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양치질을 하려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모르는 번호입니다.
목소리 가다듬어 보이지 않는 이에게 예의를 차리는데
전화기에서 스며나오는 듯한 남자 아나운서의 목소리....
십여년도 훨씬 전에 전주에서 현역 근무할 때 만났던 한의학 전문가입니다.
왜 전문가인가 하면......고시공부를 하다가 문득 한의학에 뜻이 있어
한의학 고서와 비방, 묘방, 신방 등을 죽자고 공부해서 전문가입니다.
한의대를 정식으로 나오지 않아서 한의사는 아닙니다.
저에게 한의학 공부는 이제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을 보니
한 때 한의대 편입하겠노라고 나주 동신대 한의학과 편입시험 준비하던 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저요?
저는 으찌나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은지 도대체 내가 과거 어느 날,
무슨 일에 관심을 가졌는지 조차 기억을 못합니다.
편입시험을 본 것은 기억이 나는데 제가 한의학 공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편입시험에 동신대 현역 교수가 편입시험을 보러 와서 감독관인 조교수가
깍듯하게 수험생인 교수를 챙기는 바람에 내가 괜히 왔나 싶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께서는 후한시대의 장중경 선생의 상한론을 중국 원서로 공부해 와서
이제 상한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줄기를 잡은 것 같다고 합니다.
상한론이 역병, 전염병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서인지 코로나에 관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조언을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범접하지 못할 경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직 한의사에게도 환자 치료에 대한 전문가 나름의 충고를 자주 한다고 하는데
이 양반 늙었다 늦었다 핑계대지 말고 지금이라도 한의대를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전문가는 한의학에 도사가 되어 사람을 고치고....
한 때 한의대 편입시험을 봤다는 저는
.......그나마 이야기를 해줘서 제가 편입시험 본 것 기억해 냈습니다.
지금 예초기 수리하는 도사가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차마 제가 예초기 수리 도사가 되었다고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중국 원서로 한의학을 공부하였다는 도사님 앞에서 요령
....그러니깐 무당방울 흔들 수는 없지 않겠슴까??
제 예초방법 중 하나는 나무 내려찍기입니다.
지름이 5센티미터 되는 생나무를 고속회전하는 예초기 2도날로 내리쳐서
나무를 잘라내는 겁니다.
아주아주 잘됩니다.
제가 기술이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니고 예초기가 좋은 겁니다.
공중에서 2~3초 회전력에 가속도를 붙여 내리 찍으면 이도날이 나무에 콱콱 박히고
이내 썽둥 잘려나가는데 스트레스 마저 급속 날아 갑니다.
그러다 보니 예초기 헤드가 잦은 충격으로 헐령해 져서 이도날에 동력이 적확하게 전달이 안되고
베어링 안의 축은 회전하는데 부착 날은 헛도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운암동 공구거리 가면 중고 헤드를 1~2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만
인터넷으로 일본제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유니클로가 일본자본이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은 놈이 예초기 헤드는 일본제를 샀습니다.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도착한 예초기 헤드가 단단해 보입니다.
기왕 사는 김에 일본제 2도날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두 개 합쳐서 3만5천원입니다.
농사도 장빗빨 아니겠습니까?
한의학을 열공한 우리 전문가 선생님께서는 지식을 많이 쌓아서 머리 아프고
그 지식을 펼치기 위해서는 늙은 몸으로 거쳐야 할 한의대 입학 문제로 더 머리 아프고
저는 예초기 헤드에 더 단단히 이도날을 고정하여 사정없고 오정없는 내려치기 나무자르기 신공으로
스트레스 해소하여 머리 아플 일 없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전문가의 막강한 자부심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예초기 수리지식이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작물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결국엔 제 호주머니를 살리는 지식이니 한의학 지식보다 영양가가 없다고
누가 이야기 하겠어요? .............................누가 하긴? 전문가 선생이 그러겄지요. 암만.....ㅡ,.ㅡ;;;
제 개인카페에 올린 글을 퍼왔으니 댓글 패싱해도 괜찮아요~~
첫댓글 여러 잡설,재밋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