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 사전 정보없이 보러 갔습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의 삭막한 세상살이와 그에 따르는 우울한 감정들을 표현한 영화인가 하는 생각을 제목을 통해 막연하게 추측하였습니다.
뜻밖에도 재난영화이더군요.
지진으로 인해 세상이 무너지고 달랑 황궁아파트 라는 곳만 남아 있는데, 아파트 밖 대부분의 세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보통의 재난 영화는 자연의 거대한 힘이 인간이 건설한 세상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가운데 인간이 자연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서는 영웅서사를 그립니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다른 영화입니다.
생존이 유일한 목표인 극한 상황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치사한 존재일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 두려워하는 집단의 힘 앞에서 어떻게 왜곡되어 받아들여지고 파괴적으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줍니다. 선의가 악의로 왜곡되어 전달되고, 그 과정에 공동체의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이를 바라보는지 보여줍니다.
인간이 이룩한 지금의 사회, 도덕, 제도, 관념들이 극한 상황과 생존문제 앞에서 얼마나 허약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져 내리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인간의 허약함을 딛고,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강인하게 발휘되는지도 보여줍니다. 인간에 절망하고 인간때문에 희망을 품게 되는 그런 영화이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분들과 함께 였기에 더욱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