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92) - 총선에 임하는 주권자의 자세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미국에서는 선박에 부딪힌 교량이 무너지고 국내에서는 사회 각계에서 파열음이 그칠 날 없는 어지러운 일상, 부디 조용한 봄비처럼 태평세월로 이어지라.
봄비 내리는 창밖 풍경
오늘(3월 28일)부터 4월 10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선택은 주권자의 몫, 아침에 읽은 성경구절로 세태를 비춘다. ‘나라는 죄가 있으면 주관자가 많아져도 명철과 지식 있는 사람으로 장구하게 되느니라.(잠언 28장 2절)
투표권을 가진 진 60여 년,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꾸준히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해왔다. 십여 년 전, 해외여행 일정이 대선과 겹쳤을 때는 출발일자를 늦춰 사전투표일에 권리를 행사하고 며칠 늦게 일행과 합류하였다. 2년 전 대선 때는 걷기행사 중 현지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기도.
언론에서 살핀 이번 총선의 의미,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재외국민 투표가 어제 시작됐고, 사전투표(다음 달 5, 6일)는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을 즈음해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동시에 4년 전 압승으로 21대 국회를 주도한 민주당의 4년을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혼란, 높은 물가와 더 나빠진 출산율, 기술패권 경쟁 속 기업의 생존전략 마련 등 엄중한 대내외 여건 속에 치러진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 양측의 공방은 더욱 격렬해질 공산이 크다. 그럴수록 마음 줄 곳 없는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해야 할지 막막해질 것이다. 거대 양당은 이제라도 증오의 캠페인을 중단하고 국가 미래와 민생 의제를 놓고 경쟁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큰 정치를 위한 상생과 협력 메시지를 내놓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럴 때라야 선거 이후의 국정과 의회 정치에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지 않겠나.( 동아일보 2024. 3. 28 사설, ’국가전복 대 한국 붕괴 ... 반윤-반이 선택만 강요하는 총선’에서)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문기사
어제 널리 알려진 국회의원 출마자로부터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가 인정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만 현재의 입지는 초조한 편, 누구나 주권자 앞에 겸허할 일이다. 아무쪼록 선거관리당국, 후보자, 유권자 모두 소중한 행사에 부끄럼 없이 본분을 다하자.
* 2년 전 두 달여 보스턴에 체류할 때 미국의 중간선거과정을 지켜봤다. 그때 적은 기록을 통하여 선거에 임하는 국제적인 관점을 익히자. 마침 금년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해, 우리에게도 관심사다.
‘현지에서 살핀 미국 중간선거
11월 8일(화)은 미국의 중간선거일(미국의 선거일은 늘 11월의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 금년의 경우 11월 7일이 첫 월요일이어서 다음날인 11월 8일)이다. 중간선거는 4년마다 치르는 대통령선거의 중간에 치러지는 투표행사로 금년에는 임기가 2년인 연방하원의원 전원(435명)과 임기 6년의 상원의원 중 약 1/3(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100석 중 35석), 4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주지사(이번 선거에서는 36개 주)를 비롯하여 각 주 산하의 임기만료선출직을 동시에 뽑는다. 국외자가 느낀 선거분위기는 조용하여서 한국의 열띤 관심과 대조적, 며칠 전 마사츄세츠 주 두 번째 도시의 공원에서 살핀 유세현장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오래 전(1976년 12월), 2주간의 연수과정으로 일본 체류 중 국회의원(중의원) 선거현장을 살필 기회가 있었다. 선거일은 휴일(일본은 항상 일요일)이어서 도쿄에서 두 시간 거리의 소도시 방문 중 아침 산책에 나섰다가 투표현장을 목도하였다. 당시 한국은 엄혹한 유신시절, 선거유세나 투표장의 분위기가 삼엄한 때였는데 조용하고 자연스런 투표소의 모습이 딴 세상처럼 느껴졌다. 수십 년 전 일본에서 투표상황을 살핀 후 두 번째 맞는 외국의 선거일, 흥미를 느끼며 현장을 찾아 나섰다. 투표장소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타운 홀 주변, 부근에 경찰서와 도서관 등 공공기관이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의 도서관을 지나니 전에는 무심히 지난 큰 건물에 눈길이 간다. 가까이 다가서니 어린이를 대동한 여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르니 입구에 투표장소라 새긴 입간판이 있고 그 옆으로 여러 명이 줄서 있다.
투표장소를 표시한 입간판과 투표장에 들어서는 유권자 모습
눈 여겨 살피니 초입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등의 절차가 우리와 비슷하다. 입구의 탁자에 놓인 투표안내 인쇄물을 집어 들고 투표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홀가분하다. 마사츄세츠 주 당국이 작성한 투표안내 유인물을 통하여 알게 된 정보, 투표방식은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및 본 투표로 나뉘는데 우편투표는 11월 1일 마감, 사전투표는 10월 22일부터 11월 4일까지 13일간, 본선거일은 11월 8일 등이 캘린더 형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뒤이은 안내는 연방하원의원, 주지시와 부지사 및 주요부서의 장, 주 법원의 판사 등 10여 직종의 마사츄세츠 주 선출직명의 열거. 투표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데 이는 주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는 듯.
마사츄세츠 주의 중간선거 안내 유인물 표지
선거결과는 우리에게도 주요관심사, 집권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하원의 의석분포가 야당인 공화당의 주도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인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 일.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주인은 백성,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시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백성이 많은 것은 왕의 영광이요 백성이 적은 것은 주권자의 패망이니라.’(잠언 14장 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