고 편안하게 마음과 몸을 보듬어줄 포근함이 필요하다.
포근하게 몸과 마음을 감싸주는 무릎 덮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작은 모티브를 연결해 만든 무릎 덮개는 나만의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의 향기 좋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나기도 하고, 오랫동안 들춰보지 않았던 시집을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 TV 드라마 대신 심야 라디오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가을엔, 뜨개질이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얼기설기 투박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진다.
올가을엔 작은 모티브를 떠서 연결한 무릎 덮개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시간이 날 때마다 손바닥만 한 모티브를 마음에 드는 색깔의 실로 떠놓는다. 그렇게 모인 모티브들을 한 번에 좍 연결하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만의 무릎 덮개 완성! 비록 코가 한두 개 빠지고 크기도 제각각이라 어설퍼 보이긴 해도 내 손으로 완성한 작품이라는 의미만으로도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부터 틈틈이 준비한다면 완연한 가을부터 겨울까지 두고두고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차 마실 때도 덮고, 책 읽을 때도 덮고, 어깨에도 두르고, 엉덩이 밑에도 깔고….
재료: 원하는 색의 털실, 털실에 맞는 코바늘, 돗바늘, 가위
① 모티브를 여러 장 뜬다. 똑같은 도안이라도 실의 종류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원하는 크기에 맞춰 모티브의 개수를 정한다. 보통은 가로 세로 1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모티브를 가로로 10개, 세로로 5개, 총 50개 정도를 연결하면 무릎 덮개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Tip 무릎 덮개를 만들려면 실이 어느 정도 필요할까?
뜨는 법과 실 종류에 따라 필요한 실의 양이 달라진다. 우선 가로 세로 15cm의 시험뜨기를 한 후, 각 10cm 내의 코와 단수를 세어 게이지를 낸다. 게이지를 원하는 크기에 곱해 총 단수와 콧수를 계산하면 필요한 실의 양을 알 수 있다.
한길긴뜨기
사슬뜨기
② 모티브를 원하는 개수만큼 떴으면 모티브끼리 연결한다. 손뜨개용 마무리 도구인 돗바늘을 이용해 연결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돗바늘에 원하는 색상의 실을 꿰고 모티브 끝자락끼리 잇는데, 이때 코와 코 사이가 연결되어야 끊어질 염려가 없는 튼튼한 무릎 덮개가 완성된다.
바느질을 할 때도 이불을 꿰매는 굵은 바늘부터 모시옷을 손질하는 아주 얇은 바늘까지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뜨개질을 할 때 사용하는 코바늘도 용도에 따라 종류가 디양하다. 뜨개실과 용도에 딱 맞는 코바늘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레이스용 바늘
코바늘은 크게 레이스용과 뜨개용으로 나뉜다. 레이스용 바늘은 가느다란 실로 얇은 레이스를 뜨기에 적합한 바늘인데 굵기에 따라 호수가 정해져 있다. 0, 2, 4, 6, 8, 10, 12호 중 0호 바늘의 두께가 1.75mm로 가장 굵고, 12호의 두께가 0.6mm로 가장 얇다. 즉 호수가 커질수록 바늘의 굵기가 얇아 극세사로 레이스 뜨기를 할 수 있다. 초보자라 어떤 실에 몇 호 바늘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실을 구입한 곳에서 물어보면 된다. 전문가가 권하는 바늘을 사용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뜨개용 바늘
뜨개용 바늘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코바늘인데 이 또한 레이스용 바늘처럼 굵기에 따라 호수가 정해진다. 2, 3, 4, 5, 6, 7, 8, 10호 가운데 2호 바늘의 두께가 2mm로 가장 얇고, 10호 바늘의 두께가 6mm로 가장 굵다. 뜨개용 바늘은 레이스용 바늘과 반대로 호수가 커질수록 바늘의 굵기가 굵어진다. 일반 털실로 뜨개질을 할 때는 7호나 5호 바늘을 사용하면 된다. 코바늘의 호수가 중요한 이유는 코바늘이 실에 비해 너무 얇거나 굵을 경우 뜨개질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모티브를 이용해 무릎 덮개를 만들었다면 남는 실로 뜨개질을 더 해보자. 친환경 수세미는 어떨까? 모티브 뜨는 법만 익혀도 다양한 용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다.
Tip. 친환경 생활 실천 방법
친환경 수세미 만들기
털실 수세미를 사용하면 일반 수세미보다 세제를 더 적게 사용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무릎 덮개를 만들 때처럼 긴뜨기와 사슬뜨기만으로 만들 수 있으니 여러 개 떠서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다소 긴 사각형으로 뜨면 욕실 청소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또한 긴뜨기로 하면 된다. 면사를 수세미 형태로 뜨개질하면 샤워용 타월을 만들 수도 있다. 자, 이왕에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었다면 이제 일반 세제 대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친환경 세제 만들기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법은 다양하다. EM용액을 희석해 이용하거나 식초나 버리는 우유, 천일염, 레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 중에서 EM용액을 이용한 친환경 세제는 한번 만들어놓으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500ml 페트병에 쌀뜨물을 넣고 천일염 반 큰술, 설탕 한 큰술, EM원액 한 큰술을 넣은 후 잘 섞는다.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서 중간중간 가스를 빼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잘 발효되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