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장소
최기수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에서 개최한 ‘23회 수필의 날 고창대회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고창에서 열리는 만큼 사무차장이자 수필에 관심 있던 나는 고창문협회장님과 함께 했다.
두 달 전부터 이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참석해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외적으로는 1박 2일 코스로 리무진 버스 3대로 전국에 있는 수필가들을 신림면책이 있는 풍경 문학관에 모시고 왔다. 내적으로는 심포지엄에 좌장, 주제 발표자, 질의자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책자도 준비했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종이책과 장소 그 대중 친화적 콜라보의 미래”였다. 주제 발표를 한 공광규 시인의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서점으로 자리를 굳힌 교보문고는 디지털 전환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교육계에서는 태블릿 피씨를 활용한 교과 수업을 앞두고 있다. 또한 도서도 전자책에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가 꺼낸 주제 질의와 해답은 명확했다.
작은 도서관이었다. 작은 도서관에서 종이책이 살아남을 거라고 했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고창에 있는 ‘책이 있는 풍경’이 있고 제주에는 ‘언아더페이지’, 충북 제천에는 ‘안녕, 책’ 동네 책방도 있다. 다들 지역과 공생하며 함께 하는 종이책이 있는 곳이라 했다. 마치 교보문고와 디지털 서적의 큰 흐름과 대형 댐이 있다면 지역 구석구석에 위와 같은 문학관, 도서관이 작은 댐처럼 종이책과 함께 지역과 상생하며 나아갈 거라고 했다.
나는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새달 전에는 ‘아날로그가 좋다’라는 글을 썼다.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책이 있는 풍경’과 같은 곳에서 책 한 장 한 장 스르르 넘기며 위안과 치료받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 싸고 정겨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책이 많아 아무것도 갖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 아무 데서나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또 책을 읽지 않아도 인문학당 창을 통해 곧게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기에 그곳에 있으면 자연적으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난 심포지엄에 참석해 태블릿 피씨를 꺼내 열심히 주제 발표 듣고 요약하고 있었다. 웃긴 일이기도 하다. 태블릿 피씨는 필기도 할 수 있고 액정 보호필름은 종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다. 디지털을 선도하는 회사들도 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걸까? 그러기에 기술적으로 아날로그를 담으려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변하여도 라디오가 그랬듯이, 영화관이 그랬듯이, 미술관이 그랬듯이, 이제 서점도 디지털화되며 대형화 되어 가도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지역마다 종이책 서점이 자리를 잡고 많은 이들의 위로를 얻는 피난처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아무리 디지털이 좋다고 하며 디지털 세상이 아날로그를 흉내 낸다고 해도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따라올 수 없다.
2023년 4월 26일 기사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국정 책임자에서 동네 책방지기로 거듭나셨다. 평산책방을 개업하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도서와 소장도서 1천여권을 전시했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
“평산책방이 우리 평산마을과 지산리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고 또 사랑방이 되길 기대합니다. 또 더 욕심을 부려서 평산책방이 평산마을과 지산리의 명소가 되고 또 브랜드가 되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또 자랑거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2023.06.18.)
첫댓글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에서 개최한
[ 23회 수필의 날 고창대회 심포지엄 ]
행사에 참여하신
강복남회장님과 최기수사무차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것이 디지털화 되어간다 할지라도 종이책이 주는 질감과 느낌, 향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물론 둘의 조화가 잘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열중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쓰는 일련의 과정들이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고 맑게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