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굴원을 생각하며)
백 상 봉
초나라 왕족으로 이름 굴평, 자는 굴원
회왕懷王을 모시면서 신임 얻고 출세 빨라
기울어진 초나라의 왕권확립 힘을 쓰고
개혁정책 세우려다 수구세력 미움 받아
동정호의 남쪽 습지 유배당해 살게 되니
이소離騷가를 지워 불러 진심을 호소해도
하늘은 문을 닫고 땅의 신神도 외면하여
돌덩이를 품에 안고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가진 꿈을 포기하고 그의 생을 마감하니
추모하는 마음으로 어부사를 뇌어본다.
굴원공이 쫓겨나서 상강湘江가를 오가면서
시가를 읊조리며 이리저리 거닐 적에
얼굴색은 초췌하고 몰골은 수척했다.
어부가 그를 보고 궁금하여 물어보니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夫 귀하신 몸 아닙니까.
무슨 사연 있었기에 이 지경이 되었지요?”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혼자 깨끗하고
모든 사람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
이런저런 미움 받아 추방당해 왔소이다.”
“세상일은 흐름 따라 흘러갈 수 있어야지
한 곳에 얽매이면 성인이라 할 수 없죠.
세상사람 탁할 때는 흙탕물을 일으키고
뭇사람이 취했으면 술지게미 씹어 먹고
싸구려 술이라도 마시고서 취해야지
어찌하여 저 혼자만 고고하게 처신하여
스스로가 쫓겨나서 외진 곳에 사는 지요?”
“머리를 감은 자는 관을 털어 다시 쓰고
목욕을 한 사람은 옷을 털어 입는 것을
내 어찌 깨끗한 몸 더러움에 물이들 가
상수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밥 될지언정
결백한 이내몸을 티끌 먼지 씌우겠소.”
어부는 이말 듣고 빙그레 웃으면서
노를 저어 떠나가며 노래 한수 부르는데
창랑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어내고
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노래 소린 멀어지고 대화는 끝이 났다.
깨끗하면 더럽힐 가, 내가 먼저 피하지만
더러우면 물이 들까, 남이먼저 피하는 것
적당히 어우러져 더럼 받고 더럽히고
그렇게 사는 것이 모두 같이 사는 거지,
도를 닦아 도인되고 돈을 모아 부자 되야
늙어서도 마음 편히 살아가는 도리라고
세상의 모든 사람 우왕좌왕 헤매다가
지나온 길 돌아보며 때 늦게 후회하니,
흙투성이 허물 벗고 빠져나온 매미처럼
혼탁한 세상에서 티 안 묻고 살은 삶은
만 사람의 귀감 되어 오래토록 전하지만
그렇게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백 상봉(白 相奉)
전번 ; 010-8868-9875
한국문인 협회, 한국pen, 강서문인 협회, 시조문학회, 민조시인 협회.
저서 ; 공자 활을 쏘다. 마음은 콩밭, 어럴럴 상사도야, 구룸산 곶고리강.
주소 ;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266 우장산 아이파크 135동 20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