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서
50일동안 정성껏 쓴 편지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1】
이달의소녀를 알게 되기 11년 전
나는 힙합에 빠져있던 중학생이었어.
숨을 헐떡이면서 매일 래퍼들의 랩을
따라 부르는 게 너무 즐거웠지
특히 MC스나이퍼의 랩을 자주 따라 불렀고
학교 친구 몇명과 힙합 동아리도 만들었어
특이하게도 MC스나이퍼는 종종
한국 전통 악기들의 소리로 비트를 만들었는데
나는 이 사운드가 너무 좋았어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반의 친한 여자애가 나보고
맨날 MC스나이퍼만 들으면 지겹지도 않냐면서
MP3로 노래를 2개 들려줬어
그건...
동방신기의 ‘Tonight’과 ‘여우비’라는 곡이었어
나는 힙합 말고는 관심이 없었지만
사실 그 여자애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Tonight,여우비를 자세히 들어봤어
그런데 곧바로 큰 충격을 받았지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위대해서...
TV에서 봤던 동방신기는 분명, 이상한 헤어스타일에
특이한 옷을 입고 정신없이 춤추던 팀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딱히 고음에 집착하는 건 아니지만
Tonight의 3:37부터 시작되는 애드립과
여우비의 3:05부터 시작되는 절정 부분은
급식을 먹던 중2병 힙합 소년의 넋을 나가게 만들었어
아니, 동방신기는... 비보잉 댄스 팀 아니었나??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심지어 여우비는 멤버의 자작곡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나니까 더욱 신기했어
그 이후로...
힙합 소년이었던 나는 거짓말처럼 동방신기에 빠졌어
MP3에 그들의 모든 노래를 다운받고
모든 뮤비를 알게 됐고 앨범도 몇장 모았지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이건 11년 뒤 오빛이 된 과정이랑 비슷해.
【2】
동방신기는 이수만 사장님이 야심차게 기획한 ‘아카펠라 댄스 그룹’이래
군무도 엄청났지만, 한편으로는 앨범을 낼 때마다
아카펠라 버전의 노래들이 한두개씩 포함되어있었어
이런 Accapella Ver을 들을 때마다 정말 신비로웠지
그 당시 내 또래 여자 애들은 상당수가 동방 팬이었던 것 같아
그러다 얼마 후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동방신기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가수가 되었고
앞으로 Love in the Ice보다 더 감동적인 노래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던 동방 팬들은
Bolero를 듣자마자 멘붕에 빠졌지...
한국 콘서트는 못 갔지만, 어느새 나는
일본 노래 가사까지 전부 외우게 됐어
왜냐하면 동방신기 앨범은... 달소처럼
아이돌 댄스 그룹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지
Bolero는 동방신기를 대표하는 노래야
한국 아이돌 댄스 그룹의 상징곡이, 특이하게도 일본 발라드였어
이달의소녀로 치면 Butterfly처럼 팀을 대표하는 노래지...
그래서 이런 명곡들을 그대로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친구들한테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도토리’를 결제하고
우리 반 애들한테 전부 동방 노래를 선물했어
1곡 당 도토리 5개였지 (500원)
학교 친구들은 나보고 남자가 무슨
동방신기 팬클럽이냐며 피식 웃었어
그리고 중학교 때 그 여자애가 어떤 생각으로
나한테 Tonight,여우비를 들려줬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어
그 애는 노래의 힘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3】
그리고 몇개월 뒤
동방신기가 아시아 투어를 돌며, 피날레로
아이돌 사상 최초로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했어.
뉴스에도 여기저기 나오고 큰 화제가 됐지
한국 팬들도 다같이 축제 분위기였어
여진이가 태어나고 1년 뒤에 데뷔한 동방신기는
유튜브라는게 존재하지도 않았고
‘K팝’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조샌징’이라고 부르며 깔보던
까마득한 옛날에 아이돌 그룹으로써는 최초로 일본에 건너가
처음에는 일본의 어느 시골 대학교 강당에 올라가
20명 앞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나중에는 Kissしたまま,さよなら라는 자작곡으로
일본 대중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고
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지
그리고 마침내 일본인들이 한국 가수에 열광하게 됐어
동방신기 팬들은 5년 넘게 고생한 끝에
한국뿐만 아니라 드디어 일본에서도 최고의 그룹이 되었다고
고생했던 시절은 다 지나고, 이제 기쁜 일들만 있을거라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
그런데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나서...
고작 4주일 뒤
고작 4주일 뒤
이 날짜는 아직까지도 기억나
신기하게 이 날짜는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아
2009년 7월 31일
멤버 3명이
소속사에 계약 정지 소송을 걸었다는
뉴스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왔어.
【4】
동방신기의 팬 ‘카시오페아’들은 당연히
멘붕에 빠졌고, 나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
그 당시 아주 난리가 났었어
팬 카페는 온통 이수만 사장님에 대한 욕설로 도배됐고
모든 뉴스 채널은 ‘동방신기 노예 계약 논란’이라는 제목과 함께
이 소송 사건에 대한 소식들이 보도됐어.
그런데 사실... 그 이후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아
소송 뉴스가 터진 바로 그 날, 나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느라 엄청 바빴고
기숙사는 인터넷도 잘 안되는데
그마저도 거의 할 수 없었고, 시간이 없었어
동방신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가...
2년 반이 훌쩍 흘렀어.
그동안 멤버 3명은 소송 끝에 동방신기를 탈퇴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JYJ라는 그룹을 결성했어
남은 2명의 동방신기와 JYJ는 각자의 길을 떠나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앨범도 몇장 냈지
그리고 대부분의 카시오페아는
2인 동방신기 팬과 JYJ 팬으로 분열됐고
오빠들이 갈라진 건 누구탓,누구때문 이라면서
그 두 팬덤은 매일 서로 싸웠어
원래는 같은 팀을 응원하던 하나의 팬클럽이었는데...
믿기 힘든 광경이었지. 물론 양쪽 다 지지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그때 알았어
그동안 완전체라는 모습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 아이돌한테는 개인 팬의 비중도 은근히 크다는 걸...
【5】
알고 보니 동방신기의 소속사 7년 선배 그룹인 H.O.T.도
나중에 멤버 3명이 이수만 사장님과 싸우고
회사를 나와서 JTL이라는 그룹을 만들었었대
물론 난 이 사실 외에 H.O.T.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7년 후배 그룹한테도 일어난거지.
어쨌든, 새롭게 시작한 동방신기와 JYJ를 보니까
노래도 좋고 당연히 멋있더라
그런데 사실...
나 자신에게 2년 반이라는 공백기가 있어서 그런건지
서로 다른 그룹으로 찢어진 5명의 모습이
너무 낯설고 어색해서인지는 몰라도
옛날만큼 좋아했던 그 느낌이 아니었어.
새롭게 시작한 동방신기와 JYJ의 음반들은 역시나 훌륭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의외로
그 앨범들을 점점 안찾게 된다는 걸 느꼈고
형들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내가 찾는 건 결국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위대한 남자 그룹.
모든 이를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명곡들의 주인공
과거 5명의 동방신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얼마 뒤 나는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어
이달소를 만나기 6년 전이었지
군대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전자 기계인
CD플레이어를 가져가서, 앨범들이랑
매일 밤 잠들기 전 이어폰을 꽂고
5명 시절 노래를 들었어
콘서트 한번 못가보고
허무하게 끝나버린 그 시절을 후회하며...
【6】
5명이 함께 했던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어야 했는데...
나도 딱 한 순간이라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매일 밤 추억의 노래들을 속으로 따라 부르며
자연스럽게 외운 일본 곡 가사까지 술술 나오니까
너무 아련해서 미칠거같았어.
도토리를 결제해서 친구들한테 동방 노래를 뿌리던
그 시절 추억의 싸이월드도 이젠 아무도 하지 않고
다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탔지
물론 나도 갈아탔지만...
그런데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도
2인 동방신기 팬과 JYJ 팬들은
니네 오빠가 잘못한 거라며 여전히 싸우고 있었어.
사실 동방신기가 찢어진 것보다
카시오페아가 갈라져서 서로 욕하는 모습이
훨씬 훨씬 더 믿겨지지가 않았어
한때는 진짜 다른 아이돌과 화력 경쟁을 하면
항상 이겨왔던 끈끈하고 든든한 팬덤이었는데...
그렇게 군대에서 10개월정도 지내다가, 씁쓸해진 나는
웬지 모르게 그냥 5명 시절 노래도 안듣게 됐어.
그 대신
동방신기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에 자주 듣던 래퍼들의 음반을 가져왔어
그리고 그 앨범들을 들어보니까
힙합도 역시
엄청 좋더라...
달소를 만나기 약 5년전이었지
【7】
랩은...
먼 옛날 백인들이 아프리카를 침략하고
흑인들을 잡아서 노예선에 태우고 유럽으로 끌고 갔는데
그 배에 타고 있던 흑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음악에 대한 지식도, 악기도 없었던 그들은
무슨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중얼 거리면서
백인 침략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는데
이게 바로 랩의 기원, Rap의 시초래.
그렇게 노예로 끌려간 수많은 흑인들은
사람 대우도 못받고 평생 강제 노역만 하다가
낯선 땅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겠지.
힙합은 다른 이름으로 black music이라고도 부른대
이제 랩은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문화가 됐고
나는 된장찌개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 한국인이
먼 땅에서 시작된 Rap을 한다는 게 신기했어
영어와는 달리 ‘음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언어인 ‘한국어’로
한국인만의 고유한 랩을 하고, 더 나아가서
또 누군가는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웠지
그래 힙합은 정말 아름다워
랩의 시초는 머나먼 외국이지만, 이 땅에 들어옴으로써
블랙 뮤직이 훈민정음과 만나 또 다른 예술이 됐어
한글로 가사를 써내려가는 게 마치 ‘머리로 하는 음악’이랄까...
내가 Rap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
다시 힙합쟁이로 돌아온 나는 마음 한구석에
동방신기에 대한 추억을 서글프게 감춰버리고
군대에서 남은 10개월동안
휴게실에 딱 하나 있던,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낡은 노래방 기계에 마이크를 잡고 랩을 불렀어.
【8】
입가에 침을 쫙 빼고,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아나운서보다 훨씬 또렷한 발음으로 뱉을 때
그 순간은 엄청 재밌었지
그럼 주변에 구경하던 몇명은
어떻게 그렇게 잘 부르냐고 신기해했어
사실 가사는 이미 래퍼들이 다 써놨고
나는 그저 흉내내는거일 뿐인데?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남들 귀에도 잘하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보네.
이런 소소한 자신감이 들기도 했어
여러 래퍼들의 곡을 많이 불렀지만
MC스나이퍼의 가사가 제일 기억에 남아.
“ 위태위태 혼수상태 저기 발끝 밑에
라면 한봉에 하루를 살던 그 때, 습기 가득한 지하 방에서
훗날을 도모한 나는 증오와 분노와
깊은 밤을 함께 했네. 꿈을 이루기 위해 ”
군대를 마치고 2014년 말
달소를 알게 되기 약 4년 전
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했어
뉴스에서는 동방신기가 아이돌 그룹 사상 최초로
누적 앨범 판매량 천만장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나왔고
JYJ도 꾸준히 활동하는걸 보니까 안심이 됐어.
나는 이제 옛날만큼의 열정은 없었지만
그들의 공연장 앞까지는 한번씩 갔었지
두 그룹 중 어느 쪽 콘서트장을 가든
동방신기를 상징하는 색. Pearl Red
붉은색 응원봉이 사방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나는
내가 한때 속해있었던 팬클럽의 이름이
왜 Cassiopeia였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어.
【9】
동방신기 3명이 탈퇴하고 나서, 그 당시
최고의 아이돌 그룹의 자리는 빅뱅이 차지했어
솔직히 난 빅뱅이 싫었어. 허세 가득한 가사와
많은 표절 논란, 그리고 나쁜 사건을
꾸준히 일으켜서 매년 논란을 만드는 팀이
점점 동방신기의 라이벌로 언급되는 게 불쾌했고
예전에도 카시오페아들은 동방신기가 아이돌 중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해서 개척해놓은 길 덕분에
빅뱅이 득을 보고 있다고 마음에 안들어했어
사실 솔직하게 생각해보면, 나는 빅뱅을
여러가지 사건 때문에 싫어한다기 보다는
그냥 빅뱅이 얄미웠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그리고 한편, 세월이 지나니까
뭐든지 조금씩 변해가는 부분이 있나봐
나는 점점 걸그룹 노래들을 찾아다녔어
지금까지 힙합과 동방신기 이야기만 해서 티는 안났지만
걸그룹 노래도 평소에 들었는데...
힙합, 동방신기*JYJ말고
다른 남자 가수에는 아무런 관심이 가지 않았어
그러다보니 점점 자연스럽게 걸그룹에 관심이 갔나봐.
그런데 또 그때, 가요계에는
‘쇼미더머니’ 열풍이 엄청 불고 있었어
쇼미더머니 최근 시즌이 얼마 전에 끝났다는데
‘한국 최초 힙합 오디션 서바이벌’이라길래
힙합쟁이인 나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쇼미 영상들을 봤어.
그렇게 래퍼들의 여러 무대를 보던 중에
유독 어떤 한 사람이 자꾸 눈에 띄었어
그 래퍼의 이름은
아이언이었어.
【10】
비트가 나오자 아이언은
빅뱅의 어떤 멤버와 소속사를 Diss하는 랩을 했어
나는 조금 놀라서, 이 래퍼는 누구지?
왜 갑자기 빅뱅을 까는거지?하고 관심이 생겨서 좀 알아보니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연습생이었던 아이언은
겨우 19살에 방탄 동료들과 함께 ‘Hook가요’라는 노래를 발표했어
Hook가요는 빅뱅의 회사에서 빅뱅한테 노래를 만들어주던
용감한 형제를 디스하는 곡이었어.
아이언은 일단 그냥 랩부터 엄청 잘했는데
사연은 모르겠지만 빅뱅과 그 소속사를 엄청 싫어하고
음악하러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그가 하려는 건
힙합에 락을 결합시킨 특별하고 신선한 음악...
모든 점들이 눈부셨어.
군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에서
'독기'라는 노래가 나왔었어. 처음에 그걸 듣고
한 40살쯤 되는 사람이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려서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부르는, 그런 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기를 부른 바로 그 가수였어. 조금 놀랐지
아이언의 쇼미더머니 본선 영상 3개
I am, 독기, C Da Future 를 보자마자
곧 바로 확신했어. ‘이 사람은 진짜다’
사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소속사도 없었던
무명 가수 아이언이 빅뱅을 디스하고, 또 당시
쇼미에 출연한 빅뱅의 회사 후배 래퍼들과 싸우던 모습이
나한테는 영웅처럼 보였나봐.
중학교 때부터 힙합에 열광했지만
딱히 어떤 래퍼의 팬이 될 정도의 느낌까지 받은 적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아이언의 팬이 되는 건
너무나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진행됐지.
【11】
하지만 약 4년 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아이언은 활동을 안한지 꽤 됐어.
나는 옛날부터 래퍼들의 랩을 하도 많이 따라 불러서
이제는 평소의 말투가 약간 딱딱하게 살짝 변했어
문장의 모든 글자를 의식해서 발음 하려는 게
너무 습관이 되서 그런가봐
또 한편으로는 걸그룹들의 앨범도 몇년동안 꾸준히 판 덕분에
이제는 거의 모든 여자 아이돌들의 음반까지도 알고 있었어.
곧 데뷔 15주년을 맞이하는 동방신기는
대단하게도 계속 활동중이지만
옛날에 밥 먹듯이 자주 갔었던 동방신기 팬 카페에는
이제 거의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고
옛날에 자작곡 Kissしたまま,さよなら로
일본 대중들을 놀래킨 박유천 형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JYJ는 사실상 해체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어.
그리고 그건
유천이 형처럼 범죄자가 된
아이언도 마찬가지였지...
그러다 2019년 2월, 어느 날
중학교때 같이 힙합 동아리를 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고깃집에서 밥 먹고 있었어
그런데 그 친구는 갑자기
한국 최고의 래퍼는 아이언인거 같다고 했어.
나는 조금 놀랐어
난 밥먹다가 뜬금없이 힙합 얘기 할 생각도 없었는데
그런데 중요한건, 걔는 아이언의 팬도 아니었고
그리고 그 친구는 내가 정헌철의 팬인 걸 몰랐거든.
그리고 사실... 팬인 나부터가 솔직히
아이언이 최고다 라는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었어
【12】
사람들은 아이언보고 실력만큼은 아주 훌륭하다고 하지만
사건과 논란들 때문에 이제는 그 빛이 많이 바래진 상태였어.
그리고 데뷔한지 꽤 됐지만 커리어도 많이 부족했지
일단 실물 앨범부터가 정규 1장이 전부였어
그런데 친구는 그동안의 노래들과 공연 영상 몇 개만 가지고
최고의 래퍼는 아이언인거 같다고 했어. 그 이유는
아이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방대하게 넓지만, 그건 2번째고
1번째 이유는... 그의 모든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에 녹아있는 ‘진심’이 정말 예술이래.
진심은 곧 예술가의 영혼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친구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고
그날 밤 혼자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어
옛날부터 내가 랩을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언어인 한국어로
라임*플로우*펀치라인을 빚어내는 ‘머리로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었어
화려한 랩 스킬을 뽐내는 많은 래퍼들을 볼 때 마다 정말 짜릿했지.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서 깨달았어
머리,스킬도 물론 좋긴 좋지만
나는 거기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가슴에 담긴 진심은 점점 못보게 된 거였어.
그래서 몇년동안 아이언의 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도 아닌 내 친구가 느낄 수 있었던 한편의 시, 소리의 시를
나는 제대로 못듣고 있었던 거야...
아이언이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게 된
쇼미더머니3 ‘독기’ 무대를 생각해보면
독기에는 스킬이라고 할만한 게 딱히 없었어.
“ 그래서 나는 돈,돈 하지않아
쓰레기같던 내 과거를 알기에 절대 반복치 않아
삶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게
나는 미친 듯이 달려, 미친 듯이 살어 ”
그래 독기는...
노래가 완전히 진심 그 자체였어.
【13】
다음날 나는 아이언의 유일한 실물 앨범인
ROCK BOTTOM을 꺼내서, 몇장 안되는 사진과 가사들을 훑어봤어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음악가의 감성을 되뇌이면서...
그렇게 다 읽고난 뒤, 앨범을 다시 덮었지.
그런데
그 때
앨범 표지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게... 뭔지 알아?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좀 특이했던
짜증나는 회사의 이름
BlockBerryCreative
그런데
이걸 보자마자
떠오른 건...
이걸 보자마자... 떠오른 건
조금 신기하게도
옛날에 아이언 때문에
간접적으로 알게 됐던 어떤 가수.
멤버가 1달에 1명씩 데뷔한다고 했었는데
12명 다 나오면 그때 한꺼번에 노래 들어봐야지 해놓고선
바쁜 일상속에 오랫동안 까먹고 있었던 그룹.
아이언과는 딱히 연관 없어 보이고
실제로도 연관은 없겠지만, 솔직히 아이언의
후배 가수같은 느낌이 살짝 들어서 좀 궁금했어
12명의 멤버는 이미 다 공개된지 오래였고
완전체 데뷔 앨범도 몇달전에 발매됐고
그 음반의 리패키지까지 나온 상태였지.
1달에 1명씩 데뷔한다고 했던 그룹이
시간이 흘러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뭔가 신기했어
이달의소녀.
그리고 이달의소녀 페이지에 들아가자마자
나오는 많은 앨범들...
목록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별 생각 없이 최근의 데뷔 음반부터 재생해봤어.
++
...이 앨범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명작
【14】
옛날에 배운 드럼 치는 법은 다 까먹었지만
힙합쟁이인 나는 예전부터 예술적인 센스가 뛰어나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글도 잘 쓰지
새로운 음반을 들을 때면, 걸그룹과 래퍼의 앨범을 섞어서
한곡씩 번갈아가며 들어왔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구
똑같은 가수의 곡만 연속으로 계속 듣다보면
귀가 무뎌진다고 해야 할까... 느낌이 좀 흐려져.
걸그룹과 래퍼 외에 다른 노래들은 듣지 않아
바쁜 일상속에 이 2가지만 듣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특히 걸그룹 음반들은 진짜 빠삭하게 거의 다 알고 있지만
동방신기,아이언보다 좋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어
이들 때문에 일반인 주제에 내 눈만 너무 쓸데없이 높아졌어.
그런데 ++는
앨범 표지부터가 그냥 보자마자
자수정 이슬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숨이 텁텁 막히게 신비로웠어
이건 센스가 뛰어난 나니까 느낄 수 있어
이 음반을
BewhY의 'Time Travel'이랑 섞어서 들었어
++의 노래는 6개, Time Travel의 노래는
예전에 이미 알고 있던 곡을 빼면 7개였지
이 두 앨범을 섞어서 한곡씩 번갈아가며 재생했어
이렇게 총 13곡을 평소에 반복해서 계속 듣고 있었는데
이중에 뭔가 점점 신기한 마력이 느껴지는 노래들이 있어서
이중에 3곡을 확인해봤어.
【15】
열기, Perfect Love, Stylish
이 노래들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너무 심상치 않아서
이 3곡만 따로 골라 가사도 보며 집중해서 들어봤어
3곡을 합치면 대략 10분인데... 이 시간은
여태 노래로 느꼈던 순간들 중 가장 놀라운 10분이었어.
왜냐하면
말도 안되게 아름다워서...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그냥 잘 부르는 걸 넘어서
우아했어.
특히 열기의 2:45부터 그리고 Stylish의 2:11부터의 부분은
뭐라 표현해야 될까...
세상의 모든 여성들보다도 더 여성스러웠어.
그리고 Perfect Love은, 노래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자신감으로 도배된 것처럼 느껴져서
이 3곡을 들었을 때
진짜진짜진짜로 데뷔한지 5년정도 된 그룹인줄 알았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감각이 무뎌진 바람에
아이언에게서조차 오랫동안 잘 와닿지 못했던 가슴의 진심이
신기하게도 ++에서는 바로 느껴졌어.
그래서 ++
이건 대체 뭐지...
조금 알아보니 이 작품은
LOONA만의 특별한 데뷔 프로젝트
그 길고 긴 데뷔 프로젝트의 끝이자
동시에 이달의소녀의 시작.
그 긴 시간동안, 나이도 출신도 서로 다른 12명의 염원이
하루하루 쌓이고 쌓여 비로소 세상에 나온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완전체의 시작인 ++에서부터
이렇게 특별한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닐까...
【16】
그래서
달소 멤버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기, Perfect Love, Stylish
3개의 노래만으로 빠지게 됐어.
그러자 수영장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 커버 이미지 속 가수들이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어
사실 나는 동방신기가 5명 시절 낸 정규 음반인
4장의 한국 앨범과 4장의 일본 앨범
이 음반들을 마치 종교처럼,
신성 불가침의 영역인 것처럼 여기고 있었어
걸그룹들의 새 앨범을 들을 때마다
혹시 동방 노래보다 좋으면 어떡하지?라는 이상한 걱정을 했어
그런데 다행히 그런 음반은 없더라
++를 알기 전까지는...
처음엔 가수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노래 수도 적은 ++가 더 끌린다는 게 믿기 어려웠지만
오래가지 않았어. 금방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루나의 여러 앨범들 중 별 생각 없이 처음으로
무심코 골라서 들은 ++가 바로 그 대상이었어.
만약 이달소를 처음에 왜 좋아하게 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딱 3개의 노래만으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느낌은 명확했어
그래. 이제는
++가 이 정도인데
××은 어떻겠어
말 할 필요도 없지...
그렇게 새로운 시간을 만나자
과거에 내가 열광했던 아티스트들을 이제는
더 이상 지독하게 그리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어.
왜냐하면
이제 오빛이니까
【17】
++에서 그랬던 것처럼
달소에게서 제일 좋은 건 역시나 앨범이야
포카는 대체 왜 모으는 건지
포카 수집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앨범은 꼭 모아놨지.
난 아디다스를 아주 좋아해
스포츠 용품*의류 브랜드는 세계에 많이 있지만
여러 상품들을 브랜드별로 따로 모아서 놓고 보면
신기하게도 아디다스 제품들이 더 눈에 띄고 멋있어 보여
가장 큰 이유는 ADIDAS 특유의 ‘삼선’ 때문이지
아디다스의 다양한 제품들은 각자 종목과 카테고리는 달라도
유일하게 삼선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은 박아뒀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건 그냥
흔히 있는 3개의 줄무늬로밖에 안보이겠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도 안정감을 주는 이 삼선을
옛날부터 계속해서 고집하고 고집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계속 누적되니까
나중에 보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개성과 존재감이 됐어.
그래서 결국 이 삼선 때문에, 종목과 카테고리는 달라도
독일을 유럽 최고의 선진국으로 만든 독일인들의 장인 정신
그리고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ADIDAS의 가치관.
모든 제품들이 ‘이 하나의 철학에 묶여있는’ 것처럼 보여
오바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그리고 난 이달소 앨범들에게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18】
데뷔 프로젝트의 음반들을 살펴보면
멤버와 노래, 표지는 각각 달라도
전부 통일된 규격,
앨범 제목은 데뷔 멤버의 이름,
똑같은 구성 ( 좌-CD , 우-포토북 )
통일된 표지 스타일 ( 위-흰색 배경 , 아래-사진 )
이 방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시간동안 고수해오니까
이 전통이 점점 누적되서, 드디어 하나의 개성과 존재감으로 자리잡았어
예를 들면 신사고 출판사의 베스트 셀러
‘쎈 수학’ 문제집처럼
하나의 훌륭한 브랜드가 된 느낌이야.
그리고 유닛 음반들은
여기에 센스를 조금 더 첨가한 느낌이랄까...
제목에는 전부 &가 들어가고 1번 트랙은 항상 인트로,
Live를 거꾸로 뒤집으면 Evil,
Odd에서 한글자만 바꾸면 Add,
Mix에서 한글자만 바꾸면 Max,
1/3-OEC-yyxy-완전체로 이어지는 인트로도 흐름이 연결되고
그 이후에 발매될 앨범들의 제목도 #, 12:00, &
심플한게 아주 일관성있었어.
( 신기하게도 인터넷 기사에 이수만 사장님 프로듀싱이라 하더라구... )
그리고 이 모든 음반들의 표지가 전부, 그림이 아니라
멤버들의 화보 사진이라는 점까지 다 통일됐다는 게
이 모든 요소들이 너무 세련되고 차별화되고 매력있었어.
그래서 혹시 앞으로
시간이 흘러 만약에
이달의소녀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음반을 내게 된다면...
아디다스의 삼선같은 개성을
이달소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앨범에 새겨넣는다면
차별화도 되고 아주 좋지 않을까...
이런 느낌이 들어
【19】
오빛이 되자마자 달소의 지난 음반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알아가면서, 멤버들이 모두
본인의 이름으로 된 앨범으로 데뷔했다는 점이 가장 신기했어.
뮤비와 탐구를 통해 그 당시 이달소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자신감 넘치게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동시에 여러 노래와 퍼포먼스들을 보면서
LOONA라는 이름에 확신했지
다만...
그때 너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비콘이라고 불리는 LOONAVERSE 콘서트가
바로 1주일 전에 끝났다는 거였어.
이 사실을 알자마자 억장이 무너졌지...
그 이후로 오프라인 단독 공연까지
무려 3년을 기다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를 조금만 더 빨리 들었더라면
이달소를 약간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나비콘에 갔을텐데...
너무 아쉬웠지.
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조금 늦은 이 타이밍에라도
달소를 알게 된 이유가...뭐였더라?
생각해보니
바로 아이언이었어.
그런데 또 애초에
아이언을 알게 된
계기는 뭐였더라...
떠올려보니
그건 바로
쇼미더머니였어.
【20】
알고 있겠지만 쇼미는 랩 경연 프로그램으로
1년에 1시즌씩 진행되고 있어
지금 방송중인 시즌11의 지원자는 약 3만명...
이 수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의 래퍼들의 바램은 단 하나야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
더 이상 식당이나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앞으로 음악만으로도 살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SHOW ME THE MONEY인걸까...
심사위원 프로듀서들은 래퍼들을 탈락시키기가 미안하대
그들이 절실하다는 걸 아니까
탈락 위기에 처한 몇 래퍼들은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제 랩 한번만 더 들어주시면 안되냐고 간절히 부탁을 해.
본선에 올라가고 나서부터는 큰 무대가 펼쳐지고
현장에 관객들도 많이 들어와
래퍼들은 오늘 이 무대가 마지막인 것처럼 경연을 하고
끝나고 나면 승자든 패자든 눈물을 흘려.
“ 그래 어머니는 건물을 닦고
암에 걸린 아버지는 여전히 노가다꾼.
생선의 대가릐를 딸 때 그 비린내
저번 달에 보험비랑 방세가 밀릴 때조차도
꿈을 꿨던 무대가 현실이네. ”
쇼미는 힙합의 일부일 뿐이지만
먼 땅에서 시작된 낯선 음악이 한국에 들어와
한글로 빚어내는 예술이 됐고, 누군가는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걸 신비롭게 바라보는 나에게는
이 모든 장면들이 마치 한권의 그림책 같아.
【21】
8년 전
쇼미더머니3 조별 예선
살아남은 12명 중 아이언을 제외한 다수는
유명 레이블 소속이거나 아이돌 래퍼였어
사람들은 회사가 없었던 아이언에게 불리한 싸움이라고 했어.
가사 까먹어서 랩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 흥분해서 물 뿌리고 퇴장한 B.I 가
투표에서 12명 중 2위를 차지하는 걸 보고
사람들은 이건 제대로 된 경쟁이 아니라고 했어.
( 그래서 그 다음 시즌인 쇼미4에서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말이 엄청나게 유행했어 )
아이언은 예전에 어금니가 빠져서 랩할 때
정확한 발음이 힘들다는 불편함까지 안고 있었지.
본선이 시작되고, 아이언의 상대는 바로 B.I 로 결정됐어
아이언이 불리할거란 예상과 달리, 그는
팀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스스로 준비한 I am이라는 곡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B.I 를 탈락시켰어.
아이언은 결과를 확인하자 무대 뒤에서 조금 울었어
그리고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씨잼...
사람들은 아이언보고 소속사도 없는 무명 래퍼가
용케 준결승까지 잘도 올라왔지만
씨잼이랑 붙었으니 이젠 진짜 끝이라고 했어.
【22】
독기(毒氣)
Rock Bottom과 함께 아이언을 상징하는 곡
쇼미에서 무대가 끝나고 눈물을 흘리는 래퍼는 많이 봤지만
경연을 하는 도중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래퍼는 처음 봤어.
++와 섞어서 들었던 Time Travel의 주인공이자
다다음 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될 BewhY
그리고 다다음 시즌에 준우승자가 될 씨잼.
화려한 랩 스킬을 뽐내는 이 2명의 합동 무대는
그 누가 상대해도 못이길 것 같았고
‘Shit’ 음원의 2분11초를 들으면 지금도 소름이 쫙 돋지만
진심 그 자체인 독기가, 스킬의 Shit을... 그야말로 압도했어.
이번에도 팀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혼자서 기획한 독기 무대는
강허달림이라는 분이 피쳐링을 했고... 그 결과는
쇼미더머니 역대 최고 점수 차이 승리 +
모든 음원 차트 1위 + 최단 시간 조회 수 1천만 달성
그야말로 대박이 났어
독기는 지금도 쇼미 역사상 최고의 경연으로 뽑혀.
노래가 끝나고 그는 뒤돌아서 덤덤히 퇴장했어
무대 위에는 스탠딩 마이크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아주고 있었지.
독기를 본 이후로
뭔가 스탠딩 마이크에 대한 낭만같은 게 생겼어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안움직이고 퍼포먼스 없이 노래만 부른 게
더 강렬해보였고, 곡의 느낌도 더 잘 살린 것 같았어
그래서 누군가 만약 달소 노래를 혼자서 부를 때
스탠딩 마이크가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이 뭘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
熱氣
혹시 열기가 아닐까...
【23】
준결승의 다른 한쪽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어
“ 14년 전 구라 안섞고 시작은 관객 둘에서 셋
이름도 없던 무명 공연장, 달콤한 래퍼의 꿈에서 깨 ”
혈투 끝에 아이언이 그토록 싫어하던 회사의 아이돌인
iKON의 BOBBY가 결승에 진출했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씨잼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자 아이언은 폭발적으로 유명해졌어
사람들은 아이언이 독기 때문에 떴다고 했지
독기 무대 영상에는 2023년인 지금에도 거의 매일 댓글이 달리고 있어
결승에 진출한 소감으로
정헌철이 한 말은... 뜻밖에도
기쁘다, 우승하겠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이런 말이 아니었어.
“ 제가 준비한 곡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
라고 했어.
C Da Future
쇼미더머니 아이언의 마지막 노래
그가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곡
이제 유튜브에는 없고 네이버TV에만 남아있는 무대 영상.
아이언은 이번에도 스탠딩 마이크를 가져왔어
그리고 이번엔 밴드 세션이 있었지
C Da Future에 대해
“ 덥스텝, 레게, 랩, 헤비메탈이 섞여 있는 곡으로, 장르의 구분이
없는 것이 특징. 아이언이 생각하는 미래의 힙합을 그렸다 ”
라고 소개했어.
그래서 See The Future인걸까.
겨우 23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24】
쇼미에는 래퍼들의 집, 음악 작업하는 장면,
식당 아르바이트 하는 모습, 무대 연습하는 과정도 나와
아이언은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누추한 자취방에 쭈그리고 앉아 가사를 쓰고 있었어
물론 방송이라 엠넷에서 연출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때 느꼈어.
옛날에 자주 따라 불렀던 MC스나이퍼의 랩
“ 위태위태 혼수상태 저기 발끝 밑에
라면 한봉에 하루를 살던 그때, 습기 가득한 지하 방에서
훗날을 도모한 나는 증오와 분노와
깊을 밤을 함께 했네 꿈을 이루기 위해 ”
이 가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아이언이었다는 걸...
수많은 래퍼들이 각자의 소망을 안고 출전한
SHOW ME THE MONEY
그리고 결국에는 최후의 2명만이 올라갈 수 있는 결승전.
자기가 그렇게 싫어하던 아이돌 래퍼를 상대로
C Da Future를 부르던 중, 본인의 잘못이 아닌
드럼의 잘못된 타이밍 연주로 실수를 하고 말았어.
헌철은 순간 당황한 듯 드럼 연주자를 쳐다봤지
사람들은 이 장면이 치명적이라고 했어.
아이언은 순간적으로 놀랐겠지만
금방 수습하고, 진짜 멋지게 노래를 마무리했고
그렇게 몇달간의 여정
쇼미더머니3은 끝이 났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몇달 뒤 아이언은
폴라리스 엔터와 전속 계약을 맺었어
【25】
이 편지를
여기까지 읽었다면
최소 40분은 걸렸겠지
달소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범죄자 래퍼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영웅담으로
A4용지 1장을 채울 만큼 썼는데도
여기까지 읽어주다니... 너무 고마워
최고의 영광으로 여길거야
달소와 아이언은 관련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 그냥 어디에라도 한번은 말해보고 싶었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래퍼의 이야기
오빛이 되고나서
일상의 몇가지가 자연스럽게 변했어.
옷장 한 층을 가득 채운 시그, 썸패, 팬클럽 키트들
또 여친이 가끔 놀러올 때면 급하게 숨겨야 하는 앨범들...
그러면서 시간은 한바퀴 돌아
그리고 또 한바퀴 더 돌아 흘러갔고
책상에는 #, 12:00, &라는 명반들이 하나씩 추가됐고
나는 달소가 너무 좋아서 데뷔 년도가 포함되도록
전화번호도 010-XXXX-2018로 바꿨지.
그동안 온라인 콘서트, 생일 카페, 팬미팅 등이 열렸는데
드디어... 겨울에
오빛이 되고나서 3년만에
오프라인 단독 콘서트가 열렸어.
LOONAVERSE:FROM
공연장 앞 웅성거리는 오빛들 안에 속해있는 느낌은 포근했고
무대 위 그대들의 형상은, 나비의 정령같았어.
가끔 달소를 실제로 볼 때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혹시 지금 내가 초대형 스크린에
초초초고화질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들곤 했어
그렇게 오래 기다려왔던 가슴 벅찬 FROM콘서트도 끝이 났고...
퀸덤2가 시작됐지
【26】
퀸덤2는 이전 라운드에 높은 순위를 차지한 팀이
다음 라운드에서 혜택을 받는
1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달소에게는 정말 불리한 방식이었지.
1차,2차,3차...
무대가 끝날때마다 누군가는 꼭 울었어
아마 효린을 제외한 모든 팀이 최소 한번씩은
눈물 흘리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던 걸로 기억해.
보면서 느꼈어, 쇼미더머니처럼
퀸덤도 당연히 또 하나의 전쟁이면서
이 서사도 멀리서 보면 한편의 그림책이라는걸...
쇼미더머니3와 퀸덤2
소속사가 없었던 아이언은 쟁쟁한 경쟁자들과 힘든 싸움을 했지
중간고사 잘봤다고 기말고사에까지 가산점을 주는
퀸덤2의 방식 때문에, 달소는 힘든 싸움을 했지.
아이언은 어금니가 빠져서 랩할 때
정확한 발음이 어렵다는 불편함을 안고 있었어
달소는 연습을 도와줄 회사 선배 그룹도 없었고
3차 경연 준비 때, 달소만 팬들을 못만났어.
정헌철이 랩을 했던 쇼미3 무대와
달소가 경연을 했던 퀸덤2 무대는
일산의 CJ 스튜디오... 똑같은 장소였어.
아이언은 결승전에서 본인의 잘못이 아닌
드럼 연주자 때문에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고
달소는 퀸덤2 파이널에서, 문자 투표에 띄어쓰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불리함이 달소에게만 있었지.
하지만...
아이언은 준우승을 차지했지
이달의소녀도 준우승을 해냈어
나의 스타답게, 너무나도 잘 싸워줬어.
역시 이달소는 강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당신들의 팬일 수밖에 없어
【27】
그렇게 혼을 불태웠던 퀸덤2도 끝이 났고
플립댓이 발매됐지
음악 방송을 다닌 시간들은 너무 행복했어.
대화 좀 하다 보니 어쩌다 아는 사이가 된 오빛들,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외빛들,
(나는 이해 안가지만) 포카 교환하려고 한곳에 모여있던 사람들...
특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첫 번째 음방인 엠카였어
새벽에 맥도날드가 팬들로 가득 찼지.
친구 자리 대신 맡아주는 사람,
맥모닝 세트 먹는 사람, 커피 하나 시켜놓고 자는 사람...
이 사람들이 전부 나와 같은 오빛들이었어
돌이켜보면 이때가 2022년에 있었던 모든 시간 중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
여기저기 다니면서 외빛들도 실제로 많이 보니까 신기했어
그리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K팝에 이토록 관심이 많다는 게
국토도 작고, 인구도 세계 전체의 0.625%밖에 안되는 이 나라가
세계 대중 가요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
그런데
그동안 K팝에 셀 수 없이 많은 음반들이 발매됐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이중 최고의 명작은
××이라는거... 알고 있지?
앨범 이름이 왜 ××인지 조금 알거 같아
내가 팬이 된 가장 큰 이유인 ++에는 6개의 트랙이 있지
그런데 리패키지에는 ++만큼이나 좋은 신곡 6개가 추가되서
×2가 됐어. 따라서 총 12곡
아, 그래서 ××인거구나... 생각보다 간단하네
100년이 지나도
××이 K팝 최고의 명반이라는 건
사실 나보다 달소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지?
【28】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12월 말
그리고 편지를 마무리한 오늘은 2월 7일.
대단한 내용도 없는데, 바쁜 일상속에 조금씩
조금씩 쓰다보니까 무려 50일이나 걸렸네...
그 사이
12월 26일, 동방신기의 19번째 데뷔일이 지나갔고
쇼미11에서는 퀸덤2에 출연했던 이영지가 우승을 했고
1월 8일, 아이언의 생일이 지나갔고
16일과 30일, 여진이와 채원이의 데뷔일이 지나갔고
이제는 2월... 정은이의 생일을 앞두고 있어.
그렇게
이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한가지 선명하게 느낀 게 있어.
오래전 동방신기 형들은 소송을 앞두고
아시아 투어를 돌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달소는 스포츠 선수보다 훨씬 힘든 살인적인 일정의
월드 투어를 돌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달소 유닛 한정판 앨범처럼, 가격이 10배 이상으로 올라가버린
아이언의 유일한 실물 앨범 ROCK BOTTOM
이건 2016년 9월에 발매됐지.
그런데 ROCK BOTTOM이 발매되고나서
고작 4주일 뒤
고작 4주일 뒤
희진이가 데뷔했어.
그리고 아이언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동안
이달의소녀 멤버들이 한명씩 한명씩 데뷔하고 있었지.
그 시절에 별 생각 없이 지내느라 너희들을 못봤던게
인생에서 제일 후회돼...
【29】
동방신기의 아시아 투어가 끝나고, 고작 4주 뒤에 소송 사건이 터졌지
이달의소녀도 월드 투어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소송 뉴스가 나왔어
아이언은 힘든 조건들 속에도 쇼미더머니 준우승을 차지했지
이달의소녀도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고 퀸덤에서 준우승을 해냈어
그래, 이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선명하게 느낀게 있어.
내가 오빛이 된 건
아마도 운명이구나
맨날 MC스나이퍼 랩을 따라 부르던 중2병 힙합 소년이
어쩌다 동방신기를 알게 된 것도, 나중에는 아이언을 알게 된 것도
이 오랜 시간들이 전부
결국에는 달소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구나...
신기하게도 자꾸 이런 느낌이 들어
그래서 최근에 새로 만든 인스타 아이디도
뭐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tvxqironloona라고 지었지
또 여태까지 들어왔던 수많은 힙합 노래들도
이 차디찬 겨울, 팹 편지로 매일 달소를 응원하기 위해
오직 이 순간을 위해, 랩 가사들을 읽어왔던 것 같아...
당연히 여자를 좋아하는 내가 뜬금없이 동방신기의 팬이 된 것도
나중에는 아이언에 열광하게 된 것도, 그냥
이 모든 시간들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이달소와의 만남이다.
오빛이 되기 위한 운명이었다
이런 느낌이 든다고...
이달소를 4년동안 봐왔어
하지만 달소는 그 전부터 힘든 일 많았지?
일반인들은 자세히 모르는, 여러 힘든 문제들을
떠안고 지내왔을텐데... 그동안 탐구,TV방송,달의일기,V라이브 등
카메라 앞에서는 오빛들에게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꿋꿋이 견뎌왔을 당신들을 생각하면...
너무 고마워서 견딜 수가 없어
아이돌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넌 내 영웅이야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워.
난 이제 동방신기때와 같은 후회는 하지 않아
그러니 꼭 말해줘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30】
이제 이 편지도 슬슬 끝나가네...
‘호미들’이라는 가수 이름 들어봤지?
사람들은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작은 호미들이
잘된 거 보고 정말 대단하대.
호미들의 랩 가사는 거칠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실제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인맥같은 것도 없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그저 랩이 전부였어.
내가 무슨 말을 전하고 싶어 하는지... 눈치 챘지?
그래 세상 일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른대
상황이라는 건 갑자기 변하는 경우가 많고
바로 그 때, 준비가 안 된 사람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미리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물 위에서 보드를 타고 서핑을 한대
tmi지만 쇼미10 우승자의 ‘호우주의’는 바로 이 메세지를 전달한 무대래.
이 편지를 여기까지 읽어줘서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워
그래... 이달소를 4년동안 봐왔어.
최근의 달소, 예전의 달소, 더 예전의 달소,
그보다 더 예전의 너희 모습까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서 미칠거같아...
기분 전환이라도 좀 할까 해서 1월 28일*29일
토요일에 조광일 콘서트, 일요일에 김재중 콘서트를 다녀왔어.
그런데 조광일을 보러 가도, 달소 생카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홍대 거리들이 그대들을 떠오르게 하고
김재중을 보러 코엑스에 가도 공연이 끝난 뒤 다들
김재중 퇴근길을 기다렸지만, 난 혼자 급하게 오디토리움으로 가봤어
8시가 넘으면 웬지 문을 닫을 것 같았거든
7개월 전 플립댓 쇼케이스를 했던 곳.
그때가 계속 떠올라... 너무 그리워
사랑해
이제 진짜로
편지를 마쳐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밥 당연히 잘 챙겨먹어야 되고
미세먼지 있는 날에는 꼭 KF마스크 차고 다니고
좀 미안하지만 블록베리에서 나올 때
아이언 손 붙잡고 같이 데리고 나와줘
그래 그냥...
12명 모두 너무 고맙고, 보름달만큼 사랑해
왜 이렇게 작별 인사 하는 기분이 들어서 미칠거같지
우리 언젠가 또 보게 되면
별일 없었다는 듯이
안녕하고 말할 만큼
웃으며 다시 만나
이달의소녀의 위대한 발자국
반드시 기억하고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들
영원히 알릴거야
절대 못놔
죽어도 안놓쳐
절대 잊지 않으려고
내 이름에 새겨놨어
난 언제든지 옛날처럼
그때의 오빛으로 돌아갈 수 있어
뭐라 하던 간에
누구라도 정신 못 차릴 만큼
너에게
뛰어들 준비가 됐어
【31】
밝아올 아침에 함께 웃을 수 있는
나의 바램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내가 기다릴게, 네 손 놓지 않을게
눈물 뿐이라 해도... 내가 닦아줄게
끝이 보이지 않아도
아무리 험한 길일지라도
약속할게 please be mine
그대, 위로 떠오른 태양만큼
눈이 부신 이 가슴으로
기다려줄 시간만큼 널 내가 지켜줄게
기도한 모든 꿈이 간절한 내 향기로 남아
우릴 향해 있어.
More than the air I breathe
사랑한다고, 이젠 그대 뿐이라고
저 하늘 끝에 소리쳐 전하고 싶어 Love you
터질듯한 가슴이 그대를 부르고 있어
아픈 시련이 우릴 찾아와도
그 아픔에 목 메어와도
다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내가 더 사랑할게
투명한 웃음꽃이 반짝이는 저 별들처럼
아름답게 널, 너만을 비춰줄게
그대, 위로 떠오른 태양만큼
눈이 부신 이 가슴으로
기다려줄 시간만큼 널 내가 지켜줄게
사랑해 널 사랑해
세상 가장 눈부신 그대
꿈결같은 이 마음...
More than the air I breathe
동방신기-노을..바라보다
【32】
홀로 집에있는 동안
매일같이 난 내 귀에다가 이어폰을 꽂아
세상을 좀먹는 암덩어리 나였지만
음악 속 그들처럼 다시 꿈을 꿨지. 난
어둠 속을 걸어도 네 탓이 아니야
마지막 끝까지 봐, 태양은 널 비춰
세상이 널 버려도 네 탓이 아니야
마지막 끝까지 봐, 태양은 널 비춰
널 믿어.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하남 주공아파트 107동 617호
그땐 죽을 만큼 싫었는데 이젠 그리워
떠올려, 내 동네 추억들을 그리며
덕분에 난 진짜 친구들을 만났고
없는 자들의 마음, 그 아픔을 잘 알아
가족과 내 어머니의 위대함을 알고
이젠 내 고향을 대표해
모두 나를 알아.
어둠 속을 걸어도 네 탓이 아니야
마지막 끝까지 봐, 태양은 널 비춰
세상이 널 버려도 네 탓이 아니야
마지막 끝까지 봐, 태양은 널 비춰
널 믿어.
아이언-하남 주공 아파트
【33】
12장의 달력 한 바퀴
4번째의 계절이 바뀌었지
한참 널 맴돌다
비로소 널 마주한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더 빛난
지금 내 모습 보이지?
달빛에 가득 실어 보냈던
내 맘속의 단 하나의 소원
이뤄진 그 고백.
꿈꾸는 것처럼 설레며
오래 잠 못 들고 지새던
너만을 그려온 매일 밤...
한 걸음마다 너에게 간단 떨림을 담아
이렇게 우린 운명처럼
서로를 찾아 이끌려 왔어.
긴 어둠이 와도
눈부시게 떠올라 오직 너 하날 비출게
You 넌 나의 중심
나의 모든 날들을 전부 모아 다 네게 줄게.
구름 뒤에 가려진 밤도
별빛 아래 숨는 그런 날조차
넌 날 봐줄까?
한없이 작아지다가도
나는 한 뼘만큼 네게로
또 다시 기울고 차올라...
우리가 만나 한 걸음마다 쌓아갈 시간
이럴 운명을 알았다면
나 두렵지 않았을 텐데.
긴 어둠이 와도
눈부시게 떠올라 오직 너 하날 비출게
You 넌 나의 중심
나의 모든 날들을 전부 모아 다 네게 줄게.
Cuz you are my only one
단 하나의 ORBIT...
나아가고 또 멈출 곳은 내겐 너뿐이니까.
늘 너의 마음속
눈부시게 떠올라 오직 너 하날 비출 게
You 넌 나의 중심
나의 모든 날들을
전부 모아
다 네게 줄게.
가끔 ++를 들어보면
달소를 처음 만났던 그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
모든 걸 걸고 맹세할게
너만 괜찮아한다면
반드시 널 찾을게
- 2023.2.7. 당신을 사랑하는 천도가