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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때 시력을 잃었다. 초중고교 모두 맹학교에 다녔다. 장애를 딛고 숙명여대 교육학과에 진학해 단과대학을 1등으로 졸업했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일반중학교 영어선생님이 됐다. 서울 인왕중 김경민 선생님(24)의 이야기다.
김 선생님의 감동 실화가 동화책 ‘경민이의 아주 특별한 친구’(북스토리아이 펴냄)로 최근 발간돼 화제다. 이 책은 김 선생님과 그를 도와준 안내견 ‘미담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담이는 김 선생님이 2007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분양받아 6년 째 줄곧 함께하는 친구.
장애를 극복하고 영어선생님이 된 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을 볼 수 있단 건 참 행복한 거야”
김 선생님은 선천적으로 심한 녹내장(눈의 압력이 높아져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안고 태어났다. 눈앞은 마치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되기 일쑤. 어린 나이에 스물여섯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초등 6학년 때 실명이 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12세 어린이가 감당하기에는 한없이 무서웠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자식 대신 ‘눈’이 돼주어야 하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 마음이 힘들 땐 점자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중3 때 이런 글을 썼어요. ‘내가 시력을 잃지 않았다면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한 일인지 몰랐을 것이다. 부모님의 잔소리, 앵앵대는 모기소리도 어느 청각장애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소리일 것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점자책으로 밤샘 공부… 대학을 수석 졸업하다
멀쩡한 눈으로도 공부는 쉽지 않다. 하물며 눈이 안 보이면 어떨까. 그러나 김 선생님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비장애인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하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맹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김 선생님. 대학 진학을 위해 고교 3년간 밤늦게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점자책 수십 권을 소화했다. 읽고 싶은 참고서나 문제집은 학교에 부탁해서 점자번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에서도 김 선생님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다. 수업시간에 강의내용을 대신 필기해주고, 음성파일로 녹음해 전해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힘들게 공부하면서도 학교 시각장애인 봉사단에서 시각장애 학생용 문제집 제작에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졸업장을 받는 날, 일반 학생들도 얻기 어려운 ‘수석 졸업’의 영광이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김 선생님은 꿈에 그리던 영어 선생님이 됐다.
“장애가 교사 생활에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했었어요. 전혀 아니더라고요. 수업은 보조 선생님이 도와주시니 문제없어요.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게 앞으로의 꿈이에요.”
●꿈을 이루게 도와준 나의 분신, 미담이
김 선생님은 “나의 분신 미담이가 없었다면 꿈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 분양받은 안내견 미담이와는 6년 째 동고동락 중이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던 것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항상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미담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미담이는 교실이나 교무실의 자기 자리에서 김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거 아세요? 동물도 말을 해요. 미담이는 가끔 안마해달라고 저한테 등을 들이밀어요. 주물러 주다가 손을 놓으면 더 해달라고 발로 저를 툭툭 친답니다. 동물이라고 함부로 대하면 안 돼요.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지요.”
김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눈이 안 보이는 저도 꿈을 이뤘어요. 여러분도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어요. 용기와 도전정신을 잃지 마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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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영어만을 위해 외길 11년을 걸어온 유아영어의 장인, ToTovil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