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떠나라!'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28)가 배리 본즈에게 역사적인 71,72호 홈런을 허용하고 4이닝 8실점후 강판된 다음날, 짐 트레이시 LA 다저스 감독은 다저스 전담 미국 기자들에게 '오프 더 레코드'임을 전제로 '박찬호의 심약함'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마운드에서의 제스처나, 경기에 임하는 정신 자세 등에 대해서도 불만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물론 최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구단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지면서 이런 이야기들은 점점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LA 다저스가 볼드윈과의 재계약은 거의 합의 단계이며, 박찬호와 아담스를 저울질중인데 만약 박찬호의 연봉이 1300만∼1400만달러선이라면 잡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지저분한 정치판도 아닌데, 음모와 계략의 냄새가 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선발로 뛴 지난 5년간 평균 15승씩을 거뒀다. 과연 메이저리그는 심약하고, 투지없는 투수가 매년 15승씩 거둘 수 있는 리그인가?
LA 다저스 구단이 입만 앞세웠지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박찬호가 문화와 관습이 다른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박찬호는 8일 경기에 앞서 최근 미국 국가가 울릴 때 홀로 가슴에 손을 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애국가라면 모를까, 너무 이상한 기분이어서"라고 말했다. 문화적인 차이를 놓고 그저 자신들의 기준과 다르다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고, 심약하고, 투지가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등으로 폄하하는 것은 좀 우습다. 그러나 박찬호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 선수들도 과거에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았었다. LA 다저스만 떠나면 선수들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케빈 브라운은 아픈 가운데 마운드에 오르면 놀라운 투지이고, 5개월 동안 허리가 아프면서 한번도 자신의 등판을 거르지 않은 박찬호가 통증을 호소하면 엄살이 되는 것이 요즘 '다저스의 박찬호관'이다.
사실 박찬호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결국은 기록이 투수의 자질을 말해주는 것이다. 만 28세의 나이에 5년 연속 평균 15승을 거둔 투수를 모셔갈 구단은 얼마든지 있다. LA 다저스가 계속 이런 식으로 올시즌 팀내 최고 수훈 투수를 다룬다면, '차라리 미련없이 떠나라'고 조언하고 싶다. < 샌프란시스코=hk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