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리와 직접 만남은 세번째이다.
첫번: 2004년 입시 설명회
두번: 2006년 오르비 학부형 모임(수원 본갈비과 노래방)
세번째: 2008년 설명회 준비 모임(2008.7.3)
2002년 신문을 통해서 오르비를 알게 되었고 세번의 만남은 내개는 소중한 만남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학부형들이 입시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듯이 나 또한 입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막연히 서울대에 들어가겠지 하는 기대감만 가지고 있었다
2003년 11월 5일 수능이 끝났다.
기대했던 것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나와 아들은 기대가 컷던 만큼 실망도 컷다.
11월7일 오후5시 오르비에 수시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울대 홈피에 들어갔다
이름을 쓰고 엔터를 치는 순간 손이 바르르 떨렸다
결과는 "합격"- 아들은 야호를 외쳤다
아들과 상의를 했다
전주에 남을 것인가 서울로 올라가 구술면접을 준비할 것인가?
라크리는 서울 대치동 구술면접 학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경시대회 학원은 약간의 도움이 될지 언정 큰 도움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하고 막연하기만 하였다.
정말 정보부재였다.
당시 구술면접에 대해서 뚜렷이 정보를 얻을만한 곳이 없었다
"서울대 구술면접 준비반" 모집 이라는 대치동 학원가의 모집광고만이 눈에 띠었다
다행이도 난 수시합격에 대비하여 나름대로 준비한게 위로가 되었다
합격대비 도와줄 학생들을 오르비에서 섭외해 두었다.
11월8일 새벽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서울대로 갔다
이미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최한 군(서울대 수학과 졸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 재학)을 만났다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생물과목을 도와줄 의과대학 이익재군과 박세영군을 만나 도움을 청했고 그들도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구술면접 준비기간은 11월 18일 딱 10일 동안이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이 학생들로부터 하루에 2시간씩 수학/생물 과목에 대해 지도를 받았다.
아들은 나무가지만 볼 줄 알았지 나무 전체를 보는 공부는 못했던 것이다.
이 학생들이 나무 전체를 보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고시방에 돌아와서는 대형 거울을 보면서 구술로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하였다.
좁은방에서 외롭고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구술면접 준비를 하였다.
구술 입시학원에서 보통 10일 구술면접 준비하고 150만원 정도 받았는데 어느 것이 효과가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합격하였기 때문이다.
(결론)
오르비를 알고 라크리를 알았기에 이런 준비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한사람의 만남이 소중한 만남으로 이루어졌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여러 학부형들도 사람의 만남을 단순/가벼운 만남으로 지나치지 말고 자신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만남으로 관계개선을 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때요 부모역활 제대로 하였죠?
당시 라크리와 주고 받은 메일을 하나 기재합니다.
--원본 메시지-----
보낸 사람: "이광복 / Lacrimatory E. C. Isxie" <lacri@orbi7.com>
보낸 날짜: 2003-09-21 오후 6:24:37
받는 사람: "goodby@kt.co.kr"
참조:
제목: 서울대 의대 수시2 관련
서울대는 원칙적으로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를 똑같이 취급합니다. 다시 말해, 고교 등급제가 암묵적으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 경력을 제외한다면 내신 6등급은 지원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쁜 조건입니다. 수상 경력 없이 내신만으로 1차 전형을 통과하는 학생은 전원 1등급, 2등급입니다.
다만, 비교과 수상 경력은 내신 등급을 상당수 커버하기 때문에 내신 등급만으로 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국제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이 있는 학생일 경우 내신 20등급 안쪽은 전원 1등급 합격합니다. (정보 올림피아드 제외)
1차 통과 가능성을 따지는 데 있어서 핵심은 현재의 비교과 경력이 내신을 커버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우선 지역 경시대회 수상 경력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KMC 도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생물 올림피아드인데, 말씀하신 올림피아드가 KBO라면 1차 통과 가능성은 있다고 여겨집니다. IBO라면 확실합니다.
구술 면접의 유형에는 학업 적성 평가와 인성 평가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특정 영역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묻는 것이고, 후자는 시사 관련 질문이나 고전적인 면접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의대의 경우 후자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작년 정시 모집에서는 심지어는 후자와 관련된 문제는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전자입니다. 수시의 경우 과고 출신 경쟁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 상당히 심도 있는 학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중에서 2과목 내지는 3과목을 선택해서 응시하는데 (매 해 다릅니다), 화학의 경우를 예로 들면, 문제 자체의 수준은 화학2 ~ 일반화학 범위에서 이루어지지만, 일단 답변을 했을 때 다시 물어오는 심화된 질문의 수준이 일반화학 수준이고,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화학2 수준에서, 일반화학 수준에서, 그 이상의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답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답변이라도 심화된 설명을 할 수 있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항은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입니다)
수시로 합격하는 30명의 학생 중 10~20명 정도 학생들은 특정 분야에서는 대학생 3~4학년 내지는 석사 과정 학생 수준의 지식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들이 모두 합격하는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 국제 올림피아드 은상 이상 수상자 중 3명 이상이 탈락하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거기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심도있게 해나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경시 대비 학원이 그에 대한 준비책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수능 이후 열흘 간 어느 정도를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다만, 시사 문제나 인성 문제를 다루는 일반 서울대 면접 대비 구술학원은 절대적으로 피하십시오. 여기는 시간 낭비입니다.
일단은 정시도 준비할 수 있도록 수능을 최대한 잘 보기 위해서 수능 준비에 전념하라고 전해 주시고 수시 1차에 합격하면 화학2 교과서를 철저하게 마스터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일반 화학 한글판 전체를 속독하라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재로는 저자 Oxtoby 외 현대일반화학 4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영독 능력이 좋다면 원판 Principles of Modern Chemistry, 5/e, Oxtoby 를 보아도 무방합니다.
수능 성적은 아직은 조금 선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상위권 의대 안정권은 9/2 제2차 모의 수능 기준으로 원점수 380점, 6월 제1차 모의수능 기준으로 원점수 393점 정도에 해당합니다.
고려대는 일단은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시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수능 이후로 미루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낸 사람: "이광복 / Lacrimatory E. C. Isxie" <lacri@orbi7.com>
보낸 날짜: 2003-11-20 오전 3:46:18
받는 사람: "배학규" goodby@kt.co.kr
Subject: 의대 후배 탄생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의외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아마도 요 며칠 간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실 텐데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학교에 들어온 이후에도 후배가 잘 해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대면할 수도 있겠군요. 벌써부터 후배를 알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새로 시작되는 주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너무나도 귀한 내용들입니다. 우연한 만남이 소중한 인연으로 연결되어져 인생에 새로운 한 획을 긋는 것 같습니다. 가끔 돌파구가 필요할 때....이런 인연의 끈이 희망으로 거듭나는군요~~두분의 관계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같기도 합니다.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lacri 참 멋진 청년(학부형?ㅎㅎ)입니다. 7월3일 처음 만났는데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더군요. 앞으로 큰 인물이 되리란 것에 의심치 않았습니다.^^
귀한 만남이군요. 저도 이런 모임은 난생 처음인데 막 떨립니다. 고산님 파파님, 새내기 안드레아 반갑게 맞이해주실꺼죠?
그럼요.. 아마도 우리들의 만남이 행운이 되기를 바라겠읍니다.
파파님 고산님 라끄리 를 비롯한 모든 분들과의 인연 소중하게 이어가겠습니다 지난번 모임때 보이지않게 배려하시는 모습 참으로 인상깊었습니다 바쁘게 오느라 대화조차 시도하지 못해 오면서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이번 모임때는 많은조언 부탁드립니다
그 날 좀 경황이 없었습니다. 제가 부끄러움을 좀 타는 편이라서요.ㅋㅋㅋ 시간이 많이 없어서 충분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저 또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이광복... 4년 전쯤?? 서점에서 이 책을 빼들고 오는 순간, 거침없이 읽어나갔고...그들의 집념에 얼마나 마음 찡한 감동을 느꼈던지... 뒤엔가? 운좋게 오르비 주소가 눈에 띄어 클릭한 순간...내 아들 인생도 클릭되었죠^^ 그 후, 평범하던 엄마에서 좀더 정보가 많은 엄마의 모습으로 많이 달라진 순간이죠...감사해요. 한 권의 책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그래서 책은 소중한기여. 좋은 책 있으면 소개하여 주세요
글을 저장하려 가져갑니다 참 귀한 인연을 시의적절할때 만났네요~~
그렇죠. 작은 도움 같지만 저한테는 당시 너무 큰 도움이었읍니다.
저한테는 좋은 만남이었죠?
이렇게 자녀를 이끌어주시니 어찌 성공하지 않으리오. 고산님의 안목과 실천력 꼭 배우고 싶어요.
그래요,지방에 살다보니 정보는 없고 직접 실천한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돈도 절약되고,, 요즈음 서울에서 살면서 느낀점은 사교육비가 엄청나더군요.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잘 유지 하는것이라 생각합니다. 고산님 부럽사와요!!!!
미인님! 이번에 일찍 가지 않을 것이지요...... 빨리 뵈었으면 합니다. 부러워하지 마세요 내면세계로 들어가면 부족한 점이 많이 있어요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그때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답장 드렸었는데 결과가 좋게 되어, 그리고 고산님도 이런 인연으로 계속 알고 지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