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 잠만 잤습니다.
저녁' 한 때 소나기' 하더니
정말 저녁 9시 30분 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배 아프다고 지어준 약에 신경안정제도 있는지 이틀동안 정신없이 잠만 잤습니다.
딸이
'비 맞으며 영화나 볼까?' 하길래
그 빗속을 나갔습니다.
안양 종합운동장이 저의 집 앞인데 저녁에 야간 영화를 합니다.
자주 프로가 바뀌고 사람들도 많이 관람하는 것 같은데
<분홍신>이라는 호러물이라 저는 시큰둥했는데
딸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자고 해서 무작정 나갔는데
비가 와도 상영한다고 해서 들어 갔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좍좍 쏟아지는 빗속에서 무서운 영화보기 - 그림이 되지 않습니까!
저는 호러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리 무시무시하고 지저분한(?) 영화들을 좋아하는지.....
영화속에 으레히 빨간색들이 등장하고
분위기를 깜깜하고
엉뚱하게 사람을 놀래키고
보고나도 기분이 개운치 않는.....
그래도 이틀 내내 너무 동물적으로만 보낸 것 같아 보았습니다.
줄거리야
살인 사건의 연속이고,
사건을 미궁속으로 빠지고
진실을 알고 싶은 주인공은 두렵고 무서워하며 사건을 뒤쫒고 .....
거두절미하고
감독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사악함과
폭발하지 못한 부정적 분노와 애증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더군요.
무언가 상실할 때
우리는 참아야 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왜곡된 인식 때문에
인간의 감정은 무의식 속으로 접어들고
나타내지 못했던 부정적 감정이 전혀 다른 곳으로 폭발합니다.
감정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내면의 상태를 아르켜 주는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아기가 자신의 욕구를 울음으로 나타내듯
어른인 우리도 슬픈 일을 당하거나, 참을 수 없는 상실을 경험할 때
슬픈 감정의 느낌들을 토해 내어야 합니다.
주인공인 여자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짐을 싸 딸아이를 데리고 남편이 모르는 곳에서 삶을 영위합니다.
거기서 부터 삶은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문제를 회피한다고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으니....
분노를 표현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참는다고, 숨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잠자코 있는 일상 속에
무시무시한 무의식의 작업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울하게 살아가는 한 여자의 내면에 엄청난 분노와 살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남의 것을 뺏는 것들은 다 죽어야 해!'
영화 도중
무섭다고 아이가 우는 바람에 부모님이 일찍 퇴장하는 가족도 있고
(사실 그런 영화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걱정이었습니다.
<분홍신>이라는 영화 제목만 보고 혹 이쁜 영화이리라 생각하고 함께 오셨을 수도 있지만
그런 피비린내 나는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는 건 그리 권장할만 하지는 않더라구요)
보고나서 형제님들이
'뭔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뭐가 어찌됐다는 거야?!'
하며 투덜대길래 딸과 저는 웃었습니다.
그렇지요.
그 복잡하고,
미묘하고,
불투명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심리를
호러로 나타낸다고 한들 이해가 되겠습니까.
영화의 결론이야 어쨋든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그래,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산다는 것을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외치며
묻어주지 말고 헤쳐나가는 것이
건강한 삶이 되겠다"
라는 것입니다.
두서가 없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배우자가 권태기로 다른 것에 신경을 쓰거나
가정 생활에 충실치 않다면
이 영화 한 번 같이 보러가자고 하십쇼.
그리고
영화보고 난 소감을
"흠! 그럴 수도 읶겠군! 이해가 가는군!'
이라고 해보십쇼.
딴 생각 먹은 배우자들
혼비백산 집으로 돌아올 것 같은데요!! 하하하
첫댓글 역쉬~ 호러물을 보고 인간의 내면을 생각하는 저 깊은 발상..뛰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