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는 발트해 동쪽에 자리한 나라로
헬싱키에서 페리선박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큰 선박을 탑니다.
실야라인, 탈링크 등 몇 개가 있는데 요금은 다소 차이가 나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구시가는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있어
유서 깊고 고풍스런 중세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요
저는 이곳에서 이틀을 묵었답니다.
첫날 밤, 호텔에 방이 없다며 미안해하는 호텔직원이 추천해준 근처의 유스호스텔에서 잤는데..
지금까지 제가 묵었던 그 어떤 곳보다 끔찍한, 최악의 숙소로 기억되는군요.
건물 겉모양, 외관은 정말 그럴 듯해서 깜박 속았더랬는데 (그 친절한 호텔 직원도 잘 몰랐겠지요..)
유스호스텔이라 치더라도 방 요금이 비쌌고 시설은 그야말로 완전 엉망이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일인실, 이인실, 다인실 모두 방 크기가 같고
그냥 침대갯수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곳이었어요.
그렇게 쬐그만 방에 어떻게 침대를 3개 넣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아할 정도이며
거기다 다락방처럼 낮은 천장에 창문을 열 수 없도록 되어있는 통유리는
돈을 지불하고 들어간 순간 숨이 턱- 막혀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참고로, 저는 이런 과격한 말 잘 쓸 줄 모르는데요.. 이 글을 쓰자니 점점 흥분이 되는 것이...
그날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군요.)
침대와 더불어 한 쪽 구석에 유일하게 놓인 선풍기 한 대가 있었지만 돌릴 엄두조차 나지 않고 오직
'어떻게 하면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오늘 밤 내가 죽지않고 살아서 저 바깥, 아름다운 시가지를 내일 돌아다닐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아이는 피곤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울렁이고 삐걱거리는 작은 침대에 쓰러져 잠에 곯아떨어졌지만
나는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느껴져 그이에게
"나, 여기 이대로 계속 있으면 숨막혀 죽을 것 같아."
하며 열리지 않는 통유리를 내다보며 괴로워했지요.
진짜 감옥이 따로 없더라구요.
사진을 찍는다기에 어쩔 수 없이 방긋 웃고 있긴 하지만
작은 침대에 널부러진 가방과 옷가지를 보세요.. (동양인에게도 작은 침대랍니다.-_-;)
늦은 밤이었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잠든 아이만 남겨둔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를 나오니 그제서야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밤이라 어디 마땅한 곳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다음날 숙소가 문제라
처음 찾아갔던 호텔을 다시 가서 그 직원에게 다음 날 방은 있냐고 물으니 다행히 있다고 하더군요...
(여름의 북유럽은 자칫 숙소로 고생하기 쉬우니 예약이 필수입니다.)
기쁜 맘으로 얼른 카드 꺼내어 결재하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짐을 맡기겠다고 했지요.
다시 가기 싫지만, 갈 수 밖에 없는 그 유스호스텔을 갔더니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직원이
우리를 부르며 잠시 보자고 손짓합니다.
그러더니 방값이 잘못 계산되었다며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어요.(황당~~)
그것도 수정한 흔적이 있는 가격표를 보이면서 말이죠.
계산기까지 들이내밀면서 뭐라뭐라(에스토니아어로) 하는데
고쳐진 가격표를 믿을 수 없다며 내가 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우선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그녀가 요구한 20유로를 줬답니다.
방에 들어와서도 씩씩거리며 화가 풀리지 않은 난 그녀의 계산이 맞는지 환율을 계산해봤죠.
아닌게 아니라 그 직원이 말한대로라 하더라도(고친 자국이 선명한 룸 가격표)
돈이 더 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 금액차는 단돈 1유로.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번엔 내가 그녀의 계산기를 들이내밀며
"자, 봐라. 1유로가 15크룬이니까.. 어쩌구.. 그러니 내 돈 1유로 다시 줘."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몇 번이고 계산기 두들겨대던 그녀..
마침내 1유로 건네주며 미안한 듯 배시시 웃더군요.
그날,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무척 피곤했지만 이튿날
탈린의 아름다운 구시가를 돌아보며 마음이 한결 나아졌지요...
회색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작은 의자가 있어요.
성벽에 설치되어 있는 접이식 1인용 의자로 세심한 배려가 피곤에 지친 여행자에게 더없이 고마워
잠시 걸터앉아 쉬면서 한 컷 남겼습니다.
그 잠깐의 휴식은 내게 힘을 주고 전날 밤의 악몽을 조금은 잊게 해 줬어요....
유럽의 다른 곳과 달리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거기 이틀 머무는 동안 동양인은
중국인과 일본인만 봤을 뿐이었는데요...
하루 정도면 넉히 볼 수 있는 작지만 고풍스런 도시 탈린.
우리 님들도 언젠가 꼭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그 끔찍한 유스호스텔에서는 절대 묵지 마세요.
첫댓글 어디에 글쓰기할지 몰라 여기다 실었습니다만, 잘못되었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하겠습니다..
저희는 헬싱키에서 탈린으로 배를 타고 와서 내려 택시를 타고 탈린 공항으로 가면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고도의 옆을 스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택시속에서 조금 눈요기만 하였답니다..
그랬군요..^^탈린이 주류가 상당히 싼 가 봐요. 헬싱키에서 탈린으로 술 사러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애구 고생하셨네요...그래서 더 추억에 남을겁니다....탈린 소식 잘 읽었습니다.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씨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탈린이라고 하셔서 언젠가 꼭 가봐야 할 곳이라 생각중 인데.. 다른 사진들도 좀 올려 주세요.
행복여행의 <개인사진 소개>란에 몇 컷 올렸습니다.^^*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네.. 그래서인지 다른 도시와 달리 기억에 많이 남는군요.^^
잘보았네욤...
실용적이네요 우리나라는 언제쯤 생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