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세 가지 음식.

[11기 효진]

의미있는 세 가지 음식.
나에게는 의미있는 세 가지 음식이 있다.
찐 달걀과 빵, 그리고 어제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으면서 추가된 돼지고기이다.
세 가지 음식의 공통점은 모두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 것이고, 모두 당시 궁핍한 시절 또는 환경에서 주인공에게 피같은 음식이다.

찐 달걀 혹은 삶은 계란은 첫번째로 의미를 두게 된 음식인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 어머니께서 사랑방 손님의 밥상에 같이 올린 것 중에 하나다. 사랑방에 머물렀던 그 손님은 안먹고 옥희에게 그 달걀을 주곤 했는데... 중학교 다닐 적 그것을 읽었다.
옥희가 달걀을 먹던 모습이 어찌나 생생하게 다가오는지 방과후에 버스종점에 있던 슈퍼에서 일주일가량을 매일 달걀 몇 개씩을 사서 집에서 쪄 먹곤 했었다.
특히 찐 달걀의 묘사가 생생한데, 소설에선 껍질 벗긴 흰 달걀 한 알. 두 알. '알'이란 단어가 나를 미묘하게 자극했다.

두 번째 특별한 음식은 '빵'이다.
빵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여기에서 빵은 생크림이나 달짝지근한 과일쨈. 심지어 앙고도 없는 빵이다. 그렇다고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달걀냄새 물씬 나는 빵도 아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가장 비슷할 것 같은 빵은 보리식빵정도. 것도 잘라지지 않은 보리식빵일 것이다. 그리고 모양은 둥그러야한다. 그것엔 이유가 있는데 [운명]이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선 빵이 '한 덩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유럽 배낭여행 할 때 독일의 기차역에서 종종 사먹었던 빵이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가깝다. 독일의 짠 훈제 소세지와 같이 먹기 위해선 꼭 빵이 필요한데 그 때 들어가는 빵. 빵의 표면은 조금 딱딱하고 씹는 질감이 아주 톡톡하다. 그 빵에 들어있는 소제지와 한 입 베어물었을 때 그 향과 맛이란~ 독일하면 물값보다 싼 맥주가 유명하지만 난 맥주보다는 그 빵이 더 생각난다.
아무튼 그 책을 읽은 이후로 생크림빵을 고집하던 나는 아무것도 들어있지않은 빵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빵에 향긋한 녹차 한 잔. 그걸로 이미 난 책 속의 주인공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여유롭게 빵 맛을 즐기는 것이 된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 주인공 이반은 아주 조금밖에 배급되지 않은 빵을 오래, 더 깊은 맛을 느끼며 먹기 위하여 배가 몹시 고파도 조금씩 뜯어서 먹었다. 그리고 반절은 더 배가 고플때를 위하여 침대 매트리스 안을 튿어 그 안에 빵을 숨겨놓았다.

마지막 음식은 돼지고기.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서 제주도가 고향인 주인공이 어렸을 적 아주 귀하게 한 점씩 먹던 것이다. 삶은 달걀과 빵과는 다르게 아직 주인공이 돼지고기 한 점을 먹던 기분은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내 기억이 사라지는 날까지 난 돼지고기를 먹을 때마다 소설속의 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못먹고 생긴 병이라 돼지고기를 먹으면 병이 낳았다던 소설속의 인물들. 워낙 궁핍한 시절이라 제사때만 한 점씩. 딱 한 점씩 먹을 수 있었다던 제주똥돼지고기.

아~
세 가지 다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