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라디오 심야방송 중에 혁명적인 프로가 몇몇 있었다.
예전에 8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 흘러나왔던 당시 최연소 DJ
로 소문난 성시완씨의 라디오 프로와 80년대 중반부터 90년
대 중반까지 음악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라디오
프로인 KBS-FM의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있었다.
이후 전영혁은 그 뒤에 잠시 SBS 파워FM에서
<전영혁의 음악여행>을 진행하다가 다시 KBS 제2FM (89.1 Mhz)
에서 <전영혁의 음악세계>로 방송중이라고 들었는데...
외국에 있는
나를위해 늘 방송를 녹음해 보내주던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부터 그런 호사를
누릴수가 없게 되버렸다.
예전에는 두 시간이었지만 새벽 두 시에서 세 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참고로 나같은 경우는 성시완 세대에 속하며, 나보다 나이
가 어린 매니아들은 아마도 전영혁 세대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같은 라디오 방송은 웃고 떠드는 소위 말하는 인기있고
재밌는 프로가 아닌 보다 전문화된 음악을 틀어주는
채널이다.
예를 들어 전영혁 같은 DJ는 전혀 웃기는 농담 한마디도
던질 줄을 모른다.
그저 끝날 때까지 음악 소개하고 틀어주고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론 무척 맘에 드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그는 방송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초과하는 액수의
돈을 음반과 자료구입에 할애하여 방송을 진행해왔던 재정
감각(?)이라곤 없는 진짜배기 DJ였다.
그렇기에 잘모르는 일반 대중이 듣는다면 마냥 지루하고
심각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그놈의 청취율이 낮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개편 때
마다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곤 했던 라디오 프로였다.
하지만 반면에 이같은 라디오 방송에 의해 음악적으로 영향
을 받았던 사람은 소수였지만, 그 소수는 상당수의 뮤지션
을 비롯한 매니아들이었으며 그들이 이 프로에서 접하는
음악적 자양분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음악을 경박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세를 길러주기에 실제로 자신이 갖고 있던 음악적 감수성을
보다 풍부하고 더욱 내 삶에 깊숙히 자리하도록 살찌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방송시간을 예전처럼 자정부터 할 수 있도록 KBS게시판에
복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을 받은것도 어언
4년여 전의 일이 되버렸다.
성시완씨 같은 경우는 나중에 <시완레코드>라는 음반회사를
아예 차려서 아트록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세계적으로
좋은 희귀음반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뉴 밀레니엄 이후로 한국의 심야방송에 대해선 잘 모른다.
들어본 후배들은 신해철이 진행하는 심야방송이 좋다며 입을
모우지만.
불행히도, 난 한번도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음반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덧붙인다.
앨범을 구매하려는 이에게 세계적인 망을 갖고 있는 타워
레코드는 비싸다.
구색은 좋지만 희귀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여기서 살 필요가 없다.
내가 살고있는 마닐라도 가만보면(어느 나라나 마찬 가지다)
그렇다.
타워레코드는 이벤트성 판매(음반을 사면 무슨 선물주기식
같은) 는 많아도 딴 데 비해 마진을 두세 배 이상 챙기는
도둑놈들이다
다른 곳에 비해 한국 매장 중에서는 일반적으로 서울음반
매장이 가장 싼 편으로 알고있다,
예를 들면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 건너편의 뮤직랜드가
(근데 아직 있나요?) 그러한 곳이라 볼 수 있다.
타워레코드에서 파는 팝음반이 보통 15000∼16000원정도
하는데 비해 뮤직랜드에서는 팝음반이 보통 12000∼13000원
정도 헸다.
단지 구색은 많지 않아도 여기서는 보통 팝음반이 11500원
정도 하기에 딴 데 비해 월등히 싼 편이다. 타워레코드랑
비교해본다면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같은 경우는 여기랑
가격차이가 무려 육천 원이나 차이가 났었다.
이렇게 싸게 도매로 하는 곳이 전국에 몇 군데 있긴 있었다.
아트록 매니아라면 다 아는 홍대 앞의 마이도스MYTHOS
(02-322-6697)는 프로그레시브록 음반의 보고다.
하지만 매장은 아주 작다.
시완레코드의 직매점이기도한 이곳에서 에쵸티나 신승훈 음반
을 달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니까 일절 여기서는
그런 말하면 안된다. ^^
왜냐면 여기에는 소위 그런 인기있는 음반들을 아예 구비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명동의 부루의 뜨락(02-776-9013)
이나 회현 지하상가의 리빙 레코드사(02-778-7309)도 괜찮다.
특히 앞서의 마이도스를 포함하여 여기서 판매하는 중고 음반
은 그 상태만 좋다면야 거의 본전 생각 안나도록 싼 편으로
구입할 수 있다.
게 중에 가끔씩은 일반적인 유통판매에서 찾을 수 없는 희귀
음반을 구한다면 그야말로 횡재인 것이다.
덧붙여 희귀한 수입 음반-특히 데스/고딕 메탈 장르쪽-을
구하려면 영등포에 있는 해머하트(02-678-9571)와 머키
레코드사(연락처 모름)도 괜찮다고 한다.
물론 가격은 비쌀 테지만 희귀성 때문에 안 살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음반콜렉터라면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음반 구입처와
여러 가지 구입 루트를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외국 친구와의 펜팔이 괜찮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나같은 경우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국내 매니아들을 통
해서 서로 음반 교환식으로 교류한 적은 있다. 하지만
외국에 살면서부턴 모우기는 커녕 버리고 살아야 한다.
또한 음반 구입시에는 되도록이면 CD를 사는 게 좋다.
왜냐면 음질 때문이다.
물론 인기있는 대중 음악이나 주류 팝을 더 좋아한다면 요즘
나온 MP3의 구입이 훨씬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LP매니아 같은 경우는 LP만의 잡음까지도 더 좋아한다.
클래식 매니아들이 아날로그 오디오 장비를 애호하듯이 말이다.
LP음반은 턴테이블에 걸어놓는 낭만적인 운치도 있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음반의 희소성 때문에 예전의 음반콜렉터
들일수록 많이 찾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비싼 것은 LP 한 장에 몇 천 만원 하는 것도
있다.
희소성에다 거기에 담긴 높은 음악성까지 겹치면 당연히 세계
에 도처해 있는 음반콜렉터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끝으로 유익한 정보를 하나 더(다..알고 있다구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테이프를 물리
도록 오래 듣던가 아니면 테이프를 오래도록 방치하다 보면
테이프가 늘어져서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늘어진 카세트테이프를 냉동실에 하루정도 넣어
두면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아오니까 결코 버리지 말기 바란다.
이른바 생활의 지혜 같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고조차 번거롭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당연히
CD를 사길 권한다.
아무튼 음반 구매에 있어서 어느 음반을 사든 간에 음반을
하나 사더라도 되도록이면 후대에까지 물려줄 수 있는
음반을 사라.
같은 값을 주고 사는 것인데 단시일 내에 듣고 처박아 놓을
유행음반보다 오래도록 들어도 아깝지 않을,
예컨대 비틀스 음악처럼 사반세기가 흐른 뒤에도 여전히 듣기
좋은 음반을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바이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다음검색
첫댓글 저도 전영혁의 음악세계, 아는 누나가 추천해 주길래 들어보려 했지만, 방송 시간대가 너무 늦어서 아직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네요.ㅜ.ㅜ 근데 요즘은 사고 싶은 음반은 많은데, 음반을 살 돈도, 음악을 제대로 들을 시간도 부족해서,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전 월간팝송에서 편집장을 하던 시기의 전영혁씨를 좋아했던 기억이네요. 솔직히 라됴에서 그분의 음악 선곡과 진행에 너무 실망을 해서요. 성시완씨가 방송을 할 무렵 저는 중딩 3 학년이었는데 물론 그당시에도 새벽 늦게 했지만 거의 매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학교에선 자야죠 ㅋㅋ
그리고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은 이제 sbs 에서 안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편한 시간대에 들을수 있으니 키아누님 같이 특수한(?) 여건이신 분들도 홈피를 이용해서 들어보세요. 일반 공중파에서 할 당시에도 좀 혁신적인 방송이었던거 같아요. 지금은 나도 잘 못듣지만 ㅠㅠ
부루의 뜨락 없어진지 좀 됐어요..좀 다르지만 한국의 타워레코드는 다 망했구요. 그리고 저도 성시완 세대이네요. 성시완의 마지막 라디오방송 녹음테이프를 아직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 그게 우리 세대에서 유행이다 시피 했는데 성시완님의 마지막 방송을 녹음 한..지금은 잃어 버렸지만 음악과 운명의 3 여신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종종 어디서나 항상 앞서 나가시는 분이.. 라고 말하는 것도 그분의 마지막 메세지를 카피한거죠. 나중에 그 테이프 카피 하나 해주세용 ^^
뮤직랜드 아직도 있어요!!!
예전에 파워에프엠 초기 시절에 영혁이형하고 시완이형을 연속방송으로 배치해서 잠을 못잔적이 있죠... 부루의 뜨락 명동본점은 아직도 건재하구요 리빙사는 회현지하상가 공사해서 어디로 옮겼다는 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네요 클림트의 그 냉정한 아저씨 갑자기 기억나네요^^;;
그렇군요..한 몇년전에 식당으로 개조하는 것 봐서... 없어진줄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