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8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908수] 부실대학 정리 멈칫거릴 일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의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부실대학 퇴출방침은 교육부가 2년 전 야심 차게 밝힌 바 있으나 이후 대학들의 반발에 밀려 지지부진한 터였다. 지난해에는 8개 사립대에 대해 '경영부실' 판정을 내리고도 명단은 공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당초 대상대학의 규모를 50개로 잡았다가 발표날짜를 연기하는 등 진통 끝에 30개로 줄여 간신히 발표했다. 이 정도라도 대학 구조조정의 첫 발을 뗀 데 대해서는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눈치보기로 명분과 당위성을 갖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 내지 직무 유기로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다. 교육정책에서 우선 고려대상은 학교 운영자 등 교육 공급자가 아닌,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것도 없다. 무려 200개에 이르는 4년제 대학을 포함, 우리나라 전체 대학 345개 중 정원미달 대학이 55%나 된다. 이러니 하위권 대학 상당수가 거의 무시험으로 아무 학생이나 뽑고 무자격 외국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학교들에 대해 대학교육의 질이나 졸업생의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 더욱이 당장 2~3년 뒤면 고교 졸업생 숫자가 대학정원에도 못 미치게 된다. 대학 구조조정이 더 이상 일부 학교운영자 등에 대한 사정 봐주기 따위로 미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부실대학 설립ㆍ운영자에게 현실적 퇴로를 열어주는 법적 보완이나 대학 퇴출과정의 법적 정당성을 논란의 여지 없이 확보하는 등의 구체적 실무작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부실대학 정리라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해당대학 측의 반발과 불만 제기는 전혀 이유 없다. 도리어 학교를 그 모양으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주어온 데 대해 자성해야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 더욱 단호하고도 일관된 대학 구조조정 조치를 교육당국에 촉구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908수] 최저임금도 못 지켜내면서 서민정부라고 할 수 없다
최저임금 위반 신고 건수는 계속 늘고 있으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가 2006년 3440건에서 지난해는 1만5625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06년 21건이던 형사처벌 건수가 지난해에는 단 6건이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5월까지 위반 건수가 2104건이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업주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제도는 취약 노동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노조를 만들거나 제대로 임금교섭을 할 처지가 못 되는 이들은 믿을 게 최저임금밖에 없다. 이들한테는 최저임금이 현실에 맞게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잖게 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 둘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최저임금제도는 유명무실해진다.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우선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취약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처지도 못 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영세업체 비정규직 같은 이들이 그런 예다. 이들이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십중팔구 ‘싫으면 그만두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많은 취약 노동자들은 불만스러워도 그저 주는 대로 받고 만다. 노동부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확인된 위반 사례에 대해 시정조처를 취하는 데 만족해선 곤란하다. 모든 노동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도록 행정력을 적극 동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 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나 계도만으로는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만큼은 무조건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퍼뜨리기 위해서도 악덕·상습 위반 업체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이를 위해선 최저임금법 위반을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책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의 조직적 대응도 지원해야 한다. ‘청년유니온’처럼 아르바이트 따위로 생계를 잇는 청년들의 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동아일보 사설-20100908수] 北수해 지원과 대승호 석방은 별개다
북한은 4일 수해 복구를 위해 쌀 중장비 시멘트를 요청하는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에 보내온 데 이어 동해에서 나포한 55대승호와 선원 7명을 억류 30일 만인 어제 석방했다. 북한이 대규모 수해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대승호와 선원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대북(對北) 수해 지원과 억류 선원 석방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북 수해 지원을 추진하되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거부하는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대승호는 북한의 경제수역을 침범해 어로작업을 하다 나포됐다. 어선의 기기 고장이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판단 착오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이었다. 북한이 선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한 달씩 억류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이 선원들을 장기 억류하면서 수해 지원을 요청한 것은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비겁한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북한에 먼저 수해 지원을 제의했다. 올여름 북한에 큰비가 내려 신의주와 개성 일대의 주민이 심각한 피해를 당한 것을 잘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민간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수해 지원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대승호 송환과 수해 지원이 별개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과 접촉해야 한다. 우리는 비상식량 의약품 생활용품을 보내겠다고 제의한 반면 북한은 수해 복구용 중장비까지 요구하고 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수재민에게 쌀을 보내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중장비의 지원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수해 지원을 할 경우 피해지역인 신의주와 개성의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대북정책과 관련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북 수해 지원은 어디까지나 긴급 지원이다.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를 비롯한 본질적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통일부는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을 사흘 동안 쉬쉬했다. 국민이 남북 간에 비밀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만들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20100908수] 뇌물은 가차없이 세금 추징하는 게 옳다
국세청은 뇌물, 횡령, 배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범죄로 얻은 불법 소득에 대해 범죄자가 형사처벌을 통해 불법 자금을 몰수나 추징당한 경우에도 추가로 소득세나 증여세 같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국세청은 유죄 확정 판결이 난 이들 사건의 목록으로 2005~2008년 4년치 4524건, 2009년 862건, 올해 20건을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해 관할 세무서별로 각 사건의 판결문을 찾아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2002년 "소득세법상 과세 소득은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이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뇌물로 얻은 불법 소득이라고 하더라도 뇌물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은 한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뇌물·횡령·배임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2008년 기준 실형 선고율은 뇌물 28.8%, 배임 28.1%, 횡령 35.2%다. 대략 10명 중 7명 정도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그친다. 강간죄나 강도죄의 실형 선고율 60%의 절반밖에 안 된다. 2005~2009년에 군(軍)에서 적발된 공금 횡령 사건 106건 중 실형 선고는 단 5건뿐이었다.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벌금형이었고 아예 기소되지 않은 것도 27건이나 됐다.
뇌물·횡령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에 뇌물 사건은 405건, 배임은 5135건, 횡령은 2만6750건이 적발됐다. 범죄를 억제할 수 있으려면 범죄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범죄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代價)가 훨씬 더 커야 한다. 뇌물을 받거나 공금을 횡령했더라도 대부분 가벼운 형을 받고 끝난다면 아무도 형벌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범죄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따로 물리겠다는 국세청 방침은 옳은 방향이다. 맑은 사회란 뇌물·횡령·배임과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적은 사회다. 법원과 검찰은 맑은 사회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서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고, 뇌물이나 횡령, 배임 사건 유죄 판결이 나면 관련 기록을 국세청에 자동으로 통보해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908수] 폐쇄조직 외교부 환골탈태할 수 있겠나
외교장관의 딸 특채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외교통상부가 이젠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책임 논란이 일자 서로 네탓이라며 회의에서 격한 언쟁이 벌어졌다니 한심한 일이다. 장관이 있을 때는 눈치보며 한목소리로 비호하더니 장관이 물러나고 문책 차례가 되니 이젠 다들 장관과 거리를 두는 볼썽사나운 처신을 한다. 이들에게 천안함 외교를 맡겼으니 “외교전에서 북한에 졌다.”는 비난이 나온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저런 외교관들이 어찌 전쟁터나 다름없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위해 희생과 봉사정신을 갖고 일할 것이며, 이번 파문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겠는가.
외교부는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사들에게 “사무실에서 에어컨만 쐬지 말고 밖에 나가 기업을 위해 세일즈한다는 각오로 일하라.”고 했겠는가.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외교관들에 대해 “공무원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외교부와 같은 청사를 쓰던 통일부도 북한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잘난 척하는 꼴 보기 싫다.”며 낡은 정부청사로 이사를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저런 특권의식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음을 외교부는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교부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외교부 재외공관의 경우 회계처리가 엉망이라고 한다. 주재국 공무원, 기업인 등을 만나는 데 쓰여야 할 외교관의 활동비도 내국인 접대에 더 많이 나간다. 재작년 자원외교를 위해 배정된 80여억원의 예산도 일부 공관에서는 와인 구입과 대사 골프비 등에 쓰였다고 한다. 선진국만 선호하는 바람에 인력배치도 왜곡됐다. 일본은 선진국 외교관을 신흥국으로 배치한다는데 우리는 거꾸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시켰다. 실무인력은 부족한데 고위직은 정원을 초과하는 기형적인 인력구조도 문제다. 심의관급 30~40명은 정원외 인력이다. 외교부는 인력과 예산 확충을 운운하기 전에 이같은 인력 운영과 방만한 예산운영 등에 대해 메스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 성찰이다. 모름지기 발전은 자기 반성에서 시작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908수] 대통령 주도 `大·中企 상생` 성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중소기업 대표 20여 명과 만나는 데 이어 오는 13일께에는 대기업 총수들과 모임을 갖고 `경제판 공정`에 관한 얘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강조해온 가운데 기업 대표들을 직접 만나 소통의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기왕이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대기업, 중소기업이 한자리에서 상생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지 모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따로 회동을 갖게 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 앞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표들이 상생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애로ㆍ불만사항, 개선방안 등을 논하는 것은 대ㆍ중소기업 관계회복을 위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그룹 총수들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전략을 대통령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내놓을 것이라고 전경련 측은 설명했다.
이번 회동에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모두 기탄없이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앞에서는 제대로 말을 못하고 뒤에서 불만을 쏟아내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들도 공정과 상생 차원에서 무엇이 진정 올바른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거나 중소기업을 정도 이상으로 보호하려는 포퓰리즘식 접근은 곤란하다.
행사가 전시적, 일회성이 돼선 안 되며 지속적인 상생협력 이행 확보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뭔가를 얻어내려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돼서도 안 된다.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와 구두 발주, 기술 탈취 등 대ㆍ중소기업 간 뿌리 깊은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이들 장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후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 방안은 수도 없이 발표됐지만 불공정거래 관행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만큼은 뭔가 결실을 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2분법적 편가르기보다는 기업생태계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평적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력업체 안에서 1차, 2차, 3차 등 다단계 사슬구조에 존재하는 불공정거래 관행을 뿌리 뽑는 일도 중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906수] 軍 무기개발 검증 마비 계속 방치할 건가
최근 군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는 ‘터지고, 불타고, 가라앉고, 물 새고’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군의 대응은 ‘은폐’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육군의 주력전차인 K1 전차의 105㎜ 주포 포신이 터졌지만 한 달 동안이나 숨긴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분통도 함께 터지게 했다. 급기야 지난 6월 엔진에 불이 난 사고도 알려졌다. 일선에 1000여대가 배치된 K1전차 포신 파열사고는 벌써 9번째라고 한다. 군은 인명피해가 없어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어제 해명했다. 앞서 도하훈련 중이던 최신예 수륙양용 K21 장갑차가 물에 가라앉아 교관이 숨졌다.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는 신형 전투화가 물이 새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그게 다가 아니다. 차세대 한국형 전차 K2 흑표전차는 지난해 7월 시험평가 도중 멈춰섰다. 재평가 때는 엔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양산에 들어가기도 전에 엔진과 변속기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K21 장갑차도 지난해 12월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조종수의 실수라고 얼버무렸다. 결국, 지난 7월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K2 전차와 K21 장갑차 개발에 3400억원의 피 같은 국방예산이 쓰였다.
사고는 감추고, 결함은 덮어 버리는 군의 안이한 사후 관리와 형식적인 검증시스템에 근본 문제가 있다. 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제조업체 등이 합동조사를 했지만 8건의 폭발사고 중 6건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ADD 다락대 시험장 폭발사고는 고폭탄 제조사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고도 제조사인 한화 측에 책임을 묻지 않고 슬그머니 넘겼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무기 등 군수물자 관련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은 사례가 없다는 국방부의 브리핑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지금이라도 책임 소재를 가려 관계자를 엄벌하고, 불량무기 공급 재발 방지책을 확실히 마련하라.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908수] 수퍼박테리아
1942년 11월 19일 미국 보스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상을 입은 400여 명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화상을 입어 포도상구균이란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는 치료제가 없어 패혈증으로 대부분 숨졌기 때문이다. 이때 정제되지도 않은 ‘페니실린’이 사용돼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항생제 페니실린이 첫선을 보인 순간이다.
인류의 역사는 세균과 항생제의 전쟁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에만 세균과 미생물 600조 개가 더불어 사니 그럴 만도 하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얻은 첫 성과물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이 등장한 건 고작 70년 전 일이다. 그전의 인류는 세균의 위협에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4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페스트 또한 세균이다.
‘기적의 약’으로 불렸던 페니실린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페니실린의 분자 구조를 파괴해 무력화해 버리는 신종 세균이 나타나서다. 40년대 말에 이미 포도상구균의 50%가 페니실린에 내성(耐性)이 생겼다고 한다. 채 10년도 못 버티고 세균의 반격에 손을 들어 버린 셈이다. 인류는 ‘메티실린’ ‘반코마이신’ 등 2세대, 3세대 항생제를 계속 개발해 재반격에 나섰지만 세균과의 전쟁은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균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면서 돌연변이 ‘괴물 세균’이 잇따르는 탓이다. 이른바 기존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보다 더 무서운 적이 수퍼박테리아다. 미국의 2005년 에이즈 관련 사망자는 1만2500명이지만 수퍼박테리아의 일종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감염 사망자는 1만8650명에 이른다. 엊그제 일본에선 수퍼박테리아인 ‘아시네토박터균(MRAB)’ 감염으로 9명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져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국도 2년 전 4명이 이 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달엔 ‘수퍼버그’로 불리는 신종 수퍼박테리아 ‘NDM-1’의 국제 확산에 대한 경고가 나와 지구촌 전체가 불안하다.
수퍼박테리아의 출현은 항생제 남용의 결과이기도 하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앞서 항생제 남용 방지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인류가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이 말부터 새길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908수] 또 하나의 눈(眼)
<낮은 데로 임하소서, 그 이후>에서 안요한 목사가 밝힌 일화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강권으로 신학교에 진학한 안요한은 고민의 나날을 보낸다. 하나님이 안 믿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구약성경이 그랬다. “모세가 지팡이를 던지니 뱀이 되고, 뱀을 잡으니 지팡이가 되더라.” “막대기로 바다를 치니 물이 갈라지더라.” 자신도 못믿으면서 어떻게 남들에게 믿으라고 한단 말인가. 그는 이런 쪽지를 남기고 신학교를 박차고 나간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나님은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가 다시 신학교로 돌아온 것은 37세 때 갑작스러운 실명으로 맹인이 된 이후였다.
무신론자들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말을 안 믿는다. 이에 대해 창조론자들은 이런 예로 반론을 편다. 18세기 영국의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의 비유다. “바닷가 모래톱에 시계 하나가 놓여 있다고 하자. 이것을 보고 바닷물 속의 철분이 뭉쳐져서 철판이 되고, 바람과 파도의 풍화작용에 의해 나사가 만들어졌다고 하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진화론자들에게는 “신이 엿새 만에 우주를 창조했다”는 말이 더 허황하게 들린다. 버트런드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물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제1 원인인 하나님의 원인은 무엇인가. 하나님에게 원인이 없다면, 다른 것들도 반드시 원인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러셀은 “결함투성이인 이 세상이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작품인가”라며 “믿는 사람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 그래야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비판은 더 노골적이다. “신앙이란 증거가 없어도, 심지어는 반대의 증거가 있음에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말한다.”
스티븐 호킹이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종교논쟁이 뜨겁다. 호킹은 새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빅뱅은 중력의 법칙에 의한 것”이라며 무신론에 기운 듯한 입장을 밝혔다. 유신론과 무신론 양쪽의 논쟁은 어찌보면 무의미하다. 신은 논증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안요한 목사는 맹인이 된 후에야 신앙에 눈을 떴다. 보이지 않는 신을 보려면 또 다른 눈이 필요하다. 이를 논증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칼럼-다산칼럼/이제민(연세대 경제학 교수)-20100908수] 고시制 개혁도 `공정`이 관건
심사·면접의 객관성 계속 높여야
국책硏 발탁 등 단기책 도입할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채용 시비를 계기로 공무원 채용 방식이 우리사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때마침 행정고시 합격자의 50%까지를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뽑는다는 방침이 나와 있던 터였다.
지난 60여년 동안 필기로 치르는 고시는 역시 필기시험에 의존해온 대학입시와 함께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주요 기둥이었다. 돈도 '빽'도 없는 사람이라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필기시험을 잘 치면 '출세'가 보장되는 구도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고시는 한국 발전의 주요 축을 담당했다. 흔히 고시의 기원을 과거제도(科擧制度)라고 생각하기 쉽지만,실제로는 일본이 전수(傳授)한 것이다. 2차대전 전 일본은 국가 주도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등문관시험'을 거쳐 선발된 관료가 모든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것이 광복 후 한국에도 이어져 1960~1970년대 국가 주도 개발시대에 고시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주도 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그에 따라 자유화 · 세계화라는 환경과 맞지 않는 '관치'의 바탕으로 돼 가는 고시의 모습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결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고시가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조건이 되었다는 이유로 개방직이 도입되기도 했다. 한국에 고시제도를 전수해 준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후 고시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본다면 장기적으로 고시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중 · 단기적으로 어떻게 하는가다. 자유화와 세계화에 적응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공정성을 보장하면서 고쳐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유 장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그런 역량이 있는가가 문제다. 이것은 꼭 정실이나 부패가 작용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대학입시에서도 서류 전형과 면접을 도입한 결과 객관성이 떨어지고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여지가 커졌다.
결국 고시제도 개혁은 점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개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고시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그런 일 중 하나로 우선 공무원과 국책연구원 간의 인사 교류를 늘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의 국책연구원은 역시 개발시대부터 존속해온 독특한 제도다. 그 구성원들은 전문성과 함께 준공무원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사람 중에서 고위공무원을 채용한다고 이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교수나 기타 민간 전문가가 정부 일에 참여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수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 같은 곳을 보면 대개 구색 맞추기 위주다. 위원회에 '사무국'이라도 있으면 주객이 바뀌어 공무원이 주인 노릇 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교수나 민간 전문가가 정부 일에 참여할 때 '전임'으로서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최고위직 공무원 선발에 있어 가용 인재 '풀'을 늘린다는 이점도 있다. 고시제도의 가장 큰 폐해는 현실적으로 최고위직 공무원으로 쓸 수 있는 인재가 수십년간 폐쇄성과 배타성,관료적 경직성이 몸에 밴 고시 출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근본적 해결책은 고시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지만,현 단계에서의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그렇게 해서 고시제도가 개혁되기 전이라도 별도의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다른 모든 개혁처럼 공무원제도 개혁도 '다면적'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