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93) - 험난한 나그네길 벗어나 아름다운 소풍길로
오늘(4월 4일)은 봄 일을 시작한다는 청명, 천변에 벚꽃이 만발하고 대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모두에게 화창한 봄날이어라.
활짝 핀 무심천의 벚꽃
어제는 아들의 49회 생일, 코흘리개에서 지천명(50세에 이르러 천명을 깨치다, 知天命)에 다가선 아들을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 이기고 지금에 이른 여정이 대견하게 여겨진다. 아침에 외국에 머물고 있는 아들과 통화하며 무사히 오늘에 이른 것을 감사하였다. 때마침 발생한 진도 7.4의 타이완 지진소식을 접하면서 전쟁과 재난, 질병이 빈발하는 세상에서 이처럼 평안함을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지. 평범한 듯 비범한 일상을 이겨낸 우리들의 삶, 모든 인생을 대표하여 야곱은 이렇게 고백하였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세기 47장 9절)
야곱의 고백처럼 우리의 삶은 험난한 나그네길, 그런 가운데 아들과 여러 차례 여행길에 나서기도 하였다. 15년 전 여름을 아들이 머물고 있는 영국에서 보냈다. 그때의 기록, ‘11시 31분에 아텐보로 역을 출발하여 노팅험 역에서 내려 근처 간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들고 12시 26분에 출발하는 링컨 행 열차에 올랐다. 아들은 링컨 시내의 관광코스와 돌아올 때 기차 타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기차가 출발한 후와 링컨 성을 돌아볼 때, 링컨에서 출발한 직후 등 세 차례나 전화를 하였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아들의 보호자 및 후견인으로 지내왔는데 어느덧 아들이 아버지를 걱정할 만큼 세월이 흐른 것을 체감하며 흐뭇함과 허허로움이 교차한다.’
얼마 전 결혼 50년을 맞아 정리한 글에서 살핀 삶의 자취 중 ‘아들과 함께 한 여행’을 통하여 지천명에 이른 아들의 생일을 맞는 소회에 가름한다.
‘아들과 함께 한 여행
2008년과 2009년 여름, 아들이 머물고 있는 영국을 두 차례 다녀왔다. 그때 아들과 함께 영국의 여러 곳과 프랑스 파리, 이태리의 베니스와 밀라노 등을 여행하기도. 아들과 함께 한 내용 중 일부,
1) 북아일랜드 탐방
2009년 7월 21일, 아들과 함께 영국 서쪽에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의 북쪽에 있는 북아일랜드를 다녀왔다. 북아일랜드 수도인 벨파스트는 크고 웅장한 건물이 많고 숲과 초원이 무성하여 풍광이 수려한데다 특히 소떼가 많이 눈에 띠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기차로 한 시간 20분쯤 거리인 Coralaine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면 제주도의 주상절리대처럼 아름다운 해변 명소 Giant's Causeway에 갈 수 있어서 오전 10시 50분에 Belfast Central Station을 출발하는 런던데리 행 기차를 탔다. 런던데리(Londonderry)는 런던에 살던 상인들이 북아일랜드로 진출하여 세운 도시, 신교도 영국인과 가톨릭교도 아일랜드인의 갈등이 맞부딪히는 곳이기도 한데 큰 강의 양편에 들어선 도시의 모습이 아름답고 성 콜럼버스 교회에서 본 비디오 화면을 통하여 1680년대부터 이곳에 들어선 지역통치자와 종교지도자들의 활동상을 알 수 있게 된 것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며 여행에서 배우는 삶과 문화를 되새길 수 있음도 좋았다.
2) 파리 탐사
아빠가 영국에 계시다가 한국으로 가셨습니다. 가시고 난 후 프랑스에서 런던으로 와서 다시 케임브리지의 집에 들어오는데 빈 집에서 홀로 불을 켜는 게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더군요. 거실에서 아빠가 노트북을 켜고 워드 작업을 하고 계시다가 잘 다녀왔냐고 말씀하실 것만 같은데...
파리에 도착하던 날, 호텔에 짐을 풀고 뤽상부르 공원‧ 노트르담 성당‧ 라데팡스 등을 지나 지하철 1호선으로 샤를 드골 에뚜알 역에 내려 개선문 Arc de Triomphe을 보았습니다. 개선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샹젤리제 대로를 아빠와 함께 걸었습니다. 6년 전 파리에 왔을 때는 낙엽이 거의 떨어진 늦가을, 크리스마스시즌 야간 조명을 위해 샹젤리제의 나무들에다가 전구를 달던 시기였는데.. 이번에는 여름 관광시즌의 마지막 peak에 분주하게 오고가는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 그들의 대화와 웃음소리, 개선문 등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들, 유모차에서 밝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철역, 끌레망쏘 광장 근처의 명품 가게를 포함한 많은 상점들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 샹젤리제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고 그곳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여러 삶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긴 여름의 하루, 그래도 걷다보니 서서히 개선문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던 파리에서의 저녁 한 때, 샹젤리제 끌레망쏘 전철역을 지나 콩코드 광장까지 계속 이어진 나무와 나무들 사이의 그 길, 아빠와 함께 걸어가던 여름밤의 그 거리 그날의 샹젤리제대로는 샹송 les Champs-Elysees에서의 그 모습만큼이나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Au soleil, sous la pluie
A midi ou à minuit
Il y a tout ce que vous voulez
Aux Champs-Elyśes
해가 뜰 때나 비가 올 때나
낮에든지 또는 밤에든지
거기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있지요
샹젤리제에는...’
한 세대는 가고 다음 세대가 들어서나니 후예들이여, 험난한 나그네길 벗어나서 아름다운 소풍길 누리시라.
아들과 함께 한 미국의 단풍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