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바위형님 ㅡ1/윤용혁
큰형과 나는 여섯살
차이다
형은 시골 초교를
이등으로 졸업했고
나는 일등으로
졸업했다
중간에 세살 터울의 누나가 있지만 형은 인중 제고를 나왔고
나는 시골 사립중과
인고를 나왔다
인천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형은
구민네 집 언덕배기에 서서
동네를 굽어보며
어깨를 펴고
으스댔다
인중서 체육시간에 유도를 배우던 형은
방학 때나 데모로
휴교해 고향집에
내려오면 나에게
유도를 가르친다며
봉당마루에 이불을
깔아놓고 업어치기
안다리 후리기등
큰 기술을 가르친다지만 거의
힘으로 어린 내몸을
패대기 쳤다
낙법도 안 가르치고
넘기니 충격으로 온몸이 쑤셨다
그러던 형이
어느날 이웃집 형이
누나를 때리는 것을
보고 왜 내동생 때려하며 싸움이
붙었는데
잘 먹어 튼실한 형이
이웃집 형에게 몸싸움에 밀려
밑에 깔려 버둥대고
있었다
자랑스럽게 믿고
따르던 형인데
말이다
그리고 유도를
가르친다며 나를
집어던지던 형의
그 꼴에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막싸움에는 유도나
태권도가 소용이
없었나 보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이웃집 형이 형보다 한살 아래 동생이니
반드시 사과를 받아오라 이르셔서
형은 끝내 사과를
받아냈다
어느날은 학생웅변대회에
나간다며 원고를
외우다가 새벽에
곤히 자는 나의
배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해
나는 자다가 윽하고 봉창을 맞이했다
배도 아팠지만
너무 놀라 잠을
깼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날 약국으로
형의 전화가 걸려왔다
국궁에 입문하자고ᆢ
활을 살테니 돈도 부치라며ᆢ
그러면서 국궁의
입문서를 보내주는데
팩스 분량이
엄청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추석명절날
드디어 형이 무슨
을지문덕 장군이나
된 것처럼
몸에 띠를 두르고
무과 시험 때나
쓰는 과녁을 설치 후
조카들과 동네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를 벌름거리며
근엄하게
뚜벅뚜벅 나서서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숨죽이는 가운데
날아가는 화살이
안 보였다
너무 잘 쏴 눈에서
사라졌나 하는 순간
화살 하나가 형의
발아래 맥없이
픽 고꾸라졌다
모두가 웃었다
그러자 형은
다들 조용히 하라며
대포나 쏘려는지
주변에 서있지 말라며 이번에는
강감찬 장군이나 된듯 사선에 서더니
황포로 된 과녁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런데 또 화살이
안 보였다
어라?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나간 노친네
오줌빨 정도의 거리에 뚝 떨어졌다
그 근엄하던 형은
키들거리며 무너졌다
사람들은 배를 움켜쥐고 웃었고ᆢ
알고보니 시위를
당기는 엄지의 깍지를 꺼꾸로 껴 활줄이
걸려 그 모양이 되었던 것이다
막만타궁 ㅡ활쏘기를 할 때 남의 활을 당기지 마라 ㅡ을 그렇게도
나에게 주문했던
형님은 애고 그날
떡이 되었는데
어제 모처럼 내국했기에
닭볶음탕에 막걸리를 진상해드렸다
형제간의 우애를
느끼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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