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집을 떠났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갖고있는 아파트 전세계약을 한다며 지금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는 노래가 흐른다. 조금 짜증이 난다. 전세계약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아 이러다가 광주에는 자정이 되야 도착하겠다.
이제 한국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이제 두달 남짓 남았다.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는 갓 여행을 하는 갓 아마니 치매진료를 받는 것등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그런데 할 일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은 쉽지 않겠다. 편하고 재미있는 우리나라이지만 할 일 없이 놀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의 넓은 공간과 여유로움이 그립다. 아마 일단은 아틀란타로 이사를 하고 친구가 하는 부동산일을 함께 하며 한국에는 자주 나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나주혁신도시에 도착했다. 잘 정리된 거리가 꼭 미국의 새로 생긴 동네 어느 곳 같다. 친구는 그동안 자기와 사귀었던 여자이야기를 했다. 그중에 한 명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친구는 이 아가씨와 만나 약 육년을 연애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이 여자를 극도로 싫어해서 걸혼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헤어졌다. 그리고 몇년 후 함께 알던 친구의 부추김으로 둘은 다시 만난다. 친구는 그녀에게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는 이미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한 남자와 약혼을 한 상태입니다.'
그 다음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혼자와 파혼을 했다고... 그리고 두사람은 다시 몇년을 만나다가 결국 헤어진다. 얼마전 이십여년만에 만나 와인을 마시며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했단다.
이 친구는 한국의 대기업 H와 미국기업 E라는 곳에서 잘 나가던 시절을 자주 이야기한다. 연봉이 이억이었고 한 달에 고객에게 쓸 수 있던 돈이 약 천만원이었단다. 지금은 연로하신 아버님의 아파트에 살며 생활비를 걱정하는 신세가 되었다.
조금전 대학 후배와 만나 식사를 나누었다. 광고회사에서 일을 했고 그 후 직장을 그만두고 영어학원을 했다. 잘 운영이 안되어서 약 오년전 문을 닫고 고향인 광주에서 친척이 운영하는 중장비 대리점에서 일을 한다. 수년전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이제는 매일 약으로 조절을 한단다. 집은 강남이고 주중에는 광주에 있는 원룸에서 기거를 한다. 내가 알던 몇명의 동창 소식을 물었더니 전혀 알지를 못하고 연락처를 수소문 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저녁무렵에 전남대학을 방문했다. 약 삼십만평의 부지위에 수없이 지어진 건물들이 무등산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지나다니는 예쁘고 싱그러운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가 생각했다.
친구와 육년만에 재회를 했다. 함께 회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가서 민어회를 먹었다. 아마 내 평생에 가장 맛있고 가장 친절한 몇개의 장소 가운데 하나로 가억될 듯 하다. 아 부드럽고 쫄깃하면서 달콤한 맛!
그와 행복, 세상, 정치, 그리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런데 그가 식당주인이나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가 마치 친형이나 누이동생을 대하듯 상냥하고 친절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주인에게 경옥고를 청했다. 생지황 백복령 인삼을 함께 뽕나무를 장작으로 삼일을 끓여 만든단다. 그것을 듬뿍 대접에 담아 소주 한병과 섞어 마셨다. 쌉싸름한 맛이 소주의 들적지근한 맛과 어우러져 입에 맞았다.
식당에서 나와 옛날을 생각하며 당구를 쳤다. 평상시에는 멀리하는 담배도 한 대씩 나누어 피고...
오늘 아침엔 드디어 찜질방을 처음 가보았다. 냉탕 온탕 이노끼탕등 탕종류가 다양했고 찜질방에는 모르는 남녀들이 군데군데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대중탕을 사십여년만에 처음 가본 셈인데 그 규모나 시설에 놀랐다.
아렸을 때는 매일 학교에서 배구부 훈련으로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집에 오곤 했다. 그 때는 집에서 가까이 있던 목욕탕을 아에 한 달 단위로 사용비를 내고 매일 갔었다. 낮이라 거의 아무도 없는 탕에서 수영도 하고 물장난도 치고 잠수(?)도 하는 등 나만의 놀이터 삼았던 기억이 있다. 꿈인듯한 세월에 함께 공부를 했던 친구가 옆에서 운전을 한다.
사람사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 그 자체이다. 그 존재는 태어남도 떠남도 홀로 감당하는 고독이 본질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어느 순간도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속에 살아간다. 길을 걷다보면 꽃을 만나기도 하고 눈부신 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가슴이 벅차는 만남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이 카페에서 적지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가 서로의 잊혀지지 않을 꽃과 별이 되어 함께 웃고 운다. 그 만남의 광장은 공간의 벽을 넘고 어떤 때는 시간의 한계를 넘기도 한다. 아름답고 유익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행복을 나누는 우물터이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말 나는 집으로 가고 있는가? 부여를 지난다. 백제의 숨이 쉬는 곳, 낙화암 절벽이 생각난다. 절벽 중간에 절이 있었다. 기억속에는 빨간 꽃이 피어 있다.
비가 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세월을 거슬러가듯
어제의 일
지난 몇주의 행적을
생각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각자가 긴 포물선을
그리다가
영겁의 시간속에 한 순간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킵니다.
숨을 고르라며
비가 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40B3A55D7B62F2A)
첫댓글 캬, 소주 한 잔을 바로 목으로 넘기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를 만나고 후배를 만나고 옛 추억을 떠올리고 그렇게 인생이 흘러 갑니다. 기운찬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 저는 금요일 저녁을 맞이합니다.
요즘 소주는 너무 순하고 부드러워 옛날의 카 하는 맛이 덜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david 전 그것도 써서 얼음과 레몬을 타 먹습니다. 그 옛날에 병나발 불던 나는 어디로 가버렸어요. ㅎㅎㅎ.
남녀간의 사랑은 연분이 안 닿으면 오랜 교제에도 불구하고 결혼에는 성공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친구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애틋한 마음으로 느껴지네요.
서로가 오랜기간 인연은 닿았으나 결국 연분이 없었나 봅니다...
남은 두달여의 한국 생활 더욱 뜻깊게 보내시며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애틋하고 어여쁜 사랑으로 생각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
여러사람을 만나고 많은곳을 스치며 이제는 진정 깊은 마음속에그리는 집이 점점 분명해질 것같군요.
친구분들의 삶속에서 우리 이웃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보며
관계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케합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큰 기쁨을 얻습니다.
한편의 수필같은 추억여행입니다. 삶을 이어가는 각자의 인생은 부침이 있네요. 한국에 가서 친구와 함께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TN에서도 멀지 않죠. 오시면 맛있는 음식 대접하겠습니다.
엘튼 죤의 그 노래는 저도 무척 좋와합니다
이번 자동차여행에도 계속 듣고 갔었지요
6개월간 추억속에 여행 잘하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시기를 ...^^
감사합니다. 여행하는 내내 70 80 노래들을 들으며 다녔습니다
집으로 가는길! 무료하지 않게 음악을 들으시면서 무사히 도착하시길....
http://durl.me/9n9qae
PLAY
잘 들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각자가 긴 포물선을 그리다가
영겁의 시간속에 한 순간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킵니다"
어느 날 문득, 가슴을 아무리 열어 헤쳐도 뜨거운 열병에 허우적 대는
그런 순간들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 어느 때 모국방문 시간 보다도, 짙은 여운의 추억을 데빗님 가슴에 가득 안겨주실
나머지 시간들...그립던 조국강산 구석구석 밟으시며 행복한 지옥의 힘찬 에너지 충전으로
지루한 천국의 집으로 향하실 발걸음이 사뿐사뿐(?)하실 모습이 벌써부터 환하게 느껴집니다.ㅎㅎ
이제 들어가면 그곳도 행복한 천국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진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인내하면서 시간을 가져 보세요, 어느날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오시라는 행운의 문을 만날지도 모르니깐요^^.
희망을 가져보겠습니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도, 또 괴롭게 하는 것도 모두 그 '사람'이지만, 사람을 빼고는 삶이 완전치 못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침잠해 보기도 하고, 혼자 만의 고독을 통해 정신세계가 성장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서 균형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겠지요. david님의 차분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삶이 익어 갑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했던 소리를 되풀이하는 듯해 점점 어려워집니다.
집으로 가시기 전에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은 시간도 여한없이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랍니다. 언젠가 뵐 날을 고대합니다.
참......아름다운 글이네요
이 글 읽은 분들 모두 각자의 추억 속으로 다녀온 듯 할겁니다
친구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이
얼마나 서걱거리며 쓸쓸하고 낯선 느낌인지...그래도 아직
함께 찜질방에 데려가주는 벗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저도 민어회 한 번 먹어볼랍니다, 아직 한 번도 못먹어봤거든요
바닷가 사람이지만 제가 워낙 아이들 같은 입맛이라 ㅎㅎㅎ
10월에 가시나요?
오래 계시는 줄 알고...언젠가 만나겠지 하며 여수엘 오시라고도 못했습니다
추석 때 토론토 다녀온 다음 실콘짱님, imoh님계시는 대전 쯤에서
오프라인 모임 송별회라도 한다면 어쩔까 싶습니다만..
은수님 감사함님을 뵈러 여수에 내려갈 꿈을 자주 꿉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집은 내가 오래 살던 그곳 내 마음에 고향같이 편한 그 잠자리가 아닐까요?
이곳 남자 회원님들은 어쩜 그리 글들을 잘 정리해 쓰시는지 점점 기 죽어 제글은 못 올리겠습니다. 펌글이나 올려야겠습니다. 어머님일이 잘 해결 되신듯 해서 마음이 좋습니다. 미국 들어가실때까지 건강히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Tulip님.
전 튜립 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펌글도 올리시고 선생님의 글도 올리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글을 옮겨 놓은 것보다 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선생님의 이야기를 더 좋아할 겁니다. 맑고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글솜씨에 상관없이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거든요. 그리고 글도 잘 쓰시는 분이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ㅎㅎㅎㅎ 계속 올려 주세요.
@seamaker 부끄럽사옵나이다. 감사
마지막 내가 어디서 눈을 감고 싶은가는 아마 70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느 나라에 살든 직업(할일)이 없다는 건 그만큼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별떵이님
우와. 한글이, 한국의 곳곳 이 david님의 표현으로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어요. 가시는 곳마다, 만나는 인연모두에 따뜻함을 불어주시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강산님은 칭찬에 아주 후하시네요.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