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힐의 풍경을 사랑한다. 파인힐의 티팟을 사랑한다. 파인힐에서 만났던 이들을 사랑한다.
큰언니네를 불러서 남편이 사온 대구탕 오만원어치로 미리 송별회를 했다. 두 분이 미국에서 나온 지 벌써 6개월이 되었고, 남편과 형부는 겨우 6개월만에 두 번 만나는 사이다. 식후에 파인힐에서 언니네가 차를 사주셨다.
나는 오전에 홍수진, 김경자씨를 평생교육원에서 만나 서류를 내러갔으나 7윌 수업이 겨우 1시간밖에 안되어 합쳐서 서류를 내도 된다고 해서 다시 들고 나왔다. 이채숙선생님이 평생교육원 입구에서 차를 팔고있어서 경자씨가 사주는 물냉면을 먹고 거기에 다시가서 내가 차를 샀다. 경자씨가 쓴 돈에 비하면 나는 아주 적은 돈을 쓴 것이다. 차를 마시는 동안 아는 사람들이 자꾸 등장하고 정수란씨도 만났다. 그니는 경상도 말씨를 쓰는 허벅지가 튼실한 미인이었는데, 상패동에 살며 글도 잘 쓰고 다양하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경자씨랑도 잘 아는 사이였다.
그들과 대화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는 독설가가 되어있었다. 김성은씨나 양지은씨 이야기가 나왔을때 마치 나는 패배자인양 굴었다. 워워~ 마음의 평화를 지켜라. 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라. 그들을 부러워하며 나는 못하는 일을 해내는 그들을 비판하지 마라. 내곁에 있던 소요초등학교 지혜의 등대도서관을 떠나보냈다고 자신을 그만 자책하라.
말은 마음의 소리이니 그것이 결국 내 마음의 결이고, 내 마음의 격일 것이다. 홍수진샘과 김경자씨도 말이 너무 많다. 쓸말이 적다는 것은 남의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들지 말고, 그들의 말에 쓸려다니지 말고 꼭 할일만 해라.
그리고 명심해라. 절대 잊어버리지 마라. 홍수진씨의 꿈은 내 꿈이 아니다. 나는 나의 꿈을 꿀 것이다. 나는 더이상 프리마켓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제일상가 쪽에는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해 나는 홍수진샘처럼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양지은이나 김성은이나 모두 지원사업에 의존하는 이들이다. 또한 김경자씨나 정수란씨같은 이들도 그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이들이다. 나는 그런 지원사업에 매여다니고 싶지않다.
그러나 나 또한 평생교육원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꽃따라 동아리도 평생교육원의 도움을 받고 있지않은가? 그런 지원사업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또한 편견을 버려야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조차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기회조차도 선택의 폭에 넣어야 되지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그런 지원사업의 구차한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나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리. 진정한 부자가 되어야 하리.
그래도 나는, 우리는 사물놀이 수업을 기어이 지켜냈다.
올해는 유독 떠나보내는 것들이 많았다고 비탄하지 마라. 지혜의 등대도서관이 폐쇄되었고, 김경수샘을 잃었다고 서러워하지 마라. 어차피 세상사는 한 번 오면 한 번 가는 것들이다. 7월부터 고양옥씨가 이제 사물놀이 강사다.
인자는 의정부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시어른을 뵙고 와서 말이 많아졌다.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다.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인 압박이 직접적으로 오기에 느끼는 부담인 것이다. 인자 옆에 있는 이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 대책없는 이들이라고 해야하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해맑은 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 다른 이들은 걱정이 없는데, 문인자 혼자 머리가 아파서 우리들에게까지 여파가 밀려온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도 너무 영향을 받진 않으리.
보현이가 나를 못보고 가서 서운하다고 한다. 그러나 보현이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아이때문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감당하기 참 벅찬 사람들이다. 이미 겪어본 적이 있지않은가? 이모네 집은 너무 지저분하다고 얼마나 난리를 쳤던가? 문인자 하나가 치대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는 것이다. 문인자가 조카들끼리 상원이와 경철이 짝이 안되도록 해야 하느니, 큰언니가 왜 보현이가 보리네 얘기 옷을 사보내는 것을 막는지 하며 말이 많아진다. 나는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인자를 감당할 자신은 없다.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좋은 감정을 길게 가지고 가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모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