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20편 노을빛산하>②묘갈명-8
“어머나, 울 소연공주님 모른 게 없네!”
“아줌마, 울 아빠 언제 가신대?”
소연이 동공을 굴리면서 묻는 거였다.
채수진은 자신도 모르는 일을 소연이 묻자, 당황하여지는 거였다. 그러나 더 황당한 것은 소연이 아직도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말투이었다.
“소연공주, 나도 소연아빠가 언제 떠나실지 몰라. 그런데 소연공주님, 앞으론 날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안 댜. 작은엄마라고, 불러야 혀! 의심나면, 엄마한테 물어 봐?”
채수진은 아주 조심스레 소연을 설득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소연은 그녀의 말에 선뜻 반응은 안 보였으나, 낯빛에 냉철한 기미가 감도는 건 분명해보이었다.
그녀는 괜스레 그런 말을 소연에게 들려준 뉘우침이 머릿속으로 스치기도 하였다. 너무 성급하게 서둘렀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다홍치마에서 가르치고, 자식은 품안에서 가르친다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소연이 어렸을 때, 하고픈 말을 들려준 게 잘했단 생각도 드는 거였다.
“소연공주, 생각해봐! 내가 소연엄마한테 언니라고 하잖아!”
이 말은 채수진이 소연에게 다그치는 뜻이 들어있었다.
그러자 정녕 소연이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 안 물어보고, 아빠한테 물어볼 거야!”
“오호호, 소연공주님 똑똑하네! 아빠한테 묻는 게 맞긴 맞아!”
그런데 에부수수한 머리털에 남자와 성희가 방에서 나와, 소연과 채수진이 마주앉은 데에로 시선을 모으고, 앉는 거였다.
“아-빠!”
소연이 갑자기 남자에게 달려들더니, 당금아기 무릎에 올라앉는 거였다.
“우리 소연공주, 아직 학교 갈 시간 멀었나?”
“삼십분 남았어요!”
천복의 물음에 소연이 대답하였다.
“오늘따라 소연공주가 일찍 일어났네! 오늘 엄마는 학교 쉰다는 거야!”
그는 또 소연에게 성희가 쉬는 날임을 일러주었다.
“엄마 학교 쉬면, 아빠도 안 가지?”
“그럼, 이따 소연공주 학교서 오면, 작은엄마랑 넷이서 보문산 갈 건데.”
“작은엄마?”
그가 채수진을 작은엄마라고, 말하자, 소연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묻는 거였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소연공주, 이제 엄마랑 아줌마랑 아빠 아길 가졌어! 엄마가 낳은 아기나 아줌마가 낳은 아기가 다 같은 아빠 아기야. 그러니까, 네겐 작은엄마잖아?”
그의 말에 품에 안기었던 소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희와 채수진이 손뼉을 치고 있었다.
“방금 소연공주님한테, 제가 말했어요. 작은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글쎄 아빠한테 묻는다잖아요. 그런데 정답이 저절로 나왔잖아! 까르르...”
채수진이 소연이 들으라는 듯 말하고는 까르르 웃는 거였다.
“작은엄마!”
소연이 작은엄마를 한번 외쳐 부르더니, 책가방을 손에 들고, 잽싸게 나가는 거였다. 남자가 소연의 뒤를 따라서 대문 밖에 나가보니, 소연은 벌써 이웃아이들과 어울려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채수진은 부엌으로 들어가고, 성희와 남자는 옷을 벗어 놓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며, 지난밤 일이 신기한 듯, 성희가 말하였다.
“전, 약해서 언제나 당신을 감당 못하는데, 수진이 도와서 골인했어요.”
“하늘이 사람을 탤 때, 녹 없이 태지 않는다오! 사람은 사람이 필요해! 그러니, 남녀사이는 말할 나위 없잖소?”
“그런데 여보 수진이랑 저랑 아들인가 딸인가 당신이 알아낼 수 있잖아요? 오호호.”
“그것까지 알아보고, 슈베르트 명곡을 연주하겠나는 거요?”
“네! 그래요!”
그네는 아들딸 검진도 약속하고, 간단하게 샤워도 마친 뒤에 가실로 나오자, 수진이 아침상을 들여왔다.
아침상엔 물씬한 돼지고기수육에 소주로 몸을 풀고, 커피를 마시는데, 채수진이 물린 밥상을 치우고 들어왔다.
“수진이 선생님께서 우리 뱃속아기 딸인가 아들인가 보아주신다는 거야!”
“어머, 그걸 금방 아실 수 있으셔유?”
“임신도 알아내시는데, 그걸 모르시겠어?”
성희가 수진과 말을 주고받는데, 천복은 한편 걱정도 되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다음 또 날 거니까, 심각할 것 없어요!”
첫댓글 슈베르트 명곡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ㅎ
ㅎㅎㅎ 천복은 본래 서양음악을 좋아해서 라디오
같은 데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빠려들어가는 정도
로 좋아하죠. 그러나 음악을 좋아할 뿐, 감상할 차
원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그는음악에 빨려들면서
어린시절 서울의추억에 빠지곤하죠. 전쟁으로 한
순간에 어린 꿈이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환경에서
자라났으니 그럴법도 하겠죠. 전쟁은 무서운거죠.
아마 이번이 처음이아니라 과거에도 글래식을 연
주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성희가 미뤘을
겁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