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임남규
너!
한나절 비가 온 후
물 묻은 이파리가
햇살에 반짝이는
은가루가 되는 것을
보고 있는가?
길가에 늘어선
나무가 모처럼
미향 보석을 달고
온갖 교태를 벌이는
처녀가 되는 것을
보고 있는가?
아직 파릇하니
성숙이랄 것은 없으나
그렇다고 옷 입은 맵시가
없다고는 볼 수가 없어
이미 여인이 되는 것을
보고 있는가?
비맞은 여린 여인이 서고
길 한복판 내가 서서
양쪽 길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고민이
행복하게 흐르는 것을
보고 있는가?
시샘하는 구름이여!
구름아래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