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에 (융합 복합문화관)을 건립하자
고향신문 사설
【사설】
문화가 경제다. 융합문화관 건립으로 답을 찾자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直島)에는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이우환 화백은 일본의 예술운동인 모노파(物派)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과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미수교상태였던 시기에 일본으로 밀항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인구 3.000여 명에 영덕군 면적의 93분의 1에 불과한 나오시마가 자연과 예술의 섬이라는 세계적 유명세를 얻기까지의 과정에는 문화를 앞세운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척박한 섬을 희망이 가득한 땅으로 변모시킨 사람은 한 사업가의 미래를 예측한 투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외진 섬에서 열린 제4회 트리엔날레 미술 행사 때에는 120만 명이 방문하고 1억3.200만 달러(약 1,700억 원)라는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얻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이우환 미술관을 건립하여 그 지역을 알리는 마중물로 삼고 관광객 유입의 견인차 역할의 기회를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시립기당미술관은 재일교포 사업가인 기당 강구범 선생이 건립하여 서귀포시에 기증하여 우리나라 최초 시립미술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가는 사후 다수의 작품을 제주도에 기증하면서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또, 제주도에는 이중섭 미술관이 있다. 동란 때 피난 온 인연으로 이중섭거리, 이중섭 예술제를 만들어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여 관광수입을 창출해내고 있는 좋은 본보기다. 작은 섬 제주도에는 이밖에도 제주현대미술관, 왈종미술관 등 다수의 뮤지엄이 운영되고 있다.
영덕군과 인접한 영양군에는 이문열 문학관, 야송 이원좌 미술관은 청송군에서 군립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원좌 미술관은 후학도를 발굴하는 전국 규모의 공모전도 개최하고, 상시로 기획전을 열어 외부인의 발길을 잇는 문화郡의 이미지를 쌓고 있다.
다도해로 이루어진 전남 고흥군을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한다. 섬마다 문화 시설이 가득하다. 여행객들은 싱싱한 해산물로 미식하고 섬을 투어하면서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놨다. 고흥의 특산물에 추억 하나를 더 보탠 셈이다.
몇 해 전 예천군은 군립 박서보 미술관을 남산공원 내 3층 규모로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단색화의 거장을 내세워 세계적인 문화관광명소가 되기를 기대 했지만 자신의 고향 예천에서는 공공건축법 제도에 발이 묶여 건립은 무산되고 결국 제주도에 짓기로 결정이 되고 말았다. 미술관 완성을 못 본 박서보 화백은 지난해에 별세하였다.
경주에는 경주솔거미술관이 있다. 애초에는 소산 박대성 미술관 건립을 목표로 진행되었지만 지역 문화인들이 단독 미술관은 불가하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현재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에 2015년 문을 열면서 신라 시대의 화가인 솔거(率居)의 이름 딴 솔거미술관으로 명칭을 달리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마다 문화예술 콘텐츠로 경제 활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술, 학문, 언어, 풍습, 종교, 정치, 모든 제도에다 문화를 붙여 문화규범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우리는 문화 혜택의 고마움을 모른다.
영덕군은 어떤가? 천혜의 자연에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끝 모르게 아득한 동해바다 언덕 창포리에는 바람이 돌리는 풍력발전단지가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지 내에는 신재생에너지관, 바람개비공원, 어린이 놀이터, 항공기전시장,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군민은 물론 전국에서 찾은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무려 64.6km의 블루로드는 쪽빛파도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끔 다듬어져 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여기에다 지역 출신 출향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종합문화관을 조성하여 기존 명소들과 연계를 시킨다면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병곡면 출신 윤영 수필가는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문학인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는 해양법연구로 학술계에서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예술계에서는 초당 이무호 서예가를 높이 평가한다. 태극서법 창시자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서예계의 실력자이다. 고향 바닷가에 산재해 있는 조약돌을 평생 화폭에 담아온 남학호 작가는 일명 조약돌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왕성한 작업으로 해외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우리나라 미술계에 중견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밝음과 어둠을 조화(調和)시킨 빛의 화가로 불리는 류성하 작가는 인물화를 즐겨 그리면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는 호평이다. 이외에도 영덕 출신의 많은 예술인들이 고향 영덕을 홍보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방송과 지면은 물론 허용되는 기회는 놓치지 않고 고향 영덕 자랑으로 열을 올린다. 전국에서 맹활약을 하는 예술인들을 郡차원에서 관리하면 따로 홍보대사를 찾아 위촉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들 것이다.
제조업은 전무하고 지리 특성상 세원은 농수산물 생산뿐이다. 7.57%의 낮은 재정자립도로는 군민을 위한 일상의 사업이 어렵다. 극복하는데 필요한 해결 방법은 문화융성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출신 출향 예술인들의 다양한 개성을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하여, 다양하게 제공하면, 다양한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기념관으로 전락되는 예술관이 아닌, 여러 작가들을 한데 묶는 문학, 미술, 학술 자료를 종합예술관에 융합하여 영덕을 알리는 메카로 삼는 결정이 시급하다.
'문화중심 영덕'이라는 이미지가 대한민국에 널리 알려지는 그 날을 기대한다.
고향신문 기자
[사설]
경쟁력은 문화, 출향문화인이 홍보대사다.
충남 논산에는 2019년 개관된 바람의 작가 김홍신 문학관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 밀리언셀러 작가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사업가인 고향 후배가 사재 72억을 쾌척하여 건립한 문화공간이다.
개관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해외까지 소문이 나더니 외국인의 발길이 잦은 명소가 되었다. 지자체 예산이 전혀 투입되지 않았음에도 문학도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유명세를 얻더니 지역 세수에 일조하는 특이한 성공사례다. 순수문화 콘텐츠를 대중의 문화 욕구와 결합시켜 얻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조선 역사에서 격변기마다 권력 암투에서 밀려 귀양 떠난 사람이 약 7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중 54명이 외딴 섬 진도로 보내졌다고 하니 많은 편이다. 당시 현지인은 이들과의 이질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학문과 이념, 세련된 한양풍습을 받아들여 생활문화로 동화(同化)했다. 수백 년을 전승하며 지금의 남도 문화를 가꾸고 지켜 온 이면에는 이러한 원주민(原住民)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변천과 흥망의 자취를 인정한 정부는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했다. 예향 본고장으로써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 낸 셈이다. 명승 제80호 소치 허련(許鍊)으로 시작되는 운림산방은 2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설미술관으로 운영되는 진도현대미술관 박주생 관장은 사재를 털어 수집한 반닫이(궤), 벼루, 서화(書畵) 등 희귀 골동품을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다. 유무형문화재(有無形文化財)가 숨 쉬는 전남 진도군(珍島郡)을 보배의 섬이라 부르는 이유다.
문화를 앞세운 관광객 유치에 각 지자체의 움직임이 바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44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 국제행사다.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를 보유한 순천시가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 낸 비결은 홍보를 위한 홍보대사 활용에서 효과를 봤다는 뒷얘기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재정자립도 지표상 하위인 영덕군의 입장도 다르지 않기에 빠른 대안이 요구된다. 기존 시설과의 연결과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이 점검되어야 한다. 다음은, 그 지역만이 가진 특화된 명승명소, 전통, 자연, 인물 전반에서 경쟁력을 지닌 요소를 찾아내는 행정의 뒷받침이다. 국립칠보산(國立七寶山) 자연휴양림, 여름철이면 옥계계곡에 몰려드는 피서객, 영해의 사대부들이 사색을 즐기던 관어대(觀魚臺), 천년고찰 장육사, 이러한 청정자원을 개발할 때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가사문학의 효시 신득청 선생,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왕사, 고려 삼은(三隱)의 한 사람 목은(牧隱) 이색(李穡)선생의 사상, 항일 의병장 신돌석 장군, 689년 기사환국에 의해 영해로 유배되었던 소재(疎齋) 이이명의 발자취... 영덕 내에 산재해 있는 역사 흔적들을 고증하여 명소화시켜야 한다. 외관만 화려한 분장 수준의 전시효과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건강한 조성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3가지의 환경은 바다와 들과 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영덕이 지니고 있다. 내륙이 부러워하는 푸른 바다, 내륙의 곡창지대에 버금가는 영해평야, 높이 811m의 명산 칠보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는 송이버섯이 생산된다.
이국적 풍광이 500km 넘게 펼쳐지는 동해일주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삼사해상공원, 창포말등대, 블루로드 같은 관광지는 이미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오래 머물면서 소비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인지 사진 찍고 떠날 뿐이다.
영덕군에 정착한 한 귀농인의 야심찬 제안서가 관심을 끈다.
에메랄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영덕읍 대탄리에 팜그로브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여 힐링명소, 문화예술명소, 체험의 활동명소로 만들겠다는 최정연 대표의 구상이다.
우리 지역에 이러한 콘테츠가 뿌리를 내리게 되면 삶의 질은 높아지고 행복지수는 덩달아 오르게 될 것으로 믿어진다.
행정 서비스업과 예술 서비스업이 함께할 때 주민의 삶은 윤택해지고 여가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 지역은 강과 바다를 끼고 있다. 해안도시와 수변도시들의 개발 사례를 분석하여 활력이 넘치는 터전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더 나은 세계로의 구현을 희망한다면 미래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추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과감한 규제철폐, 과감한 결단, 과감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출향 문화예술인들이 있다. 이들을 결집하여 영덕의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학술계는 해상법 권위자 김인현 고려대학교 교수, 문화예술계에는 초당 이무호. 이형수 서예가, 류성하. 남학호 화가, 문학계에서 윤영 미니픽션작가. 박미자 시조시인, 이 밖에도 정치계, 경제계, 교육계, 언론계 등에서 서울, 대구, 울산, 제주도, 포항, 전국에서 활약하는 출향인과의 연계 전술은 경제발전으로 나아가는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들의 업적을 한곳에 모아 융합된 복합문화관의 건립으로 이어진다면 미래의 자산 가치로 인정될 것이고 양질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현대는 홍보전쟁 시대이다. 온라인(on-line)이든 오프라인(off-line)으로든 효율적인 방법을 통한 홍보에서 성패가 결정된다.
고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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